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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밤의 얼굴들

[ 양장 ]
황모과 | 허블 | 2020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43건 | 판매지수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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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48g | 138*206*20mm
ISBN13 9791190090131
ISBN10 119009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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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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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은 내 삶의 터전이다. 오늘 밤도 앞마당을 거닐듯 천천히 무덤가를 산책한다.
---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중에서

나는 두 손으로 창을 쥐었고 등을 보인 채 쓰러져 있는 시체 위로 천천히 체중을 실었다. 그 순간, 창끝을 통해 떨림이 느껴졌다. 아직 죽지 않은 몸이 움찔하며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 숨이 붙어 있던 자의 마지막 생명줄을 내 손으로 끊은 것이다. 손이 덜덜 떨렸다. 우리 고향을 헤집고 다니며 나를 도쿄로 보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괜찮을까.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시체의 얼굴이 그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면 죄의식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도 같았다. 천천히 시체를 뒤집어 얼굴을 확인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린 소년이었다. 열다섯은 됐을까? 온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일본어가 들렸다.
---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중에서

강력한 충격을 느꼈다. 둔탁한 울림이 피부를 뚫고 파고들었다. 통증이 뼛속까지 도달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담겨 있던 고통이 영상을 보던 내 안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공감각 데이터 연동을 통해 내게도 링크된 것이다. 리즐은 자신의 고통이 전이된 것에 당황하더니 사과했다.
--- 「당신의 기억은 유령」 중에서

죽은 사람의 육체와 기억은 언젠간 사라질 것이다. 넋은 하늘나라에 가겠지. 죽은 자들의 기억은 특정 데이터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진 한 장에서, 훅 끼쳐 오는 별것 아닌 냄새 한 모금에서 어떤 이의 스토리를 만질 수 있을 때, 남은 이들은 사라진 이들을 떠올릴 수 있겠지.
--- 「당신의 기억은 유령」 중에서

조용히 주변의 소음을 듣는다. 미미하지만 다양한 소리가 세차게 흐르고 있다. 기침 소리, 신음 소리, 벽을 차는 소리, 잠꼬대 소리, 욕하는 소리, 혼잣말 소리, 노랫소리, 미친 듯 웃는 소리. 모두들 갇혀 있구나. 미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 「탱크맨」 중에서

나는 한 손에 검은 가방을, 다른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탱 크 행렬 앞에 섰다. 그토록 원하고 기다렸던 순간. 주변이 타오를 듯 환하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온몸에 퍼졌다.
--- 「탱크맨」 중에서

즐길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가 하면, 도저히 즐길 수 없는 스토리가 있는 법이다. 오늘 만난 아저씨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게 부끄러웠다. 다시 만난다면 그를 알아볼 수 있을까?
--- 「니시와세다역 B층」 중에서

어린아이를 품에 안은 젊은 여자가 도야마 공원을 미친 듯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도움을 구하는 모습이 떠올라 자꾸만 숨이 막혔다. 당신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 얼굴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가, 도저히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얼굴이었다가, 다시 너무도 잘 아는 선명한 얼굴이 된다. 그러다 내 삶과 일절 관계없는 누군가의 얼굴로 둔갑해 멀어진다. 그녀의 얼굴들이 내 머릿속을 휙 가로지른다. 구슬프게 울며 내 마음속에서 언제까지나 배회한다.
--- 「니시와세다역 B층」 중에서

“일본 사람이 왕눈이를 모르다니, 완전 충격! 로미오와 줄리엣 얘기잖아. 계급 간 갈등을 다룬 명작이라고.”
“흠, 한국 사람은 계급투쟁 스토리를 참 좋아하는구나.”
--- 「투명 러너」 중에서

“다 놀고 나면 꼭 가이산을 외쳐줘야 해. 그래야 투명 러너도 쉴 거 아냐. 동등하게 취급해줘.”
--- 「투명 러너」 중에서

천천히, 저는 당신의 기억을 향해 걸어 들어갑니다. 당신의 감각과 감정이 리모트 리얼을 거쳐 내 안으로 들어와요. 저는 당신의 호흡과 심장박동까지 그대로 느낍니다. 지난 12년간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설레는 마음을 당신의 모멘트를 통해 체험합니다. 당신의 호흡에 내 숨을 얹고, 당신의 느긋하면서 세찬 심장박동에 내 심장의 움직임을 살포시 포개어봅니다.
--- 「모멘트 아케이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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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만약에’의 이야기로 우리를 구원하고자 한다. 아무도 혼자 남지 않을 때까지.”
- 이다혜 ([씨네21] 기자·작가)
“여섯 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이 책이 상처 입고 외면받아온 사람들의 영혼을 조금씩, 조금씩 ‘조각모음’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 김겨울 ([겨울서점] 북튜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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