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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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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76쪽 | 626g | 143*205*30mm
ISBN13 9791189995904
ISBN10 118999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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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지금 연습 중이니까 나가주시겠습니까? 여기에 계시면 위험합니다.”
고가는 더그아웃의 지붕을 잡고 들여다보며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고가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한쪽 다리를 운동장에 내민 채 팔짱을 끼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귀가 나쁜 걸까?
고가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세요! 지금은 연습 중입니다!”
그제야 겨우 작업복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건 보면 알아.”
이놈, 미친놈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가! 이봐, 고가!”
뒤를 돌아보자 미카미가 숨을 헐떡이며 벤치를 향해 달려오는 참이었다.
“다이도 감독님, 안 오셨나?”
“네?”
고가가 멍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미카미가 다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새 감독님 안 오셨나? 이쪽으로 가셨다고 하던데…….”
설마……. 고가가 새삼 벤치의 사내에게 시선을 향한 순간, 등 뒤에서 경쾌한 타격음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사내가 운동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나이스 배팅!”
투수 마운드에서 사루타가 멍한 얼굴로 더그아웃 쪽을 보았다. 칭찬을 받은 이누히코도 방망이를 멈추고 이쪽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운동장에 있는 모든 선수가 움직임을 멈추고 더그아웃으로 시선을 향했다.
“저기……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야구 인생에서 고가가 이렇게까지 놀란 적은 처음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고가를 제치고 미카미가 당황하며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감독님, 여기 계셨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미카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pp.32-33 「1장 작업복을 입은 남자」 중에서

“야구팀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야구팀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고 호소카와는 한순간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그때 냉철한 목소리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한 사람은 사사이였다.
“해체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원까지 정리하는 마당에 느긋하게 야구 같은 걸 할 때가 아니니까요.”
하야시다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지원 자금으로 적자를 메우는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구조조정의 진척 상황이나 진정성입니다. 인원 감축이다, 비용 절감이다, 라고 말하면서 한편으로 연간 수억 엔이 드는 야구팀을 그냥 내버려둔다면 설득력이 부족하니까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고 호소카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호소카와 자신은 야구팀에 애정이 있는 것도,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귀찮다고 생각할 뿐이다.
아오시마제작소 야구팀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예전에는 도쿄 대표로 항상 출전했고, 도시대항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는 사회인야구의 명문이다.
그것뿐이라면 그래도 좋다. 야구팀을 없애려면 아오시마 회장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 아오시마가 뭐라고 할까. 그것을 생각하면 호소카와는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 pp.66-67 「2장 계약직 야구선수」 중에서

“드, 들어오세요.”
만다가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으며 몸을 옆으로 비켰다. 세 평짜리 방 하나에 벽장밖에 없는 쓸쓸한 방이었다. 칙칙한 초록색 카펫에 앉은 고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팔꿈치는 어때?”
허를 찔린 만다의 시선이 공허하게 흔들렸다.
역시…….
만다의 창백한 옆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옆얼굴을 향해 고가는 다시 물었다.
“만다, 말해줘. 팔꿈치는 어때?”
“느낌이 조금 이상해요……. 하지만 대단하지는 않아요. 그나저나 선배, 표정이 왜 그래요?”
억지로 미소를 지은 만다의 시선이 허공에서 방황했다. 고가는 미소도 짓지 않고 다짜고짜 말했다.
“내일 미쿠모 선생님에게 가서 진찰받자. 네가 싫다고 해도 내가 데려갈 거야.”
만다는 눈썹을 여덟 팔(八) 자로 만들며 애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나을 거예요.”
고가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네 멋대로 판단하지 마! 정말로 문제가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면 되돌릴 수 없게 된다고! 나처럼 돼도 좋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건 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야. 야구팀 전체의 일이라고! 자칫하면 야구팀에 커다란 피해를 끼칠 수도 있어. 어쨌든 내일 병원에 가자. 알았지?”
주저하는 만다의 고개를 겨우 끄덕이게 만들고, 고가는 기숙사를 나왔다.
“멍청한 녀석!”
팔꿈치가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 그동안 혼자 고민했을 만다의 속마음을 헤아리며, 고가는 자기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 pp.123-124 「3장 야구의 신」 중에서

“그걸로 실적 회복의 전망이 설 것 같나?”
“솔직히 말씀드려서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 새로운 사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비용은 한계까지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정하다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결단하는 것도 경영자의 일이고요.”
그라운드를 응시한 채 아오시마가 말했다.
“그렇겠지. 하지만 회사만 이익을 올리면 될까? 우리 공장이 만드는 건 돈벌이를 위한 제품만이 아닐세. 일하는 사람들의 인생이고 꿈이지. 지금 이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꿈을 가질 수 있을까? 그들에게 꿈과 행복을 주는 것도 역시 경영자의 일이라고 생각하네만.”
아오시마의 말에는 가슴을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게 회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이즘’입니까?”
아오시마는 희미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호소카와의 가슴속에 깊숙이 박혔다. 호소카와는 그동안 오직 실적을 올리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회사는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오시마는 한 걸음 더 들어간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가 돈을 벌어도 직원이 불행하면 의미가 없다. 직원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비로소 경영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물론 그것이 정답이리라.
하지만…….
호소카와는 즉시 명백한 모순에 부딪혔다. 지금은 인원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그것은 직원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론을 부르짖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호소카와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회장님, 저는 지금 인원 감축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직원에게 꿈과 행복을 주는 건 잠시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항상 편할 때만 있는 건 아닐세. 인원을 정리해야 할 때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때라도 직원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겠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걸세. 자네에게는 그런 마음이 있나?”
말투는 온화하지만 그 질문은 호소카와의 가슴에 날카롭게 박히며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 pp.215-216 「5장 해고자 리스트」 중에서

“응원하러 왔어! 좋은 경기를 보여줘!”
맨 앞줄에서 힘찬 목소리가 날아왔다. 응원단장인 나가토였다.
어설픈 트럼펫 소리가 들리고, 모두가 입을 모아 사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지켜보던 이누히코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웃을 수밖에 없으리라.
선수들의 표정이 서서히 달라지는 것을 고가는 보았다. 쑥스러워하는 웃음과 수줍은 눈길로 스탠드를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응원단과 하나가 되어 사가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관계가 없을지도 몰라. 이게 마지막 경기든 아니든 상관없어. 이렇게 뜨겁게 응원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적당히 싸울 수는 없잖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좋아하는 야구를 하는 수밖에 없어. 그것 말고 뭐가 있지?”
혼잣말처럼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사람은 사루타였다.
그 말이 맞는다. 지금 그물망 뒤에서 짤막한 손발을 힘차게 움직이며 지휘하는 나가토를 향해 고가는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과장님, 지켜봐주십시오. 아오시마제작소 야구팀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p.432「9장 루스벨트 게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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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야구의 명문인 아오시마제작소 야구팀은 전통의 강호라는 말이 무색하게 연패의 늪에 빠져 있다. 팀 에이스와 감독은 라이벌 팀 미쓰와전기로 이적해버리고, 사내에서도 부진한 성적으로 눈총을 받는다. 그러나 새로이 영입한 감독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대담한 선수 기용과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팀에 새 바람을 불러온다.
한편, 계속되는 불황과 경쟁기업 미쓰와전기의 저가 공세로 아오시마제작소는 곤경에 처한다. 전자부품 분야에서 기술력은 1위지만 대기업의 영업력에는 속수무책이고, 거래처의 생산 축소로 다음 회기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회사는 은행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예산만 잡아먹는 야구팀을 해체하라는 내부의 요구도 거세어진다.
비용이냐, 사람이냐…… 야구팀 해체를 두고 회사에서 갈등이 생기고, 야구팀은 이번 시즌의 우승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한다. 계약직 야구선수, 신임 감독, 해고 위기의 직원들, 경영진과 대표 등 아오시마제작소 모두가 각자의 인생과 프라이드를 걸고 회사와 야구팀을 지키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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