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5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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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296g | 135*195*17mm |
ISBN13 | 9788937473357 |
ISBN10 | 8937473356 |
발행일 | 2022년 05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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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04쪽 | 296g | 135*195*17mm |
ISBN13 | 9788937473357 |
ISBN10 | 8937473356 |
MD 한마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정지돈 작가의 장편. 소설은 무한히 확장하는 서점 ‘메타북스’ 점원들의 이야기와, 음모론을 퇴치하려는 ‘미신 파괴자’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한다. 산발적으로 교차하고 등장하고 사라지는 이야기의 퍼즐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며 마침내 가까워지는 내일의 풍경! -소설 MD 박형욱
…스크롤! 9 작가의 말 193 참고 문헌 196 |
머리가 멍하다. 대체 난 지금 무슨 이야기를 읽은 것인가! 읽는 내내 이해가 쉽지 않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 상태가 끝까지 지속될 줄은 몰랐다. 본문에 등장하는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 속사정을 알 수 없다고, 안다 해도 되돌리거나 움직일 수 없고 움직인다 해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고’라는 말이야말로 이 작품의 핵심을 꼬집는 문장이지 싶었다. 대체 무얼 다루고 있기에 읽고 나서 이리도 혼란을 느끼는 걸까. 소설은 상상의 반영이나, 안타깝게도 그 상상은 현실에 기반한 것이다. 이 이야기 또한 결코 터무니없지는 않을 터였다. 적응해야만 한다. 아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정확히 이해치 못한다는 걸 이번 기회에 제대로 깨달을 필요가 있었다.
제목을 눈 여겨 본 이들이라면 그냥 ‘스크롤’이 아니라는 걸 감지했을 것이다. 글자가 등장하기 전 말줄임표에 해당하는 온점(.)이 세 개 찍혀 있으며, 글자 뒤로는 느낌표(!)가 이어진다. 컴퓨터, 스마트폰 혹은 그 비슷한 무언가를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스크롤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시로 “빨리빨리”를 부르짖는 시대라곤 하지만, 예전에 비한다면 빛의 속도라 칭해도 무방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신세계가 열리는 적이 많으니, “유레카”를 외칠 법도 하다. 이 외침은 환희 가득한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겉모습만으로는 이보다 더 완벽하기 힘들다. 다들 속도 내기에만 열을 올리니 속내를 유심히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 어쩌면 일부러 외면하는 걸 수도 있다. 진실을 알기가 두려운지라 행하는 회피. 소설은 이런 우리의 마음과 닮은꼴이었다.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시대에 대해 저자는 말을 아꼈다. 일단 머나먼 미래는 아닌 거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여전히 조선일보, 한겨레 등 언론사가 존재한다. 모로코, 적도기니 등의 나라도 건재까진 아니나 언급 가능한 걸로 보아 이 무렵까지는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2020년대라고 말하기도 모호하다. 등장인물들의 행태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나, 그 현실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이라는 장담이 어렵다. 최근 들어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는 마약류의 범람을 꼬집은 거 같은 내용이 등장하기느나 하지만, 그걸 이 소설 배경의 전부라고 파악해선 곤란하다. 약물은 실험적이다. 걱정하는 것처럼 한 인격체를 파괴로 몰고 갈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누구도 이에 대해 알려 주질 않기에 등장인물들은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거절을 쉬이 못한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넘어가는 게 선택 가능 항목 수준이 아닌 필수와도 같아서다. 누군가가 심어놓은 바이러스를 찾아 파헤치고, 그럼으로써 세상에 치유의 빛을 가져다주어야 할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 입장이므로 더더욱.
긍정적, 부정적 가치 간의 혼재가 돋보였다. 인물들이 모두 같은 걸 꿈꾸고 있다 믿었는데, 어느 순간 저자는 일종의 비틀기를 시도한다. 믿기 힘들게도 사람을 쏴 죽인다. 그 장면을 목격한 이는 말이 없으며, 총구에서 불을 뿜은 이는 금방이라도 잡혀 갈 것처럼 묘사되지만 그 뿐이다. 정작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미동마저 없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긴장감이 흐른다. 얼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독자, 심지어 등장인물조차도 조바심을 호소하지만 저자는 말을 아낀다. 더는 꿈꾸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가해진다. 나름 살만하지 않느냐는 안주에 동의를 표해야만 할 거 같다. 카오스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겐 가혹하겠지만 이미 우린 그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 분명 나는 여기 이 곳에 존재하는데 나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현실.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재빠른 스크롤이 필요하다. 해방의 스크롤은 그러나, 현실 반복을 부르는 몸짓에 불과하다.
경험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가 없다는 감각이 뜻하는 바는 무얼까. 공존하는 듯하면서도 각자도생 모양새인 인물들의 모습에 나는 몸서리쳤다. 나와 저들이 무척이나 유사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더더욱. 슬픈 예감은 언제나 맞아떨어지곤 해왔다. 말을 아껴야겠다. 결코 이해치 못할 이 세상에 대한 옹알이를.
복잡 다단한 내용. | 마구 뒤섞인 듯한 이 소설은 줄거리가 있는 듯 하다가도 난해했다고 기억된다. 요즘의 사조일 수도 있고 다만 아무것도 아니라기엔 아쉽다. | 내용이 이어지다가 조금 전환을 맞이했다가 또 묘하게 이어지곤 해서 잠깐 쉬었다 읽었다가 조금 애먹었다.[언어는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보다 훨씬 많은 일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