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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진달래꽃
서시/ 산나물/ 꼬무신과 핵조/ 진달래꽃/ 초롱불/ 울 엄마 무명 저고리에/ 외할아버지 결혼 조건/ 허기진 젊은 부부가 옹그리고 살았을 1960년대/ 아비 유산/ 징조 할머니/ 옥종 장/ 새마을 운동/ 알사탕/ 기억나는 저녁/ 비밀 하나를/ 고구마 국밥/ 아버지 병이 들어 제2부 그 반지를 할머니가 아버지 손에 꼬옥 끼워주셨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풀과 어머니의 끝없는 싸움에서/ 쑥국 / 산 밑 할매 굿이/ 누에/ 국시봉 고오메 밭/ 아버지는 숲촌 아재를 불러라고 했다/ 담배/ 왕겨숯을 만들다/ 어머니의 흰죽/ 그 반지를 할머니가 아버지 손에 꼬옥 끼워주셨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모자母子가 말없이 풋사과 먹는 밤/ 옴마 찾아 삼만리/ 딸기 농사/ 술도 못하는 아버지 술에 취해/ 아버지의 방천/ 배추 사세요 제3부 타샤와 어머니는 똑 뿔라지게/ 어머니 사변 이야기라는/ 어머니와 뱀/ 큰 소리 뻥뻥/ 뜬 모/ 비 설거지/ 잔디 농사/ 한톨의 비료/ 고추장 닭볶음/ 타샤와 어머니는/ 햇빛 따신 어느 오후, 이유와 까닭 있는 사과나무 싸움/ 길 위의 핏줄들/ 동치미/ 고마우이, 하박사/ 장섭이/ 아버지 남에게 농사 내어주고/ 마지막 제사/ 산청양반, 돌아가시다/ 은행나무/ 고랑/ 곡哭 소리가 내 몸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제4부 어머니 평생 소원 어머니 평생 소원/ 오늘도 어무이는 다 큰 나에게 자꾸 갤추려고 드신다/ 감자/ 마늘/ 흑마늘/ 임이 심은 매화나무/ 논 -12월/ 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달리는 거리/ 담배 한 갑/ 참교육/ 꽃/ 거북손/ 내 안의 바다/ 새마을 운동 기념비 세우고/ 울진 소광리 금강숲길/ 포구나무/ 화태도에 가서/ 이 저녁 음악/ 전어/ 횡간도 후박나무를 바라보다/ 차를 마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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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는 꽃을 키워 타샤 정원 만들었다
어머니는 곡식 키워 어머니 정원 만들었다 타샤는 튜울립을 길렀지만 어머니는 마늘 길렀다 타샤는 아이리스를 길렀지만 어머니는 들깨 길렀다 타샤는 꽃으로 행복했지만 어머니는 밥상으로 행복했다 두 분 모두 땅을 행복하게 만드는 흙 손 가지고 있었다 --- 「타샤와 어머니는」중에서 살다보면 똑 뿔라지게 말하지 못할 때 많지 숨도 숨고 심장도 숨고 입도 숨고 하루, 이틀도 숨는 말 그럴 때마다 발끝에서 올라오는 어머니 말씀 ‘애야, 똑 뿔라지게 말 하거라’ ‘똑 뿔라지게’라는 말이 불꽃처럼 화르륵 피었다가 져버려야 하는데 살다보면 똑 뿔라지게 말하지 못할 때 많지 그럴 때마다 허공 끝에 나앉아 있을 때 많지 --- 「똑 뿔라지게」중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 웃담 논에 심고 3년 만에 처음으로 사과 열렸지. 세 개가 올망졸망 보기 좋았지. 아직 자라지도 않은 사과 왜 따왔냐고 역정 내고, 새가 날아들어 사과 찍어먹어 따왔다고 이유 대고, 사과가 한창 더 커야 하는 데 지금 따면 어떻게 하냐고 고함 치고, 나도 따고 싶어 딴 게 아니라고 항변하고, 아니 이런 하찮은 일에 싸움 한다고 아들 투덜 짜증을 내고, 이 조그마한 사과 먹어서 배부를 것 같냐고 오만 인상 찌푸리고, 첫해는 사과 따주어야 나무가 잘 큰다고 이유다운 이유 대고, 그럼 나무 키우려면 감나무 감도 다 따야겠네 하며 밥상에 숟가락 던지고, 제발 그만들 하시라고 아들 목소리 커지고, 나무 베어 버리라, 버럭 소리 지르다 밖으로 나가버리고, 사과 깎아 아들에게 건네는 어머니, 맛이 들었네 하며 사과 한 조각 씹어 먹는 아들. 햇빛 따신 어느 오후, 모두 이유와 까닭이 있는 사과나무 싸움. --- 「햇빛 따신 어느 오후, 이유와 까닭이 있는 사과나무 싸움」중에서 아버지 남에게 농사 내어주고 우리 논이 제일 잘 보이는 동네 회관 뒤에서 우두커니로 앉아있고 우리 논이 제일 잘 보이는 옥상 올라가는 계단에서 우두커니로 앉아있고 우리 논이 제일 잘 보이는 동네 정자나무 아래에서 우두커니로 앉아있고 아버지 남에게 농사 내어주고 동네 길 위에서 딸딸거렸던 경운기도 서 버리고 번답, 동뫼거리, 서지 논 갈았던 트랙터도 서 버리고 십년 넘게 우리 논에 모 심었던 이앙기도 서 버리고 비료 살포기는 아예 창고 구석에 처박히고 아버지 남에게 농사 내어주고 논길을 나풀나풀 잘도 걸어 다녔던 사람이 잘 걷지도 않고 밥 한 그릇 뚝딱 드셨던 양반이 밥 한 그릇도 못 비워내고 친지 가족들 모이는 날에는 한 가락 하셨던 분이 노래도 하지 않고 아버지 남에게 농사 내어주고 아버지는 아버지는 아버지 길을 잃어버렸거나 길이 아버지를 놓아버렸거나 --- 「아버지 남에게 농사 내어주고」중에서 해마다 일본거류민단 달력 와서 동네 안방마다 한복 입은 이 땅의 고운 여자 들였다 고향에 학교 짓겠다는 종조 할아버지 설득하여 숯공장에서 빠징고로, 당신 피멍 팔아 번 돈으로 동네 전기며 수도시설 놓았다 진주 호텔에서 할아버지 같은, 아버지 같은 핏줄로 앉아있었던 한국말이 자꾸 잊혀진다며 무안해 했던 당숙 당숙 돌아가셔서 고향 동네 주소 하나 들고 찾아왔던 재종형제와 재종질 그리고 회사 직원들 길가에서 단박에 아버지 알아보고 계속 눈물 흘렸던 나의 뿌리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따뜻이 서로 몸을 껴안았던 길 위의 핏줄들 --- 「길 위의 핏줄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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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희생」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후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 문화에 대해 고집스럽게 시업을 이어가고 있는 하병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길 위의 핏줄들』은 경남 산청에서 일생을 산 시인 부모님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부모님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고해성사하듯 있는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전쟁, 유신세월, FTA 수입농산물 시대를 거쳐 직불보조금 시대에 살고 있는 현 고령 농업인들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경남 산청 지역 말을 시어로 형상화함으로써 평안북도 정주 말을 시어로 사용한 백석 시인과 일맥상통한다. 이를테면 「오늘도 어무이는 다 큰 나에게 자꾸 갤추려고 드신다」에서 “단디해라/객지에 혼자 사니 개겁게 살지 말고 야물딱지게 살거래이/아침 일찍 일나서 이불 개비고 국을 빠끌빠끌 끼려서 꼭 챙겨 무거라/아침 무거야 쟁일 심이 있는데 니 안 무거모 큰 일 난데이/밥심 없이 그 힘 가아 회사서 일 모한다/날이 마이 찹다 옷 따시게 입고 댕기라이/가적끼 잇선께 집에 한번 댕겨가거라이” 라고 어머니 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 산청 말을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지역 언어를 시로 보존하고 있다. 시인은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길 위의 핏줄들』은 난해한 현대시의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농민들도 쉽게 읽고 감상할 수 있는 시어를 선택함으로써 시의 언어를 농촌 지역까지 확장했다. 1973년 신경림 시인은 『농무』 시집을 통해 1970년대 한국 농촌 생활상을 농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농촌 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듯이 약 반세기 뒤인 2020년에 나온 하병연 시인의 『길 위의 핏줄들』도 부모님 세대와 시인의 가정사를 부끄럼 없이, 거짓 없이 리얼하게 보여줌으로써 ‘농무’의 시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우동식 시인은 “부모님 삶을 통해 우리가 잊을 뻔한 1930년대 농촌 출생자들의 일생을 조밀하고 과감 없이 산청 지역말로 보여줌으로써 농촌 문화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며 “이 시집 속에는 차(茶) 한잔 속에서도 아버지의 굵은 손, 어머니의 구부렁한 허리, 지리산 골짝 산과 하늘과 땅이 녹아 있다”라고 했다. 시인의 고향 친구인 이필수 씨는 “이 시간까지 이렇게 친구라는 인연을 이어준 우리 고향과 부모님들,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고마워하며 살자”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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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일제 강점기, 6·25전쟁, 유신정권, FTA 세상, 농산물 직불제 시대를 거치면서 경남 산청에서 치열하게 求道者 길을 걸었던 아버지라는 남자 그리고 아직 그 길 위에서 쉬지 않고 걷고 있는 어머니라는 여자 이 시집을 아버지 故 하상근, 어머니 권정옥 님께 바칩니다 2020년 초여름 진주 가좌벌에서 하병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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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길 위의 핏줄들』에서도 제1시집 『희생』과 제2시집 『매화에서 매실로』처럼 땅에 대해 노래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어머니 무명저고리에 눈물 냄새가 배어있던 시절’, ‘미치고 미쳐서, 헌 마을을 새 마을로 바꾸던 시절’ 찌들게 가난하였으나, 땅의 종교를 숭배했던 선한 신자들의 경건한 삶에 대한 노래이다. 근현대사 농촌 모습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리 모두의 자화상에 대한 기록이다. 부모님 삶을 통해 우리가 잊을 뻔한 1930년대 농촌 출생자들의 一生을 조밀하고 과감 없이 산청 지역말로 보여줌으로써 농촌 문화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시집 속에는 차(茶) 한잔 속에서도 아버지의 굵은 손, 어머니의 구부렁한 허리, 지리산 골짝 산과 하늘과 땅이 녹아있다. 본 시집을 통해 하병연 시인은 진토백이요, 농학박사 시인, 농민 시인, 육필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 우동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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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병연아. 우리는 우리 맘속에 묻어 있는 고해성사를 글 속에 풀어놓는게 아닌가 싶다. 처음 니 글을 출력해 습관처럼 빨간펜을 들었다가 점점 뒤로 가면서 다시 앞장으로 넘겨 그 빨간펜 자국을 지웠다. 글 속에 니 맘이 있는데 내가 무슨 보탤 말이 있고 뺄 말이 있겠어. 이 글들은 너의 고해성사인걸. 이젠 어른이 된 니를 다시 만나서 너무 좋다. 그리고 고마워하며 살자. 이 시간까지 이렇게 친구라는 인연을 이어준 우리 고향과 부모님들,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 이필수 (고향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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