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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이 건너온 319일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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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27쪽 | 354g | 125*188*20mm
ISBN13 9791192465135
ISBN10 11924651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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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59명이 사망했다. 저자 김초롱은 참사 생존자다.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이 본 것, 참사를 맞닥뜨린 한 개인에게 찾아온 트라우마를 당사자 시선으로 기록했다. 우리 사회는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해야 하나.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 손민규 인문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2022년 10월 29일, 나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다. 참사 직후의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는 지금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겠고 어안이 벙벙한 느낌, 현실감각이 소멸된 채 아득하던 기억만 남아 있다. 가슴이 답답해 미칠 듯했던 것만은 또렷하다. 그 심경을 있는 그대로 적어 내려갔다.
--- p.9

녹사평역에서 세계음식문화거리로 향하는 길은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는데, 그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녹사평역 근처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저마다 마법사 분장을 하고 소리 지르며 뛰어 놀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꾸민 코스튬도 사랑스러웠고,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는 듣는 사람도 덩달아 미소 짓게 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와 사탕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아이들, 사탕을 내밀며 수줍게 웃던 그 말간 얼굴과 눈빛도 선명하다. 가족 세 명이 모두 ‘콘헤드 분장’을 하고 몰려다니는 걸 보고 친구와 한참을 웃었던 것도 생각난다. 이소룡도 있고, 디즈니 공주도 있고, 스누피, 백설공주, 신데렐라, 엘사까지 참 다양했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화영화의 한 장면이 이태원 골목마다 삽입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 p.23~24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성질을 부리고 짜증을 내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귀가 따가워서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 순간 갑자기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 1초 만에 전후 상황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등이 아팠다. 그러다 곧 앞쪽에서도 압력이 가해졌다. 앞뒤로 세게 압박이 가해지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몇 초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공포심이 밀려들었다.
--- p.26

모든 상황을 목격하고 온 사람은 속보를 보자마자 직감적으로 죽음을 떠올렸고, 바깥 상황을 전혀 보지 못한 우리는 차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떼죽음을, 그것도 사람이 당한다니. 상상할 수 없었다. 그저 겁을 먹은 친구가 많이 흥분했다고 생각했다. 달래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울먹이는 친구를 다른 친구가 달랬다.
“아니야, 사람 그렇게 쉽게 안 죽어. 뉴스를 기다리자.”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새로운 속보가 뜨기 시작했다.
‘이태원 대규모 압사 사고 발생. 심정지 환자 20명.’
이 속보를 기점으로 심정지 및 사망 환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며 업데이트됐고, 우리는 말을 잃었다. 외면해왔던, 설마 했던 비극을 현실로 맞닥뜨려야 하는 충격과 ‘거 봐, 내 말이 맞잖아. 내가 본 게 죽은 사람들이 맞잖아’ 하고 느껴버린 친구의 마음이 공기 중에 둥둥 떠다녔다. 애써 부인해온 그 수상한 상황들이 ‘죽음’으로 밝혀지고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졌다. 정신이 나가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 p.37~38

10월 30일 새벽부터 이틀간 나는 잠을 자지 못했다. 뉴스 집착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잠도 자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밥도 먹지 않으며 뉴스만 바라봤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서 전화가 쏟아졌고 아무렇지 않게 “어, 나 괜찮아” 하고 대답했다.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동네에 같이 사는 친한 언니가 내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나는 인지할 수 없는 내 상태를 언니가 대신 인지했다. 진지하게 전화 상담을 권유했다. 언니의 거듭된 설득 끝에 나는 몇 번의 전화 통화 시도를 했다. 전화를 걸다가 그냥 끊어버리는 일을 반복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한 명의 심리 상담사와 연결이 됐다. 상담사는 나더러 ‘생존자’라고 했다. 상담사가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냥, 일반인인데요. 난 그렇게 특별한 무언가를 겪지 않았는데요? 몸이 다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고 멀쩡히 숨 쉬고 살아 있는데요? 다만 그냥 거기에 있었을 뿐인걸요. 나는 물었다.
“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 p.42~43

통화는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나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날 일을 처음으로 자세하게 털어놓고 내 상태를 내보였던 것뿐이었다. 울면서 상담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아무래도 그날 거기를 가지 말았어야 했어요. 너무 후회돼요.”
그리고 이어진 상담사의 대답은 내게 첫 치료의 문을 열어주었다.
“아니에요. 그날 거기를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 맞아요. 놀다가 참사를 당한 게 아니라 일상을 살다가 참사를 당한 겁니다.”
--- p.50~51

나를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지게 한 또 다른 요인은 ‘무지’였다. 나는 그날, 무지했다. 어찌 그토록 무지할 수 있었을까. 나는 내 아둔함을 오래도록 치가 떨리게 싫어하고 미워했다. 현장에 있었으면서 어떻게 참사를 인지하지 못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잘도 놀았던 내가 한심했다. 사람이 실려 나가는 데도 죽음과 상관없다고 여기며 놀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해 나는 끙끙 앓았다. 그날 그 시간에 내가 찍어둔 영상은 내 무지함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나 자신이 징그러웠다. 사람이 뭐에 홀리면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예 모를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귀여운 텔레토비친구들에게 꽂혀서 바로 뒤로 사람이 실려 가고 있었음을 몰랐다는 게, 영상을 찍을 당시 그 상황이 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 p.77~78

나는 여전히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행’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겪지 않아도 될 일, 겪어서는 안 될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는 편에 더 가깝다. 주위의 많은 사람이 내게 묻는다.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 이야기에 네가 왜 그렇게까지 힘들어하고 아파하니?”
내 대답은 한 가지다. 나는 그들의 죽음을 내 죽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날 참사 현장에 있던 사람 중 죽음을 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순전히 ‘운’으로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 사실을 나는 여전히 ‘다행’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내 삶을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짊어지고 있다.
--- p.96

“그냥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뻐. 너랑 다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
친구 N은 새해 인사를 핑계 삼아 시간 간격을 두고 이런 문자를 보냈다.
‘뭐해? 그냥 연락해봤어.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참, 시간되면 집에 밥 먹으러 와.’
‘미안해. 너무 뜬금없었지? 새해 핑계로 슥 넘어가 보려고 했어. 모르긴 몰라도 나 같은 애 주변에 많을 거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바로 연락도 못 하고, 미안해. 내가 이렇게 후졌어.’
‘다시 만나서 기쁘다’는 말과 ‘내가 이렇게 후졌어’라는 말이 살아서 ‘다행’이라는 말보다 내 치유에 훨씬 큰 도움을 주었다. ‘좋은 위로’라는 건 뭘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아픈 사람을 알아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들 곁에 함께 서 있는 것도 해줄 수 있다. 나는 기꺼이 그들 곁에 서 있기를 선택할 것이다. 힘을 내도록 그 사람 편이 되어주는 데는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 p.101

참사 이후, 나는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어른들을 보면서 외로웠다. 나아가 점점 더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가슴에 시퍼렇게 멍이 드는 것 같았다. 사과받고 싶었다. 나를 대신해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하는 희생자들에게는 사과하고 싶었고,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할 줄 모르는 어른들에게는 사과받고 싶었다. 왜 아무도 사과하지 않지? 우리는 이렇게 아픈데. 세상은, 이 시대는, 사과하지 않기 위해 ‘네가 놀다가 죽은 것’이라며 개인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도 진짜 어른을 찾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진짜 어른을 찾고 있다.
--- p.119

공청회에서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유가족마저 생존자들의 생생한 현장 증언에 모두가 말을 잃어갔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랬구나’ 하고 처음 체감하는 듯하던 그 분위기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보신각 타종 행사를 해도 군중 밀집 관리에 들어가고, 각종 행사와 시위가 있어도 군중 밀집 관리에 들어가 기동대를 배치한다. 그런데 왜 유독 이태원과 그날의 사고 시그널은 놓친 것일까. 나는 우리 사회가 다른 세대에게, 다른 연령대의 인간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 없이 세상에 그저 자신이 사는 방식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다양성에 관심이 없고 아예 알려고 하지 않는 그 태도가 문제였다. 참사는 그 행사가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인지 몰랐던 무지함의 결과가 아닐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나는 이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 p.176~177

한참 주저앉아 숨을 고르다 일어나서 어찌어찌 발언하고 내려왔는데, 유가족 어머니 중 한 분이 내 앞에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줘서 고마워요. 나는 초롱 씨가 다 잊고 행복하고 밝게만 살아줬으면 좋겠어. 다 잊고 잘 살아줘요. 행복하게만, 응? 요즘 젊은 사람들 사는 것처럼. 그러면 난 정말 바랄 게 없네. 이 이야기 꼭 해주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진상규명도 그냥 우리가 다 할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이제 더 울지 말고 씩씩하게 잘 살아줘요. 너무 큰 짐은 다 버려두고 앞으로는 웃고 살 일만 걱정했으면 좋겠네. 그간은 용기를 내주길 바랐는데 오늘 보니 못할 짓이다 싶어. 그냥 젊은 친구들은 원래 살던 대로 밝고 밝게 사는 게, 그게 우리를 위한 것 같아. 그동안 고마웠어요.”
내게 잊어도 된다고 말해준 유일한 분이었다. 다 잊으라는 말이 이렇게도 슬프고 위로를 주다니, 대체 그들과 내게 어떤 슬픔이 존재하는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내가 밝게 사는 것이, 평범하게 웃고 지내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니, 그 마음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잊어달란 그 요청을 고이 접어두고 사는 내내 꼭 기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 p.191~192

초롱아. 나는 아직도 고통에 직면해 그것과 마주하면서도, 고통에 힘겨워하면서도 왜 글을 쓰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너를 위해 이 글을 쓴다. 아마도 너는 수많은 초롱에게 손을 내미는 것일 테지. 참사에서 아직 구조하지 못한 수많은 초롱을 구조하는 것. 그건 너 자신을 위한 길인 걸 안다.
--- p.243~244

처음 기자를 만난 날, 나는 직업 뒤에 가려진 힘들어하는 한 개인을 목격했다. 그들을 만나며 나는 남들이 내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막연히 편견에 빠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앞에 앉은 또래 기자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마치 거울로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들도 나처럼 참사 현장에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없이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넋을 잃고 길바닥에 주저앉은 생존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인터뷰를 해야 하는 잔인한 직업에 종사했다. 현장을 두 눈에 담은 채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생존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집요하게 물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미안해서 마이크를 들고 한참을 배회하다가 결국 같이 울었다는 말을 나는 여러 기자에게 들었다. 그들은 인터뷰를 해도 문제, 하지 않아도 문제인 상황에서 상처받았다.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참사 목격자이자 생존자였다. 트라우마는 그들을 비껴가지 않았다.
--- p.283

태어난 지 4개월밖에 안 된 아기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나는 내내 행복했다. 그리고 눈물 나게 고마웠다. 아기 엄마는 내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반대로 나는 나를 이렇게 세상 무해한 공간으로 불러주어 고맙다고 했다. 아기가 분유를 먹는 모습, 아기 냄새, 아기가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내게 위로를 주었다. 살아 있는 생명이라는 건 그 자체로 감동인 거구나 싶었다. 그 순간 나도 살아 있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04

그날 나는 인센스 홀더를 하나 얻어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향을 피우며 기도했다.
‘잘 가, 내 고통. 명복을 빈다. 훨훨 날아가렴.’
이상하게도 내 슬픔이 조금은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매일 밤 남은 내 슬픔의 명복을 빈다. 이것도 루틴이라면 루틴일까. 분명한 건 첫날보다는 그다음 날이, 그다음 날보다는 또 그다음 날이 슬픔의 총량이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책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책을 쓰는 내내 마음에 향을 피우고 슬픔을 조금씩 멀리 날려 보내는 상상을 했다. 동시에 내게 남은 슬픔의 명복을 빌었다.
--- p.307~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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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재난 참사의 모든 진실은 피해자 쪽에 저장되어 있다. 고통은 피해자의 몸과 마음과 생애 속에 녹아든다. 그래서 참사를 개념화하거나 타자화하거나 정치화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비극에 접근하는 입구다.
이 책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의 삶과 마음이 일시에 무너지고 또 조금씩 추스러지는 과정의 드라마다. 내가 읽기에,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페이지는 김초롱이 참사 후에 베이비시터로 일하면서 어린아이를 돌보는 행복감을 말하는 장면이다. “아기가 분유를 먹는 모습, 아기 냄새, 아기가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내게 감동을 주었다. 살아 있는 생명이라는 건 그 자체로 감동인 거구나 싶었다. 그 순간 나도 살아 있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김초롱은 말했다.(304쪽) 김초롱의 이 말에 덧붙일 말이 나에게는 없다.
김초롱은 책의 마지막에 “돌이켜보면 나를 살린 것은 ‘연결감’이었다”라고 썼다. ‘연결감’. 이 세 글자는 사람이 사람에게 다가가서 사람의 위안과 회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언어다.
- 김훈 (소설가)
“용기 내주어 고맙습니다.” 콘크리트 사이를 뚫고 나와 핀 장미 같은 이 책의 작가에게,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트라우마의 피해자는 대개 ‘내가 잘못해서, 내게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며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곤 한다. 피해자가 괴로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 사회는 ‘어째서 우리는 당신의 트라우마를 막아주지 못했는가’ 하고 대신 자책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사회의 역할이자 치유의 첫 단추다.
이 과정을 생략한 사회에서, 작가가 참사 현장에 두고 온 스스로를 구해오는 과정을 담은 이 생존 일기는 너무나 진솔하고, 순수하고, 따듯하다. 동시에 가슴을 후벼 파고, 웃음을 주다가, 마지막엔 먹먹한 감동을 안긴다. 저자의 이 용기 어린 고백은 공동체적 트라우마를 겪은 모두에게, 공덕동의 심리 상담 선생님이 작가에게 그랬듯,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될 것이다.
- 나종호 (예일대학교 정신과 교수)
‘생존자’.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말인가. 또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 말인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은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와 “깊이깊이 아프다”를 계속 오가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그 휘청거림 끝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서 나는 이 책이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 이 사회는 참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속에서 많은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은 또 얼마나 어떻게 아팠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이태원 참사의 핵심에 관한 기록이며 또 그 참사를 겪은 우리 모두의, 집단의 기록이다. 그리고 결국, 이 기록은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이 글을 용기 내어 세상에 보여준 김초롱 작가에게 감사와 위로와 한없는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모두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만을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 문소리 (배우)
슬픔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은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해내는 것이다. 김초롱 작가가 폐허 속에서 창조해낸 이 책에는 잠들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소리쳐 깨우는 압도적인 증언들이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참사 현장에서 아직 구조하지 못한 수많은 김초롱들을 살려낸다. 그 구조의 손길에는 한국 사회에 살아가며 애도를 빼앗긴 모든 이들의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 빼앗긴 애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응시해야 한다. 그 일을 해내고야 만 김초롱 작가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 하미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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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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