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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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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 2020 소설 브랜드전
작은 출판사 응원 프로젝트 <중쇄를 찍게 하자!>
4월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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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2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396g | 148*210*30mm
ISBN13 9788932023151
ISBN10 893202315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김애란이 돌아왔다. ‘비행운’은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형식으로(飛行雲), 하지만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연쇄적 불운(非幸運)에 발목 잡힌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학평론가 박준석이 말했듯 “김애란 소설은 우선 안부를 묻고 전하는 이야기, 말하자면 하이-스토리hi-story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안부에는 개인적인 소소한 안녕을 넘어선 어떤 윤리”를 가지고 동세대의 실존적 고민을 드러내며 살아남은 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친구처럼 곁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온 듯 이번 소설집에서도 김애란은 자신의 매력을 백분 발휘한다. 또한 좀더 많은 세대와 공간을 아우르며 ‘확장’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김애란 ‘너머’를 발견하게 하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비행운』에 실린 작품 속 주인공들을 보면, 어쨌든 아직은 살아남은 외줄 위에 선 듯 아슬아슬하기만 한 사람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취업을 했어도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인, ‘이전에도 채무자 지금도 채무자 좀더 나쁜 채무자’가 된 처지의 사람들. 한 번도 누구에게도 환영받아보지 못한 삼십대 후반의 택시기사와 화장실과 동격으로 취급받는 화장실 청소부. 그리고 주인공에 꿈속에서 등장하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박스를 줍고 계”신 할머니. 자기 세대를 넘어 다른 세대까지, 김애란식의 함께 아파하기는 주인공들의 영역을 확대 심화하고 있다.

진정한 소통이 어려운 우리 시대의 우울과 소외를 자기 스타일로 혁파하면서,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진정한 소통의 자장을 넓고 깊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애란은 잊지 않고 그렇게 행복을 기다리느라 지겨웠던, 비행운과 맞씨름을 하느라 힘들었을 친구들에게 행운을 빌어준다. 다시 김애란 소설의 미덕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여러 편에서 김애란은 막막하고 아득한 심연처럼 결말을 구성”하며 “막막함의 광장 공포 내지는 불안을 매우 극적인 구성적 상징을 획득”하는데, 이 점이 바로 “소설집 『비행운』을 관통하는 공통된 서사 문법”이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김애란식 비극’이라는 독보적인 한 장르를 갖게 되었다.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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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모른다는 고립감. 그리고 그걸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한다는 갑갑함이 밀려왔다. 수면 위로 아른아른 조용하게 빛나는 여름 햇빛이 보였다.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유혹하듯 화사하게 출렁이던 차안(此岸)의 얇고 환한 막. 나는 그 빛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손에 걸리는 거라곤 쥐자마자 이내 부서지는 몇 움큼의 강물이 전부였다. 생전 처음 겪는 공포가 밀려왔다. 아득하고 설명이 안 되는 두려움이었다.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때 누가 내 손을 잡는 게 느껴졌다. 순간 있는 힘을 다해 그 팔을 잡았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 중에서---p.41)

A구역은 세상만사를 삼킨 심연처럼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 채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곳은 한없이 깊고 어두워 보였다. 방 안으로 검은 나방 한 마리가 후드득 들어왔다. 나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형광등 주위로 나방이 어지럽게 푸드득 날아다녔다.
('벌레들' 중에서---p.75)

나무는 대낮에도 검은 실루엣을 드리우며 서 있었다. 이국의 신처럼 여러 개의 팔을 뻗은 채, 두 눈을 감고 ─ 그것은 동쪽으로 누웠다 서쪽으로 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포식자를 피하는 물고기 떼처럼 쏴아아 움직였다. 천 개의 잎사귀는 천 개의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천 개의 방향은 한 개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살아남는 것. 나무답게 번식하고 나무답게 죽는 것. 어떻게 죽는 것이 나무다운 삶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게 종(種) 내부에 오랫동안 새겨져왔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고목은 장마 내 몸을 틀었다. 끌려가는 건지 버티려는 건지 모를 몸짓이었다. 뿌리가 있는 것은 의당 그래야 한다는 듯, 순응과 저항 사이의 미묘한 춤을 췄다.
('물속 골리앗' 중에서---pp.85~86)

“워 더 쭈어웨이 짜이날?”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
테이프가 철커덕 소리를 내며 저절로 뒷면으로 넘어간다. 짧은 사이. 명화의 목소리가 들린다.
“리 쩌리 위안 마( 里)?”
“여기서 멉니까?”
용대는 조그맣게 “리 쩌리 위안 마?”라고 중얼거린 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겨울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약속처럼, 나뭇가지에 끝끝내 매달려 있는 은행 몇 알이 방금 막 지나간 택시를 굽어보며, 떨어지지도 썩지도 못한 채 몸을 떨고 있다.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중에서---p.168)

현대의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이 정적(靜的)으로 평화롭게 돌아갈 때, 그 무탈함이 주는 이상한 압도, 안심, 혹은 아름다움 같은 것이 공항에는 있었다. 사람들은 그걸 길게 뻗은 고속철도나 우아한 현수교, 송전탑에서도 느꼈다. 시커먼 타이어 자국이 밴 활주로 사이로 휘이? 시원한 가을바람이 지나갔다. 정차된 항공기들은 모두 앞바퀴에 턱을 괸 채 눈을 감고 그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나라에서 불어와 어떤 세계로 건너갈지 모르는 바람이었다. 몇몇 항공기는 탑승동 그늘에 얌전히 머리를 디민 채 졸거나 사색 중이었다. 관제탑 너머론 이제 막 지상에서 발을 떼 비상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중력을 극복하는 중일 테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얼마 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 안도의 긴 한숨 자국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비행운이라 부르는 구름이었다.
('하루의 축' 중에서---p.176)

몇백 원 더 비싸지만 부드러운 국산콩 두부를 먹고, 호기심에 일반 생리대보다 두 배는 비싼 유기농 소재의 패드를 써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좀 죄책감이 들었다. 생필품을 절약하지 않으면 돈 모으기가 힘든데. 씀씀이가 커 눈만 높아진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변기에 앉아 화장지를 끊을 때마다, 부드러운 두부 조직이 식도를 건드릴 때마다 전에 없던 설렘과 만족이 찾아왔다. 그리고 만약 그런‘기분’도 구매할 수 있는 거라면 그걸‘계속하고’싶다고 생각했다.
('큐티클' 중에서---p.212)

“너 나 만나서 불행했니?”
그러곤 곧장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저쪽에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초조해진 서윤이 황급히 변명하려는 찰나 경민이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
“그런 거 아니었어.”
“……”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
('호텔 니약 따' 중에서---pp.276~277)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언니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으니까 제가 겪은 모든 일을 거쳐갔겠죠? 어떤 건 극복도 했을까요? 때로는 추억이 되는 것도 있을까요?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는데. 다른 친구들은 무언가 됐거나 되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저 혼자만 이도 저도 아닌 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져요. 아니, 어쩌면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요.
('서른' 중에서---pp.293~294)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당신도 보았느냐고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지만
그것은 이미 그곳에 없다.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이름을 짓는다.
여러 개의 문장을 길게 이어서
누구도 한 번에 부를 수 없는 이름을.
기어코 다 부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알 수 없어
한 번 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나는 그게 소설의 구실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

"서른"의 한 장면은 내 가족, Y의 일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언니이고 누나이며 친구 같은 작가, 김애란
여름밤, 선물처럼 보내온 나의 안부!


‘면모’를 확인하고, ‘너머’를 발견하게 하는 책! 김애란의 세번째 소설집 『비행운』

김애란이 돌아왔다. 올해로 등단 만 10년 차가 되는 시간 동안 공백 없이 작품을 발표해오기도 했지만, 지난해 출간한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차세대 ‘젊은 작가’라는 수식어를 2010년대 대표 작가로 갈아치운 그녀다. 많은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세번째 소설집 『비행운』(문학과지성사, 2012)을 가지고 왔다. ‘비행운’은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형식으로(飛行雲), 하지만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연쇄적 불운(非幸運)에 발목 잡힌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학평론가 박준석이 말했듯 “김애란 소설은 우선 안부를 묻고 전하는 이야기, 말하자면 하이-스토리hi-story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안부에는 개인적인 소소한 안녕을 넘어선 어떤 윤리”를 가지고 동세대의 실존적 고민을 드러내며 살아남은 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친구처럼 곁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온 듯 이번 소설집에서도 김애란은 자신의 매력을 백분 발휘한다. 또한 좀더 많은 세대와 공간을 아우르며 ‘확장’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김애란 ‘너머’를 발견하게 하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김애란의 소설에서 대개 비행운의 꿈은 아이러니컬하게 구조화된다. 비행운의 꿈을 꿀수록, 그러니까 비행운에 대한 동경이 핍절할수록, 비행운(非幸運)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비행운(飛行雲)과 비행운(非幸運) 사이의 속절없는 거리에서, 작가 김애란은 우리 시대의 의미심장한 서사 단층을 마련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그물을 짠다. 그 이야기 궤적을 통해 우리는 2010년대 소설의 가장 진실한 숨결과 교감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_우찬제(문학평론가, 서강대학교 국문과 교수)

니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 김애란과 나의 커먼센스

김애란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고통을 이해해줄 듯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친구’ 같은 작가다. 그녀가 구사하는 어느 대목에서는 마치 같은 통점을 갖고 태어난 쌍둥이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십대’의 고시원 생활, ‘아이-노인’의 생로병사를 통해서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아파하며 상처를 치유하려던 서사적 태도는 작가 스스로 서른을 훌쩍 넘어서는 동안 진정한 자기 반성을 수행하는 ‘성장’을 겪는다.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만큼 그의 작품이, 또 그 스스로가 품이 넓어졌다. 이것은 분명 김애란의 미덕이고 김애란식 기품이다. 서른의 품격을 갖추었달까. 그러한 성숙의 막막한 심연을 성찰하려고 한 서사적 수고의 결과가 바로 세번째 소설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에서 겪는 성장통은 좀더 강력하다. 살아남은 자는 슬프다고 했던가. 오직 운이 좋아서 좀더 살아남았다고 했던가. 『비행운』에 실린 작품 속 주인공들을 보면, 어쨌든 아직은 살아남은 외줄 위에 선 듯 아슬아슬하기만 한 사람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취업을 했어도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인, ‘이전에도 채무자 지금도 채무자 좀더 나쁜 채무자’가 된 처지의 사람들. 한 번도 누구에게도 환영받아보지 못한 삼십대 후반의 택시기사와 화장실과 동격으로 취급받는 화장실 청소부. 그리고 주인공에 꿈속에서 등장하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박스를 줍고 계”신 할머니. 자기 세대를 넘어 다른 세대까지, 김애란식의 함께 아파하기는 주인공들의 영역을 확대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리켜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자신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문제의 근원을 전면적으로 재탐사하려는 태도야말로 진정성의 벼리를 알게 한다. 인간과 사회 구조의 양면을 전면적으로 성찰하면서 산문적 탐문을 새로이 하려는 상상력과 서사 윤리는, 이 소설집뿐만 아니라 이후의 소설집에 우리가 더 많은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라는 사실을 넓고 깊게 환기한다”고 말하고 있다.

막막하고 막막한 존재들_김애란식 비극의 향연

『비행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쩐지 불행하기만 하다. 새벽 1시 아무도 없는 재개발 지역의 건물 잔해 위에서 양수가 터져 돌무덤에 주저앉게 된 임부나 크레인 위에서 체불 임금을 요구하다 실족사한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마저 당뇨 쇼크로 잃고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홍수로 뒤덮인 흙탕물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년, 그리고 첫사랑 때문에 발 들인 다단계 집단에 학원 제자를 끌어들이는 주인공 등 작가는 점점 상황이 나빠지기만 하는 존재상을 극적으로 서사화하면서, 비극적인 것에 몰입하고 있다. 이런 비극에의 몰입은 무엇보다 진정한 소통이 어려운 우리 시대의 우울과 소외를 자기 스타일로 혁파하면서,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진정한 소통의 자장을 넓고 깊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애란은 잊지 않고 그렇게 행복을 기다리느라 지겨웠던, 비행운과 맞씨름을 하느라 힘들었을 친구들에게 행운을 빌어준다. 다시 김애란 소설의 미덕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여러 편에서 김애란은 막막하고 아득한 심연처럼 결말을 구성”하며 “막막함의 광장 공포 내지는 불안을 매우 극적인 구성적 상징을 획득”하는데, 이 점이 바로 “소설집 『비행운』을 관통하는 공통된 서사 문법”이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김애란식 비극’이라는 독보적인 한 장르를 갖게 되었다.

회원리뷰 (73건) 리뷰 총점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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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갈수록 견고해지는 도시의 구조가 우리를 아프게 한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T*****r | 2012.09.03 | 추천6 | 댓글15 리뷰제목
『비행운』은 비행-운(飛行-雲)과 비-행운(非-幸運) 모두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고 해요. 비행-운을 꿈꾸지만 대개 비-행운으로 끝나고 마는 꿈. 저는 이 꿈이 비단 비-행운에 그치기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2012년, 우리들의 비-행운은 어쩌면 예정되어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리뷰에서는 『비행운』 중 「벌레들」, 「물속 골리앗」, 「호텔 니약 따」, 「서;
리뷰제목

『비행운』은 비행-운(飛行-雲)과 비-행운(非-幸運) 모두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고 해요. 비행-운을 꿈꾸지만 대개 비-행운으로 끝나고 마는 꿈. 저는 이 꿈이 비단 비-행운에 그치기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2012년, 우리들의 비-행운은 어쩌면 예정되어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리뷰에서는 『비행운』 중 「벌레들」, 「물속 골리앗」, 「호텔 니약 따」, 「서른」을 통해 비-행운의 기원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 스포일러 있습니다.

※ 본 리뷰에서는 『비행운』 중 「벌레들」, 「물속 골리앗」, 「호텔 니약 따」, 「서른」 만을 다루었습니다.

 

1. 문장의 물리학

  김애란 작가의 데뷔작 「노크하지 않는 집」을 보면 같은 구절을 몇 차례나 반복하는 구절이 나와요. 읽은지 오래 되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서스펜스를 제공하는 한편으로는 아마도 도시가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는 획일화된 삶 묘사하기 위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애란 작가는 이미 데뷔 시절 때부터 문장의 형식 자체가 독자에게 어떤 임팩트를 주는지를 어렴풋이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침이 고인다」로 넘어와서. 바로 얼마 전까지, 김애란 작가의 소설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구절은 바로 소설집 『침이 고인다』 61 페이지의 맨 마지막 구절. '그날 이후로 사라진 어머니를 생각하거나,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했을 때는 말이에요, 떠나고, 떠나가며 가슴이 뻐근하게 메었던, 참혹한 시간들을 떠올려볼 때면 말이에요', "지금도 입에 침이 고여요." 그리고 그 페이지는 끝이 나지요. 불행한 과거. 그것의 감각으로의 전이. 그리고 페이지가 끝남으로써 불가피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여백. 침묵. 여태 어떤 책을 읽으면서도 이러한 경험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 제가 사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 그런 것 같긴 하지만요 :)

 

  『비행운』에서, 그 중 「서른」에서 다시, 「침이 고인다」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눈앞의 근미래에 막연한 불안을 느끼고 있을 때 '나'가 속으로 삼키는 말, '너는 자라 고작 내가 되겠지.' 말입니다. 이러한 문장 구성은 사실 이전 작품집에서 한 번 시도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전만큼 충격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문장 자체의 파괴력 때문에 이 부분을 읽고 정말 한참을 앓았습니다.

 

『침이 고인다』에 수록된 「침이 고인다」 중. "지금도 입에 침이 고여요." 직후에 이어지는 여백과 침묵은 아직도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느낌이 생생합니다. 저 문장이 페이지의 중간쯤 끼어 있었다면 그 느낌이 지금까지 생생히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요? 김애란 작가는 문장이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배치되었을 때 그것이 만들어내는 울림이 깊어진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벌레들」: 엄마라는 이름의 가해자, 「물속 골리앗」: 다시 골리앗 크레인 위에 서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종종 주인공들이 품는 환상을 제시하고 그것을 박살내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그 환상들은 대부분 상위 계급을 쟁취할 수 있다거나 또는 상위 계급의 행동 양식을 소비한다고 믿는 계급적 환상인 경우들이 대부분이었구요. 『침이 고인다』 중 「도도한 생활」에서 가게와 거처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은 '나'의 집에 피아노를 들일 때 '나'는 우리 삶의 질이 한 뼘쯤 세련돼진 것 같았다고 생각하며, 피아노 원목 위에 넝쿨무늬가 '양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집안이 망해 서울 반지하 자취방으로 이사를 가던 중에 피아노를 떨어뜨렸을 때 넝쿨무늬는 양각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본드로 부착되어 있었던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이로써 '나'는 집에 피아노를 들이면서 함께 가져왔던 모든 기대들이 실은 너무나도 쉽게 깨어질 허술한 환상이었음을 간파하게 됩니다.

 

  그래도 전작 소설집이었던 『달려라 아비』나 『침이 고인다』까지만 해도 주인공들의 환상이 부서지고 자신의 계급을 재확인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얼마간의 살아갈 힘은 농담처럼 남겨두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비행운』에 들어서는 글에서 이조차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글에서 농담이 빠져나간 자리에 섬뜩하게 번뜩이는 날선 칼 한 자루가 담겨 있어요.

 

  「벌레들」에서 '나'가 사는 장미 빌라는 재개발 구역의 등 뒤에 서서 그곳을 내려다 보는 형태로 서 있는 낡은 연립 주택이에요. 가림막이 덮여있고 매일같이 철거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그곳에서는 장미 빌라로 벌레들이 끊임없이 기어 '올라' 오지요. '나'는 이들로부터 내 아이를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살충제를 뿌려 벌레들을 죽이고 다시 시꺼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재개발 구역으로 퉁겨내기를 반복해요. 「벌레들」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장미 빌라와 재개발 구역 사이의 높이차와 이를 거스르고 꾸역꾸역 올라오는 벌레들, 이것들을 애써 죽이는 '나'의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자명합니다. 재개발 구역과 장미 빌라는 최하위 계급과 바로 그 위에 있는 잠재 빈곤층 정도가 될 것입니다. 장미빌라와 재개발 구역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도저한 높이차는 이들 간의 계급 차이를 물리적인 높이차로 치환한 것입니다. 이 물리적 높이차를 넘어 어떻게든 꾸역꾸역 기어온 벌레들을 죽이는 것은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은 벌레들을 죽여야 내 아이의 계급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쉴 틈 없이 벌레들을 죽여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실수로 결혼 반지를 재개발 구역으로 떨어뜨리게 되고, 그것을 찾으러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재개발 구역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이곳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벌레들을 목격하게 되고, 때마침 양수가 터져 '나'는 이곳에서 출산을 준비하게 되지요. 벌레들이 장미 빌라로 기어오르던 것을 상위 계급으로의 진입 노력으로 본다면 장미 빌라에 살던 '나'가 재개발 구역으로 '내려'온 것은 계급 전락으로 볼 수 있을 거예요. 때문에 재개발 구역에서 태어난 '나'의 아이는 그 바로 다음 작품인 「물속 골리앗」의 '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김애란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인터뷰에서 작가는, 「벌레들」에서 '나'가 낳은 아이가 자라 「물속 골리앗」에 등장하는 '나'가 된 것 같다고 말했지요. 「벌레들」의 재개발 구역에서 뿌리째 뽑혀진 나무의 이미지가 「물속 골리앗」의 몸 곳곳이 훼손된 채 급류에 쓸려 나가는 고목으로 옮겨갈 때 「벌레들」 속 '나'와 그 아이는 이제 철거 중인 재개발 단지의 수많은 벌레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물속 골리앗」에서 '나'는 이 땅의 최하 계급 노동자의 아들입니다. 철거 중인 재개발 대상 건물에 전기도 창문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골리앗 크레인에서 시위를 하다가(영락없는 고공 시위 노동자의 모습)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당뇨병 환자인 어머니 역시 한 달 넘게 지속되는 호우로 인해 약을 구하지 못해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나'는 어떻게든 고립무원의 재개발 단지를 벗어나야 합니다. 그 과정에 어머니의 시신을 잃어버리고 결국 아버지가 섰던 골리앗 크레인 위에 다시 서게 됩니다. 이것은 아버지가 그렇게 일을 하고도 평생 벗어나질 못했던 노동자의 신분을 그 아들이 그대로 물려받았음을 의미할 거예요. 「벌레들」에서 이 세계의 가장 밑바닥으로 전락한 채 태어난 '나'의 아이가 「물속 골리앗」에서 골리앗 크레인 위에 숙명적으로 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이제는 계급이 아니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나'는 살인자가 되어야 합니다.

 

「벌레들」 중. 「벌레들」에서 벌레들은 장미 빌라로 들어오려 하고 '나'는 벌레들을 장미 빌라로부터 밀어내려 합니다. 장미 빌라와 재개발 구역 간의 도저한 높이차를 극복하고 기어이 '올라'오려 하는 벌레들과 이들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벌레들을 죽여 재개발 단지로 다시 '떨어뜨리는' 나의 모습은 그 수가 정해진 자리를 놓고 싸우는 자리 다툼처럼 보입니다. '나'가 그토록 벌레들을 혐오하고 죽이고 집에서 밀어내야 하는 이유는 내 아이의 자리(계급)를 유지시켜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는 재개발 단지에서 태어나는 '벌레'로 전락하게 됩니다.

 

 

3. 「서른」: 살기 위해 내 제자를 팔았다

  나와 내 아이의 계급을 지키기 위해 벌레들을 사정없이 죽이는 「벌레들」의 서사는 「서른」에서 다시 한 번 반복되지요. 하지만 「서른」의 '나'를 「벌레들」의 '나'로 곧바로 대입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벌레들」의 '나'는 잃어버릴 계급이 있고 지켜야 할 것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서른」의 '나'는 등 뒤에 쌓아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노동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서식하는 인간,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서른」에서 '나'는 청년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를 오가는 사람입니다. 번 돈은 대개 학비와 생활비로 쏟아붓고, 당연히 쌓아둔 돈이란 있을 턱이 없었지요. 그런 나에게 온갖 비-행운이 닥쳐왔고, 돈이 없으면 나를 비롯한 내 가족이 죽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고, 그래서 답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다단계 피라미드 사업에 몸을 담그게 됩니다. 그곳에서 한참을 시달리다가 개미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그토록 따르던 제자를 팔아 치우기에 이릅니다. 순전히 살기 위해서요. 계급을 지키기 위해 사정없이 벌레들을 죽이는 「벌레들」의 '나'와 「서른」의 '나'를 같은 위치에 두고 보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자를 궁지로 몰아넣은 행위를 두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면 안 되겠지요. 「서른」에서 '나'가 제자를 다단계 사업에 밀어넣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 조금 더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서른」은 『비행운』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구석이 있지요. 모두들 아시다시피, 그것은 화자가 사건을 서술하는 방법입니다.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하루의 축」, 「호텔 니약 따」의 경우 작가가 소설 바깥에서 안쪽을 내려다 보며 서술하고 있는 반면, 「너의 여름은 어떠니」, 「벌레들」, 「물속 골리앗」, 「큐티클」의 경우 소설 속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자신이 겪어야 하는 일상들, 그 사이에 닥친 비일상을 서술하고 있지요. 그러나 사실 이 모든 작품들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서술해 나간다는 데에서 주목할 만한 특이점은 없습니다. 「서른」은 조금 달라요. 이 글은 화자가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편지의 형식을 띄고 있고, 독자들은 글을 읽는다기보다 어딘가로 향하던 편지를 훔쳐본다는 느낌으로 「서른」의 '나'를 만나게 됩니다. 때문에 「서른」은 '나'는 내가 저지른 악행을 서술하는 장면은 단순한 서술을 넘어서 일종의 고해성사처럼 보이기도 해요.

 

  소설집의 마지막에 수록된 해설에서 문학 평론가 우찬제는 「서른」을 두고 '한 마디 한 마디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가슴에 쓴 소설', '매우 곡진한 어조로 인해 진정성이 느껴지는 소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서른」이 소설 속 인물이 소설 속 또다른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양식을 채택해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서른」의 어조가, 작품의 핵심인 '나의 흑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나는 죽지 않기 위해 다른 이를 살해했습니다. 이것을 두고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비록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악행을, 자신의 흑역사를 인정하고 바로 보는 것, 이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단편 「서른」 뿐만 아니라 『비행운』에 수록된 모든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서른」을 『비행운』의 가장 마지막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그래서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른」 중. 『비행운』을 통틀어 가장 아픈 문장이 여기에서 등장합니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이 문장에는 자신의 인생이 이 정도 선에서 더 오르지 않을 거라는 확고한 예감 같은 것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더 좋은 계급을 쟁취하기 위해 애를 쓰는 제자들(본인들은 자기가 그토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른다고 해도)의 인생 역시 그 정도 선에서 멈출 거라는 예감도 있고요. 아무튼 '나'는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을 보며 일종의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는 한편, 이 아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게 되는데, 결국 나중에 나는 살아남기 위해 나와 비슷한 인생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제자를 팔아치우게 됩니다. 『비행운』이 갈수록 견고해지는 도시의 변두리에 내몰려 말라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면, 「서른」은 그 틈바구니 안에서 내가 살기 위해 저질렀던 죄를 낱낱이 고백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서른」이 『비행운』의 마지막에 놓여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4. 「호텔 니약 따」: 생이 끝나도 비루한 삶은 끝나지 않을 거라는, 진짜 공포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은 「호텔 니약 따」였는데요, 사실 이 작품의 전개 방향은 은지가 서윤의 핸드폰 단축 번호 3번에 저장되어 있다고 말할 때, 그리고 서윤과 은지가 호텔 니약 따로 들어갈 때 이미 추측이 가능할 정도로 평이합니다. 단축 번호 1번과 2번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작품의 분위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고, 죽은 이가 꿈에 나타난다는 호텔 니약 따로 들어갈 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역시 짐작이 가능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서사가 어떻게 전개될 지 비록 짐작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것이 짐작할 수 있는 모든 방법 중 가장 아픈 방법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부분을 출장 갔다가 KTX를 타고 돌아올 때 읽었는데, 만약 사회적으로 울 수 없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 서른의, 얼굴에는 깎지 않은 수염이 텁수룩하게 자란 성인 남자만 아니었다면 정말 기차 안에서 펑펑 울었을 겁니다 ㅠㅠ)

 

  은지와 서윤은 비슷한 문화적 취향을 가지고 경제적으로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어쩐지 성격은 거의 정반대가 맞다 싶을 정도로 다릅니다. 은지는 어디에서나 당당하지만 조금 무례한 구석이 있는 반면, 서윤은 생각이 깊지만 무언가를 앞두고 망설이는 시간 역시 그만큼 길지요. 이들이 각각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된 기원이 저는 이들의 어린 시절에 있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지는 지금 서윤과 비슷한 경제적 처지에 놓여있긴 하지만 그래도 서윤보다는 조금 나은 위치에 있고 몇 년 전에는 지금보다도 경제적으로 훨씬 풍요롭게 살아갔던 것으로 묘사가 됩니다. 서윤의 경우 부모님 없이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 모아 서윤을 먹이고 입히고 재워온 것으로 묘사되구요. 결코 작지 않은 이러한 차이가 누적되어 은지와 서윤의 성격차를 만들었고, 그것이 여태 감춰져 있다가 여행길에서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난 것입니다.

 

  은지와 서윤이 베트남 국경으로 넘어가다가 크게 다투었던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한 아이가 은지의 캐리어를 낚아 채듯 들고 가고, 서윤은 그 아이가 다리를 절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은지에게 가방을 직접 들라고 소리를 치지요. 서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이가 다리를 절고 있다는 사실이 몇 년 전에 죽은 할머니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입니다. 호텔 니약 따에서 꾼 서윤의 꿈 속에서 할머니는 폐지를 주워 모읍니다. 대형 마트의 포장 코너에서 무언가를 포장하는 듯하며 몰래몰래 포장 상자를 챙기는 모습에 '할머니가 죽어서도 박스를 줍고 계실' 것만 같아 서윤은 한참을 울게 됩니다.

 

  이건 슬픈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살아서, 사회의 변두리에 내몰려 평생 힘들게 살아왔는데, 이제 죽어서 좀 쉬는가 했는데, 죽어도 그 힘든 삶을 계속 하게 된다는 것. 불행히도, 독자들 중 태반은 『비행운』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들이 나로부터 멀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살이 많이 붙고 때론 깎여서 상당히 극화된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철저히 시대적 현실에 기반을 두었고, 당연히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런데 그 앞에다 대놓고 그 비루한 삶, 죽어서도 이어질 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저주입니까. 공포가 무엇이고 두려움이 무엇이냐고 누가 제게 묻는다면 저는 군말없이 「호텔 니약 따」를 내밀 겁니다. 그리고 상대를 오랫동안 바라볼 겁니다.

 

「호텔 니약 따」 중.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 살아서 행복을 기다리는 일이, 그렇게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고통이었나 봅니다. 핸드폰 단축 번호 2번에 있었을 사람은 그렇게 서윤의 곁을 떠나갑니다. 1번에 있었을 할머니는 5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살아생전에 그렇게 고생을 하셨는데 이제는 돌아가셔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할 무렵에, 할머니는 죽어서도 폐지를 줍는 비참한 모습으로 서윤의 꿈에 등장합니다.

 

 

5. 김애란 소설이 아프지 않게 될 날을 기다리며

  2000년대 초반에 방영하던 한 시트콤에서 한참 유행했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청년 실업이 40만을 육박하는 이때에' 어쩌구저쩌구 하던 대사였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 대사를 보면서 모두가 웃어 넘겼을 겁니다. 오래지 않아 곧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믿음이 무색하게 청년 실업자 수는 여전히 40만명 수준에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은 채 머물러 있지요. 청년 실업자 수에 집계되지 않은 구직 포기자 수까지 합치면 200만에 육박할 거라는 무서운 이야기들이 세계의 종말을 알리는 예언처럼 간간이 들려오기도 하구요. 뉴스에서는 종종 그 시트콤이 방영되던 10년 전에 비해 나라 경제가 나아졌다고 하는데, 청년들에게는 아직도 겨울입니다. 분명한 건 이 나라가 청년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에요.

 

  김애란 작가는 이 땅의 청년들, 사회 구조의 틈바구니에 끼여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우리 청년들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들을 많이 그려왔습니다. 데뷔작인 「노크하지 않는 집」은 똑같은 집기들을 들여놓고 똑같이 생활하는 청년들의 고시원 풍경을 묘사함으로써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강요받는 도시 청년의 삶을 그려냈고, 그 이후에도 김애란 소설의 청년들은 반지하방과 옥탑방을 전전해야만 했습니다. 사랑했지만 그 사랑, 대개 굴욕으로 끝났고, 풍요를 꿈꿨지만 그 기대, 깨어지기 일쑤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집 『침이 고인다』까지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는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비행운』에서는 기어이 끝을 봅니다. 「벌레들」에서 '나'는 내 아이의 계급을 지켜주기 위해 살인하기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기어이 벼랑 아래의 재개발 단지로 전락하고, 「물속 골리앗」에서 '나'는 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골리앗 크레인에 다시 서게 되며, 「서른」에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내가 죽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제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기에 이르지요.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의 계급을 지키거나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려는 이 모든 노력들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거나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비정한 사투와 그것들로 점철된 비루한 일상이 죽어서도 계속될 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상상이 바로 「호텔 니약 따」에서 보여졌구요.

 

  한 시대의 풍경은 그 시대에 잘 팔리는 책의 제목으로 알 수 있다고, 저는 믿어요. 거기에는 구매자들의 욕망이 가장 정직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IMF 이후로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서점을 휩쓴 책들은 대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같이, 부자가 되거나 사회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처세술서였지요. IMF 직후 사회의 변두리로 몰려 힘든 삶을 이어가게 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개 부자와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정해져 있고, 그 숫자가 갈수록 줄어가며, 그것도 대물림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도록 변해가고 있는 사회 구조에 있었다고 봅니다. 당연히 그런 책들을 읽어서 부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게 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그 후로도 가난하고 힘든 삶은 계속됩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도서 매출 상위 리스트는 전부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위안을 주는 책들로 채워져 있지요. 몇 년 사이에, 부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겠다는 그간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정서적으로 지친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멘토링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힘든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게 아직 자신이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같은 위로나 멘토링 열풍들이 개인에게나 사회적으로나 긍정적인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구조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든 삶을 이어나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고, 여기에 가속까지 붙어 그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도록 되어 있는데, 그 문제를 희망을 잃은 자기 자신에게서만 찾고, 희망을 가지면 될거야, 내가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거라고 믿는 그 순진한 믿음들이 과연 얼마나 유효한 것인지. 개인적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고 안 되는 것과 안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무엇인지, 그 원인은 어디에서 오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안에서 만족하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당당하게 요구하고요. 좋은 텍스트는 바로 이것을 정확히 알려주는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비행운』은 요즘 시대에 흔치 않게 훌륭한 텍스트 중 하나라고 보고요.

 

  어쨌거나 분명한 건 우리는 지금 녹록치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비행운』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우리 시대를 가장 성실히 묘사해 왔고, 그래서 늘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비행운』을 읽는 동안에도 속으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나로부터 멀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요. 『비행운』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지게 된 두 가지 바람이 있었는데, 한동안 비-행운의 시대는 계속될 것 같고, 그래서 이런 바람을 가져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이 바람, 조심스레 말해보자면, 하나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이 앞으로도 어떠한 타협 없이 여전히 시대를 관통하는 텍스트로서 남아 주는 것, 다른 하나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앞으로는 김애란 소설을 읽고 아플 일이 없을 것. 시대를 정확히 관통하지만 그 시대가 더이상 아프지 않기 때문에 읽어도 아프지 않을 소설을 보는 것. 첫 번째 바람은 그런대로 이루어질 것 같다는 확신이 서는데, 두 번째 바람은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알 것 같네요. 살아생전에 아프지 않은 시대를 만나는 것,

 

가능할까요?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중.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장면, 죽은 아내가 직접 녹음한 테이프에서 흘러 나오는 아내의 중국어 문장을 그대로 따라하는 장면. 여기에서 등장하는 두 문장,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와 "여기서 멉니까?"는 용대를 포함한 『비행운』의 작품들 속 주인공들의 현재 위치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없고 그곳에 있을(있을지도 알 수 없는), 그러나 그곳까지는 너무 먼, 내, 자리. 내 자리. 모두가 자기 자리를 찾는 날, 그래서 시대를 날것 그대로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김애란 소설이 아프지 않을 날, 그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기다려 봅니다.

 

 

블로그 : http://blog.daum.net/kom1029/256

김애란 작가 팬카페. 놀러오세요! : http://cafe.naver.com/aera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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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리고 다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얼*달 | 2021.01.1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비행운'이라는 제목의 곡이 라디오에서 많이 나오던 시기에 나는 이 단어가 비행과 관련된 행운을 뜻하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내가 이해한 그 뜻대로면 요즘처럼 팬데믹 상황에 비행기타고 여행갈 기회가 없는 우리는 비행운이 지지리도 없는 셈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알게된 이 <비행운>의 진짜 의미는 높은 고도에서 비행기가 지나가며 엔진에서 배출된 수증기가 차가운 외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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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이라는 제목의 곡이 라디오에서 많이 나오던 시기에 나는 이 단어가 비행과 관련된 행운을 뜻하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내가 이해한 그 뜻대로면 요즘처럼 팬데믹 상황에 비행기타고 여행갈 기회가 없는 우리는 비행운이 지지리도 없는 셈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알게된 이 <비행운>의 진짜 의미는 높은 고도에서 비행기가 지나가며 엔진에서 배출된 수증기가 차가운 외부 공기와 만나면서 급격한 기온 변화로 생긴 하얀 구름을 가리켰다. 마치 이 작품 속 인물들이 삶에 대한 애착과 기대로 뜨겁게 품었던 마음들이 한순간 좌절돼 얼음처럼 차가워지고 말듯이 그런 심정의 변화에 남은 상처같은 구름 자국이었다. 책의 뒷편에 실린 글에서 평론가는 '아닐 비'로 풀어 작품 속 인물들이 행운이 따르지 않는 비 행운에 처해 곤란해하는 것으로 이 단어를 이해하기도 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재미있는 한글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김애란 작가의 작품 보다 귀에 먼저 들렸던 노래 비행운의 가수는 아쉽게도 김애란 작가에게 허락도 맡지 않고 책 구절과 감상을 갖다써 표절했으며 거기다 몰카범으로 잡혀 부끄러운 뉴스만 남겼던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노래는 이제 그만, 김애란 작가의 이 책만으로 <비행운>을 기억할 것이다.

김애란 작가의 작품은 딱히 행복할 일이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인물들을 독자들이 느끼는 불안한 예감대로 질질 절망을 향해 끌고 가다가 오도가도 못하게 좌절의 구덩이에 내던지고 가는 것 같다. 나몰라라 하지만 답도 없는 이 비극을 우리가 바꿀 도리는 없어보여 망연자실하고 괴로워 견딜 수 없다. 마치 독자가 바라보지 못했던 세계에 이런 불편함이 있음을 인식시키고 뭐라도 하라고 그들을 위해 또 너를 위해 모두를 구원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것 같다.

마음이 통한다 믿어 오랜만에 온 연락이 와 들뜨게 만들었던 대학때 짝사랑 선배는 자신의 뚱뚱한 몸을 방송에 이용하려 하는 변변치않은 방송국 스탭이 되었고 어릴 적 자신을 익사위험에서 구해준 남자동기는 세상을 떠나 여주인공을 울게 하고 (너의 여름은 어떠니), 없는 살림에 재개발 지역의 허름한 주택에서 갖가지 벌레의 출현으로 괴로워하다 벌레를 죽이려는 공격성에 오히려 결혼반지를 창문에서 떨어뜨리고 그걸 찾겠다고 새벽에 건물 잔해에서 양수가 터져 듣는 이도 없는데 홀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임산부도 있다(벌레들).

그런가 하면 어마어마한 홍수로 재개발 아파트에 고립돼 있다 당뇨로 죽은 어머니의 시체를 가지고 뗏목을 만들어 탈출하다 크레인 위에서 체불 임금을 요구하다 실족사한 아버지처럼 크레인 위에 가까스로 도착해 불안한 채 흔들리며 버티고 있는 소년, (물속 골리앗) 조부때부터 성공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흑수저로 살며 택시운전하다 조선족 아내를 만나 이제 행복을 꿈꿔볼까 하던 찰나 병으로 아내를 잃고 밤에 운전하면서 중국어 몇마디를 배우며 현실을 버티고 있는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도 불편하다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추석을 맞아 여행떠나는 사람으로 가득한 공항에서 원형탈모 머리를 감추고 고단하게 일하는 청소 노동자가 교도소에서 보내온 아들의 편지에 한가닥 희망을 품었다가 엄마 마음도 모른 채 사식 넣어달라는 편지 한줄만 남겨 한톨만한 희망마저 날아가 버리는 처절한 쓸쓸함을 목격하게 한다(하루의 축).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자기 소비수준보다 과한 비용을 들여 손톱관리를 받지만 하이힐을 신고 걸어온 탓에 땀범벅이 된 채 부케를 받고, 여행가방을 준다는 말에 카드를 만들어 부케를 여행가방에 넣어 힘들게 끌고 다니다 부케는 망가지고 친구와 맥주한잔 하려 연 캔뚜껑 때문에 관리받은 손톱마저 부러지고, 여행가자던 친구는 여행을 못간다해 수준에 맞지 않는 꿈을 꾸는 것이 죄인양 20대 여성의 꿈조차 바스라지는 순간을 보게한다 (큐티클).

두 친구가 여행을 떠나지만 중산층에 거침없고 자유롭게 살던 은지와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의 서윤이 여행지에서 간극을 발견하면서 거리감을 느끼게 되고, 죽은 사람을 꿈에서 볼 수 있게 한다는 호텔에서 자는 동안 죽어서도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보고 괴로워하는 서윤의 그늘을 통해 좁힐 수 없는 빈부의 차를 새삼 깨닫게 한다(호텔 니약 따). 열심히 살았지만 학자금 대출빚에 허덕이고 학원선생 노릇을 하며 근근히 살다 선배에 의해 다단계에 빠지고 거기서 나오기 위해 자신을 따르던 학원생을 끌어 들였다 그 학원생이 자살시도로 식물인간이 돼 망연자실한 채 서른을 맞는 여성의 이야기도 전한다. 선생으로서 학원생을 바라보며 가졌던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라는 생각처럼 어린시절의 꿈은 현실에 부딪혀 곧 사그라질 것이고 이 고단하고 슬픈 현실은 뒤에 올 이들에게도 되풀이될 수 밖에 없음을 회의적으로 이야기한다. (서른)

작가가 실낱같은 희망을 한군데도 남겨놓지 않았다 여겨지기도 했지만 산자는 살아내야하기에 긍정의 마음으로 흔들릴지언정 작은 점 같은 희망을 찾는다.

유토피아를 아직 놓치 못하고 중국어를 배우는 택시운전사, 언제고 떠날 수 있는 여행용 가방이 생긴 20대 여성, 첫사랑 선배는 뒤통수쳤을지언정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가 물 속에서 건져 살려낸 아이의 기억이 있는 그녀, 그동안 어떻게 살았든 앞으로 더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믿어도 좋을 아직 서른인 주인공,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그래도 아마 어떤 의미로든 다시 친구일 두 사람, 교도소에서 출소하면 이제 잘 살 수 있는 아들을 기다릴 수 있는 청소노동자, 높은 크레인 위에 있으니 아마 구조 헬리콥터에 의해 발견될 소년도 있다. 새벽에 낯선 곳에서 양수가 터진 임산부의 상황은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좋을지 곤란하지만 임산부나 아기는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위기를 모면할 기회를 갖고 마침내 살아남으니 클리쉐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조차 내가 오해했듯 비행을 할 수 있는 행운으로 이해하고 팬데믹 상황이 종식된 후 모두에게 그러한 비행할 수 있는 행운, 비행운이 닿기를 빌려 한다. 표지의 그림처럼 나를 방어할 어떤 것도 갖추지 못한 벌거벗은 몸으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살아있으니 완벽하고 안정된 삶은 애초에 없을테니 이렇게 흔들거리며 가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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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비행운 : 차고?습한?대기?속을?나는?비행기의?자취를?따라?생기는?구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노***기 | 2020.09.2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글이 간결하고 깔끔해 어렵지 않게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현실적이고 내 주변 누군가가 겪었을 법한 이야기이다.사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어둡다기보다는 너무 현실적이라 먹먹하다는 표현이 좀 더 맞을 것 같다.#책에대한기록비행운 : 차고 습한 대기 속을 나는 비행기의 자취를 따라 생기는 구름서른에 이런 문장이 있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
리뷰제목
글이 간결하고 깔끔해 어렵지 않게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현실적이고 내 주변 누군가가 겪었을 법한 이야기이다.

사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어둡다기보다는 너무 현실적이라 먹먹하다는 표현이 좀 더 맞을 것 같다.

#책에대한기록
비행운 : 차고 습한 대기 속을 나는 비행기의 자취를 따라 생기는 구름

서른에 이런 문장이 있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책의 제목이 와닿는 부분이었다.

#너의여름은어떠니
p.14
아마, 그래서였을 거다. 훗날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어냐고 물어왔을 때,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이라 답한 것은.

#큐티클
p.208
열차가 덜컹일 때마다 내 속에, 그리고 캐리어 속 텅 빈 어둠이 표 안나게 흔들렸다.

#서른
p. 293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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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93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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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2점
약간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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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 2021.02.16
구매 평점5점
재밌어요 역시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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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 | 2021.02.05
평점4점
생각보다 우울해요...하지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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뉸**나 | 20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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