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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꾼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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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34g | 118*180*20mm
ISBN13 9788972757900
ISBN10 89727579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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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사람이에요. 장난꾼 중에서도 최악의 부류죠. 참을 수가 없는 사람이에요.”
“그럼 우리는 거기에 왜 가고 있는 거죠?”
“어머니가 오라고 시켰으니까요.” --- p.13~14

“여기 와 앉아, 잰.” 늙은 앤드루 트렌트가 재촉하듯 자리를 권했다. 그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노인은 불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안락의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잰이 의자에 기품 있게 내려앉았고, 그때 뿡 하는 방귀 소리가 크고 기다랗게 흘러나왔다. 그녀가 부리나케 일어났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빌어먹을 쿠션 때문이에요.” 그녀가 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번 방문의 이유를 의식하고 얼굴에 억지 미소를 띠었다. “당신 정말이지 짓궂어요, 앤드루.” 그녀가 말했고, 노인은 고소하다는 듯이 킬킬거렸다.
“내 생각에 트렌트 씨는 친근한 분 같은데요.” 멀리사가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폴이 말했다. “저분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까지 일단 기다려 보란 말이에요. 저분은 전혀 아프지 않아요, 보면 알겠지만. 분명 외로웠던 거예요. 이제 집 안 가득 괴롭힐 사람들이 생겼네요.” --- p.21~22

트렌트 씨가 지닌 장난질의 능력은 무궁무진한 것만 같았다. 침대 아래에다가 가시금작화 덤불을 넣어 놓는가 하면, 문 위에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 양동이를 놓아두는 등 끝도 없었다. 방석에서 결례를 저지르는 소리가 나고, 구석구석에 박아 놓은 기계들이 조증에 걸린 웃음소리를 내뿜었다. 멀리사는 음식 접시를 포크로 꾹 내리눌러 보는 버릇이 들었다. 내용물이 얼굴로 날아들지 않게 해 보려는 수고였다. 폴과 마찬가지로 멀리사는 트렌트 씨의 명랑한 장난질에 억지로 재미있어하는 듯이 보이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난방이 펑펑 돌아가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 p.33~34

그때 사무실 쪽에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이겠거니 했다. 그는 그 친구가 특정한 친구, 프리실라 할버턴스마이스이기를 바랐다. 그는 그녀를 몇 주 정도 보지 못한 터였고, 그녀가 왜 자꾸 자신을 멀리하는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로흐두 경찰서입니다.” 해미시가 부드러운 고지 억양으로 말했다.
“살인이에요!” 목소리가 외쳤다.
“자, 자.” 해미시가 재빨리 대답했다. “진정하십시오. 무슨 살인이 일어났다는 겁니까? 누가 살해되었나요?”
“애럿 하우스의 앤드루 트렌트예요.”
“왜 아니겠어요!” 해미시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 언젠가 한번은 트렌트 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 서재에 시체가 있다고 신고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맥그리거 경사가 마을을 비운 터라 해미시가 갔었다. 애럿 마을은 맥그리거의 관할구역이었다. 서재에는 과연 피에 덮인 시체가 있었다. 그가 막 시체로 몸을 숙이는데 시체가 벌떡 튀어 올라 그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충격을 안겨 주었다. 가짜 피에 뒤덮인 하인 엔리코였다. --- p.52~53

티치 골드와 해미시 맥베스는 서로를 살펴보았다. 티치는 그에게 약간 떨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개암나무색 눈과 불타오르는 듯한 빨간 머리를 한 해미시가 꽤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해미시는 티치가 자동차 정비소에 으레 걸려 있는 달력에서 걸어 나온 여자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조그맣고 딱 붙는 진홍색 치마에 속이 비치는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고, 솔기가 이어진 심 스타킹과 굽이 아주 높은 빨간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 p.58

프리실라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승진하면 일하기가 한층 편안해질 거라고 지적하는 게 당신에게 혹시 무슨 소용이라도 있을까요? 로흐두에 눌러앉아 있는 게 그렇게 좋다면, 왜 서둘러 돌아와서 당신 개에게 밥을 먹이지 않고 우리 호텔로 온 거죠?”
“당신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잖아요.” 해미시가 뻣뻣해져서 말했다. “그게 뭐 잘못된 거 있나요, 할버턴스마이스 양?”
그녀는 그를 유심히 살펴보고서 유감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로선 그걸 영광스럽게 여겨야겠지요, 해미시 맥베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난 당신이 빌붙기 좋아하는 빈대란 걸 알 만한 이유가 있거든요.”
“내가 공짜 술과 공짜 난방이나 구걸한다고 생각하고 싶다면, 그거야 빌어먹을 당신 문제고요.”
프리실라는 기가 막혀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고개를 돌리고 팔짱을 꼈다. --- p.98~99

“옛 이웃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만큼이나 그를 증오했다는 걸 알아내는 데 그치고 말지도 몰라요. 그것도 만약 그들이 아직 살아 있다면 말이지만.” 해미시가 침울하게 말했다. “달리 생각해 보자니, 내가 애럿 하우스의 분위기 때문에 정신이 수렁에 빠지는 것 같다는 기분도 탐탁지 않네요. 하루는 상관없겠죠, 아마도.”
“지금 전화 걸게요.” 프리실라가 말했다.
블레어는 해미시 맥베스가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앓고 있다는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순경 어머님이 거신 전화입니까?” 그가 잔뜩 비꼬며 물었다.
“누가 얘기하는 중인지 아주 잘 아시잖아요.” 프리실라가 차갑게 말했다. “경감님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피터 데이비엇 총경님을 연결해 주세요.”
“아니, 아니.” 블레어가 서둘러 말했다. “그냥 살짝 농을 친 거잖소.” 그는 속물인 데이비엇이 프리실라가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다면 천장을 뚫고 올라갈 것임을 알았다.
--- p.19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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