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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스크롤!

[ 양장 ] 오늘의 젊은 작가-35이동
리뷰 총점8.4 리뷰 5건 | 판매지수 1,236
베스트
한국소설 top100 5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0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96g | 135*195*17mm
ISBN13 9788937473357
ISBN10 8937473356

이 상품의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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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정지돈 작가의 장편. 소설은 무한히 확장하는 서점 ‘메타북스’ 점원들의 이야기와, 음모론을 퇴치하려는 ‘미신 파괴자’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한다. 산발적으로 교차하고 등장하고 사라지는 이야기의 퍼즐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며 마침내 가까워지는 내일의 풍경! -소설 M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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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혈관 속에 들어간 캔-D가 벌써 약효를 내고 있었다. 어젯밤에 머신건을 훔쳤는데 총알이 없잖아……. 팔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거세졌고 수류탄만 한 빗방울이 쿵쿵 떨어졌다. 바닷물이 요트를 집어삼켰고 빗물 사이로 지느러미를 펼친 가오리가 녹색 형광물질을 번쩍이며 날아다녔다. 나와 리는 부둣가의 기울어진 콘크리트 위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전봇대의 전단이 펄럭이고 있었다. 미신 파괴자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미신 파괴자들에 대해서 좀 알아? 오호츠크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고? 아니…… 나는 입속으로 들어가는 차가운 빗방울들을 뱉으며 소리 질렀다.
--- p.12~13

프랜은 자신이 원하는 걸 진심으로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메타북스에 들어온 후 생각이 변한 걸지도 모른다. 프랜은 단지 말들을 떠돌게 하고 싶었다. 대단한 예술 작품, 베스트셀러, 히트작, 영원불멸의 클래식 따위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어떤 생각, 아이디어, 논평, 꿈, 일상, 작은 이야기, 사소한 논쟁 들이 우리 주변을 맴돌며 하루하루를 즐겁고 슬프게 스치고 사라졌으면 했다. 이게 뭘까? 이건 어떤 종류의 꿈일까? 프랜은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고 누구도 이해시킬 수 없었다.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었고 어느 날에는 드라마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어느 날에는 다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통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도 완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것은 오직 순간적인 것뿐이었다.
--- p.71

쉽게 비유해 보겠습니다. 서페이스 웹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라면 딥 웹은 자동차를 타야 갈 수 있는 장소예요. 또는 회원제 클럽과 퍼블릭 서비스 공간. 아니면 구글맵에 등록된 식당과 구글맵에 등록되지 않은 식당. 어느 쪽이 더 맛있냐고요? 먹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죠. 어느 쪽이 더 진정성 있고 더 프로다운 요리를 선보이냐고요? 그것 역시 알 수 없죠. 하지만 깊이의 개념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먹어 보기도 전에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진짜는 더 아래, 숨겨진 곳에 있는 거야.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 진짜 맛집이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죠. 유명한 곳이 더 믿을 만해! 제 말은 둘 다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해 안 된 사람?
--- p.79

프랜은 생각했다.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 그 속사정을 알 수 없다고, 안다 해도 되돌리거나 움직일 수 없고 움직인다 해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고. 그것이 때로 우리를 절망하게 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주 작고 표면적인 일을 통제하고 실천하는 것에 만족하며 살 거라고.
--- p.148~14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블랙박스를 만든 사람조차
블랙박스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가치 붕괴, 의미 부재, 창궐하는 음모론…
미래는 다시 위대해질 수 있을까?


소설가 정지돈의 신작 장편소설 『…스크롤!』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소설의 선형적인 전개 구조를 뒤섞고, 다종다양한 장르를 한 텍스트에 결집시키는 독특한 시도로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그만의 인상적인 문학적 궤적을 그려 온 정지돈이 또 한 번 독자들에게 문학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난해 출간된 장편소설 『모든 것은 영원했다』에서 공산주의자 현앨리스의 아들 ‘정웰링턴’의 삶을 중심으로 굳건한 믿음이 뿌리내린 과거와 회의가 깃든 현재를 오가며 시간 그 자체에 대해 골몰하도록 만들었던 정지돈이 이번 신작에서는 근미래로 그 시선을 옮긴다.

『…스크롤!』은 21세기 초의 팬데믹 유행으로부터 얼마간 시간이 흐른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줄기(SE와 NE)로 전개된다. 한 줄기에서는 물리적 현실보다는 증강·가상 현실에 기반을 둔 복합 문화 단지 ‘메타플렉스’에 소속된 서점 ‘메타북스’ 점원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줄기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창설된 초국가적 단체 ‘미신 파괴자’ 소속 대원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뒤섞고 생략하거나, 인과관계 없이 파편적으로 나열된다. 정지돈 작가는 ‘컷업’ 기법을 차용해 “현실과 비현실, 가상과 실재, 미디어와 메타미디어를 오려” 붙여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이는 각 개인, 그리고 저마다 마주한 현실이 분화될 대로 분화된 근미래의 일면을 효과적으로 선보인다.
개인으로 쪼개진 우리와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더 잘게 분화될 수 있을까? 미래에도 그보다 앞선 미래를 열망하는 것이 가능할까? 『…스크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스크롤!』을 통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는 대신, 질문 그 자체를 체험하게 된다.

■SE: ‘메타북스’ 점원들이 당면한 현재

『…스크롤!』에서 그리는 미래는 당면한 현실적 문제와 분투하는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바로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프랜과 정키는 “무한히 확장”하는 서점 ‘메타북스’의 점원이다. 프랜은 드라마 작가 지망생으로, 드라마 대본 집필 수업을 등록해 혼자 글을 쓰며 자신의 드라마가 OTT에서 상영되기를 꿈꾼다. 정키는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이 끊긴 여자 친구의 결혼 소식을 접하고 크게 당황하지만 여자 친구를 만나 사정을 듣는 것조차 녹록치 않다. 이처럼 프랜과 정키, 그리고 친구들은 각자 지독히 현실적인 문제들에 골몰하면서도 이를 서로 깊이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들 사이 공유되는 것은 오직 볼 만한 영화나 소설 작품, 그리고 서점 ‘메타북스’에 관한 흉흉한 소식들뿐이다. 생생한 개인적 경험은 서로 공유되지 않은 채 점점 축소되지만, 온전히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운 공통의 현실과 관심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활발히 공유되며 확장된다. 이는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해 “절대 그 속사정을 알 수 없”고 “대부분의 경우 아주 작고 표면적인 일을 통제하고 실천하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을 소설 밖 우리의 모습과도 꼭 맞게 겹친다.

■NE: ‘미신 파괴자’들이 그리는 현재

파편적 사실들로 가득 찬 현재는 이해 가능한 영역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져 버렸다. 21세기 초 팬데믹을 거치며 그 모호성이 더욱 심화된 현재는 언뜻 터무니없으나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춘 이야기, 즉 음모론이 창궐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된다. 이에 음모론과 음모론자를 수사하고 가짜 뉴스, 미신, 광신도를 퇴치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미신 파괴자’가 창설된다. ‘나’는 미신 파괴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마약 캔-D 3000밀리그램을 주사하기로 한다. 일정량 이상의 캔-D를 주사하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져, 음모론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가상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존재인 ‘존재론적 행방불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존재론적 행방불명자’로 변모한 뒤에는 영영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조직의 계획대로 캔-D를 주사한다. 너무 크고 멀리 있는 문제들보다는 가까이에 위치한, 실천 가능한 일들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또한 “뭔가 이해하려 한다”는 실감을 느끼기 위해서.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음모론의 세계 한가운데로 진입한 ‘나’는 어떻게 될까? 조직은 마침내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상상한 바를 그저 실천에 옮길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스크롤!』은 근매래의 세계를 떠도는 개인과 이야기 들을 그 존재 양태 그대로 포착해 둔다. 태어나 한 번도 남한을 벗어난 적이 없고, 공식 유통망을 통해 구할 수 있는 책들만 읽는 프랜의 삶은 헬싱키 가상 마을 출신에 다크웹에서 구한 작품들만 향유하는 정키의 삶과 전혀 겹치는 구석이 없다. 한 개인의 사연은 다른 개인의 사연과 선형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일시적으로 만나고 겹치는 어느 ‘순간’이 있을 뿐이다. 손에 쥘 수 있는 현실은 오직 순간적인 접촉들, 혹은 접촉으로부터 상상한 구체적인 장면들로서만 가능할 것이다. 미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찾아오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시간의 연속성이 깨진 파편적인 세계에서도 미래에 대한 전망과 열망은 여전히 유효한 걸까? 정지돈은 『…스크롤!』을 통해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현실이라고 정의하면 그 상황은 결과적으로 현실이 된다. (……) 그러니 지금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구체적인 건 무엇이나 현실이니까. 미래는 시간이 아니라 꿈속에 있다.” 우리는 각자의 진실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 진실이 음모론에 가까울지라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단 하나의 이야기 대신, 수십 수백 개의 이야기가 저마다 달리 주어질 것이다. 미래는 예상과 설명 대신, 오직 실천을 통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을 “실천”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는 정지돈의 말처럼.

■ 작가의 말

이렇게 하나 마나 한 말을 왜 하는 걸까. 나는 책이 깨달음을 준다는 말 따위는 믿지 않는다. 모든 언어는 이미 깨달은 사람, 깨달을 준비를 한 사람에게만 이해된다.(물론 이 경우에도 진짜 이해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언어의 힘을 믿는다. 언어는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이건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니까. 단지 실천할 수 있는 일일 뿐이고 그래서 나는 소설을 썼다. 앞으로도 쓸 것이다.
- 정지돈, 「작가의 말」에서

회원리뷰 (5건) 리뷰 총점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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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이해 못할 현실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3.05.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머리가 멍하다. 대체 난 지금 무슨 이야기를 읽은 것인가! 읽는 내내 이해가 쉽지 않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 상태가 끝까지 지속될 줄은 몰랐다. 본문에 등장하는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 속사정을 알 수 없다고, 안다 해도 되돌리거나 움직일 수 없고 움직인다 해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고’라는 말이야말로;
리뷰제목

머리가 멍하다. 대체 난 지금 무슨 이야기를 읽은 것인가! 읽는 내내 이해가 쉽지 않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 상태가 끝까지 지속될 줄은 몰랐다. 본문에 등장하는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 속사정을 알 수 없다고, 안다 해도 되돌리거나 움직일 수 없고 움직인다 해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고’라는 말이야말로 이 작품의 핵심을 꼬집는 문장이지 싶었다. 대체 무얼 다루고 있기에 읽고 나서 이리도 혼란을 느끼는 걸까. 소설은 상상의 반영이나, 안타깝게도 그 상상은 현실에 기반한 것이다. 이 이야기 또한 결코 터무니없지는 않을 터였다. 적응해야만 한다. 아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정확히 이해치 못한다는 걸 이번 기회에 제대로 깨달을 필요가 있었다.

제목을 눈 여겨 본 이들이라면 그냥 ‘스크롤’이 아니라는 걸 감지했을 것이다. 글자가 등장하기 전 말줄임표에 해당하는 온점(.)이 세 개 찍혀 있으며, 글자 뒤로는 느낌표(!)가 이어진다. 컴퓨터, 스마트폰 혹은 그 비슷한 무언가를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스크롤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시로 “빨리빨리”를 부르짖는 시대라곤 하지만, 예전에 비한다면 빛의 속도라 칭해도 무방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신세계가 열리는 적이 많으니, “유레카”를 외칠 법도 하다. 이 외침은 환희 가득한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겉모습만으로는 이보다 더 완벽하기 힘들다. 다들 속도 내기에만 열을 올리니 속내를 유심히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 어쩌면 일부러 외면하는 걸 수도 있다. 진실을 알기가 두려운지라 행하는 회피. 소설은 이런 우리의 마음과 닮은꼴이었다.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시대에 대해 저자는 말을 아꼈다. 일단 머나먼 미래는 아닌 거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여전히 조선일보, 한겨레 등 언론사가 존재한다. 모로코, 적도기니 등의 나라도 건재까진 아니나 언급 가능한 걸로 보아 이 무렵까지는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2020년대라고 말하기도 모호하다. 등장인물들의 행태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나, 그 현실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이라는 장담이 어렵다. 최근 들어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는 마약류의 범람을 꼬집은 거 같은 내용이 등장하기느나 하지만, 그걸 이 소설 배경의 전부라고 파악해선 곤란하다. 약물은 실험적이다. 걱정하는 것처럼 한 인격체를 파괴로 몰고 갈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누구도 이에 대해 알려 주질 않기에 등장인물들은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거절을 쉬이 못한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넘어가는 게 선택 가능 항목 수준이 아닌 필수와도 같아서다. 누군가가 심어놓은 바이러스를 찾아 파헤치고, 그럼으로써 세상에 치유의 빛을 가져다주어야 할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 입장이므로 더더욱.

긍정적, 부정적 가치 간의 혼재가 돋보였다. 인물들이 모두 같은 걸 꿈꾸고 있다 믿었는데, 어느 순간 저자는 일종의 비틀기를 시도한다. 믿기 힘들게도 사람을 쏴 죽인다. 그 장면을 목격한 이는 말이 없으며, 총구에서 불을 뿜은 이는 금방이라도 잡혀 갈 것처럼 묘사되지만 그 뿐이다. 정작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미동마저 없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긴장감이 흐른다. 얼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독자, 심지어 등장인물조차도 조바심을 호소하지만 저자는 말을 아낀다. 더는 꿈꾸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가해진다. 나름 살만하지 않느냐는 안주에 동의를 표해야만 할 거 같다. 카오스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겐 가혹하겠지만 이미 우린 그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 분명 나는 여기 이 곳에 존재하는데 나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현실.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재빠른 스크롤이 필요하다. 해방의 스크롤은 그러나, 현실 반복을 부르는 몸짓에 불과하다.

경험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가 없다는 감각이 뜻하는 바는 무얼까. 공존하는 듯하면서도 각자도생 모양새인 인물들의 모습에 나는 몸서리쳤다. 나와 저들이 무척이나 유사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더더욱. 슬픈 예감은 언제나 맞아떨어지곤 해왔다. 말을 아껴야겠다. 결코 이해치 못할 이 세상에 대한 옹알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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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도서] …스크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f*******7 | 2023.05.1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복잡 다단한 내용. 마구 뒤섞인 듯한 이 소설은 줄거리가 있는 듯 하다가도 난해했다고 기억된다. 요즘의 사조일 수도 있고 다만 아무것도 아니라기엔 아쉽다. 내용이 이어지다가 조금 전환을 맞이했다가 또 묘하게 이어지곤 해서 잠깐 쉬었다 읽었다가 조금 애먹었다.[언어는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보다 훨씬 많은 일은 한다.];
리뷰제목
복잡 다단한 내용. 마구 뒤섞인 듯한 이 소설은 줄거리가 있는 듯 하다가도 난해했다고 기억된다. 요즘의 사조일 수도 있고 다만 아무것도 아니라기엔 아쉽다. 내용이 이어지다가 조금 전환을 맞이했다가 또 묘하게 이어지곤 해서 잠깐 쉬었다 읽었다가 조금 애먹었다.[언어는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보다 훨씬 많은 일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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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현재를 꼭 닮은 미래소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애* | 2022.07.3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었고 구조가 낯설었지만 인상 깊은 문장이 많아서 빠르게 읽어나갔다. 장편소설이라 하는데 내가 그동안 읽어온 장편소설들과 문장이나 문체가 확연히 달랐다. 가볍고 구어체인데, 막상 쓰기 쉽지 않은 문장들. 호흡이 짧은 소설을 연이어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미래 같지만 결국 현실인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야기. 따라가기 어렵다면, 독자는 독자;
리뷰제목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었고 구조가 낯설었지만 인상 깊은 문장이 많아서 빠르게 읽어나갔다. 장편소설이라 하는데 내가 그동안 읽어온 장편소설들과 문장이나 문체가 확연히 달랐다. 가볍고 구어체인데, 막상 쓰기 쉽지 않은 문장들. 호흡이 짧은 소설을 연이어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미래 같지만 결국 현실인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야기. 따라가기 어렵다면, 독자는 독자의 속도로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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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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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4점
무슨 말이지...하면서 빠져드는 기묘한 정지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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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w******k | 2023.03.31
평점5점
새롭고 기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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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키* | 2023.03.03
구매 평점5점
정지돈 작가님 작품 좋아하시면 꼭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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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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