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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 박제된 역사 뒤 살아 있는 6·25전쟁 이야기

리뷰 총점9.5 리뷰 28건 | 판매지수 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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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60g | 128*188*20mm
ISBN13 9788925566030
ISBN10 8925566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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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프고 나서야 건강을 챙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전쟁이 터지고 나서야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전쟁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나는 진심으로,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을 읽으며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전쟁을 온몸으로 경험한, 역사의 산 증인인 내가 사랑하는 손주 세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임무라고 믿는다.
또 하나, 이 땅에는 나처럼 가장 찬란한 청춘의 날들을 고스란히 전쟁터에서 보낸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누구든 한 번쯤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큰 대접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라를 위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희생도 불사했던 참전 용사들이 외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단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저, 이들의 존재를 당신이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뿐이다.
--- p.11~12

그 전우는 그 큰 낫을 들고는 서슴지 않고 성큼성큼 시체가 놓인 자리로 걸어갔다. 곧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낫을 들어 올렸다. 두세 번 정도 낫으로 목을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낫을 내리칠 때마다 “악!” 하며 괴성을 질렀다.
이윽고 시체의 목을 다 자른 그는 “으윽”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일어섰는데, 그러고 나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참 동안을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때, 다시금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자, 이제 누가 이 시체의 머리를 들고 갈 것인가?”
--- p.45~46

나는 잉어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돌아갈 생각을 하니 한껏 기분이 들떴다. 좀 더 잉어를 가져가고 싶다는 욕심에 떠내려오는 잉어를 닥치는 대로 잡으며 강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던 그때였다.
“저게 뭐지?”
잉어보다 훨씬 큰 무언가가 떠내려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으악!”
다름 아닌 중공군 시체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두 구가 아니었다. 중공군 시체가 점점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무더기로 떠내려오고 있었다.
--- p.109

총알 몇 방 맞고 죽은 이들은 차라리 행운이었다. 포탄에 맞은 이들은 아예 공중에서 산산조각 부서졌다. 거기에 있는 시체 대부분이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흩어져 있었다. 머리, 다리, 몸통, 창자가 갈기갈기 찢어져 어지러이 나뒹굴고 있었고, 바닥에는 핏물이 흥건했다. (…)
“차폐하라! 차폐하라!!”
누군가가 외쳤지만 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전투하기 전에 파놓았던 교통호가 포탄 세례로 다 무너져 차폐하기가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비 내리듯 날아오는 포탄을 어떻게든 피해야 했다. 나는 그 조각 난 시체더미 아래 몸을 숨겼다.
--- p.127~128

나는 벌게진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이 솟는 곳을 간절히 찾았다. 그러고는 그곳을 향해 죽기 살기로 기어갔다. 물가에 맹감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이파리를 하나 따서 물잔처럼 오므려 물을 받았다. 그대로 물에 입을 대는 순간, 내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아, 저 사람들은….’
개구리처럼 엎드린 채로 죽어 있는 아군들의 시체가 물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나처럼 부상을 입고 피를 많이 흘린 상태에서 물을 먹었다가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 이들이었다.
‘지금 이 물을 마셨다간 나도 저렇게 죽겠구나.’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그 시체들을 보며 물을 한 모금 입에 넣고 우물우물했다가 뱉었다. 그렇게 세 번 정도 물을 머금고 뱉었다가 그대로 쓰러져 누웠다.
--- p.165~166

“준식아, 엄마다. 먼젓번 편지를 보내고 아무 연락이 없어 얼마나 우리를 원망했느냐. 네가 퇴원하고 보충대로 떠나는 날에야 우리가 병원에 도착했단다. 해남에서 울산까지 가는 게 보통 고생이 아니었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방금 떠났다고 하기에 다시 집으로 내려왔다. 아버지가 너무나 서운해하고 안타까워하셨단다.”
어머니의 편지를 보니 역시나 그날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부모님과 아깝게 엇갈린 것이 몹시 아쉬웠다. 그 먼 길을 얼마나 고생하며 오셨을까. 그렇게 겨우 왔는데 다친 아들 얼굴도 못 보고 돌아가셨다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
알고 보니,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해서든 나를 제대시켜볼까 싶어 고향에서 황소 한 마리를 팔아서 그 큰돈을 싸 들고 오셨다고 했다. 음식도 많이 싸오셨는데, 내가 없으니 그곳 환자들에게 전부 나누어주고는 빈손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왈칵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 p.180~182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한 개인의 기록이 아닌 우리나라를 지켜낸 선배 세대의 기록이자, 아픔의 기록이다. 태어났을 때는 나라가 없었고, 광복의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한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던 서글픈 세대에 대한 회고록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전쟁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차마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대한민국을 지켜내신 선배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 책의 저자인 한준식 님은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경험하셨고, 추천사를 적고 있는 나는 반공을 배우며 자랐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대한민국 미래의 인재들은 반전을 배우며 자라기를 바란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을 남겼다는 저자의 뜻에 깊이 공감하며, 이 책이 반공보다는 반전을, 분열과 반목보다는 화합과 번영을 그려나가는 시대의 첫 단추가 되길 응원한다.
- 설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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