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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은 돌을 쌓는 아이들
2. 숙대낭 그 집 3.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는 없지요 4. 희한한 소독약과 그날 5. 첫 숨비소리가 터지다 6. 올가미에 걸려드는 해녀들 7. 보이지 않는 약속이라도 8. 동백꽃 돌킹이 9. 황금 빗창 10. 곱을락 곱을락(숨바꼭질) 11. 땅이 쿵, 바다가 출렁! 12. 소녀의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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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턱을 만들자고? 있는 거 쓰면 되는데?”
문이가 뭐하게 돌담을 쌓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며칠 전부터 물질(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돌킹이가 문이와 마주친 눈에 힘을 주었다. “우리 불턱 있으면 좋잖아!” (중략) 돌킹이는 지난해 셋째 언니마저 시집을 가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어 물질을 미룰 처지가 아니었다. 부쩍 두통이 심해진 엄마가 벽에다 머리를 퉁퉁 쳐 대는 모습을 지켜보느니 차라리 자신이 물질을 하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래서 돌킹이는 며칠 전부터 얕은 바다에 얼굴을 넣어 숨 참는 연습을 했다. 갯가에서 걸음마를 떼고 바닷가가 놀이터 인 양 자랐지만 깊은 바닷물은 깜깜한 밤처럼 무서웠다. 돌킹이는 불턱을 핑계로 돌을 하나하나 쌓으며 두려움을 떨치고 싶었다. --- p.10-13 “엄마, 왜 그래. 눈 떠 봐. 돌킹이 좀 봐!” 돌킹이가 축 늘어진 엄마를 흔들었다. 해녀들이 엄마 가슴을 번갈아 압박하며 눌렀다. 푸르죽죽한 엄마 입술 사이로 바닷물이 꿀럭꿀럭 흘러 나왔다. 돌킹이가 푸후, 숨을 내쉬는 엄마를 끌어안으며 무섭다고 엉엉 울었다. 그러다가 돌킹이는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디 있어요?” 라고 두리번거렸다. 그제야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 아버지를 찾았지만 소용없었다. 해녀들은 말없이 노를 저어 하도리로 돌아왔다. --- p.56~57 “은세야, 난 물숨이 조금씩 길어지면 여기 하도리 바다뿐 아니라 저기, 저 먼 바다로도 갈 거야.” 돌킹이가 팔을 뻗어 바다를 가리켰다. “그쪽은 일본 바다, 더 너머엔 태평양. 거기를?” “난 일본 앞바다에도 가고 그 너머 더 멀리에도 갈 거야. 차근차근 물질 실력을 키워 아무도 가 보지 않은 너른 바다로 가서 지나가는 배들이 볼 수 있게 ‘조선 해녀 돌킹이’라고 쓴 돛을 높이 올릴 거다.” “조선 해녀 돌킹이라고?” “응. 조선의 제주도에는 물질하는 해녀들이 있고, 조선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 숨을 꾹꾹 참으면서 온갖 해산물을 잡는다고 알릴 거야. 그렇게 힘들게 잡은 걸 그냥 빼앗으려는 일본 장사꾼들이 있다고 큰소리로 떠들 거다.” --- p.102~103 하도리뿐 아니라 세화리와 우도 해녀들까지 모여들기 시작했다. 해녀들은 높바람이 얼굴을 때려도 고개조차 수그리지 않았다. 차디찬 겨울바람도 그들의 뜨거운 열기를 파고들지 못했다. 세화리에 모여든 해녀들은 즉석에서 대표 스무 명을 뽑았다. 대표 중 한 명인 춘희 언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누굴 위해 바다에 들어갑니까! 왜놈들 주려고 그럽니까? 조합은 당장 일본인 지정 판매를 철회해야 합니다!” 춘희 언니의 연설에 모두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일본인 독점 매수를 철회하라!” “해녀조합을 등에 업고 우리 피를 빨아 먹는 일본인들은 물러가라!” “해녀들은 뭉칩시다!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 냅시다!” --- p.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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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들은 일제강점기인 1931년~1932년 사이에 크고 작은 시위를 230여 회 넘게 거듭했습니다. 모두 1만 7천여 명이 참여한 시위였어요. 제주 해녀 시위는 생존권 투쟁뿐만 아니라 일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했던 제주 해녀 항일운동이었습니다. 제주도 구좌읍의 ‘해녀박물관’에 가면 해녀의 생활상을 볼 수 있으며 박물관 가까이의 제주 해녀항일운동기념비도 만날 수 있습니다.
물질하는 해녀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에 일제강점기에 해녀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기가 막혀 한숨이 나왔습니다. 나라 잃은 설움을 삼키며 그저 생존을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을 해녀들을 일제가 조직적으로 갈취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면서 가슴이 뻐근하게 아팠어요.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일제가 저지른 행위들이 흐지부지 지워지는 건 아니니까요. 어려운 시절에 제주 바다를 든든하게 지켜 낸 숨비소리들의 함성을 잊지 않겠습니다. -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