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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꽃동산
나는 산새가 지저귀는 산골마을에서 태어났어요. 마치 병풍이 둘러싸고 있는 듯 아늑한 곳에서 열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지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서 생활해야 하는 환경이었기에 좋은 문화의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자랐어요. 그렇지만 정서를 풍성하게 살찌우는 자연의 혜택은 도시아이들보다 아주 많이 받을 수가 있었지요.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참 아름다운 동산에서 자란 것이 분명합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내 마음 꽃밭에서는 들꽃 향기가 솔솔 풍겨나고, 때로는 바람이 불어와 살랑살랑 마음을 흔들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던 일들이 생각나고, 풀과 나무들이 손짓하는 날에는 벌과 나비들을 따라 그들의 세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던 추억들이 생생하게 눈앞에 맴돌고 있답니다. 잠자리가 어깨에 앉아 잠이 들고 진달래꽃을 따러 앞산에 오르던 일들이 아른거리고 나무그늘아래 풀잎을 깔아 놓고 올라 앉아 소꿉놀이하던 동심 친구들이 얼른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지요. 때가 있을 거야 기다려. 조금만 더, 더, 더……, 그 때를 맞이하게 되어 참 기쁩니다. 어린 시절의 상상의 나래를 폈던 이야기를 오랫동안 가꾸어 추수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이제 여러분 앞에 펼쳐 놓습니다. ---「시인의 말」중에서 빗방울들 대롱대롱 전깃줄에 매달려 나란나란 나란히~ 구경하고 있을 때는 방글방글 웃던 얼굴 자기 차례 앞에서는 눈 꼭 감고 달달달. ---「번지점프」중에서 노릇노릇 구워놓은 갈치 접시 위에 따닥따닥 불티나는 젓가락 장단 맞춰 짭짭짭 먹다보니 달랑 남은 한 토막 고것마저 속살 떼어 내 입에 넣어주고 가시만 발라먹는 우리 엄마 ---「펠리컨」중에서 1. 샛별같이 예쁜 눈 사르르 감고 잘 자거라 우리 아기 우리 아가야 엄마 두 팔 그네 삼아 곱게 곱게 자거라 잠 못 자는 우리 아기 어쩔까나 어쩔까 엄마 두 손 배 만들어 쪽배 태워 줄까나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2. 미소 짓던 예쁜 입 사르르 물고 잘 자거라 우리 아기 우리 아가야 엄마 무릎 침대 삼아 곱게 곱게 자거라 잠 못 자는 우리 아기 어쩔까나 어쩔까 엄마 무등 살랑살랑 요람 태워 줄까나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자장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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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례 시인은 [아동문예](2017년 9월)의 [아동문예문학상] 동시 부문에 당선하였습니다. 그 당시 심사를 맡았던 김진광 시인은 당선작 (「아기 참새」 「낙지와 우럭」 「떡시루」)세 편에 관하여 ‘동심을 살린 간결한 이미지와 심리를 잘 표현한 생활동시’라고 평하였지요.
시인은 깊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성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문 밖에만 나가면 동심의 놀이터이자 유치원이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유홍례 동시의 발원지는 산골 고향이라 할 수 있지요. 시인의 동시DNA는 몸으로 배워서 이미 기억으로 간직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시인은 ‘우리가 쓰는 시는 우리 몸에 각인 된 것들이 결국은 내 안에서 숙성되어 흘러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동심의 씨앗들이 ‘이제 때가 되어’ 싹을 틔우고 잎이 돋아나 꽃을 피우면서 동시의 꽃동산을 만들었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행복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1. 아이는 호기심 천국 -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 살아 있는 삶, 어린이” (야누슈 코르착) 손톱에 물들이려 봉숭아꽃 따다가 뜨끔했어요. 한쪽 모퉁이에 꽃밭 지킴이가 ‘손대지 마세요.’ 두 손 번쩍 들고 서 있지 뭐예요. 어찌나 찔리던지 손톱 대신 얼굴만 발갛게 물들이고 돌아섰어요. - 「손대지 마세요」 전문 사춘기에 접어든 한 여자아이가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이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나봅니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었을까요? 손톱에 꽃물을 들이기 위해, 꽃밭에서 봉숭아꽃을 따려다가 ‘두 손 번쩍 들고 서’있는 ‘꽃밭 지킴이의 손대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봅니다. 자신의 행동이 봉숭아꽃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나봅니다. ‘찔리던’ 마음은 손톱대신 ‘얼굴만’ 발갛게 물들인 채 돌아섭니다. 예뻐지고 싶은 감정 때문에 자신만을 생각하고 봉숭아 꽃잎을 따려고 했던 행위를 반성하고 스스로 욕구를 억제하는 심리를 보여줍니다. 반면에 다음 동시 「비 오는 날」에서는 남자 아이가 ‘비’라는 간접 억압과 ‘엄마’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구를 실행하는 저항(반항) 행위를 보여 줍니다. “문학은 억압에 저항하고 세상을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하며 새롭게 보는 행위”(김주연)라는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비오는 날 (집 안에서) 공차는 일은 일반적인 질서를 깨뜨리는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관습의 틀을 깨는 아이가 달리 보이고 새롭게 느껴집니다. 거실이 축구장이냐? 비 오는 날은 엄마 목소리 커지는 날 찰까 말까 이번이 마지막이다. 뻥! 내가 힘껏 찼더니 쨍그랑! 잘~~~한다, 창문이 대답한다. -「비 오는 날」전문 아, 첫 장면부터 큰소리가 들립니다. 비오는 날, 엄마 목소리입니다. “쨍그랑!” 큰일났습니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흡사 엄마 목소리 같습니다. 엄마 특유의 반어법을 흉내 낸 ‘잘~~~한다.’입니다. 화나는 엄마 감정을 지그시 눌러주는 화법입니다. 부정은 부정이되 완전 부정이 아닌, 고추씨 크기 만큼 티 나지 않는 긍정적 부정입니다. 축구광인 아이의 열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려는 엄마 같습니다. 머리로 알면서 몸으로는 지켜지지 않는 게 어린이입니다. ‘지금, 여기’ 현재진행형의 삶을 사는 어린이들. 살면서 혼나기도 하고, 반성하면서 자랍니다. 그러면서 잘 합니다.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만큼 행복한 건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들 나름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고 해석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어깨에 앉아서 졸고 있던 잠자리 기침소리 깜짝 놀라 휙! 날아간 자리에 노란 똥 한 점 찍어놓고 갔어요. 아마도 나를 찜 했나 봐요, 콕! -「찜」전문 당황하면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지요. 졸던 잠자리 한 마리가 갑작스런 기침소리에 깨어 날다가, ‘노란 똥 한 점’ 찍 쌉니다. ‘나’는 찜찜했을 터인데, ‘콕!’하고 ‘찜’ 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유를 보여줍니다. 잠자리는 날아가면서 자신의 실수에 대하여 아이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하지 않았을까요? 수족관에 함께 있던 낙지와 우럭 어느 날 우럭이 한마디 했지 -넌 산에서 내려왔니? 암벽만 타게 -난 산낙지라 그래. 그러는 넌 가수니? 뻐끔뻐끔 립싱크 하게 -「낙지와 우럭」전문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호기심은 언제 어디에나 있습니다. 수족관을 유심히 살펴보던 아이는 ‘산낙지’라 적힌 종이를 봅니다. ‘산낙지’로 말놀이를 하면 바다가 아닌 ‘산에 사는 낙지’도 됩니다. 뜻밖의 연상에 의한 상상력으로 바다가 고향인 낙지가 암벽 등반을 하는 산악낙지로 변신합니다. 입을 뻐끔 거리는 우럭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립싱크 하는 가수를 연상하였나봅니다. 의인화는 대상을 우리와 친숙하게 해주고, 말장난은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호기심 천국의 동심 꽃동산〉_김춘남 시인 해설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