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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환상의 유희_ 보르헤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들판 칼과 우상 카르카손 거지들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불행 교환 상회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작가 소개. 로드 던세이니 |
Lord Duns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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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몽환적 세계관
보르헤스는 던세이니의 모든 단편들이 ‘몽상가의 것’이라고 평했고, 작가 자신도 “나는 내가 본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내가 꿈꾼 것만을 쓴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이 책에 실린 7편의 단편과 1편의 희곡은 모두 상상의 세계, 꿈을 무대로 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 몽환적인 판타지들에는 필연적으로 현실에 대한 환멸이 스며있다. 던세이니의 초기 대표작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과 〈들판〉, 〈칼과 우상〉의 몽환적 세계에는 냉혹한 도시문명에 대한 공포와 이에 대항하는 유일한 가능성으로의 상상력이 은유적으로 제시된다. 보다 신화적인 세계에서의 원형적 절망을 그려낸 〈카르카손〉도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문명 이전의 원시적 삶과 신화적 가치를 문명과 자연, 현재와 과거를 대립구도로 놓고 있으며, J. R. R.톨킨이나 H. P 러브크래프트 등 후대 판타지·호러 작가들을 매혹시킨 던세이니만의 독보적이면서도 견고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거지들〉과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에 이르러 현실에 대한 환멸과 혐오는 곧 경이와 찬양, 희망에 대한 가능성으로 바뀐다. 〈거지들〉에 등장하는 한 무리의 음유시인들은 모든 사물에 개별적 의미를 부여하며 축복한다.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에서 그려지는 주인공과 선장과의 기묘한 우정 또한 신화의 세계에 닿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인간의 상상력이 가진 잠재력에 대한 은유이자 예찬이다. 〈불행 교환 상회〉는 수록된 작품 중 가장 현대적이고 기발한 작품이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 짧은 이야기는 가게를 찾은 손님이 자신의 불행을 타인의 것과 맞바꾼다는 착상이 돋보인다. 인간군상에 대한 풍자와 판타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희곡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역시 앞에 실린 단편들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부조리극을 연상케 하는 이 짧은 작품에는 남들보다 뛰어난 두뇌로 모든 걸 예측하고 통제가능하다고 믿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조차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결말을 통해 작가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이던 무대 자체에 대한 독자의 믿음마저 흔들어 버린다. 던세이니가 그려낸 꿈들은 그저 낭만적인 모험이 아니라 현실의 또 다른 모습, 때로는 악몽 같은 무의식을 반영한 처절하도록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결국 작가는 등장인물, 혹은 독자가 현실이라 굳게 믿고 있던 것을 급격히 뒤흔들어 버리며, 기발한 상상력과 견고한 언어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왕국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