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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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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큰글자도서)
[도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 (큰글자도서)
다른몸들 기획/김창엽,김현미,박목우,백영경,안숙영,염윤선,오승은,전근배,조한진희 등저 동아시아
36,000
돌봄이 돌보는 세계 (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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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글 - 돌봄은 진실을 묻는다

[질병] 나의 장애는 몇 점인가요?
[정신장애]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장애] 장애를 중심에 둔 돌봄사회
[권리] 의존과 질병의 ‘정상성’
[노동] 돌봄이 노동이 될 때
[의료] 의료에는 돌봄이 없다
[교육] 돌봄 없이는 교육도 없다
[젠더] 보살핌 윤리와 페미니즘 이론
[혁명] 돌봄은 혁명이 되어야 한다
[이주] 국경을 넘는 여자들
[탈성장] 지구의 성장이 멈추는 곳에서 돌봄이 시작된다

저자 소개12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사단법인 시민건강연구소 이사장 겸 소장. 1991년부터 대학에서 건강정책, 불평등과 건강정의, 국제보건 등을 공부하고 가르쳤다. 2010년부터는 민간 독립연구소인 ‘시민건강연구소’를 통해 ‘대안적’ 지식 생산과 공유를 시도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비판건강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쓰고 옮긴 책으로는 『건강의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 『건강보장의 이론』,『건강할 권리』, 『한국의 건강 불평등』(공저), 『건강정책의 이해』(역서) 등이 있다.

김창엽의 다른 상품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 연세대학교 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젠더의 정치경제학과 노동, 글로벌 이주와 난민, 에코 페미니즘과 생태주의운동이다. 오랫동안 한국 여성들의 일 경험을 해석하며 페미니즘이 현대의 일터에서 어떻게 자원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해왔다. 페미니즘의 힘은 성 불평등으로 인해 여성들이 잃어온 ‘몫’을 단순히 찾아오는 게 아닌, 체제에서 주어진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관행을 변화시키며 해방의 가능성을 실천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2005),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2014),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2021)을 썼고 『친밀한 적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 연세대학교 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젠더의 정치경제학과 노동, 글로벌 이주와 난민, 에코 페미니즘과 생태주의운동이다. 오랫동안 한국 여성들의 일 경험을 해석하며 페미니즘이 현대의 일터에서 어떻게 자원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해왔다. 페미니즘의 힘은 성 불평등으로 인해 여성들이 잃어온 ‘몫’을 단순히 찾아오는 게 아닌, 체제에서 주어진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관행을 변화시키며 해방의 가능성을 실천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2005),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2014),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2021)을 썼고 『친밀한 적』(2010), 『젠더와 사회』(2014),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2019),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2020) 『난민, 난민화되는 삶』(2020) 『돌봄이 돌보는 세계』(2022) 등 여러 권을 공저했다.

김현미의 다른 상품

누군가에게 평범한 햇빛이고 싶고 늘 찾아오는 빗소리이고 싶고 끼니때마다 풍겨오는 어머니의 김치찌개 냄새 같은 것이고 싶다. 무언가에 닿고 어루만져주며 그를 조금 움직이게 하고 따뜻하거나 상쾌하게 하고 곁에 있는 동안 하나의 사물인 듯 무심하고 평온한 것이 되기를 바란다. 나날을 최선을 다해 분투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서 현을 켜는 소리, ‘조현’이라는 말에서 음악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질병과 함께 춤을』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를 함께 썼다.

박목우 의 다른 상품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서양사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에서 존스홉킨스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2020, 공저), 『프랑켄슈타인의 일상-생명공학시대의 건강과 의료』(2008, 공저), 『여성운동 새로 쓰기』(200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백영경의 다른 상품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Freie Universita?t Berlin)에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계명대학교 정책대학원 여성학과에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사는 젠더와 정치, 젠더와 공간 및 젠더와 노동이며, 주요 저서로는 『공간주권으로의 초대』(공저), 『왜 아직도 젠더인가? 현대사회와 젠더』(공저), 『여성학: 행복한 시작』(공저) 등이 있다.

안숙영의 다른 상품

선천성 심장질환자. 간헐적 노동자. 심실이 하나인 심기형으로 태어났다. 건강이 허락할 때는 장애인 일자리 연결로 재택 단시간 사무직 노동을 한다. 사람들이 장애 부류 중 ‘심장장애’를 어려워 한다는 것을 깨닫고, 2020년부터 블로그에 심장장애인으로서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https://kimmeme.postype.com/

염윤선의 다른 상품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공공부문 산별노조인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서 사회적 돌봄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고, 노동조합 관점에서 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오승은의 다른 상품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사단법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섕활센터 활동가. 장애인의 자립생활, 탈시설화, 인권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대구대학교에서 장애학을 공부한다.

전근배의 다른 상품

여성학 연구자. 서평가. 월간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다학제적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전 5권), 『페미니즘의 도전』,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처럼 읽기』,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누구나 그렇듯 자기소개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안목 있는 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군 ‘위안부’ 문제를 계속 공부하는 연구자, 남성성과
여성학 연구자. 서평가. 월간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다학제적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전 5권), 『페미니즘의 도전』,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처럼 읽기』,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누구나 그렇듯 자기소개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안목 있는 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군 ‘위안부’ 문제를 계속 공부하는 연구자,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자원으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를 희망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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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진희

관심작가 알림신청

반다

여성·평화·장애 운동을 넘나드는 활동가. 팔레스타인에서 인권 활동을 하는 중에 건강이 손상되었고, 이후 질병에 관해 사유하게 되었다. 질병 경험을 토대로 쓴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질병 문화를 통찰하며 잘 아플 권리(질병권)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2015년 〈일다〉 시민교실에서 ‘질병과 함께 춤을: 잘 아프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것들’이라는 워크숍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시민들과 질병 서사 쓰기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인권 연극 제작, 시민교육 등으로 질병과 인권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겨레〉, 〈일다〉, 〈민중언론참세상X워커스
여성·평화·장애 운동을 넘나드는 활동가. 팔레스타인에서 인권 활동을 하는 중에 건강이 손상되었고, 이후 질병에 관해 사유하게 되었다. 질병 경험을 토대로 쓴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질병 문화를 통찰하며 잘 아플 권리(질병권)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2015년 〈일다〉 시민교실에서 ‘질병과 함께 춤을: 잘 아프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것들’이라는 워크숍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시민들과 질병 서사 쓰기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인권 연극 제작, 시민교육 등으로 질병과 인권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겨레〉, 〈일다〉, 〈민중언론참세상X워커스〉 등에 질병, 페미니즘, 진보사회에 관한 연재를 했고, 공저로 《포스트 코로나 사회》, 《비거닝》, 《라피끄:팔레스타인과 나》가 있다. 지금도 ‘완치와 투병의 중간쯤’에 살고 있다.

조한진희의 다른 상품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해직강사로 대학의 기업화와 비민주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요집회와 잔디밭 강의 등 학내투쟁과 강사투쟁을 했고 그 경험을 기록하여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를 펴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이자 발행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으로 잘못된 교육 시스템과 한국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글을 꾸준히 써왔다. 2018년부터 월간 『워커스』에 노동, 정치, 교육, 돌봄, 기후위기 등 다양한 현안에 섬세한 고민과 물음을 던지며 ‘워커스 사전’을 연재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능력주의와 불평등』,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해직강사로 대학의 기업화와 비민주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요집회와 잔디밭 강의 등 학내투쟁과 강사투쟁을 했고 그 경험을 기록하여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를 펴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이자 발행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으로 잘못된 교육 시스템과 한국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글을 꾸준히 써왔다. 2018년부터 월간 『워커스』에 노동, 정치, 교육, 돌봄, 기후위기 등 다양한 현안에 섬세한 고민과 물음을 던지며 ‘워커스 사전’을 연재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능력주의와 불평등』,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상상하라 다른 교육』, 『교육 불가능의 시대』 등이 있다. 현재 강원도 인제에서 글 노동자, 들 노동자로 산다. 지배하는 이들이 아니라 지배당하는 이들, 저항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연구자이자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채효정의 다른 상품

기획다른몸들

관심작가 알림신청
'잘 아플 권리', 즉 질병권이 보장되고, n개의 다른 몸들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회단체.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아픈 몸들이 당사자의 언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발화의 장을 만들어왔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와 〈비마이너〉에 질병 서사 ‘질병과 함께 춤을’, ‘아픈 몸, 무대에 서다’를 연재했고, 2020년 아픈 몸들을 공개 모집해, 시민 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무대애 올렸다. 지금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약 2만 명 넘는 관객이 관람한 이 연극은 2020년 레드어워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수상, 202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후보에
'잘 아플 권리', 즉 질병권이 보장되고, n개의 다른 몸들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회단체.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아픈 몸들이 당사자의 언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발화의 장을 만들어왔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와 〈비마이너〉에 질병 서사 ‘질병과 함께 춤을’, ‘아픈 몸, 무대에 서다’를 연재했고, 2020년 아픈 몸들을 공개 모집해, 시민 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무대애 올렸다. 지금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약 2만 명 넘는 관객이 관람한 이 연극은 2020년 레드어워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수상, 202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현재 여러 대학과 사회단체에서 질병, 소수자, 인권 공부를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질병 외에도 젠더, 장애, 민족, 계급, 종차별 등의 문제를 교차적으로 고민하며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질병과 함께 춤을’은 다른몸들의 질병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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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40g | 135*215*18mm
ISBN13
9788962624441

책 속으로

이 노골적이며 거친 현실, 몸의 일상, ‘건강한 사람’이 거의 상상하지도 못할 물질성을 경험하는 신체가 ‘예외적’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설계하는 데 중심으로 설정될 때, 그 경험을 통해 발견되는 장애화 요인을 제거해 나가며 인간 모두가 보다 유리한 생존을 담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장애를 중심에 둔 돌봄사회」중에서

그러나 보호는 통제를 동반한다. 보호 담론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상’에서 비켜난 모든 몸들을 약자화하는 현실을 ‘문제화’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그 너머를 질문해야 한다. 어떤 조건이 특정 존재를 약자로 만드는가? 약자를 약자로 만들지 않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의존과 질병의 ‘정상성’」중에서

오랫동안 집 안에 갇혀 여성에게 짊어졌던 돌봄이 갑자기 임금노동이 되면서 그 노동자는 엄마, 아내, 딸의 역할을 일정 시간 대행하는 사람, 그래서 ‘가족처럼’ 일하도록 얼마든지 요구받고 감시당하고 통제될 수 있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가족 내 여성 구성원이 아니고는 누구와도 분담하지 못했던 돌봄을 갑자기 ‘피 한 방울 안 섞인 이’에게 맡기게 되면서 발생하는 긴장과 불안, 기대, 그리고 억압은 돌봄위기의 새로운 증상이 된 것이다.
---「돌봄이 노동이 될 때」중에서

의료는 돌봄과는 다른 것으로 분리되었으며 돌봄은 사소하고 의미 없는 일, 무가치한 일 혹은 아예 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문제는 병원과 의사만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그의 가족들도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의료에는 돌봄이 없다」중에서

“스스로 서서 서로를 돕는 교육”은 “서로를 도와서 스스로 서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참된 돌봄의 관계 속에서만 참된 교육과 인간의 성장이 가능하다.
---「돌봄 없이는 교육도 없다」중에서

남성 문화는 돌봄을 하찮게 여기거나 ‘모성’처럼 생물학적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에게 돌봄은 노동시장 경력부터 자아 형성까지 전 생애에 걸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삶의 근본적인 고민이다. 이처럼 돌봄노동에 대한 가장 큰 해는 이것이 젠더문제라는 인식에서 온다.
---「보살핌 윤리와 페미니즘 이론」중에서

문제는 성장률, 이윤 보장 및 이윤 극대화가 중심인 현재의 ‘성장 경제’하에서는 충분한 돌봄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성장 경제하에서는 충분한 돌봄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돌봄 혁명 논의의 심화를 위해서는 성장 경제와 동의어로 이해되어 온 지금까지의 경제개념과 작별하고, 충분한 돌봄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경제를 향한 젠더적 상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돌봄은 혁명이 되어야 한다」중에서

북반구 국가들은 잘 교육되고 훈련된 양질의 돌봄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돌봄노동을 ‘여성’의 일로 간주하는 가부장적 각본은 새로운 형태의 돌봄 성차별주의-인종주의를 낳는다. 전 지구적으로 이동하는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노동 단가는 개선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은 점차 인격권마저 상실한 ‘하인’의 위치로 전락하고 있다.

---「국경을 넘는 여자들」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설과 서비스를 넘어, 가치와 질서를 향하여
“돌봄은 혁명이 되어야 한다”


책에서 말하는 돌봄은 ‘사회 서비스’의 개념을 넘어선다. 집 안에서 ‘고통’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돌봄을 사회가 ‘처리’해 주는 대안 모색이 핵심도 아니다. (…)
우리는 묻고 싶었다. 돌봄이 다른 질서를 상상하고 사회적 전환을 이끌어 내는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여는 글 중에서

책은 제도와 복지의 관점에서 돌봄을 다루기 시작해, 가치와 관념으로서의 돌봄으로 확장한다. 책의 초반부는 ‘몸’의 돌봄을 다룬다. 염윤선과 박목우의 글은 질병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경유해 장애등급제와 정신의학 시스템의 한계를 짚는다. 장애인 운동 활동가 전근배의 글은 자가격리 및 코호트격리로 대표되는 ‘K-방역’이 장애인 돌봄에 실패한 이유를 밝히고, 조한진희의 글은 특정한 ‘의존’만이 쓸모없는 행위로 여겨지고 약자화되는 배경을 살핀다. 아픈 몸과 장애를 중심으로 돌봄을 사유하는 네 개의 글은, 의존과 돌봄 안에도 치열한 권력관계가 작용하기에 오랫동안 돌봄을 받아 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봄’에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책의 중반부는 제도(노동, 교육, 의료)로서의 돌봄을 다룬다. 대표적 돌봄 노동자인 요양보호사를 중심으로 돌봄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조건을 세세하게 살펴보며 그 개선방향을 진단하는 한편, 아이와 환자를 보살피고 돌보는 일과 분리될 수 없는 교육과 의료 안에서 어떻게 돌봄이 저평가되고 자본화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추적해 간다.

후반부는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중대한 가치이자 사회 질서로서의 돌봄을 조명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글은 ‘보살핌 윤리’를 중심으로, 독립과 자율성, 모성의 개념을 검토하며 보살핌의 가치를 젠더를 넘어선 인간의 조건으로 확장한다. 사회학자 백영경의 글은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탈성장’ 개념이 돌봄 문제와 만나는 지점을 탐색하며, 성장·기후·식민의 문제를 사유하는 하나의 장(場)으로서 돌봄을 조명한다.

국가를 넘어 지구를 가로지르는 돌봄의 연대!
모두의 좋은 삶을 위한 ‘돌봄이 돌보는 세계’


그간 돌봄은 ‘여성적’인 일로 여겨지며 여성 노동자에게 저임금으로 외주화되었다는 점에서, 주로 젠더적인 관점에서 성찰되어 왔다. 문화인류학자 김현미의 글은 돌봄의 여성화 문제를 지구의 차원으로 확대하여, 돌봄 노동자들의 전 지구적 이주 속 인종·계급 불평등을 탐색한다. 최근 40년간 북반구 국가 및 제1세계는 부족한 돌봄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반구 혹은 제3세계 노동자를 ‘수입’하고 있다. 오랜 기간 재중동포를 비롯한 이주민이 간병과 돌봄 노동을 도맡아 온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김현미는 “돌봄 노동을 ‘여성’의 일로 간주하는 가부장적 각본은 새로운 형태의 성차별주의-인종주의를 낳는다”고 설명한다.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외국으로 이주한 여성 노동자는 성차별적이고 오리엔탈리즘적인 이미지로 착취되며 또다시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다. 김현미는 전 지구적 소득 불평등의 증가가 이주하는 여성 돌봄 노동자를 “글로벌 하인 계층”으로 전락시키며 새로운 계급 분화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한다. 한국인 여성들을 돌봄 노동에서 해방하고 사회로 진출하게끔 돕는다는 돌봄 노동의 외주화 정책에는 여전히 돌봄 노동을 ‘어딘가의 여성’에게 전가하는 시각이 남아 있다. 김현미의 글은 돌봄 불평등 문제를 인종과 계급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그 자격과 권리를 다시 물으며 돌봄 정의를 세운다.

돌봄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되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안숙영의 글은 독일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돌봄 혁명’(한 사회의 무게중심을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인간의 필요와 돌봄으로 옮기고자 하는 논의)의 핵심 쟁점들을 소개하며, 이윤을 위한 삶이 아닌, ‘좋은 삶’으로 전환해 가는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돌봄을 모든 시민들과 평등하게 나누어 가기 위해서는 경제의 중심에 재생산이 자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에는 이렇듯 한 사회를 넘어 전 세계에 돌봄의 가치를 회복하고, 인종과 계급, 젠더를 초월해 모든 시민에게 돌봄의 권리를 분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상상력이 담겨 있다. 기후위기와 체제 전환이라는 숙제 앞에 놓인 한국 사회가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 모든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 유일한 희망이 ‘돌봄이 돌보는 세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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