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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유령들

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리뷰 총점8.4 리뷰 11건 | 판매지수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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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top100 1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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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30g | 145*210*20mm
ISBN13 9788954649346
ISBN10 8954649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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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율의 이야기 … 007
2부 철수의 이야기 … 069
3부 오수의 이야기 … 129
4부 남은 이야기 … 167

심사평 … 191
수상작가 인터뷰 | 정용준(소설가) … 202
수상 소감 … 213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물려준 집이었다. 아버지는 그 집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나 역시 그 집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어머니는 그 집으로 시집와서 그 집에서 죽었다. 그걸 연결, 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각자 그 집에서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 나는 끝내 모를 것이었다. 그들 역시 내가 지나온 시간들의 전모를 알 리 없었다. 우리 모두의 모든 순간을 지켜본 건 집뿐이었다. 나는 일말의 뭔가라도 발견해내려는 듯 아버지보다 더욱 천천히 구석구석을 노려보았다. 집은 텅 빈 채로 아무 말이 없었다. 하긴, 집은 집일 뿐.--- p.23

시대는 운명을 다한 것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흔적을 추슬러 그것들을 잊지 않게 만드는 건 언제나 몇몇의 개인들이며, 그들조차도 기력이 다할 때가 온다. 비단 연극판의 일만은 아닐 것이었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현실은 나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적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기적을 만드는 건 언제나 사람이며, 그래서 결국엔 헷갈리는 것이다.--- p.92~93

“모든 이야기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걸 보고 들어도 각자에게 들어보면 다들 다른 이야기를 하지. 내가 보고 듣고 겪은 일도 어떤 땐 사실이 아닐 때도 있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 채 겪었거나 잘못 기억하고 있거나. 거짓이 사실이 되는 경우도 있지. 누군가 그걸 사실로 믿을 때. 속았을 수도 있고 그냥 믿었을 수도 있고 속아준 것일 수도 있고 속고 싶었을 수도 있고. 한마디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애초에 자네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거야. 그렇다면 애초에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니 판단을 안 할 건가?”--- p.163~164

나는 그때 정말 징을 붙잡고 싶었던 것일까. 징이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어디에 머물렀을까. 우리는 내내 행복했을까.
징은 왜 떠났고 나는 왜 남았을까. 왜 우리는 그러기로 했을까.--- p.182~183

어찌됐든 곁에 있어야 했을까.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야. 그래서 한 번은 돌아갔었지. 그리고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어. 그 모든 일이 나의 것이 되는 게 두려웠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일들이 나의 일이 되고 나의 기억이 되고 그렇게 결국 내가 될 것이.
--- p.186~18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가벼운 장난이 삶의 각도를 조금씩 비틀고
어느덧 허구는 운명이 되었다


소설은 어느 여름날 벽지 위에 핀 곰팡이에서 세계지도를 읽어내는 어린 ‘징’과 그에게 의지해 두려움을 이겨나가는 ‘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율과 징의 소중한 시간들은 율의 아버지가 징의 편지와 지도는 물론이고 벽지마저 모조리 뜯어내 태워버리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면서 지워지고 만다. 남다른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듯 보이는 율의 부모와 징의 부모는 세월이 흘러 하나둘씩 그들을 떠나가고, 그들 모두를 이어주던 하나의 접점이 뒤늦게 드러난다. 누가 언제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는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의 존재가 그것이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부마다 서로 다른 서술자가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운데 『알제리의 유령들』을 둘러싼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는 구성을 취한다. 1부에서 율은 아버지가 죽음을 맞은 제주도에서 기억의 착란을 겪는 징의 엄마를 만나는데, 징의 엄마가 멘 배낭 속엔 제본된 『알제리의 유령들』이 들어 있다. 2부에서 연극 연출 지망생 ‘철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해답을 구하고자 전설적인 연출가로 알려진 ‘오수’를 무작정 찾아간다. 오수는 각별히 따르던 연극계 선배의 딸인 율과 제주도로 내려가 ‘알제리’라는 술집을 꾸려나가고 있다. 3부에서 오수는 철수에게 『알제리의 유령들』에 대한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를 들려준다.

4부에서 율과 징 가족을 둘러싼 과거의 사건이 드디어 밝혀지고, 낱낱의 이야기로 읽혔던 서사가 하나로 이어진다. 이윽고 이들의 운명을 뒤흔들었던 가장 슬프고 완벽한 아이러니가 바로 눈앞에 드러난다. 사소한 농담이 어느새 모두를 옭아매는 운명으로 탈바꿈하고, 앞 세대의 비극을 원치 않게 물려받은 율과 징은 여기에 남아 그 모든 일들을 받아들이거나, 여기를 떠남으로써 그 모든 일들에서 벗어나려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개인은 어떻게 생을 이어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알제리의 유령들』은 공전하는 별처럼 마주쳤다가도 이내 스쳐가는 율과 징, 그리고 여러 인물들의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을 묘사하며 비극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내고 싶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진실이다


『알제리의 유령들』은 무척 정교한 소설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각각의 이야기는 단절된 듯 보이고, 시간과 공간, 등장인물 또한 제각각이다. 그러므로 독자는 스스로 이야기의 빈칸을 채우며 이 소설이 이루는 세계를 구성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같은 장면도 사람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마련이고,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로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 뒤섞인 사실과 거짓이 이내 사실을 넘어서는 진실이 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아내고 싶다는,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일 것이라고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추측과 상상을 거듭하며 읽다보면 문득 이 소설이 과거와 현재, 이곳과 그곳, 연기와 인생, 작위와 역사, 심지어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넘나들 수 있도록 공들여 직조된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의 중심에서 그 모든 것을 이어주는 가상의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비극일지 희극일지 알 수 없는 전설과도 같은 어떤 시간들을 통해 서로 연결된 존재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을 손에서 놓지 않는 우리가 서로 희미하게 이어져 있고자 하는 것처럼.

*

황여정씨의 『알제리의 유령들』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바로 이 작품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이야기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궁금해하고 탐구하는 행위만이 진실이다, 라는 표현에 이 소설의 역할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실과 모든 거짓의 배치와 구성이 공부해서 쓴 것 같은 인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즐기면서 쓴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자연스러운 호흡과 직관에 의지한 것처럼 보이는 유연한 흐름이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른 점이었다. _강영숙(소설가)

『알제리의 유령들』은 소설이라는 제도 혹은 형식의 존재 의미를 성공적으로 증명한 소설이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실제적이지 않은 허구적 상상물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누벼서 상징질서에 가려진 무시무시하고 매혹적인 실재를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한다면, 『알제리의 유령들』은 그러한 장르적 특성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다. 사건이나 인물, 그리고 배경 등 거의 모든 것이 실제를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작가가 발명한 허구적 상상물들로 짜여 있지만, 그것들은 그 어떤 실제적 사건의 연쇄보다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예외상태적 상황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_류보선(문학평론가)

『알제리의 유령들』은 정교하고 흥미롭고 안정적인 픽션이다. 그야말로 ‘유령’처럼 모호하면서도 위태롭고 또 강렬한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그들 각각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자기들이 걸쳐져 있는 세계의 분위기를 현시하는 쪽으로 더 공헌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을 종으로 횡으로 연결하는 관계들, 그 아슬아슬한 애틋함이 내게는 가장 매력적이었다. 멋지게 짜인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_백지은(문학평론가)

이 소설이 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문장의 물리적 무게가 가벼워서 빨리 잘 읽히고 그래서 소설의 길이가 실제보다 더 짧게 느껴지는데, 문장의 심리적 무게는 가볍지 않아서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내게 남겨진 이 전언과 감정을 훼손 없이 소중히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부모 세대의 사소한 장난이 그 이후 그들과 남은 이들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말하면 실은 이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과 같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는 하나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는 문장 뒤에 숨겨두기 때문이다. 세련되고, 영리하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어떤 소설이 좋은 소설입니까? 누가 묻는다면 한두 줄로 답을 하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읽고 난 다음 나도 모르게 좋은 소설이네, 라는 말이 나오는 소설들은 많다. 이 소설도 그랬다. _윤성희(소설가)

읽는 내내 나 역시 작품 속 작품으로 등장하는 『알제리의 유령들』과 같은 어떤 전설을, 로망을, 그것을 통한 과거 사람들과의 연대를, 내가 단지 원자화된 개인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어떤 계보를, 그것이 설령 허구이거나 환상일 수 있다 할지라도, 강렬하게 희구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_윤이형(소설가)

『알제리의 유령들』의 매력은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 개연성 있는 이야기의 연쇄 혹은 세련되고 효율적인 구성, 이야기 속에 주제를 부조하는 솜씨에 있을 것이다. 작은 얼룩에서 시작해 점점 동심원처럼 번져나가던 이야기가 문득 끊어졌다가 엉뚱한 곳에서 다시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운명을 뒤흔들었던 시간의 파장 속으로 데려다놓는다. 집요함과 대범함이 느껴진다. _은희경(소설가)

소설을 다 읽고 나자 허구의 인물을 실존하는 존재처럼 느끼고 받아들이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까 잘 알지 못했던 지인과 어느 기회에 깊게 대화할 기회를 얻었는데, 대화가 끝나자 그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고 사적으로 친해져 감히 ‘안다’고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처럼 소설 속 인물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_정용준(소설가)

독자는 작중의 모든 인물과 사건에 대해 범위가 제한된, 그리고 다른 시각으로 굴절된 정보들을 얻을 뿐이어서 마치 퍼즐 게임을 하듯이 작중 세계를 스스로 구성해야 한다. 이것은 어떤 독자에게 지루한 일일지 모르지만 조금 참을성 있게 추리와 상상을 거듭하다보면 문득 사실과 허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한 시대의 푸가(fuga)를 접하게 된다. _황종연(문학평론가)

회원리뷰 (11건) 리뷰 총점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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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그 때 그 사람들을 위한 진혼곡..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초* | 2018.06.27 | 추천4 | 댓글4 리뷰제목
   ‘알제리에는 네 명의 유령들이 산다.’로 시작된다는 마르크스의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 열심히 검색해봤다. 마르크스가 정말 이런 희곡을 썼는지.. 소설이 허구라는 것을 깜박한 죄로 머리가 아팠고 손이 고생을 했다. 이 희곡이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임을 알게 되자 비로소 작품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왔다. 그전까지는 이 소설이 장편소설이 맞는지, 작가는;
리뷰제목

   ‘알제리에는 네 명의 유령들이 산다.’로 시작된다는 마르크스의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 열심히 검색해봤다. 마르크스가 정말 이런 희곡을 썼는지.. 소설이 허구라는 것을 깜박한 죄로 머리가 아팠고 손이 고생을 했다. 이 희곡이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임을 알게 되자 비로소 작품의 내용이 머리에 들어왔다. 그전까지는 이 소설이 장편소설이 맞는지, 작가는 도대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헷갈리기만 했다. 가볍게 읽겠다고 선택한 소설이 머리를 쥐어짜게 만들고, 종국에는 묵직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소설은 4부로 되어있다. 각부마다 화자가 다르다. 화자가 하는 이야기도 다르다. 그들 사이에는 알제리의 유령들이라는 희곡만이 공통분모로 있을 뿐이다. 누가 언제 왜 썼는지 모를 희곡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서로 겉돌던 4부는 연관이 되어 비로소 하나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율의 이야기. 율과 징, 태명이다. 은조와 현가라는 버젓한 이름이 있음에도 태명으로 불린다. 율의 태명은 징의 어머니가 지어주었고, 징의 태명은 율의 어머니가 지어주었다. 징의 이름은 율의 아버지가 지어주었고, 율의 이름은 징의 아버지가 지어주었다. 율의 어머니가 징의 아버지에게 징의 어머니를 소개해주었고, 징의 아버지가 율의 어머니에게 율의 아버지를 소개해 주었다. 복잡하다. 무언가 삼류 연애소설의 조짐이 보인다. 율은 아버지가 제주도 민박집에서 급체로 죽은 후 율 수선이라는 수선집을 차려 운영하고 있다. 반년이 지난 후 아버지가 죽은 제주도를 찾는데 그곳에서 정신착란증을 겪는 징의 어머니를 만난다. 징의 어머니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 율. 징의 어머니 배낭에는 제본된 알제리의 유령들이라는 희곡집이 들어있었다.

 

  철수의 이야기.율 수선의 율에게 반한 연극연출 지망생 철수. 그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연극계의 전설로 알려진 탁오수를 찾아간다. 그가 알기로 탁오수는 연출로, 극본으로, 이십여 년에 걸쳐 알제리의 유령들이라는 연극을 백 번 무대에 올렸고, 마지막 공연 뒤 연극계를 완전히 떠나 지금은 제주도에서 알제리라는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알제리의 유령들이라는 극본을 보고 싶다는 철수의 말에 연극과 관련된 대화가 오가고 철수는 술에 취한다. 다음날 알제리를 다시 찾은 철수는 탁오수로부터 율 수선의 영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영희는 탁오수 친구의 딸로 탁오수는 친구가 죽은 뒤 율 수선을 영희에게 맡겼다. 율은 제주도로 내려와 아버지의 후배인 탁오수와 함께 오 년째 알제리를 운영하고 있다.

 

  오수의 이야기. 탁오수는 철수에게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르크스가 알제리에서 요양 중 썼다는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 고등학교 프랑스어 교사인 박선우가 1983년 프랑스를 여행하던 중 헌 책방에서 그 희곡집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그 희곡집을 필사하여 국내로 가져와 20여부를 제본했다. 1984년 박선우와 그의 친구 여섯 명이 구성한 독서클럽 칠현회는 반국가단체를 조직한 혐의로 전부 구속되었다. 수괴는 박선우의 선배로 방송국 부장으로 있는 공산주의자 박재기였다. 증거는 제본된 마르크스의 저작 알제리의 유령들이었고, 박선우가 프랑스에서 본 그 책은 북한에서 발행된 한국어판이었다.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50여일을 보낸 그들, 네 명은 실형을 선고받고, 네 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후 재심에서 그들 모두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남은 이야기. 율은 철수로부터 소포를 받았다. 영희가 쓴 소설 알제리의 유령들이었다. 지은이는 율과 징의 부모 네 명이었다. 징과 율의 가족을 둘러싼 과거사건이 그 책에는 쓰여 있었다. 가벼운 장난으로 시작된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 징의 아버지와 율의 어머니가 쓴 그 희곡을 율과 징의 부모들은 탁오수를 끌어들여 후배들을 골려 주기 위해 마르크스저작이라는 허구로 만들어냈다. 이 허구가 그들의 운명을 옭아맸다. 비로소 각 장의 이야기들이 서로 앞뒤가 맞아간다. 결국 각각의 이야기는 알제리의 유령들이라는 가상의 희곡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장난으로 시작된 허구는 당사자들의 삶 만을 옭아매지는 않았다. 그들의 아들딸인 율과 징도 그 허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징은 이 땅을 떠났고, 율은 남아서 그녀에게 허용된 할 수 있는 일만 했다. 먼 옛날 소설 속의 이야기 같다. 사실 [알제리의 유령들]이란 소설 속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뒤섞인 사실과 거짓은 거대한 권력 앞에 서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뒤늦게나마 밝혀내는 일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지나간 시절 우리모두에게 들려주는 때늦은 진혼곡같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진한 여운이 남는 묵직한 소설 한 편을 읽었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4
구매 알제리의 유령들 : 황여정 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아*********다 | 2018.07.08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이런 말은 좀 이상한 것 같지만그냥 전부 가짜같이 느껴졌다인물들의 태도 말 상황 이야기 어떤 부분이 좋다는건지잘 모르겠다 *너를 만나면 나는 너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게 될까. 너는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는 것. 나를 만나면 너는 나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게 될까. 나는 모르지만 너는 알고 있는 것. 나의 시간들. 너의 시간들. 그리고 모두의 시간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
리뷰제목

*

이런 말은 좀 이상한 것 같지만

그냥 전부 가짜같이 느껴졌다

인물들의 태도 말 상황 이야기

어떤 부분이 좋다는건지

잘 모르겠다

 

*

너를 만나면 나는 너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게 될까. 너는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는 것. 나를 만나면 너는 나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게 될까. 나는 모르지만 너는 알고 있는 것. 나의 시간들. 너의 시간들. 그리고 모두의 시간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그것은 영영 누구도 알지 못할 이야기가 되는 걸까. 그러면 그것은 애초에 없었던 이야기가 되는 걸까.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린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n***8 | 2018.06.06 | 추천2 | 댓글4 리뷰제목
 처음 1부 율의 이야기를 보고 뭐지, 했다. 처음 이야기를 보고 그렇게 어리둥절하다니 말이다. 율과 징은 친구고 율과 징의 부모도 친구 사이로 친했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느 날 율의 아버지는 책이 무섭다면서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태우고 어딘가에 갔다 돌아온 율의 엄마는 두해 뒤에 암으로 죽고, 세해 뒤에는 징의 아버지가 암으로 죽는다. 율 아버지는;
리뷰제목

 처음 1부 율의 이야기를 보고 뭐지, 했다. 처음 이야기를 보고 그렇게 어리둥절하다니 말이다. 율과 징은 친구고 율과 징의 부모도 친구 사이로 친했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느 날 율의 아버지는 책이 무섭다면서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태우고 어딘가에 갔다 돌아온 율의 엄마는 두해 뒤에 암으로 죽고, 세해 뒤에는 징의 아버지가 암으로 죽는다. 율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만두를 먹다 급체로 죽고, 징 어머니는 징 아버지가 죽은 뒤부터 기억이 오락가락했다. 율 엄마와 아버지가 자주 싸운 적도 있었다. 율과 징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율과 징 부모 이야기 같기도 하다. 두사람 부모는 왜 그렇게 된 걸까 했다.

 다음 2부는 철수가 하는 이야기다. 뜬금없이 철수라니 했다. 읽다보니 율이 한 ‘율수선’이 나와서 철수가 관심을 가진 사람이 율인가 했는데 그건 율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철수와 율은 아무 상관없지 않았다. 여기에는 소설 제목과 같은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이 나온다. 글과 연극도 여러 사람을 잇는 것이구나. 책속에 나오는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도 알쏭달쏭하다. 어떤 두사람이 서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나오고, 율과 징 부모는 서로의 아이 태명과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걸 먼저 해서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에도 그런 게 있을까. 탁오수 친구 진정수는 딸한테 엄마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내가 딸을 낳다가 죽어서 딸한테 다른 이름을 지어주면 죽일 것 같아서였다. 이름 이야기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떤 뜻으로 한 말인지 잘 모르겠다. ‘율수선’에서 일하는 사람 이름은 영희다. 영희가 진정수 딸이다.

 3부는 마르크스가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을 쓴 이야긴데 정말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건 80년대에 진짜가 되어버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장난으로 한 이야기가 진짜가 되던 때도 있었다. 율과 징 부모한테 있었던 일이 그랬다. 80년대에는 나라에서 읽지 못하게 한 책도 있었다. 그런 걸 읽으면 잡혀갔다. 읽지 못하게 하면 더 읽고 싶은 게 사람이겠지. 하지만 여기서 말한 독서모임은 그런 뜻으로 만든 건 아닌 것 같다. 어떤 책이든 읽고 세상을 잘 보려 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때 그런 사람 많았을 거다. 지금이라고 없지 않겠다. 예전에는 읽고 말하는 자유가 덜했고 지금은 조금 낫다. 그런 시절에 거기에 맞서 싸운 사람이 있어서 지금과 같은 세상이 왔겠다. 지금도 여전히 말을 제대로 못할 때 있겠지만.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는 건 재미있다. 실제로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이어도 깊이 알아보면 상관있는 사람일 거다. 이 소설에서 중심에 있는 건 연극일까,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일까. 희곡이겠다. 나중에는 영희가 이 제목으로 소설을 쓴다. 그리고 이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이건 영희가 쓴 소설과 같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갑자기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는 건 그걸 사랑해서다는 말이 생각난다. 뜬금없는 말을.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에 나오는 유령 넷은 율과 징의 부모 넷일지도 모르겠다. 알제리라는 술집에 갇힌 네 유령은 80년대에 겪은 일에 갇힌 율과 징의 부모 같다. 그게 아닐 수도 있지만. 율과 징이 부모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부모가 겪은 것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주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나을 것 같다. 역사도 비슷하겠다. 알려고 해야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

 어떤 책이든 읽어도 괜찮은 시대에 살아서 다행이다. 이런 때는 어떤 게 괜찮은지 잘 알아봐야 할 텐데 그건 아직 힘들다. 어쩌면 그건 언제까지고 해야 하는 건지도.



희선




☆―

 “모든 이야기에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네. 같은 곳에서 같은 걸 보고 들어도 한사람 한사람한테 들어보면 다들 다른 이야기를 하지. 내가 보고 듣고 겪은 일도 어떤 땐 사실이 아닐 때도 있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 채 겪었거나 잘못 기억하고 있거나. 거짓이 사실이 되는 경우도 있지. 누군가 그걸 사실로 믿을 때. 속았을 수도 있고 그냥 믿었을 수도 있고 속아준 것일 수도 있고 속고 싶었을 수도 있고. 한마디로 경우의 수가 아주 많아. 애초에 자네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거야. 그렇다면 애초에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니 판단을 안 할 건가?”  (163~164쪽)


 “자네가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다는 거, 알아내겠다는 거. 그게 바로 진실이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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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3건) 한줄평 총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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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황여정 작가를 알게 해 준 책입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정*리 | 2018.04.12
평점5점
책도 재밌고 구성에 놀랐어요. 앞으로 기대되는 작가네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p*r |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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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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