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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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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522g | 146*220*30mm
ISBN13 9788932030104
ISBN10 89320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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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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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들이 방에 갇혀 사료처럼 주는 밥이나 받아먹으며 살아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스스로가 굳게 닫아버린 문을 열고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슬슬 무서워지는 겁니다. 뭘 하고 살아야 하지? 오직 학교에 가는 일밖에 없는 것인가? 그런데 학교를 생각하면 또 참을 수 없이 화가 났습니다. 내가 왜 수업 따위에 시간을 낭비해야 하지? 선생들이고 학생들이고 모두가 그토록 멍청한데. 선생들, 자신들은 학교라는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는 말 따위나 하고. 역사 선생, 일본은 언제까지고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 그런 말을 수업 시간마다 했죠. 그럼 우리 모두가 날 때부터 범죄자라는 거냐, 우리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범죄의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는 거냐.---「행복의 과학」중에서

그러면서 강중식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듯이. 그 일이 없던 일이 되면 강민서의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듯이. 최악까지 가진 않았는데 이런 형벌은 억울하다는 듯이. 그러나 강윤희가 놀란 것은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니었다. 강중식이 아직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쩌면 혼자 꾼 나쁜 꿈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몸의 증상을 빼면 그만큼 그 일은 현실감이 없었다. 20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사촌들의 결혼식과 조부모의 장례식과 온갖 집안 대소사 속에서 강중식은 아무렇지 않게 강윤희를 대했던 것이다.---「눈으로 만든 사람」중에서

“그들은 아기와 노인 들을 죽였어요.” 응웬 아줌마가 말했다.
“누가 베트콩인지 누가 민간인인지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겠죠.” 아빠는 여전히 응웬 아줌마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태어난 지 고작 일주일 된 아기도 베트콩으로 보였을까요. 거동도 못하는 노인도 베트콩으로 보였을까요.”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요? 그건 그저 구역질 나는 학살일 뿐이었어요.” 응웬 아줌마가 말했다.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사무적인 말투였다.
“그래서 제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저도 형을 잃었다구요. 이미 끝난 일 아닙니까? 잘못했다고 빌고 또 빌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세요?”---「씬짜오, 씬짜오」중에서

나는 그 시간 동안의 오빠를 몰라. 오빠를 만나고 싶지 않았어. 오빠를 만나는 게 두려웠다. 오빠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네가 자다가도 몇 번씩 숨이 막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나는 너를 만나는 게 너무 두려웠어. 길을 지나다 오빠를 만나게 될까 봐, 뉴스를 보다가 오빠의 얼굴을 보게 될까 봐. 나는 눈을 뜨는 게 두려웠어. 오빠의 고통스러운 눈을 마주보는 게 너무 무서웠다. 오빠,---「우리의 눈이 마주친다면」중에서

“아빠, 여기에서 그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라니. 그가 키운 딸은 그런 꼴사납고 외설스러운 일을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되는 듯 웃어넘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잠을 청하기 위해 질끈 감아 컴컴한 눈앞으로 기욤이 고개를 숙여 딸의 맨어깨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 자꾸만 환영처럼 떠올랐다. 그 아이도 내가 없으면 아무 데서나 가슴을 드러내놓고 남자와 입을 맞출까?
---「여행의 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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