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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는 잠시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와 살고 있다. 할머니 집엔 늘 밥 먹으러 오는 뚱보 고양이가 있다. 할머니는 고양이가 요물스럽다고 하고, 영지는 그 고양이를 강아지 대신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는 곳에 고양이를 데리고 갔다가 얼떨결에 고양이에게 “요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어느 날 할머니가 심한 감기로 몸져눕게 되고, 정말 요물처럼 요무가 밤에 찾아온다. 혼자 할머니를 지키던 영지는 요무를 방으로 들이고, 이불 속에 들어가 서로 안고 잠이 든다. 며칠 뒤 뚱뚱하던 요무가 새끼 네 마리를 낳고, 할머니는 무심한 척하시면서도 닭을 고아 요무를 먹이신다. 동네 친구들은 요무 새끼들을 보러 놀러오고, 영지는 뿌듯해하며 고양이들을 가족으로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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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요물이여!”
할머니와 뚱보 고양이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과 잔잔한 감동 반전 영지 할머니는 만날 호통만 치는 무서운 할머니 같지만, 누구보다 속정 깊은 분이다. 강아지 못 키우게 한다고 토라진 영지를 달래면서 슬쩍 밥 위에 소시지를 올려 주신다거나 고양이는 사람 말 알아듣는 요물이라고 경계하는 듯하면서도 고양이 밥은 꼬박꼬박 챙겨 주시는 걸 보면 말이다. 요즘 말로 츤데레 할머니라고나 할까? 요무는 늘 자기 밥을 챙겨 주는 할머니의 속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욕을 얻어먹어도 할머니 옆을 떠나지 않고 어슬렁거렸을 것이다. 동물을 쉽게 키울 수 없는 할머니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 가슴이 더 아리다. 연세가 드신 할머니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고, 짐승보다 먼저 떠나면 남은 짐승은 얼마나 불쌍하겠냐고 말씀하신다. 물론 어린 영지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지만 말이다. 겉으로는 호통 치는 할머니와 요물 같은 고양이 요무의 밀고 당기는 긴장감 넘치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둘 사이에 형성되는 따뜻한 교감이 점점 깊어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할머니가 갑자기 앓아누웠을 때 요무가 찾아오고, 할머니랑 영지랑 요무랑 셋이 이불 속에 누워 행복한 꿈을 꾸는 장면에서는 지금까지 끌고 온 긴장감이 일시에 풀어지며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얼마 후 요무가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낳음으로써 또 한 번의 감동 반전이 일어난다. 그냥 밥을 많이 먹어서 뚱뚱한 거라고만 생각했던 요무가 새끼 고양이를 배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그 사실을 진즉에 아셨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셨다. 닭과 참치를 듬뿍 넣은 음식을 해주며 엄마 고양이가 된 요무를 살뜰히 챙기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같은 어미로서 느끼는 동질감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집은 고양이 집!” 가슴 깊은 곳까지 따뜻한 온기가 퍼지는 가족 휴먼 드라마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어른들에게는 추억 어린 향수를,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시대는 30여 년 전이지만, 이야기의 골자는 시대를 초월한 가족 사랑 이야기다. “백 년 묵은 여우”가 아니라 “백 년 묵은 고양이”라는 제목부터가 흥미롭고 전설의 고향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이보다 따뜻하고 감성을 울리는 이야기는 없다. 글을 쓴 남근영 작가는 어릴 때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마음 문을 열고 이름까지 붙여 주며 한 가족이 된 에피소드를 이야기로 쓰게 된 것이다. 그림을 그린 최미란 작가는 1980년대 풍경을 담은 자료들을 토대로 그 시절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덕분에 요물스러운 고양이 요무와 씩씩하고 화통한 할머니, 그리고 당차고 고집 있는 영지 캐릭터가 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고양이 밥집’으로 불리며 놀림을 받던 영지네 집이 요무와 새끼 고양이들로 인해 ‘고양이 집’이 되고, 복닥복닥하고 생동감 넘치게 된 집안 풍경은 보기만 해도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영지와 할머니를 보러 오는 엄마가 등장하는데,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웃음꽃이 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할머니의 이불에 그려진 활짝 핀 꽃무늬처럼! “너희도 백 살까지 살아라!” 영지가 새끼 고양이들에게 속삭인 이 말 속에는 꼭 백 살이 아니어도 오랫동안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어여쁜 마음이 담겨 있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언제든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그래서 평생토록 함께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새로운 가족과 영원히 함께하고픈 영지의 바람이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지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