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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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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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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50g | 128*188*21mm
ISBN13 9788925578965
ISBN10 8925578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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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모르시는군요.”
“응, 뭔지 짐작도 안 가는걸.”
“알고 싶으세요?”
“가르쳐준다면 알고 싶어.”
앞뒤로 나란히 서서 책상을 옮기며 대화했다. 계단 어귀에 도착하자 학생은 지르밟듯 계단을 천천히 한 단씩 내려갔다.
“여기에는 분명 그게 있어요.”
“뭐가 있다고?”
“그거요. 요즘은 아주 보기 드물죠. 그건 반듯한 정사각형 마루판을 좋아해요. 특히 나무가 취향인 모양이니 구관은 최적의 환경이겠죠.”
“하긴 나무는 구멍이 나기도 하니까 요즘은 바닥에 죄다 튼튼한 소재로 만든 바닥재를 깔지.”

학생이 갑자기 꺼내놓은 ‘그것’에 대한 대답은 너무 뜬금없었다. 과연 가르쳐줄 마음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맞아요. 그래서 보기 드물죠. 아무튼 그건 밤이 되면 마루판을 뒤집어요. 한 번에 많이는 아니고요. 몰래 한 장씩요.”
어쩌면 농담 삼아 일종의 장난을 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났을 때 거기에 적당한 설정을 추가하는 놀이다. 옛날에 친구들끼리 비슷한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한 장만 색감이 다른 마루판도 그 녀석 소행이라는 거니?”

한 장만 뒤집어진 마루판의 수수께끼. 그 이유를 그럴듯하게 각색한다. 나는 학생의 장난을 받아주기로 했다. 말없이 책상을 나르는 것보다는 재미있다.
“네. 기본적으로는 무해하지만, 만약 마주쳤을 때 그것이 뒤집으려고 하는 마루판 위에 있으면 큰일 나요. 그러니 선생님도 조심하세요.”
“무섭네. 만약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간단해요. 그건 한번 뒤집은 마루판을 다시 뒤집지는 못
하거든요.”
“어, 그럼.”
“이미 뒤집어진 마루판 위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뜻이죠.
그대로 그게 사라지길 기다리면 돼요.”
“…그렇구나.”
--- p..24~25 「바닥 아래 숨은 것」 중에서

놈과 마주 보고 있으니 갈비뼈와 폐 언저리가 아파왔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욱신욱신하니 견디기 힘든 고통이 몰려왔다. 석 달쯤 전부터 가슴이 이렇게 아프기 시작했다. 밤에 잘 자다가 갑자기 괴로워진다. 불안해서 요전에 병원에 갔더니 늑간신경통일 거라고 했다. 몸에 뚜렷한 이상이 있는 건 아니라 원인은 알 수 없다. 아직 10대 중반인데 생활 습관이니 스트레스니 별별 소리를 다 들었다. 대처법은 편한 자세를 취하고 아픔이 가실 때까지 참는 것뿐이다. 의사는 진통제를 권했지만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기 전에 아픔이 가실 테니 별 소용이 없다. 아픈 건 길어도 10분 정도다. 진통제를 먹든 말든 알아서 나아진다. 천장을 보고 누워 식은땀을 흘리며 얕은 호흡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통증이 서서히 누그러졌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호흡이 편해지자 놈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몸을 일으켜 방구석을 바라보았다. 아무 흔적도 없었다. 그저 어둠이 깃들어 있을 뿐이다.
--- p.42 「기척」 중에서

“너, 시게토라지?”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주의했다. 다리가 휘청거릴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버텼다. 기습을 당했다고 할 만큼 놀랍지는 않았다. 조만간 놈이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은 하고 있었다. 몸이 말을 잘 안 듣고 힘이 빠지는 건 본능이 거부하기 때문이리라.
“기억하고 있었나 보군.”
부드러웠던 도서위원의 목소리가 노인의 그렁그렁한 목소리로 변했다. 겉모습과 동떨어진 목소리. 그 기묘함이 공포로 이어졌다.
“당연하지. 옛날에 했던 약속을 취소해 줘.”
용기를 쥐어짜 내 강하게 나갔다. 어렸을 때와는 다르다.
“약속이 아니라 거래야.
--- p.107 「시게토라」 중에서

검은 형체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인간이 뛰어서 달아나면 대번에 따라잡힐 만큼 빨랐다. 불빛이 약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두 다리로 서서 몸을 앞으로 구부린 채 묵직해 보이는 머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다시 포효가 들렸다. 분명 접근하는 저것이 내지른 소리다. 동물… 아니, 두 다리로 달리는 몇몇 동물을 떠올려 보았지만 저 모습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덩치도 커서 위압감이 엄청났다.
“선생님!”

누군가의 고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부랴부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액셀을 밟았다. 엔진 소리와 함께 차에 속도가 붙었다. 사이드미러에 비치는 검은 형체가 점점 멀어졌다.
“저거, 뭐예요?”
“저게 그거일까요? 정말로 나타나다니.”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였다. 방금 전 그 뭔가는 분명 이 차를 노렸다. 그것도 분명…. 조수석에 앉은 아사이를 보자 두루주머니의 끈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그는 지금 마물을 유인하는 미끼 역할이다.
“저도 실물은 처음 봤지만 분명 저게… 마물이에요.”
--- p.228 「축제 날 밤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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