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시작된 ‘축소주의 운동’은 사람들이 육식을 10%만 줄여도 기후 변화, 동물 학대, 각종 질병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말한다. 먹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보다 전 세계가 조금이라도 줄였을 때 나타나는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내 몸 하나도 겨우 건사하는 우리에게 환경에 최적화된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은 불가능하기에, 나는 식생활뿐 아니라 살아가는 전반에서 부담감과 죄책감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휴지 열 장 쓸 거 아홉 장 쓰고, 고기 열 번 먹을 거 아홉 번 먹고, 옷 열 벌 살 거 아홉 벌 사는 거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불완전해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축소주의자,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여기부터 시작, 축소주의자」중에서
매일 쓰는 욕실 제품들은 알고 보니 플라스틱 덩어리였다. 수많은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이고, 샴푸나 린스부터 바디스크럽 속 작은 알갱이까지 내용물에도 유해 화학성분과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특히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화학 첨가제 프탈레이트는 생식기관에 악영향을 끼치고 뇌의 인지능력도 손상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런 것들이 오랜 세월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다가 이제 사람들의 체내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우리는 어쩌다 신용카드를 먹고 있을까」중에서
일회용컵 하나를 생산하고 처리하는 것보다 텀블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훨씬 많고 세척하는 데 드는 물까지 고려했을 때 환경을 위한 일이 되려면 텀블러 하나당 1000번 이상 써야 한다. 에코백도 하나를 수백 번 썼을 때 비로소 환경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구에서 매년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800만 톤. 그중 재활용되는 건 9% 남짓이다. 91%는 유독한 가스를 내뿜으며 불에 탔거나, 지구 어딘가에 쌓여 있거나, 바다에 잔뜩 흘러 들어간다. 바닷물에서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 해양생물들이 먹고, 미세플라스틱 먹은 생선을 우리가 오늘 저녁 가족들과 먹는다.
---「에코라이프의 기본이 ‘재사용’인 이유」중에서
“선생님, 우리가 입는 옷에 많이 쓰이는 폴리에스테르도 플라스틱인 거 아셨어요? 옷이 환경오염 유발하는 5대 원인 중 하나래요.”
어느 날 요가 수업이 끝나고, 내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아는 수강생이 물어왔다.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을 고민하며 확 줄이고 있는 시기였건만,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아직도 매일 입으며 배출하고 있었던 거다. 패스트 패션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패션 산업은 전 세계 5대 상위 오염 산업 중에서도 1위인 석유 산업 뒤를 이은 2위다. 많이 생산해 많이 버려지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원단을 생산할 때의 문제. 전체 섬유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폴리에스테르는 석유에서 비롯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레이온(=비스코스=인견)은 자연 원료를 쓴다고 하나 강한 화학처리 공정을 거친다. 내 몸과 자연에 괜찮은 소재인지 확인할 때는 원재료뿐 아니라 공정을 따져야 한다. 생리대 파동 때 면 100%를 썼다고 하면서 유해성분이 발견된 것도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공정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면’을 택하면 괜찮을까? 안타깝게도 유기농이 아닌 일반적인 면솜 생산은 환경 오염에 있어 최악의 가해자다.
---「매일 입는 옷 뒤에 숨겨진 이야기」중에서
세계는 지금 비거니즘(Veganism) 열풍이다. 비거니즘은 채식이라는 식문화를 바탕으로 동물성 제품을 먹거나 이용하지 않는 환경 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이자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동물실험이나 모피에 반대함은 물론, 동물에게 폭력적인 동물원에 반대하고 어떤 선택 앞에 놓였을 때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택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열 명의 비건 지향인이 더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공존을 위한 비건 라이프를 실행하고 있다. 나 또한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시작한 채식이었다. 그 시간이 길어지자 가족과 지인들은 나를 배려해주기 시작하더니 내게 메뉴 선택권을 주고 맛있는 비건 음식을 접해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런 식사 자리에서는 자연스레 환경과 채식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대화를 나누게 되고, 조금씩 시도해보고 싶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비건 지향인이 된다는 것은」중에서
무언가 구입할 때마다 ‘포장 빼고’를 요청하곤 한다. “안 주셔도 된다”는 말은 처음에는 왠지 쑥스럽지만 익숙해지면 불필요한 쓰레기까지 가져올 필요 없어져 세상 편한 주문이다. 자주 그런 요청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장 한 겹이 없어져있는 가게도 있었고, 꾸준히 쓰는 비누를 패키지 없이 벌크로 구입할 수 있는지 제조사에 문의했다가 모양만 조금 흠이 난 B급 제품을 저렴하게 득템한 적도 있다. 사장님의 쪽지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못난이 비누에 생명을 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소비는 곧 투표다」중에서
그저 내가 경험한 자연이 좋아서 많은 이들과 누리고자 시작한 일이, 누군가에게 정말로 자연을 좋아하고 편하게 느끼는 시작이 되고 있었다. 초록빛에 둘러싸인 사람들은 서로에게, 벌레에게, 뜨거운 태양과 예고 없이 내리는 비에게도 마냥 관대하다. 그 관대한 마음들이 다시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참 따뜻한 순환이 아닐수 없다.
---「우리가 모여 단단해지는 곳, 나투라 프로젝트」중에서
나의 에코 라이프는 지금도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옳다고 믿으며 지켜온 일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고, 여건상 지속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다. 단순히 고집스럽게 실천하는 때도,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간 적도 있다. 때로는 먼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며 이래서 지구가 언제 바뀌나 회의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요가 수련을 하면서 매일 마주한 한 동작, 한 호흡, 땀방울이 모여 몸이 변하고 내면도 따라 변하는 것을 끊임없이 경험한 사람은 티끌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안다. 당장 나는 여행을 취소했어도 포르투갈행 비행기는 떠났을 거고, 오늘 일회용컵을 쓰지 않고 채식을 했다고 해서 무너져가는 생태계가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작은 움직임이 선행해야 큰 변화도 온다. 그리고 그 작은 움직임을 선택하는 시간은 결국 내게 가장 좋다.
---「적정 온도에 머무는 삶」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