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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디언의 굴레

: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

리뷰 총점9.7 리뷰 3건 | 판매지수 6,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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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24g | 135*210*20mm
ISBN13 9791190955454
ISBN10 119095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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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남부지방에서 동서로 나뉜 투표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전라디언의 굴레』를 쓴 조귀동 저자는 이를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니라 호남을 향한 차별과 배제의 결과로 본다. 호남을 향한 지역차별, 저발전, 경제구조, 부패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세습 중산층 사회』 저자 조귀동의 두 번째 책
“매년 5월과 선거철에만 소환되는,
‘전라도인’이라는 이등시민에 관하여”


여기,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모순이 두텁고도 끈끈히 덧얽힌 호남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정교히 뜯어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세습 중산층 사회』를 통해 불평등 사회에 날카롭고 묵직한 화두를 던졌던 저자가 이번에는 보편의 문제와 특수한 사정이 옭아매는 한국 내 유일한 지역 “호남”에 주목한다.

책은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살펴본다. 지역차별, 저발전, 불평등, 산업 및 경제 구조, 부패와 무능, 취약한 지역정치 구조와 거버넌스 등 오늘날 호남이 안고 있는 중층적 모순을 들여다본다.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를 그려낸 『전라디언의 굴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며 / 광주로 가는 길

지역의 풍경: 빽빽한 아파트와 텅 빈 구도심│왜 ‘낡은’ 호남문제를 들추는가│자립을 위한 직시│글의 구성│함께 쓴 사람들

1장 반도의 흑인 또는 아일랜드인

호남문제는 인종 문제다│전라디언의 탄생Ⅰ: 명문고와 엘리트 경쟁│전라디언의 탄생Ⅱ: 도시 하층 노동자의 대군│정체성의 형성: 5·18과 야구│진짜 호남인은 이중차별을 받는다

2장 ‘산업화 열차의 꼬리칸’이라는 문제

남강의 지주는 휴대폰을 만들고, 영산강의 지주는 폰팔이를 하지│“광주는 핵심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어요.”│건설업만 우뚝 서 있는 곳│소득과 불평등의 상태│‘헬호남’을 떠나는 청년들

3장 흔들리지 않는 패권, 민주당 초우위의 비결

지역패권정당의 역사적 기원│인구 150만-당원 35만 사회의 작동 방식│호남은 왜 ‘대세추종형’ 지지를 하는가│민주당: 호남당에서 마포·용산·성동의 당으로│취약한 대안│지역정치의 정체와 낙후

4장 부패와 무능의 도시

학동 참사가 보여주는 지역의 부패│기득권 이익 수호 카르텔│메가 프로젝트의 총체적 난국: 아시아문화전당의 경우│팽배한 비관론: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5장 지방지배체제의 균열

텅 빈 고속도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주변부화되는 지역│왜 광주만 코스트코·스타필드가 없나요?

6장 이중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소수파의 지방의회 진출을 보장하라│독자적 발전 모델, 독자적 경제권의 창출│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나오며 / 호남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중앙 정치권력 의존의 악순환│익숙함과의 결별이 필요하다│스스로의 필요와 언어로 구축된 담론을 만들자


참고문헌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호남문제에는 오랫동안 이어진 저발전과 그로 인한 불평등, 지역차별로 형성된 강렬한 정체성, 중앙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된 지역 거버넌스 등이 복합적으로 꼬여 있다. 가령 저발전의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산업화 시절 있었던 투자 부족을 넘어서서, 그로 인해 지금까지 자생적인 발전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아야 한다. 기업가를 시작으로 전문 지식과 네트워크를 갖춘 인력, 발전과 성장을 이끌어낼 앙트레프레너십(기업가 정신)과 경험의 부족까지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역 내 기업가와 중산층의 층위가 얇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정치 및 행정 우위의 사회를 만들어낸다. 이는 민주당계 정당이 모든 사회 집단을 대표하는 지역패권정당으로 작동하는 것과 맞물려,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는 후진적 거버넌스를 낳는다. 지역사회의 부패와 무능은 구조적인 것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자원 투입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도 낮아진다. 결국 호남 내에서 계속되는 저발전은 그 함정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구조에 원인이 있다.
---「들어가며」중에서

이들은 지상파 방송에서 깡패나 하층민이 쓰는 서남 방언을 언어 습관에서 재빨리 지웠고 자녀의 호적을 바꾸는 등 전라도 사람임을 숨겼지만, 꼬리표를 떼어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겪었던 차별과 배제의 경험은 오히려 ‘호남 사람’이라는 지울 수 없는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갖도록 이끌었을 것이다.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는 집단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주된 경로 중 하나가 바로 차별과 배제의 경험이다. 피식민지 국가의 민족주의 발생 과정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1장 반도의 흑인 또는 아일랜드인」중에서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의 기업가들은 지연, 학연, 혈연이 제공하는 네트워크에 의존해 사업을 했다. 기업가들을 키워주던 정치인, 군인, 고급 관료도 지역 기반 네트워크의 일원이었다. ‘한강의 기적’이 일어날 당시 전통적인 농촌 사회에서 갓 벗어나는 단계였던 터라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재벌이 없다는 것은 호남인들이 그 재벌과 거래해 기업을 키우거나 고위 임원, 전문가 등으로 경력을 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결국 산업화로부터 소외되면서 호남 사람들은 기업도, 기업가도, 근대적 기업 활동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도 얻을 수 없었다.
---「2장 ‘산업화 열차의 꼬리칸’이라는 문제」중에서

이 같은 논점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지역 내 다양한 사람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치 영역에서 관철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우월적 지위가 재생산되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분석해야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이라는 ‘중앙정치’뿐만 아니라 각급 지자체와 지방의회라는 ‘지역정치’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어떻게 다양한 유권자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대립을 중재하며,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수렴시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앙과 지역의 정치 엘리트는 어떤 관계를 맺어나가는지 등의 의문에 답하는 과정이 이른바 ‘호남 정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3장 흔들리지 않는 패권, 민주당 초우위의 비결」중에서

현재 이 지역 사람들이 안고 있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면 ‘호남은 왜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가’와 ‘어떻게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가’일 것이다. 적어도 정치 영역에서 호남이 받던 차별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집권으로 상당 부분 사라졌다. 민주당은 더는 ‘호남당’이 아니게 되었지만, 2002년 노무현 정부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주된 지지 기반이자 파트너로 적잖은 지분을 보장받았다. 그리고 이는 호남 경제에도 도움이 됐다.

별 연고가 없던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체 위기에 몰린 타이거즈 야구단을 인수하고, 기아차 광주공장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나아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데에는 상당 부분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 삼성전자 가전제품 공장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집권할 때마다 상당수 정부 요직, 특히 돈줄을 쥔 자리에는 호남 출신이 선임되었으며 이들은 고향에 보답을 해왔다.

그럼에도 오늘날 호남 경제는 취약하고, 낙후되어 있다. 정치권력에 의지해 대형 프로젝트와 관련된 예산을 따내고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데 급급할 뿐 자생적인 성장 능력은 여전히 미비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제 궤도에 오른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낸 차량(캐스퍼)은 경차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업 전망에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광주라는 도시는 산업이 성장하지 않고, 외부 자본이 유입되지 않으며, 기업들이 생겨나지 않는다. 낙후 지역으로 남아 계속해서 가라앉고 있다. 탈공업화가 진전되면서 영남 등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호남이 자체적인 성장 역량을 갖추는 데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이 지역의 정치·경제·행정의 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거버넌스의 결함이다.
---「4장 부패와 무능의 도시」중에서

그런데 지방지배체제의 삼각 구조는 2010년대 이후 이전처럼 매끄럽게 작동하지 않게 됐다. 먼저 지방의 경제적 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과거 경제발전의 결과로 지방에도 상당량의 고정자본이 쌓이면서, 중앙정부의 지방에 대한 SOC 투자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또 탈공업화와 고령화로 인해 제조업 중심의 지방 경제가 쇠퇴하게 됐다.

지방 경제가 쇠퇴하는 문제 앞에서 전통적인 고정자본 투자는 별 효과가 없었다. 낙수효과가 가능하게 했던 순환구조가 허물어진 것이다. 이 순환구조는 지역 엘리트와 나머지 대중이 가졌던 일체감의 경제적 기반이었다. 그 대신 지역 엘리트와 유권자들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부각되고 갈등 요인이 커지게 됐다. 지역에 기반한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일체감도 약화됐다.
---「5장 지방지배체제의 균열」중에서

이러한 제안은 호남을 향한 특수한 처방이 아니다. 영남, 강원, 제주 등 강도와 양상은 다를지라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지역에도 필요한 대안이다. 이렇듯 일반론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한 ‘지방’ 문제가 이곳 호남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수한 역사적 경험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더해져 ‘호남문제’를 구성한다.

하지만 특수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지역의 정치·경제 구조를 바꾸는 것밖에 없다. 저발전과 호남인에 대한 차별이 꽤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점도 지역 내부의 ‘개혁’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저발전은 중앙의 정치권력을 계속 쥐고, SOC 투자 등을 받는 방법으로 타개할 수 없다. 정권 교체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던 양당 체제에서 정치권력을 계속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치 상황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발전전략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저발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부의 경제 운영방식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6장 이중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중에서

호남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쌓여왔던 것들, 요컨대 꽤 익숙하고 다소 편안한 것들과의 결별이라 할 수 있다. 호남이 겪는 문제는 해방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낙후된, ‘반도의 흑인’으로 차별받은 전라도 지역에서 형성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구조가 더는 21세기와 맞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지체 현상을 극복해야 하는 셈이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의 지방이 겪는 일반적인 문제이지만, 동시에 그 문제가 발생하고 작동하는 양상에는 호남만의 특수한 사정이 녹아난다. 저발전과 호남차별이 민주당으로의 쏠림 현상과 정치 우위의 시민사회 구조를 낳고, 그것이 발전적으로 해체되거나 극복되지 않은 채 부패와 무능과 소지역주의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나오며」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오래된 이야기에서 시작해,
그곳에 똬리 튼 수많은 ‘민낯’을 드러내는 시도


매년 5월과 선거철에만 소환되는 지역이 있다. 호남이다. 5·18민주화운동의 뜨거운 정신으로 기억되고,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으로 자리하는 호남. 어딘지 모르게 고맙고, 또 어딘지 모르게 미안한 지역. 우리가 호남을 기억하는 긍정적인 방식은 여기까지다. 이어지는 키워드들. 낙후, 소외, 침체 그리고 차별.

『세습 중산층 사회』를 통해 불평등 사회에 날카롭고 묵직한 화두를 던졌던 저자가 ‘지역 문제’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90년대생이 겪는 불평등에 천착했다면, 이번에는 보편의 문제와 특수한 사정이 옭아매는 한국 내 유일한 지역 “호남”에 주목한다. 앞서 서술한 호남의 비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된 이야기다. 그런데 책은 2021년, 왜 ‘낡은’ 호남문제를 들추는가.

저자는 두 가지 대답을 들려준다. 먼저 한국 사회가 쌓아올린 모순이 이 지역, 호남에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 ‘머리’가 되고 지방이 ‘손발’이 되는 경제적 역할 분리, 개별 지역의 불균등 발전, 이촌향도라고 불리는 대규모 인구이동과 이주민의 도시 하층민으로의 편입, 지역 기반 정당 간의 경쟁 구도, 개별 지역 내부에서 패권적 지위를 갖는 정당의 출현 등을 양적·질적으로 가장 강도 높게 겪었던 곳이 바로 호남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호남이라는 지역이 가진 특수성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남은 불균등 발전의 희생양이었다. 산업화라는 로켓에 탑승하는 걸 거부당하고, 차별과 모멸을 받고, 거대한 국가 폭력에서 집단 학살의 대상이 되는 과정은 기실 한 사회의 ‘어둠’을 한 지역에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었다(16~17쪽).

여기,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모순이 두텁고도 끈끈히 덧얽힌 호남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정교히 뜯어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책은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살펴본다. 지역차별, 저발전, 불평등, 산업 및 경제 구조, 부패와 무능, 취약한 지역정치 구조와 거버넌스 등 오늘날 호남이 안고 있는 중층적 모순을 들여다본다.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를 그려낸 『전라디언의 굴레』다.

“반도의 흑인 또는 아일랜드인”
우리가 호남을 타자화하는 방식


전라도 출신을 향한 노골적인 차별 행위는, 여전히 한국 사회 도처에 남아 꿈틀거린다. 인터넷에서건, 생활 세계에서건 자리를 가리지 않고 살그머니 고개를 들고는 한다. 지난 2018년 경기도 부천의 한 편의점에서 내건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가 상당한 화제를 모은 일이 있었다. “주민등록번호 중 8번째, 9번째 숫자가 48~66 사이에 해당하시는 분은 채용 어렵습니다(가족 구성원도 해당할 경우 채용 어렵습니다)”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주민등록번호 8, 9번째 숫자는 출신 지역으로 부여되는데, 전북·전남·광주에 해당한다. 요컨대 ‘본인이나 부모가 전라도 출신이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저자는 지역감정이나 지역차별이 노동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례는 ‘호남차별’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렇고, 충청도 사람들은 저렇다’는 다분히 주관 섞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그러한 편견이나 악감정은 경제 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심각하게는 호남차별의 기저에 일종의 “준인종적 정체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의 인종 차별이라는 것이다. 극우 성향을 가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의 단골 콘텐츠 중 하나는 “호남 출신은 열등한 품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지역 출신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외모마저 구분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깡패, 사기꾼, 양아치를 맡은 배역이 서남 방언을 즐겨 사용해서 문제가 됐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전라도’에 특정한 속성을 부여하고 통상적인 ‘한국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질적인 존재인 것처럼 규정하며, 끊임없이 타자화하는 방식은 그들에게 일종의 인종성을 부여하는 것에 가깝다(38쪽).

이렇듯 호남차별의 본질이 인종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호남인이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른 지역’과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밝힌다. 그보다는 근대화와 그에 따른 대규모 인구이동 속에서 다른 인간 집단, 정확히는 좀 더 열등한 이등시민으로 간주되고 스스로도 구별된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전라도인은 반도의 ‘흑인’과 ‘아일랜드인’ 사이 어느 중간에 있는 존재”라고 꼬집는다.

흑인처럼 피부와 언어가 다르고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이들은 아니면서도, 아일랜드인처럼 나중에 온 이민자들 덕에 ‘백인성’의 범주에 포함되기에는 여전히 상당한 차별과 모멸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제목에 속한 단어이자, 인터넷에서 멸칭으로 쓰이는 ‘전라디언’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전라디언’이 탄생한 두 가지 경로:
엘리트 사회 내 배제와 도시 하층 노동자 대군의 등장


전라디언이라는 이등시민은 한국이 경험한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해방 이후 기업과 자본이 성장하면서, 이른바 ‘엘리트’ 자리를 두고 뜨거운 경쟁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자본에 대한 배분권을 쥔 정치권력이었고, 기준은 ‘지연과 학연’이었다. 학교 동창, 특히 고교 동창이 네트워크(연줄망)의 핵심에 자리했다. 지역 소재 명문중·명문고를 거쳐 촘촘히 얽힌 각 지역 출신의 재경 엘리트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이다.

1961년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세력의 핵심은 TK(대구·경북)였다. 정확히는 TK 출신의 육사 졸업 장교와 경북고(와 그 전신인 대구고보) 네트워크였다. 이들은 국가를 경영하면서, 자신들의 기반인 영남을 중심으로 산업을 발전시켰다. PK(부산·경남)는 TK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맡았다. 그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맺은 영남 출신 기업인들에게 자본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영남을 중심으로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했다. 1950년대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이러한 경향은 정부 주도 산업화 과정에서 강화되고, 결국 거대한 물적 토대의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국의 고성장이 만들어낸 각종 기회에 철저하게 소외된 것은 호남 명문고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1950년대에는 한국민주당(한민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 이승만 정권 당시 야당 역할을 했다. 특히 호남은 1971년 대선에서 영남이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는 상황에 신민당 지지로 결집하면서 명실상부한 반박정희 지역이 되었다. 지역 명문고 출신들이 ‘중앙’에 진입해 경쟁하는 구도에서 태생적 ‘야당’인 전라도 출신들은 거의 완전히 배제됐다. 그들은 다양한 조직에서 임용, 승진, 경력 형성 등의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저자는 이들의 사례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1990년대까지 어느 정도 교육받고 번듯한 일자리를 잡았던, 또는 엘리트 사회에서 경쟁해야 했던 전라도 사람들과 그들을 부모로 둔 이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했던 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리라는 것이다. 이들이 겪었던 차별과 배제의 경험은 오히려 ‘호남 사람’이라는 지울 수 없는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갖도록 이끌었을 것이라 서술한다.

그러나 엘리트 사회, 좀 더 넓게 보아 산업·금융 등 기업, 관계, 법조계 등에서 전라도 출신에 대한 배제가 있었다고 해서 지역 전체에 대한 차별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전라도 출신이 바람직하지 않고 부도덕하기까지 한 속성을 가졌다는 낙인을 찍고, 실질적인 대규모 차별이 시작된 데에는 1960년대 이후 진행된 호남 출신의 대규모 이주가 있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학력이 낮고, 기술도 없으며, 별다른 네트워크도 가지지 않았던 이들은 일거리를 찾아 이주한 도시에서 자연스레 하층 노동자 또는 빈민 집단을 형성했다. 대표적인 곳이 용산구 한남동 한남현대시장 일대다. 관악구 봉천동과 신림동도 있으며, 현재 성남 원도심을 만든 광주대단지사건의 당사자도 호남 출신의 비중이 높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영업 등을 통해 성공하기도 했지만, 다수는 실패했다. 전국으로 흩어져 하층 노동자 또는 도시 빈민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전라도 사람들은 토착민 또는 그 지역 농촌에서 도시로 오게 된 이들과 경쟁 관계에 놓였다. ‘전라도 출신’이라는 낙인찍기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전라도를 둘러싼 역사가 산업화와 이주민 그리고 엘리트 사회에서의 배제만 있었다면, ‘무난한’ 수준의 지역 저발전 내지는 지역차별에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1980년 5·18은 광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거주민들 그리고 전라도에서 타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격렬하고 각별한 경험과 그로 인한 정체성의 각인을 이끌어냈다.

가뜩이나 경제발전에 소외되고, 갖가지 차별을 겪어야 했던 호남 사람들에게 5·18은 자신들이 ‘비국민’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해준 계기였다. 이 경험은 1987년 제6공화국 출범 이후 김대중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정체성의 핵심이 된다. 나아가 민주당이 일종의 지역패권정당으로서, 지자체라는 행정 권력을 점유하며 호남 시민사회에 깊숙이 침투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진짜 호남인은 이중차별을 받는다”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의 차별에 관하여


저자는 2000년대 들어 흔들리기 시작한 ‘이등시민’ 내부의 급격한 변화에 주목한다. 그 안에서도 경제적 이해관계나 출신 계층 등이 상이해진 까닭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은 호남 출신 엘리트도 정치권력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들은 그동안 경북고를 중심으로 영남 엘리트가 만들어놓은 ‘게임의 규칙’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었다. 이른바 재경 또는 출향 엘리트들은 소수의 지역 소재 명문고를 졸업했으며, 출신 지역을 제외하면 상당히 비슷한 배경을 가졌기 때문이다. 몇 번의 정권 교체를 거치는 가운데, 명문고를 기반으로 한 학연과 지연의 혼합체야말로 가장 영향력 있고 믿을 만한 네트워크였다고 책은 말한다.

2021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정무직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401명 중 서울이 104명(25.9%)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호남으로 96명(23.9%)이었다. 이들 다수는 1950년대 후반~1960년대생으로 대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서울 명문대로 진학한 이들이다. 지금은 강남 3구 일대를 비롯한 요지의 아파트에 거주하며, 상위 중간 계급의 일원에 걸맞게 행동한다. 필요에 따라 정치권력과 동맹 관계를 맺을 뿐, 이념이나 정책 지향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이들이 엘리트 사회에서 지분을 늘린다 해도 정작 호남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받는 혜택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남 출신 이주민들의 분화도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이다. ‘로켓’에 올라타는 게 힘들었을 뿐, 말석에라도 앉은 이들이 점차 등장하면서 이들 사이의 동질성을 상실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반면 이주민 중에서 여전히 중하층에 머무른 사람들 그리고 호남에 남은 이 중 대다수는 지역차별에다가 열등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까지 이중으로 받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지위 상승의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한다. 어엿한 서울 거주 중상위층으로 살아가는 이른바 ‘호남 인재’들이나, 호남에서 기득권을 점유하면서 중앙의 정치권력과 연계를 맺고 있는 ‘지역 엘리트’들과 다른 삶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짜 호남인’은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의 차별을 받는 존재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2010년 이후 호남 지역이 민주당의 적잖은 골칫거리가 되고, 2016년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이곳을 석권하는 등 투표장에서의 ‘반란’이 때때로 터져나오는 이유다. 오늘날 ‘호남문제’의 핵심은 호남 내부의 분화와 이해관계의 대립일 것이다(64쪽).

‘전라디언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익숙함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책은 호남의 정치와 경제 구조를 다룬다. 특히 해방 당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저발전의 구조와 그로 인한 지역 내 사회 구성체와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를 함께 살핀다. 일종의 ‘지방 지향의 정치경제학’을 목표로 한다. 호남문제에는 오랫동안 이어진 저발전과 그로 인한 불평등, 지역차별로 형성된 강렬한 정체성, 중앙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된 지역 거버넌스 등이 복합적으로 꼬여 있다. 책은 뒤엉켜 배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한, 찬찬하고도 집요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호남문제의 본질을 말하는 1장을 시작으로, 2장에서는 경제 구조의 특질을 분석한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주변부적인 역할에 머물며 경제 구조가 비틀린, 요컨대 “산업화라는 열차의 꼬리칸에 몸을 실었다 보니, 지금도 그 칸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제법 단단하게 만들어진 양상을 살펴본다. 특히 산업화가 시작된 1950년대부터 이미 호남 출신 자본가에 대한 억압이 상당했음을 밝힌다.

호남의 저발전은 단순히 박정희 정부 시절 도로·철도·항만이 건설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농업자본의 상업자본화 또는 상업자본의 산업자본으로의 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산업 기반(‘괜찮은 일자리’의 주된 창출처인 제조업 대공장)이 없어 자생적 발전을 위한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중산층이 얇고 불평등이 심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냈음에 주목한다.

3장에서는 민주당의 지역패권정당 지위가 어떻게 유지 및 강화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2021년에도 지역 기반 정당이 강고하게 유지되는 것은 정당과 지역민의 강한 일체감 때문이 아니다. 정당이 지역사회 전반에 촘촘히 뿌리를 내리고 지역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때문이며, 역사적으로는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의 출현과 재야세력이 지역 민주당과 깊은 관련을 맺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남인의 정당이었던 민주당이 ‘수도권 상위 중산층의 정당’으로 변모하면서 지역정치와 중앙정치 사이의 관계가 큰 폭으로 변화하였고 일종의 긴장 관계에 접어든 모습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앞서 설명한 경제와 정치 구조가 족쇄처럼 기능하는 양상을 분석한다. 2021년 6월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17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은 참사는 지역에 깊이 또아리를 튼 부패 구조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구조적인 부패는 ‘구조적인 무능함’을 낳는다.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의 실질적인 실패,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불확실한 미래 등을 통해 지역의 거버넌스가 각종 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는 모습을 그린다.

5장은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지역 내부의 정치-경제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말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이른바 ‘지방지배체제’의 문제다. 재경 엘리트-지역 기반 정당-중앙정부의 재원을 기반으로 한 지역개발사업이라는 세 축 모두 균열 양상을 보임을 호남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이는 민주당이 가진 패권정당 지위에 대한 염증과 반발로 나타났는데, 2021년 대선 국면에서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역사적으로 민주당이 보수정당을 상대로 갖고 있던 이데올로기적 우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또 지역민들의 불만과 ‘구체제’에 대한 염증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6장에서는 더는 유지될 수 없는 지방지배체제 속에서, 지역과 계급의 이중차별을 받는 호남인들에게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살핀다. 정치 영역에서는 외국과 같이 지역당을 허용해 풀뿌리 정당이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제안한다. 또 지방의회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 소수 정당의 진출을 보장해야 함을 말한다. 자생적 발전역량을 갖추고, 서울과 수도권이 머리 역할을 맡고 지방이 손발 노릇을 했던 분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호남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껏 역사의 흐름에서 쌓여왔던 것들, 요컨대 꽤 익숙하고 다소 편안한 것들과의 결별이라고 말한다. 호남이 겪는 문제는 해방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낙후된, ‘반도의 흑인’으로 차별받은 전라도 지역에서 형성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구조가 더는 21세기와 맞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지체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의 지방이 겪는 일반적인 문제이지만, 동시에 그 문제가 발생하고 작동하는 양상에는 호남만의 특수한 사정이 녹아난다. 저발전과 호남차별이 민주당으로의 쏠림 현상과 정치 우위의 시민사회 구조를 낳고, 그것이 발전적으로 해체되거나 극복되지 않은 채 부패와 무능과 소지역주의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261쪽). 민주당이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에 침투해 있고, 한 번도 하나의 경제 권역을 형성해본 적이 없는 호남이 늘 파편화된 상태로 중앙의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건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필연적이기도 한 결과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책은 주류 담론에서 벗어나, 좀 더 ‘내부의 시각’에서 날것 그대로의 지역과 마주하고 “무엇이 지역을 옭아매고 있는지” 명징한 언어로 건져내는 사명을 기꺼이 감당한다. 이러한 작업의 기저에는 ‘나고 자란 고장’의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나아가 대안을 강구하기 위한 저자의 갈망이 자리해 있다.

그래서일까. 그간 중앙 엘리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던 ‘호남문제’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필요와 언어로 구축된 담론을 만드는 일”이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무척이나 반갑게 들려온다. 예전 같지 않은 호남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하지만 자꾸만 헛발질 중인 민주당도, 전국 단위에서의 선거 승리를 위해 이 지역에 강한 ‘민정당’ 반대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지만 호남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담론을 갖지 못한 국민의힘도 아닌 ‘진짜 지역정치’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과 지역을 둘러싼 목소리를 살뜰히 모아 치밀하게 분석해낸 통렬한 르포르타주는 이제라도 호남을 제대로 바라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유효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전라디언의 굴레’를 끊어내는 일은 가능할 것인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 사회에 날아든 매섭고도 엄중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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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한국에서 가장 외로운 지역 [전라디언의 굴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s***h | 2022.06.12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호남문제에는 오랫동안 이어진 저발전과 그로 인한 불평등, 지역차별로 형성된 강렬한 정체성, 중앙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된 지역 거버넌스 등이 복합적으로 꼬여 있다. 가령 저발전의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산업화 시절 있었던 투자 부족을 넘어서서, 그로 인해 지금까지 자생적인 발전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아야 한다.  나는 전라도인이다. 타 지역 사람들은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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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문제에는 오랫동안 이어진 저발전과 그로 인한 불평등, 지역차별로 형성된 강렬한 정체성, 중앙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된 지역 거버넌스 등이 복합적으로 꼬여 있다. 가령 저발전의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산업화 시절 있었던 투자 부족을 넘어서서, 그로 인해 지금까지 자생적인 발전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아야 한다. 

나는 전라도인이다. 타 지역 사람들은 종북좌빨이라고도 하고 어떤 정치인은 심지어 빨갱이라고도 한다. 전라도인은 자신이 전라도임을 감추려고 하거나 부끄러워한다. 왜 그럴까? 경상도 혹은 타 지역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없지만 전라도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역을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전라도인이 서울을 보며 느끼는 건 엄청난 지역 격차에 대한 괴리감이다. 낙후된 전라도와 고도로 발달된 서울. 이것을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라고만 보아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소외된 공간 전라도, 그 굴레가 얼마나 큰 짐인지를 파헤치는 책이다.

이 책은 읽기 쉽지 않았다. 전라도인이면서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많아서 더욱 괴로웠다. 전라도가 냄새나는 양계장 사업 1위라는 것을, 그리고 전라도에서 납품받은 닭으로 정작 돈을 벌어들이는 치킨산업은 영남 출신 사업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낙후산업은 전라도, 그리고 든든한 자본과 투자로 돈을 벌어들이는 산업은 다른 지역들이 차지한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의 한복판에 민주당이 있었다. 정치적으로 한 편이라고 생각한 민주당마저 전라도만 이용해먹고 방치해버리는 이 도돌이표에 전라도는 항상 소외되어 있었다.

이 같은 논점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지역 내 다양한 사람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치 영역에서 관철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우월적 지위가 재생산되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분석해야 한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다. 하지만 선거때마다 부모님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투표 잘 하라고.

그럴 때마다 생각하는 답이 있다. 민주당이 해 주는 게 뭐가 있냐고. 하는 게 아무것도 없이 이용만 하는 민주당. 왜 전라도가 먹여 살려야 하냐고. 민주당과 전라도의 지긋지긋한 관계에 있어서도 이 책 <전라디언의 굴레>는 놓치지 않는다. 중앙정치부터 지역정치까지 어떻게 그들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90% 지지라는 변하지 않는 공식을 만들어냈는지 이것을 이용만 하는 민주당과 민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의 전라도인을 조명한다. 지역통합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저자는 심오하게 파헤친다. 그리고 결코 그들을 매도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호남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쌓여왔던 것들, 요컨대 꽤 익숙하고 다소 편안한 것들과의 결별이라 할 수 있다. 호남이 겪는 문제는 해방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낙후된, ‘반도의 흑인’으로 차별받은 전라도 지역에서 형성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구조가 더는 21세기와 맞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지체 현상을 극복해야 하는 셈이다. 

저자는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전라도인이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도 변하듯 호남인들이 변할 때 그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결별은 젊은 세대만이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전라도에는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대다수가 6,70대 노인들만 남아있다. 그들에게 익숙한 것들과 별거하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결별을 하게 되면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하지만 대안이 없다. 그래서 전라도인들은 결별을 하고 싶어도 결별을 하지 못한다. 오랜 세월 정치인들이 뿌려놓은 사상 속에 피해받아온 그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워주는 것 아닐까. 사실 이 굴레의 역사가 오래 되어서 벗기가 쉽지 않다. 누군가 시작해야 하지만 누구도 쉽게 하려 하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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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조귀동 작가 영리해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n******k | 2022.01.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역시나 조귀동 작가님은 주제나 소재를 잡는 센스가 좋습니다.도무지 사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네요.부디 총기 잃지 마시고 좋은 저작 계속되길 응원합니다. 떠난지 20년이 된 광주 전라도 얘기를 들으며 참 안타까웠습니다.유난히 발전이 더딘 도시, 그곳을 떠났지만 이제는 은근한 멸시를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전라디언의 현실. 저역시 유령처럼 존재하는 차별 편견에 어떻게 대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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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조귀동 작가님은 주제나 소재를 잡는 센스가 좋습니다.
도무지 사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네요.
부디 총기 잃지 마시고 좋은 저작 계속되길 응원합니다.

떠난지 20년이 된 광주 전라도 얘기를 들으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유난히 발전이 더딘 도시, 그곳을 떠났지만 이제는 은근한 멸시를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전라디언의 현실.
저역시 유령처럼 존재하는 차별 편견에 어떻게 대처할수 없이 당하고 기분 상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코딱지만한 이 나라에서도 서로 편가르고 대치하다 어느새 '밈'처럼 되버린 현실이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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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호남을 통한 지방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슝**이 | 2021.12.2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전라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아주 흥미롭게 때론 씁쓸하고, 애처롭게 읽은 책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 그리고 어쩌면 우리 세대까지 겪어야 했던 호남의 비애를 책은 다루고 있다. 물론 신파나 감정적으로 사안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 문화적, 경제적 원인을 더듬어 보는 초반 1, 2챕터가 너무 좋았다. 호남 소외 문제에 대해 큰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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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아주 흥미롭게 때론 씁쓸하고, 애처롭게 읽은 책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 그리고 어쩌면 우리 세대까지 겪어야 했던 호남의 비애를 책은 다루고 있다.
물론 신파나 감정적으로 사안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 문화적, 경제적 원인을 더듬어 보는 초반 1, 2챕터가 너무 좋았다.
호남 소외 문제에 대해 큰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굳이 써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비단 호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1991년 지방의회 도입부터 치면 지방자치제도 이제 30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은 중앙의 예산 주도형 사업에 목을 매고 있고, 서울은 '두뇌', 지방은 '손발'이 되는 계층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호남이 이런 성향이 심하고, 이는 산업화 시기 이전부터 배제의 역사를 겪어 왔기 때문이다.
고리타분하게 이제 와서 호남 소외론을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지방에서 나고 자라고, 서울에서 생활해 본 내 입장에서는 과거의 잘잘못은 이제 과거 세대에 묻어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잘못을 되돌리고, 보상성 특혜로 메우기에는 이미 한국 사회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이제 와서 호남에 산업화를 일으키고,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대표가 있는 기업을 유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호남은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한다기 보다는 지금 하는 보상성 노력을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관성적인 SOC 예산 사업 추진보다는 이런 관습을 끊어낼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언가 하지 않고 잠시 생각하는 것이 먼저다.
호남에 최근 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광주와 전주에서 서로 문화도시, 문화수도를 내세운다.
이 역시 대안을 찾기 위한 발로일 것이다.
그런데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고속도로나 항만 건설 예산을 따오던 SOC형 지역개발과 완전히 같은 형태다.
조단위 예산을 들여 문화시설을 짓는다던지 구도심에 생뚱맞은 관주도형 사업을 진행한다든지 전혀 파급효과가 없는 보여주기식 지역 균형 개발 사업이 그것이다.
문화 사업마저 SOC에 목을 매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지역 회생의 대안으로 '대학'을 들고 있다.
막상 지역에서 살아보면 수도권 대학으로 쏠림 현상이 강한 상황에서 지역 인재를 지역 대학에 묶어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대학을 육성하자는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SOC 사업을 막무가내식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문화를 심고, 교육을 발전시키는 것에 더 힘써야 한다.
지역의 코스트코 유치 사회 운동도 이런 문화 심기의 일환으로 튀어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지방러들은 코스트코나 스타필드 같은 복합 쇼핑몰조차 문화의 하나로 본다.
복합 쇼핑몰 유치는 그간 지역 상권 초토화 이슈에 막혀 지방에서 특히 호남에서 금기시됐다.
언뜻 1차원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주장이 맞을 수 있으나, 대학을 육성하고, 문화를 가꿔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려는 노력에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런 '문화적 요소'는 필수적인 것이다.
추상적인 '문화'가 아니라 지방의 삶의 질을 높일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회 문화적 요소도 없이 지방의 인재를 지방에 잡아둘 수는 없다.
지방은 현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에 수도권보다 낮은 임금, 낙후한 교육·문화 인프라에 메말라가고 있다.
먼저 젊은 사람들이 살만한 환경 만들기가 우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SOC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보다, 지역에 파급효과가 전혀 없는 부동산 개발형 건설업에 목을 매기보다 살고 싶은, 살기 편한 지방이 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런 뒤에야 전라디언의 굴레, 아니 지방의 굴레를 논할 여백이 생겨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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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0건) 한줄평 총점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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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굴레는 차별과 혐오가 아닌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고 스스로가 만들어온 역사라고 생각함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a*****a | 2022.08.18
구매 평점5점
한국의 가장 외로운 지역을 이토록 심도있게 조사한 책은 없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s***h | 2022.06.12
구매 평점5점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 책이다. 가능한 많은 민주당 분들이 읽어봐야만할 책이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플래티넘 밥****어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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