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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살아낸, 끝날 수 없는 생존의 기록

리뷰 총점5.8 리뷰 32건 | 판매지수 144
베스트
사회 정치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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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6쪽 | 386g | 140*205*30mm
ISBN13 9791190413336
ISBN10 119041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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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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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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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모든 일을 시작할 때 기대했던 것은 단 하나다. 잘못된 일을 잘못이라고 말했을 때 잘못한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한 사과를 해서 결국 나의 상처가 회복되고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피해자인 나에게도 가해자인 상대방에게도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못이 없는 세상이라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누군가의 어떤 잘못의 끝이 피해자의 좌절과 가해자의 포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것을 회복하려고 노력한 후 우리가 힘겹고 아픈 길을 걸어왔기에 결국 어제보다 조금 나은 오늘이 되었다고 위안하며 더욱 건강한 내일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그것이 이루어질 사회라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생각한 자연스러운 이야기이다.
--- p.6

가장 황당한 것 중에 하나는 시장님이 일회용품 사용하는 것을 싫어하셔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회용기에 담겨진 음식들을 일반 식기에 옮겨 담아 차리는 일이다. 가끔은 시장의 ‘심기 보좌’를 위해 말동무가 되어 밥을 같이 먹어야 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으면 도시락 개수가 부족해서 밥을 못 먹거나 컵라면으로 때우기도 했다. 또 도시락을 차리지 않더라도 중간에 간식으로 5첩 과일상과 떡 등을 드시는 분들의 일정이 저녁 8~9시에 끝나기도 했고, 비서들은 그 시각까지 저녁밥을 못 먹는 것이 당연했다.
--- p.127

그 추운 겨울 시린 손으로 몸으로는 땀을 흘리며 바리바리 장본 것을 들고 시청 정문을 들어오던 순간, 평소 알고 지내던 방호주임님께서 나를 애처로이 여기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셨던 기억이 난다. 시장 가족이 먹을 명절 음식 챙기기가 너무 싫었지만, 명절에 바리바리 싸 보내지 않아서 혹여 문제가 생기면 그것 때문에 출근을 해야 하거나 연락을 받게 될 상황이 더 싫었다. 그래서 더 꼼꼼하고 빠짐없이 과하도록 챙겼다. 이런 일은 설, 추석 명절과 휴가 시기에도 주어졌다.
--- p.130

나는 김지은 님을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한다. 김지은 님이 당당하고 힘차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나의 2년, 3년 후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는 함께 웃었다. 웃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웃을 일도 없었지만 그냥 웃었다. 함께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아픈 기억을 깨끗이 지울 수는 없겠지만 웃음으로 덮을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혼자는 웃을 수 없겠지만 함께는 웃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참 다행이다.
--- p.144~145

강인한 마음으로 성형을 알아봤지만, 알아볼수록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대책위에서도 반대하셨다. 특히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님(현 소장님)께서 이러한 현실에 너무 마음 아파하셨다. 그러나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내 인생을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나를 공격하려 해도 나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성형수술 의료사고들에 대해 찾아봤다. 수술 중에 마취 사고로 죽는 것이 용기없는 나에게 가장 편한 죽음의 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들 몰래 의료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유명해 모두가 피한다는 병원을 예약했다.
--- p.167

더욱이 포렌식을 맡겨 놓은 시간 동안에 나는 더욱 불안했다.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것이 걱정돼서 불안하기보다는 나의 수치스럽고 민망한 부분들,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부분들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는 느낌이 들어서 초조하고 긴장됐다.… 내가 이렇게 정신적으로 압박을 느껴가며 여섯 번의 포렌식을 진행할 동안 가해자의 휴대폰은 철저히 봉인되어 있었고, 이제는 유가족에게 인계되어 그 행방조차 묘연하다.
--- p.218~219

이렇게 나는 살려고 작정했다. 죽고 싶다는 말은 살려달라는 뜻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죽고 싶다는 말을 사건 초기부터 했고, 감사하게도 그러한 마음을 표현할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 친구, 변호사님, 지원단체, 의사 선생님, 상담 선생님. 씩씩한 척하면서도 죽고 싶다는 말은 정말 많이 했다. 그 덕분에 내가 많은 위기 속에서도 지금 이곳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죽고 싶다고 절규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수 있었다. 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 p.266

딸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내가 죽으면 인정할까?”라는 말을 합니다. 자기의 모든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며 만일을 위해 기억하고 있으라고 합니다. 우리는 단지 사실을 인정하고 못 지켜주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김잔디 어머니 글」중에서

누나는 새로운 2차 가해가 생길 때마다 너무나 힘들어했다. 그때마다 나는 무서웠다. 누나가 ‘이 모든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그게 저들이 바라는 것’일 거라고 말할 때면 정말 더 이상 살아가기를 포기할까 봐 걱정되고 무서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누나의 이름이나 사진이 올라오는지 날마다 모니터링하여 커뮤니티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하고 사이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누나를 완전하게 지켜줄 수 없다는 무력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김잔디 동생의 글 중에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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