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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파도

아홉번째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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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top10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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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498g | 145*210*30mm
ISBN13 9788954648714
ISBN10 8954648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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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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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지만 참는 것. 해도 되지만 참는 것. 하고 싶지만 참는 것. 그랬을 때 찾아오는 조금은 고통스러운 만족감의 맛을 윤태진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윤태진이 그만그만한 인간들에게 우월감을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했다.--- p.82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시선들을 되받아치면서, 김순영을 보면서, 송인화는 이제 보건소 여직원 정기 모임에는 안 나오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 때문에 매일 얼굴을 봐야 하는 김순영과 서먹해진다 해도, 무언가를 참는 대가로 얻었던 화기애애함과 편안함 대신 불편함이 찾아온다고 해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때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 p.150

서상화의 손이 송인화의 손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송인화는 머리를 묻은 그대로 숨을 멈췄다. 서상화의 손은 놀랍도록 차갑고 축축했다. 손바닥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송인화는 자신이 다른 세계 하나와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서상화라는 세계. 송인화는 숨을 천천히 몰아쉬며 손에 힘을 주었다.--- p.198

그날 서상화가 아빠의 얼굴에서 본 것은 멸시받는 게 만성이 된 사람의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일터에서 매일매일 오랜 세월에 걸쳐 인격적 모독을 당한다는 것. 그게 내 가족이라는 것. 그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휘저어놓는지를 서상화는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먼저 느껴버렸다.--- p.225

서상화는 그동안 왜 엄마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은 오히려 얼굴이 안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서상화는 엄마가 필요한 나이를 한참 지났지만, 그래서 엄마에 대한 요동치는 감정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엄마가 보고 싶었던 어릴 적 순간들을 딛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아팠다.--- p.235

인간을 가장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것도 약이었고 순간적으로 구원할 수 있는 것도 약이었다. 척주 땅에서 시멘트보다 강하고 시멘트보다 독한 것. 완치 가능성 없는 인간들의 비명을 길들일 가장 강력한 진통제.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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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소도시 척주를 아는가. 석회광산에 얽힌 의문의 죽음, 약왕성도회라는 사이비 밀교, 핵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대립들이 뒤섞이며 욕망의 도가니가 된 척주를. 놀라운 디테일로 축조된, 손에 잡힐 듯 선연한, 무섭도록 현실적인 척주를 배경으로 이곳에서 고통스러운 유년을 보낸 세 인물들이 돌아와 펼치는 증오와 선망의 드라마가 서서히 돋을새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소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이토록 꼼짝없이 빨려들게 만드는 슬픈 사랑의 대서사시는 오랜만이다. 아무리 『목련정전』의 최은미이지만 이런 첫 장편이라니, 경이롭다.
_권여선(소설가)

단숨에 읽었다. 비명을 지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해피엔딩을 믿지 않는 한국인들을 위한 세계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아닐까 생각해왔는데, 『아홉번째 파도』는 그런 현실의 사건들을 촘촘하게 엮은 소설이다. 핵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지역공동체의 분열, 약을 먹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노인들, 자꾸 죽거나 사라지는 사람들, 지역사회를 주름잡았던 거대한 공장과 언젠가부터 거리 포교를 멈추고 사라진 듯 보이는 사이비 종교 단체…… 그 모든 단서를 꿰어야 하는 주인공은 과거 아버지의 죽음에 발목 잡힌 보건소 직원이다, 필연적으로. 멜로드라마적 긴장으로 추진력을 얻는 스릴러. 책을 덮으니 『아홉번째 파도』 속 코끼리산과 유리골, 어라항이 손에 잡힐 듯하다.
_이다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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