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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대하여

엄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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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02g | 130*205*17mm
ISBN13 9791130640006
ISBN10 11306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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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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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일을 드디어 쓰기로 결심한 순간들엔 어쩌면 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뭐랄까요. 귀하와 내가 생물학적이 아니더라도, 국적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정한 가족 관계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끝없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어떤 틈새에서 연결되고 있다고요. 이 메일은 결국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결혼식 멤버, 結婚式のメンバ-」 중에서

엄마의 실패한 번개버스 헌팅 스토리는 나도 몇 번이나 들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들은 건 그날 돗자리 위에서 합석했던 남자들이 영 별로였다는, 그래서 허무하게 집에 돌아왔다는 결말이었는데 상미를 통해 듣는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원곡 가수보다도 더 고운 미성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영서와 그런 영서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는 경희. 노래가 끝나는 타이밍에 딱 맞게 밤하늘을 가득 메우며 터지던 폭죽. 그렇게 1년에 딱 하루만 허락된 밤이 끝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참이나 서로의 귀에 소곤대던 두 사람…….
---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중에서

장씨만 유일하게 유순을 떠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식당 일을 마칠 때면 그 앞에서 기다렸다가 집까지 데려다주는 장씨가 남편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장씨의 큰아들 결혼식 이후로 유순은 마음을 자꾸 멀리하려 애썼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몸을 섞은 걸로 무슨 큰 인연이나 된 것처럼 여기지 말자. 언제 떠나도 아쉽지 않게, 언제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게,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게……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장씨와 함께 있으면 유순은 자꾸 다음을, 내일을, 미래를 희망하게 됐다.
--- 「긴 하루」 중에서

놓친 여자라고 부르던 여자가 있었어. 그 여자가 하던 카페 이름이 ‘놓친’이었는데 대학 다닐 때 어울리던 친구들하고 자주 갔었지. 우리가 들어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걀프라이를 내오는 거야. 카페에서 말이야. (……) 뒤통수가 이상해서 뒤돌아보면 놓친 여자가 뭐랄까…… 아득한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거야. 그 눈빛이 기억에 남아. (……)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지.
--- 「놓친 여자」 중에서

분홍색 깃발을 어깨에 걸친 가이드가 운전석 옆에 비스듬히 서서 뉴욕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이제부터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로 가서 푹 쉬실 거라고 말하는 동안 상원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지금 공항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 버스가 출발했다. 석희는 비틀거리며 버스 앞쪽으로 갔다. 가이드가 성난 얼굴로 석희를 쏘아보았다. “일정표를 못 찾겠어서 그런데, 식당 주소를 좀 알려주세요.” 가이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렸다. 병신인가. 석희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석희가 잘못 들은 것이 틀림없었다.
--- 「우리 만남은」 중에서

나는 왜 그녀를 보면 짜증이 날까. 상담을 받기 한참 전부터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이었다. 하나의 어휘로 명명할 수 없는 혼재된 감정의 덩어리를 짜증이라는 부조로 일갈해버린 게 아닐까. 깎여나간 것들, 혹은 오랜 시간을 거쳐 삭은 것들, 그 미세하고 작은 흩날림 속으로 우리가 겪어온 사건의 단초나 명료하지 않은 기억들도 함께 사라진 걸까.
아니다. 나는 열두 살 때의 일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당장 갖다 버리거나 불에 태워도 좋을 일들을, 나는 세공이 잘된 보석처럼 하염없이 어루만지고 있다. 지금도.
--- 「핑거 세이프티」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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