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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하면 좀 어때

: 이런 나인 채로, 일단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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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34g | 133*200*20mm
ISBN13 9791156754244
ISBN10 115675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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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라는 것이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가타부타 따지기 전에 일단 하고 싶었던 일이니 시작하면 재미있지 않겠는가? 그저 재미있게 해보다가 그 재미가 점점 더 커진다면 가장 재미있는 일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계속 그걸 하면 된다.
---「그래도 제법 번듯하지 않나요?」중에서

프리랜서가 온전히 쉴 수 있는 비결이란 달리 없다. 그저 업무 시간에 집중해 퇴근 후의 여가 시간이 업무 시간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하는 것. 사실 올해 목표가 ‘뽀로로 되기’일 정도로 나는 노는 것을 좋아한다. 노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친구들과의 대화,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던 기가 막힌 농담, 혼자 혹은 여럿이 산책하면서 본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 웃기게 생긴 건물, 이상한 간판, 아니면 그저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 노는 동안 보고 들은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새로운 작업을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재미있게 놀고 쉬는 여가 시간이 작업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다. 결국 다 작업을 잘하기 위해서다.
---「작업실 책상에 고민을 두고 오는 법」중에서

우리끼리만 먹는 스태프밀! 나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 딱히 식당에서 자신 있게 선보이는 메인 요리는 아니지만, 괜스레 먹고 싶은 요리가 누구나 하나쯤 있을 것이다. 그런 멋없는 요리를 메인 요리 접시에 담아서 요리가 나오길 기대하는 손님들 앞에 “나왔습니다” 하고 깍듯이 서빙하고 싶다. 손님들이 식탁에 놓인 요리를 보고 “애걔, 이게 뭐예요!” 하다가도 “허… 또 먹다 보니 맛있네…” 하고 수긍할 만한. 그렇게 내 대쪽 같은 취향을 우겨서 남들이 모르는 사이에 설득시키고 싶다.
---「내가 만든 인형, 나를 위해 만들었지」중에서

귀여우면 귀여울수록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정반대의 행동으로 그 사랑을 표현하고, 해소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내가 한 입 거리 음식 앞에서 어떻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 조그맣고 귀여운 음식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함박웃음을 지으며 먹어서 없애버리는 것뿐. 동그랗게 식빵을 굽고 있는 우리 집 고양이의 엉덩이를 장난스럽게 깨물어버리고 말 때처럼, 어떤 것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참을 수 없다. 한 입 거리 음식에 대한 나의 사랑이 그러하다.
---「한 입 거리 음식 예찬」중에서

자기 작업이 별로라며 자신 없어 하는 동료가 있으면, 가수 아이유가 콘서트에서 “요즘 저 살쪘어요”라고 말하자 “뭐가 살쪄!”라고 외치던 팬처럼 호통치곤 한다. 뭐가 별로야! 그럴 때는 입발림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별로가 아닐 때가 많다. 별로라는 말에 순간 울화가 터질 만큼 내 동료들은 훌륭하다. 내가 아는 만큼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또 내가 좋아하는 만큼 그들이 자기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시작은 힘 풀기부터」중에서

쓸데없는 감상에 젖지 않아도 모든 건 헤어지고 망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말보로 담뱃갑을 보고 지구 멸망의 공포에 사로잡힌 채 하릴없이 울지 않았던 것처럼, 뻔히 망할 줄을 알아도 그냥 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랑보다 좋은 추억, 알게 될 거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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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후순위에 두다 보면 여기저기에 구멍이 난다. 튼튼한 실로 박음질할 수도 없는 노릇. 『허술하면 좀 어때』를 읽으면서 느꼈다. 못생긴 마음들을 가까이하며 그 마음들에 표정을 그려 넣느라 하루를 다 쓰는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게나 유의미하다고.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말이다. 그건 못생긴 마음이 아니라, 가장 나를 닮은 마음이 아닐까. 어쩐지. 띠로리의 인형들은 어느 날의 내 마음들을 닮아 있더라. 그래서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고 싶었나 보다. 띠로리의 인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이 책을 책장에 꽂고 있는 사람 또한. 어딘가 조금 축 처진 사람들. 그래서 우리끼리만 아는 웃음을 짓는다는 것. 이 책은 그런 귀여운 연대를 보여준다.
- 임진아 (에세이스트, 『읽는 생활』 저자)
언뜻 허술하게도 보이지만 놀랄 만큼 무게 중심이 잘 잡혀 있는 그의 인형 작품처럼, 좋아하는 일과 밥벌이 사이에서 유쾌하게 균형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인형을 이루는 귀여움이 한 땀 한 땀 결코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띠로리를 둘러싼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사랑스러운 안내서를 다 읽을 즈음엔 한 손엔 원단, 한 손엔 실을 꿴 바늘을 들고 부드러운 솜을 빵빵하게 채우며 딱딱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띠로리의 모습이 그려지고, 보송하게 용기가 차오를 것이다. 입장하시죠! 허술하지만 촘촘해. 출구가 없는 띠로리 월드 속으로.
- 최진영 (일러스트레이터, 『인간들은 맨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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