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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의 과학

도핑의 과학

: 경기장을 뒤흔든 금지된 약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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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522g | 153*224*21mm
ISBN13 9788990247803
ISBN10 8990247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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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발각되면 기록과 메달, 신뢰와 명성을 모두 잃게 되는 도핑. 그런데 왜 선수들은 쌓아온 것을 전부 걸고서 약물에 손을 댈까? 스포츠 역사에서 도핑의 등장부터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비밀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았다. 나아가 트렌스젠더 선수에 대한 논의 등 지금 주목할 주제들이 가득하다. - 자연과학 MD 김주리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스포츠 역사를 뒤흔든 약물들

1부 또렷한 정신
마약은 경기력을 향상시킬까? - 코카인과 자극제
ADHD와 도핑의 상관관계 - 암페타민과 신경 도핑
감기약과 맞바꾼 금메달 - 에페드린과 클렌부테롤
잘 쓰면 축포, 못 쓰면 오발탄 - 프로프라놀롤과 베타 차단제

2부 탄탄한 근육
스포츠 역사를 바꾼 냉전의 산물 - 스테로이드
울룩불룩 근육 만들기의 뒤안길 - 단백동화 남성화 스테로이드
도망가는 선수, 뒤쫓는 검사관 - 디자이너 스테로이드
실력도 키처럼 자랄 수 있을까? - 성장 호르몬

3부 견디는 힘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의 매력 - 고지대 훈련
피로 더럽혀진 승리의 비밀 - 혈액 도핑
신세계와 심장마비 사이를 달리다 - EPO

4부 유용한 도구
수영복은 복장일까, 도구일까? - 수영복과 기술 도핑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불공정 - 자전거와 기계 도핑
블레이드 러너의 비상과 추락 - 장애인 선수의 보조기구
수술은 도핑의 영역일까? - 토미 존 수술

5부 복잡한 성별
그 선수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 성별이 모호한 선수
트랜스젠더 선수, 경기장에 등장하다 - 성별을 바꾼 선수

에필로그: 그리고 스포츠는 계속된다

약물 색인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했다. 도핑 역시 마찬가지이다. 10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인체의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권장의 대상에서, 국제 대회에서 정치 체제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선전 도구로, 이어서 선수 개인의 건강을 해치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축출의 대상으로 성격이 바뀌어 왔다. 선수들이 어떻게 약물을 복용했는지, 스포츠 단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약물 검사를 시행했는지,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도핑과 반도핑 진영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살펴보는 것은 단순히 도핑의 역사만 되짚는 일이 아니다.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스포츠계가 어떻게 흘러나갈지를 예측하고 미리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도핑에 대한 논의에는 각 시대의 의학, 과학, 문화, 윤리 등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변화상을 읽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 p.9~10, 「프롤로그」 중에서

코카인과 관련된 긍정적인 일화와 초창기 연구 결과는 실제 사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생리적으로 코카인이 운동 능력에 영향을 끼칠 만큼 대사 작용을 활성화시킨다는 근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써 보니까 좋던데”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선수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카인이 유발한 고양된 기분과 명료해진 사고 때문일 수 있다. 연습할 때 기술 습득이 용이해지고, 경기에 임할 때도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보면 실제 경기력이 향상된 것이 아닌데도 좋아진 것으로 잘못 느끼게 된다.
--- p.21, 「마약은 경기력을 향상시킬까?」 중에서

미국의 릭 데몬트는 에페드린 도핑으로 유명해진 선수 중 하나이다.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에 16세의 나이로 출전한 그는 남자 자유형 400미터 경기에서 4분 0초 26을 기록하며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소변 검사에서 에페드린이 검출되면서 사흘 뒤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데몬트는 매우 억울했다. 어릴 적부터 천식이 있던 그는 천명(wheezing) 증상 때문에 400미터 경기 당일 아침 일찍 마락스라는 천식 약을 세 알 복용하고 팀 닥터에게 이를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 닥터가 도핑 검사관에게 이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 p.54, 「감기약과 맞바꾼 금메달」 중에서

동독 정부가 선수들에게 몰래 투여한 AAS는 근육을 키우고 힘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단백동화뿐만 아니라 남성화 효과도 같이 일어난 것이다. 여자 선수들의 목소리가 남자처럼 굵어지고, 온 몸이 털과 여드름으로 뒤덮였다. 동독의 의료진과 체육 관계자는 남성화 부작용을 인식했지만, 도핑으로 거둘 수 있는 성과가 컸기에 부작용을 외면하거나 무시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사람들이 동독 여자 선수들의 굵은 목소리를 지적하자 코치는 짧게 받아쳤다. “우리는 노래가 아니라 수영을 하러 왔습니다.”
--- p.100, 「스포츠 역사를 바꾼 냉전의 산물」 중에서

벤 존슨이 스테로이드를 시작한 것은 1981년이었다. 당시 그의 코치 찰리 프랜시스는 오래전부터 동독의 선수 지원이나 운영 방법에 경도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지도하는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신 훈련법, 마사지, 물리치료와 함께 약물도 은밀히 도입했다. 1981년 그는 성인이 된 존슨에게 스테로이드 사용을 권유했다. 비록 약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경기력의 1퍼센트라 하더라도 엘리트 선수 수준에서는 이처럼 미세한 기량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스테로이드가 육상계에 만연한 것과 누가 어떻게 실력이 향상되는지를 알고 있던 존슨은 며칠 뒤 덤덤하게 약물 복용을 시작했다.
--- p.108, 「울룩불룩 근육 만들기의 뒤안길」 중에서

갑작스런 체형의 변화와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기량에 본즈가 AAS 같은 일련의 약물을 복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넘쳐났다. 하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당시 미국 프로야구는 반도핑의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던 국제적인 분위기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1991년 AAS가 금지 약물 목록에 추가되었지만 2004년까지 실질적으로 검사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만약 도핑 검사가 시행되었더라도 본즈는 적발되지 않고 오히려 깨끗하다는 면죄부를 받아 더 의기양양해졌을 수 있다. 그가 복용했던 약물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AAS였기 때문이다.
--- p.125, 「도망가는 선수, 뒤쫓는 검사관」 중에서

골수에서 적혈구 생산을 증가시키는 EPO는 출시 직후부터 운동 생리학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앞서 소개했던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수혈의 효과를 처음 규명한 스웨덴의 비에른 에크블롬 교수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15명의 남성에게 EPO를 주입하면서 이들의 최대산소섭취량을 살펴봤다. 몇 주 뒤 이들의 최대산소섭취량은 약 10퍼센트 상승했다. 그는 1990년 한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에게 나타난 운동 능력의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건 마치 100미터 달리기 경주에 참가할 때 10미터 앞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습니다.”
--- p.192~193, 「신세계와 심장마비 사이를 달리다」 중에서

까만 상어 같은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의 등장은 다른 종목보다 비교적 규칙이 단순한 수영 경기에도 최신 과학기술이 파고들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일각에는 첨단 수영복이 스포츠의 윤리성과 진실성, 순수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염려도 존재했다. 2000년 4월 미국의 브렌트 러셀 교수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보낸 문서에서 우려를 이렇게 표명했다. “과거에는 선수의 기량만이 경기를 결정지었지만, 이제는 기량과 도구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 (…) 연습을 많이 한 가장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경기력을 최고로 향상시키는 수영복을 입은 선수에게 금메달이 돌아갈지도 모른다.”
--- p.215~216, 수영복은 복장일까, 도구일까?」 중에서

“만약 마이크 타이슨이 치마를 입고 해머던지기 여자 경기에 참가하기를 원한다면, 괜찮나요?” 2014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열린 생명윤리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질문했다. 활발한 의견 교환을 위해 던진 장난스러운 질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성전환, 특히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선수에 대해 품을 수 있는 흔한 궁금증을 담고 있는 질문이기도 했다. 한때 남자였던 티파니 아브레유, 조안나 하퍼, 크리스틴 월리가 남성 호르몬을 낮추고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고 여자 경기에 아무런 제약 없이 참가해도 되는 것일까?
--- p.308, 「트랜스젠더 선수, 경기장에 등장하다」 중에서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그룹 아바(ABBA)의 노래 제목처럼 승자독식(The winner takes it all)의 세계이다. 체흐 라슬로라는 이름의 선수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수영 세 개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이다. 해당 종목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와의 기록 차이는 불과 0.6퍼센트, 1.7퍼센트, 1.0퍼센트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이클 펠프스는 알아도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당시 라슬로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헤엄친 선수였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기량이 종이 한 장 차이인 정상급 선수들은 도핑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약물이나 도구의 도움으로 성적에 작은 차이만 만들 수 있어도 돌아오는 결과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 p.313, 「그리고 스포츠는 계속된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100미터 달리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벤 존슨이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이 나와 금메달이 박탈됐을 때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벤 존슨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달렸던 8명 중 6명이 도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1988년 올림픽 남자 100미터 달리기 경기는 ‘역사상 가장 더러운 경주’로도 불린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2015년 도핑 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던 사건도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박태환은 담당 의사가 권유한 주사에 금지 약물 성분이 포함된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원칙에 따라 18개월 동안 자격이 정지됐다. 이후 대한체육회가 ‘도핑을 한 선수는 3년 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바꿔가면서 그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시키자 불공정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중국의 금메달리스트 수영 선수 쑨양이 도핑 검사 방해 혐의로 4년 이상의 자격 정지를 받아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도핑을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쑨양이 검사를 거부하며 혈액 샘플이 담긴 병을 깨뜨리고 보고서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도핑은 스포츠 규정상 명백하게 금지된 행위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편법’으로 여겨지는 도핑은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의 몸과 정신을 해치기도 한다. 또한 도핑 사실이 발각되면 선수는 신뢰와 명성, 그간의 기록을 모두 잃는다. 그런데 왜 운동선수들은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약물에 손을 댈까? 약물은 정말로 경기력을 향상시킬까? 경기력 향상 약물은 신체에 어떻게 작용하고, 선수의 몸에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사실 우리는 도핑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정신과 의사가 쓴 이 책은 우리가 막연하게 ‘나쁜 일’, ‘불법’이라고만 생각했던 도핑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다. 언제부터 선수들이 약물로 기량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는지 도핑의 역사를 훑어보고, 약물들이 어떤 원리로 선수의 몸에 작용해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빛나는 스포츠 스타들에 얽힌 흥미로운 도핑 스캔들은 덤이다. 스포츠 경기의 찰나의 순간에 웃고 우는 사람이라면, 어느새 책 속에 빠져들어 선수들의 피와 땀과 눈물에 얽힌 도핑의 과학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도핑!
감기약 한 알 때문에 금메달이 취소된 억울한 사연?
우리가 몰랐던 눈물의 스포츠사


스포츠 역사에 ‘도핑’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언제일까? 놀랍게도 100여 년 전만 해도 약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스포츠가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스포츠를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활동으로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변화하자 건강을 해칠 때까지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들이 늘어났고, 본격적으로 스포츠 단체의 반도핑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도핑’이라는 단어에서 어둠의 세계에서 거래되는 불법적인 약물을 먼저 떠올리지만, 경기력 향상 약물 또한 ‘약물’이기에 의료 목적의 처방과 도핑의 경계가 모호한 사례도 많다. 어떤 약물들은 선수에게서 검출되면 도핑 판정이 내려지지만, 병원이나 약국에서 일상적으로 처방되기도 한다.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핑을 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반도핑 규정이 자리를 잡아가던 중 억울하게 도핑 판정을 받은 선수들도 있었다.

특히 감기약과 알레르기 및 천식 치료제에 많이 사용되는 에페드린 성분은 여러 피해자를 낳았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수영 선수 릭 데몬트는 천식 약을 복용했다가 도핑 검사에서 에페드린이 검출돼 도핑으로 처리됐고, 2000년 루마니아의 체조 선수 안드레아 라두칸은 37킬로그램의 작은 체구 때문에 감기약 한 알을 먹고도 혈중 에페드린 기준을 넘겨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의학계와 한의학계의 이원화된 의료 구조 때문에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7년 국내 프로야구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임석진이 마황이라는 약재가 들어간 한약을 잘못 먹었다가 도핑 검사에서 에페드린이 검출됐던 것이다. 이 책은 도핑을 피하기 위해 감기약과 한약마저 조심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며, ‘도핑’이라는 단어의 껍질을 벗기고 약물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준다.


냉전 시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도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교묘하게 도핑 검사를 빠져나간 선수들의 비밀
진정한 스포츠 정신과 공정한 경쟁은 무엇일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치열하고 조용한 경쟁을 벌일 때, 미국과 소련은 스포츠를 통해 각각의 체제를 선전하고 상대보다 우월한 지위를 뽐내기를 원했다. 이 시기에는 운동선수의 도핑이 국가 차원에서 계획되었다. 냉전 시대 국가적 도핑의 선두를 달린 나라는 동독이었다. 당시 동독은 분단된 후 민주주의를 꽃피우지 못하고 불황에 시달렸고, 국가의 자존심을 회복하려 국제 운동 경기에서 성과를 내는 데 골몰했다. 동독 스포츠계의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비타민이라고 속인 후 단백동화 남성화 스테로이드(anabolic androgenic steroid), 즉 AAS를 건넸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 40개를 획득할 정도로 약물의 효과는 탁월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여성 선수들은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났으며,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성전환 수술을 받기도 했다. 독일이 통일된 후 도핑을 주선한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육체에 피해를 끼친 혐의로 독일 대법원에서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동독의 국가적 도핑은 아직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몰래 재현되고 있다.

도핑을 잡아내려는 검사관과 기를 쓰고 검사를 빠져나가려는 선수의 쫓고 쫓기는 역사를 박진감 있게 풀어낸 점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교묘하게 도핑을 시행했던 선수들 중에는 우리의 귀에 익숙한 스포츠 스타도 있었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타자 배리 본즈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스테로이드를 찾아내 사용하며 미꾸라지처럼 도핑 검사를 빠져나갔다. 본즈는 당시 시행되던 검사의 허점을 이용해 AAS 주사와 바르는 스테로이드 크림을 동시에 이용하고, 여성 호르몬까지 사용해 도핑을 감추는 치밀함을 보였다.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전역을 달리는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에서 연속 7회 우승했던 사이클의 영웅 랜스 암스트롱은 사실 EPO(에리스로포이에틴) 도핑의 화신이었다. 적혈구 양을 늘려 산소섭취량을 향상시키는 EPO는 인간의 신체에서 자연히 만들어지는 물질이기 때문에 검출이 쉽지 않았다. 암스트롱은 도핑을 들키지 않으려 동료를 공범으로 만들거나 상급 기관에 뇌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책 속의 기상천외한 도핑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든 검사를 피해 기량을 향상시키려는 선수와 지도자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금지 약물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도핑을 한 발 앞서 찾아내는 검사관들이 벌이는 치열한 두뇌 싸움에는 감탄마저 나온다. 또한 여전히 도핑이 만연한 스포츠계의 현실을 바라보며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스포츠 세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진정한 스포츠 정신과 공정한 경쟁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수영 선수의 수영복, 사이클 선수의 자전거는 도핑일까?
의족을 한 장애인 선수와 트랜스젠더 선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핑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관점을 제시하다!


도핑의 범위는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선수의 건강을 위협하는 약물이나 도구,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물질이나 기술’로 정의되어 있다. 선수들은 약이나 주사 같은 약물뿐만 아니라 도구나 기술의 도움을 받아 실력이 향상되기도 한다. 만약 시대가 지날수록 발달하는 과학기술이 선수의 노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을 때, 우리는 그 기술도 도핑으로 규정해야 할까? 이 책은 첨단 기술을 도입한 수영복, 공학 기술이 집약된 자전거를 예로 들며 ‘도핑’이라는 개념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다. 저자는 장애인 선수가 착용하는 의족과 투수가 받는 팔꿈치 수술을 이야기하며 기술 도핑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그 기술이 경기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사실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또한 이 책에서는 성별이 모호하게 태어난 간성(intersex) 선수나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transgender) 선수를 두고 벌어진 논란들을 소개한다. 생식기, 성 호르몬, 염색체 구조 등이 여성이나 남성으로 나뉘지 않는 간성 선수들은 오랫동안 여장 남자 선수로 오해받거나 도핑을 한 선수처럼 취급받았다. 최근에는 성별을 변경한 트랜스젠더 선수들도 경기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개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간성 혹은 트랜스젠더 선수에 관한 논란은 쉽게 정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모든 사람이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며, 이런 논란은 성소수자 인권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저자는 비록 소수의 사례일지라도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도핑의 범위와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밝히다!
기술 도핑과 신경 도핑의 시대, 도핑의 미래는?
스포츠와 스포츠맨십을 사랑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체흐 라슬로(Cseh Laszlo)라는 이름의 선수를 들어본 적 있는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은메달 세 개를 획득한 수영 선수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이클 펠프스는 알아도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게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기에 정상급 선수들은 도핑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약물이나 도구의 도움으로 작은 차이만 만들 수 있어도 돌아오는 결과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기장이 일터가 되는 프로 스포츠에서는 경기력이 수입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실력이 향상되어 몸값이 올라가면 도핑이 적발돼도 계약 조건은 향상되는 것이기에 선수들은 도핑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다. 우리가 그저 ‘약쟁이’로만 치부했던 선수들에게는 이런 사정과 고민이 있는 것이다. 무한 경쟁의 스포츠 세계를 직시하며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분명 경기력이 뒤처지던 선수가 약물이나 도구의 힘으로 갑자기 탁월한 기량을 선보일 때 당신이 운동선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그래도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되뇌며 독야청청한 태도를 견지하겠는가? 아니면 도핑을 통해 불공정하게 기울어진 현실을 바로잡아 역설적으로 공정함을 회복하겠는가? (…) 선수와 지도자가 규정의 빈틈을 합법적으로 파고들어 늘 한 발 앞서가는 상황에서 세계반도핑기구와 도핑 사냥꾼은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도핑이 과거처럼 약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도구나 기계로 확대되는 현실에서 도핑을 그냥 방치하면 스포츠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314-315p)

구조적으로 도핑이 만연한 환경에서 선수 개인의 선의와 도덕성만 바라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도핑을 하는 선수들만을 따로 모아 별도로 경쟁하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적발되었을 때 벌점을 부과한 뒤 벌점이 쌓여 기준을 넘으면 규제하자는 절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는 최선을 다해 노력한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고 결과를 쟁취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 스포츠계, 의학계, 사법계 및 사회 전체가 도핑에 대해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스포츠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때로 실수하고 넘어지는 선수들도 포용하자”는 말로 책을 맺는다. 코로나19 시대의 올림픽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스포츠와 스포츠맨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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