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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는 슬픔이 아니고
채수옥 저
파란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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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앵무새 - 11
근본 - 12
신(神) 씨네 오렌지 가게 - 13
락스가 필요한 순간 - 14
구독 - 16
레고 - 18
창문들 - 19
한밤의 인터뷰 - 20
복희 - 22
새로운 화풍 - 24
실패하는 술래 - 26
퍼즐 - 28
메멘토 - 29
이야기들 - 30
선풍기 - 32
접시들 - 34
open - 36
케이크 위를 달리는 토끼 - 38
버블 - 40
거리를 뒤집어 가로수를 읽는다 - 42
패키지 - 44
계단들, 껍질 속의 - 46
장미의 직업 - 48
맹금류의 새들이 - 50
바늘 연대기 - 52

제2부

닥터, 빗방울 - 57
닥터, 도서관 - 58
닥터, 젤리 - 60
닥터, 도마뱀 - 62
닥터, 버티칼 - 64
닥터, 알레르기 - 66
닥터, 일병 - 68
닥터, 햇빛 - 70

제3부

바벨의 식탁 - 73
오카리나 - 74
윙컷 - 76
언제나 그랬으니까 - 78
한낮, 옥수수밭 - 80
버스를 타고 온다 - 82
사과 - 84
조직 검사 - 86
이유 - 88
택배 - 89
외행성 S,313 - 90
불꽃 - 92
인형들의 사생활 - 94
박수를 칩시다 - 96
오염 - 98
매미 - 100
능 - 101
카르텔 - 102
A4 용지 속으로 - 104
톨게이트 - 106
숙희 - 108
분홍들 - 110
2인용 소파 - 112
토마토 축제 - 114
전면전 - 115

해설 구모룡 방법과 의식의 시적 긴장―채수옥의 시 세계 - 117

저자 소개 1

충남 청양 출생. 2002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동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시집 『비대칭의 오후』, 『오렌지는 슬픔이 아니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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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06g | 128*208*10mm
ISBN13
9791187756545

책 속으로

오늘의 구름은 빨갛게 구워진 채 배달되었다 누군가 접어놓은 페이지에서 빗방울들이 머뭇머뭇 억측과 가짜가 난무하는 구름 속에서 부리 없는 새들이 빠져나온다

종교학 대신 포도밭을 구독하기로 한다 매년 아슬아슬한 허공이다 벌레와 우박과 햇빛 위에 별표를 그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천천히 마음을 졸이며 읽어 가는 페이지

구름은 때때로 다른 몸을 입고
섹션마다 다른 맛들이 열린다

고양이 카페에서 눈이 마주친 너는, 심장 아래쪽을 흘러 천천히 내 삶의 목록 속으로 들어왔다 최근 들어 가장 흥미로운 잡지

새로운 꼬리
새로운 모자
새로운 연애

너를 정기 구독해도 될까?

흐르는 구름만큼 너는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필자, 창을 수평선 쪽으로 기울이며 나는 긴 혀를 꺼내 서쪽 노을을 읽는다

까무러치는 파도가 특집처럼 밀려온다
난해한 문장들이다 ***
--- 「구독」중에서

나는 어느 공간에 진열된 일부입니까. 복사기와 빗방울 사이에서 너는 배경이 됩니까. 나 대신 새를 끼워 넣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공간은 무엇들로 넘쳐납니까. 가령 코끼리와 바람의 위치를 바꾸면 공간은 뒤집힙니까. 쏟아집니까. 설명서도 없이 나는 어디로 이동해야 합니까. 오늘 밤 성이 무너지면 길고 긴 어둠은 어느 쪽에 쌓입니까. 경험 없이도 너와 나는 쉽게 조립이 가능합니까. 내 얼굴을 뽑아서 너의 목 위에 끼우면 비좁습니까. 뼈를 바꾸면 그림이 달라질 수 있습니까. 비어 있는 이곳에 숲과 불면을 배치한다면 공간은 비명을 지릅니까. 출렁입니까. 움푹 패게 됩니까. 가득 차오릅니까. 무엇을 뽑아내면 안과 밖이 바뀌게 됩니까. 공간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까. 채우고 비우고 바꿔 봐도 비슷합니까. 반복된 놀이는 언제쯤 끝내야 합니까. ***
--- 「레고」중에서

잿빛 고양이 유리 속으로 들어간다 빵처럼 뜯어 먹던 쥐를 버리고 유리 밖을 응시한다

눈 내리는 식탁은 어떻게 펼쳐지는가 마주 앉은 삐딱한 시선은 긍정일까 부정일까 서툰 감정 수업은 고구마를 먹은 기분

앵무새와 장미의 관계는 분명하지 않다 히스테리로 붉은 장미를 삼키고 앵무새는 미친 안녕을 반복한다

오늘의 메뉴는 덜 익은 일 인용 테이블 핏물 흐르는 다리를 잘라서 연못에 던진다 발목부터 썩도록 내버려 둔다

높이 쌓아 올린 입들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허공 깊숙이 식탁을 밀어 올린다 ***

--- 「바벨의 식탁」중에서

출판사 리뷰

너무 많은 창을 갖고도 우리는 투명해지지 않는다

“채수옥은 자신의 시법에 대한 자의식을 자주 보인다. 「앵무새」에 이어진 「오카리나」가 그렇다. “뜻밖의 목소리들”을 만나고 “노래”가 “소음”이 되는 당착도 겪는다. “알 수 없는 음절”을 생산하면서 마침내 “조류의 역사를 더럽히는 책”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진짜 새일 수 없는 “오카리나”를 대상으로 삼았으나 시 쓰기와 시집에 관한 복선을 깔고 있다. 진정한 목소리에 대한 시인의 갈구를 대변하려는 의도의 소산이다. 제2부의 연작시에서 그 첫머리에 놓인 「닥터, 빗방울」도 시인의 방법적인 자의식을 반영한다. 시 속의 주인공은 서로 용도가 다른 “바구니”와 “양동이”와 “곡괭이”를 차례대로 동원한다. 불면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문제는 밤의 정황이다. “행간마다 비가” 내리고 “빗물로 출렁이는 백지들”과 같다. 하얗게 지새우는 밤을 시적 화자는 “백지 속에” 있다고 표현한다. 빗방울과 빗물은 글자와 문장을 나타낸다. “바구니”로 문장을 담을 수 없는 화자는 “양동이”를 사용하지만, “양동이”는 글자와 문장을 분별할 수 없는 “병실”과 같다. “곡괭이”로도 그 어떤 대처를 할 수 없다. 밤새 도로를 거듭하다 마침내 “나는 빈손으로 백지 속을 나온다.” 문장을 얻고 시를 얻으려는 시인의 지난한 노력을 암시하는 풍경으로 읽힌다. 가령 폴 세잔과 바실리 칸딘스키와 살바도르 달리가 서로 다른 화풍이듯이 시인은 “모방될 수 없는 순간”(「새로운 화풍」)을 염원한다. 특이한 단독성에 대한 갈망과 삶과 세계를 인식하는 시인의 의식은 긴장한다. 전자에 무게가 놓일 때 경험의 깊이가 쉽게 휘발하기 때문이다. 방법과 의식의 긴장은 추상과 구체만큼 서로 길항한다. 무관한 사물과 경험을 병치하는 가운데 의식의 차원에서 관계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제로 떠오른다. 시인은 은유의 확장 못지않게 구체적인 삶을 표현하려 한다.”(이상 구모룡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채수옥 시인은 2002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동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시집 『비대칭의 오후』를 썼다. 『오렌지는 슬픔이 아니고』는 채수옥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이다.

시인의 말

어둠의 목록들 가운데
나는 맨 먼저
상연되었다

추천평

채수옥 시의 내부에는 웅숭깊은 공간이 숨어 있다. 빈틈없이 축조되어 얼핏 차가운 대리석의 느낌을 주는 시의 외형과 달리 공감과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이 공간은 둥글다. 언어의 조탁과 운용에 관한 비범함과 긴장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되었을 이 공간에선 어떤 시각, 어떤 목소리로 시와 마주 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의 풍부한 표정들을 만날 수 있다. 얼핏 드러났다 싶으면 다시 숨고 감추며 달아나다 뒤돌아서는 엷은 눈빛들을 만나기도 하는 이 공간은 시를 읽는 이의 쉰 목과 쇠귀와 청맹을 목격하게 되는 거울의 공간이기도 하다. 세상의 어떤 것들과도 닮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으면서 “자신을 닮은 뜻밖의 목소리들”(「오카리나」)로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겹겹이 쌓아 만든 이 풍부한 공간들은 채수옥의 시를 다시 읽게 만든다.
- 김형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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