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7월 21일 |
---|---|
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42g | 130*205*20mm |
ISBN13 | 9791130630571 |
ISBN10 | 1130630579 |
발행일 | 2020년 07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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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4쪽 | 342g | 130*205*20mm |
ISBN13 | 9791130630571 |
ISBN10 | 1130630579 |
MD 한마디
[소설로 풀어낸 1990 가요 플레이리스트] 현대의 젊은 작가 7인이 풀어낸 '90년대 가요' 테마 소설집. 당시를 자라온 작가들은 추억이 담긴 노래에 지금의 감성을 담아,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새로운 시절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흥얼거리던 노랫말에 녹여낸 저마다의 이야기는 우리가 언젠가 가끔씩 꺼내어 볼 또 다른 추억이 된다. - 소설 MD 이주은
추천사 …… 계피(가을방학)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 조우리 에코 체임버 …… 조시현 녹색극장 …… 차현지 미래의 미래 …… 허희정 셋 …… 이수진 카페 창가에서 …… 이승은 매일의 메뉴 …… 송지현 발문_노래는 이어진다, 어제에서 오늘로 …… 권민경 |
<들어가기>
특별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글들을 모았다. 음악이 있는 배경르로 사랑의 테마를 그려내고 있다. 어찌 보면 일상적이라곤 할 수 없는 사랑 이야기들이다. 그들에게 특별이란 말을 붙여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을 듯하다.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7편의 글들, 어떤 내용은 마음에 잘 다가오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의 상황 속에서 다양성의 이야기는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 다양성을 쫓아 이해해 나가려 노력하면서 읽었다.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연예인을 사이에 놓고 학창시절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주영은 전학을 많이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에게 긍정의 신호를 보내면서 함께하기를 원한다. 현정이 <밀크드림>, 4인조 여성 아이돌그룹을 가지고 다가왔다. 주영은 잘 몰랐지만 예스였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교환 일기장까지 나누는 사이가 된다. 현재 가르치는 아이 민아와 밀크드림으로 또 소통하고, 아이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마음으로 향한 곳이 MD엔터테인먼트 앞이다. ‘밀크드림 팬들의 침묵시위’라는 행사다. 민아가 보호자가 있어야 갈 수 있다고 부탁해 어쩔 수 없이 가게 된다. 주영은 그곳에서 현정이 이 행사의 주최자라 알게 된다. 시위 내용은 ‘맴버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다. 현정은 주영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현정과 주영은 밀크드림의 팬으로 그들을 소재로 사서함까지 만들어 의견을 교환할 정도였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영은 현정의 사서함에 다른 사람도 메시지를 남긴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심한 배반감을 느낀다. 그 후 서로는 틀어지고 절교 선언까지 가게 된다.
민아는 그 모임에 참가한 것이 그리 좋은 모양이었다. 부산에 사는 한 친구의 마음까지 담아야하기 때문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주영은 자신과 현정의 학창시절 밀크드림을 위한 투쟁을 떠올린다. 같이 데모를 하러 나가자는 의견을 나누는데 현정이 사서함에 인천 언니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것을 본다. 그로인해 주영은 자신의 사서함을 닫아버리고, 팬들의 데모 현장에도 참여를 현정 때문으로 얘기한다. 그 후 현정과는 관계가 닫힌다. 지금 현정이 그때의 인천 언니처럼 현장을 리더하고 있다. 경찰관들이 미성년자들을 참여시켰다고 진행부에 태클을 건다. 그때서야 주영도 자신이 밀크드림 팬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현정 앞에 나설 용기를 얻는다. 연예인을 사이에 둔 이별과 만남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에코 체임버>
나는 코인노래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4 개월째다. 일을 하면서 청소가 주된 일이라는 사실이 좀 그랬다. 청소 후 분할 화면을 보면서 노래방에 들어간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한 번은 지나친 흥을 부리는 사람을 잘못 보고 119에 신고한 적까지 있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각 실에서는 문만 닫으면 자신들의 공간인 양 행동했다. 어떤 남여들은 여관을 잡아주고 싶을 만큼 행동하고 있기도 했다. 방에서 손님들이 나오면 청소를 하러 간다. 그러다 박수지 때문에 다시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노래를 학생들을 통해서 듣는다. 시험을 망쳤어! 집에 가기 싫었어! 박수지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건져낸 진주였다. 그의 노래는 신선했고 IMF로 무너진 삶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것이 공감의 잣대가 되어 문자 투표가 되었다.
웅이는 일상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을 해두는 친구다. 나중을 생각하면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둔다. 웅이와 나는 서로의 노트북을 공유하면서 일상의 교감을 나눈다. 청소를 하고 있는 내 앞에 한 아저씨가 16분할 칸 하나로 들어간다. 4곡이 빠른 시간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아저씨는 나갔다. 그 방은 청소할 게 별로 없었다. 나도 간혹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될 때면 빈방에 들어가 고함을 질렀다. 누가 물으면 테스트라고 대답할 작정이었다. 일을 마치고 웅이와 술집에 들렀다. 그곳에 그 1,000원짜리 아저씨가 그곳에 있었다. 합석을 했다. 그때 박수지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요즘 미스트롯 같은 것일 게다. 상금이 1억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자신이 박수지의 아버지라 했다. 물론 농담으로 끝났지만. 박수지는 아버지가 가출하고, 그것을 노래에 담아 혼을 다해 노랠 부르는, 스토리와 노래가 다 되는 존재였다. 그것이 기회가 되어 유튜브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오르는 가족 대화를 나눈다.
<녹색극장>
잘 이해가 안 된다. 18살의 어린 아이들이다. 그들이 행하고 나누는 이야기들이 상상을 넘어서 있다. 오늘을 사는 내 윤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 부모님들의 생각들은 어떨까
너는 내 수영장 같아. 나는 그 수영장 안에서 진을 치고 노는 중이고. 네 집의 싱글 매트리스, 그것은 우리가 타고 있던 보트였고, 해가 길어도 볕이 들지 않는 네 방은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였다. |
사랑고백이다. 적나라하다. 심도 있는 사랑 이야기, 너무 조숙하다고 하면 어떨까? 작품 속의 나는 일반적인 아이가 아니다. 그에게 수시로 고통을 준다. 그는 내 언행에 어쩔 줄을 모른다. 그리고 폭압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죽고 싶다고 말을 한 죄, 죽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죄, 너는 내게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함부로 그런 얘기를 해버리는 마는 내가 너무 밉다고 했다. 내 손목에는 그날의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자살을 시도하다가 그에게 들켜 질질 끌려 다니면서 들은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녹색극장을 통해서 만났고 이소라의 노래를 같이 들었다. 그러면서 늘 함께 있었고 헤어졌다. 녹색극장이 사라진 자리. 신촌역 3번 출구 앞 맥도날드가 사라진 자리를 볼 때마다 너를 떠올린다. 그리고 마음으로 또 헤어진다. 어릴 때의 깊은 상처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래의 미래>
시공 이동과 관련된 자격을 일반인이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유는 실제로 이동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지 복잡한 물리법칙을 남보다 조금 더 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사랑은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는 시간 이동을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정미래가 자격증을 발급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 유사랑은 정미래를 별로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학교 시절 같이 무용을 했다. 그리고 이현재도 무용을 하면서 같은 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경쟁자가 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사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그들은 함께 한다. 사랑은 미래의 미래에 대해 약간을 얘기한다. 그것은 미래가 성장하면서 그대로 된다. 사랑이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학교의 삶에선 미래와 현재가 있는 곳에 사랑이 비집고 들어간 형세다. 하지만 졸업식에 사랑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랑은 먼 나라로 유학 갔다는 소문이 들렸다. 미래도 현재도 예고 입시에 합격하지 못했다. 사랑은 미래에서 왔다고 얘기한다. 미래가 지신의 졸업장과 사랑의 졸업장을 가지고 사랑을 찾아간다. 아파트에서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다. 하지만 내려오면서 보니 사랑이 그곳에 있다. 시간 개념이 왔다 갔다 한다. 혼란스럽게 읽혀진다. 시간 이동, 현재와 미래, 타임머신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글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은 무슨 사랑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셋
나흔은 신입생 환영회 때 자기 앞에 놓인 술을 오기로 마셨다. 그리고 2차에 갔을 때 암전이 일어났다. 그 후 자신이 어떻게 그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아침에 자신의 침대에 있었다. 자신의 폰에 수십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보지도 않고 지워버렸다. 그런데 그 문자 중에 한 명에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야 했다. 그녀가 학교에 갔을 때 숱한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도 술을 잘 마신다느니, 술 한 잔 하자느니 하는 얘기를 건넸다. 그러다 이야기가 부풀어져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로 변모하고 있었다. 즉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음탕한 여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흔은 학교가 힘들었다. 학교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그녀는 A. A 모임에서 봉사자로 활동했던 적이 있다. 그곳은 음주 중독자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이곳에 영현이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 말이다. 봉사자들은 그가 잠시 머물 것으로 생각했기에 그냥 두었는데, 오래 머물자 그에 대해 의논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자는 뜻에 나흔은 반대한다. 영현은 내가 나인데 나인 것 같지 않은 기분을 즐기는 듯하다. 나흔이 금주를 한 이유다. 그런 영현이 은근히 접근해 온다. 같이 술을 한 잔 하자고. 나흔은 자신도 모르게 끌려가게 되고 영현이 술을 마시는 장면에 자신이 의식을 놓아버리는 현상을 목격한다. 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게다. 영현을 따라갈 때는 그의 술 마시는 장면을 목격하고 상태를 목격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영현은 아무리 마셔도 말짱한 듯한데 자신이 혼미해 지는 듯한 것이다. 그것이 사랑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영현이 사귀어 보자고 할 때 안온함을 느끼고 의지하는 마음이 된다. 하지만 영현이 같이 있을 때 타인의 이름(가흔)을 부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느낀다. 결국 영현을 밀어내고 자신에게 학대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한 중독자들의 모임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된다. 이 글은 박지윤의 노래 Steal Away(주인공)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카페 창가에서>
학교에서 같이 공부했던 3명의 여인들이 만난다. 그들은 희수, 선영, 다혜다. 사소한 얘기들을 나눈다. 특히 희수의 둘째 임신이 많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출산과 양육, 출산과 직장, 여인들이 출산으로 인해 끊어지는 사회적 이력 등 많은 이야기를 한다. 영화 출판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강연을 하는 얘기도 한다. 그들의 직장이 주된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대학 때 상당히 좋게 평가했던 교수의 현황도 나눈다. 지금은 참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음을 말하면서 도울 길이 없나 고민하기도 한다. 그들은 모여 식사를 하고 카페로 자리를 옮긴다. 카페에서 여러 얘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이상한 여인을 본다. 그곳에 와서 자기의 집인 양 주장하면서 행패를 부리는 여인이다. 정신의 병증이 있는 듯하다. 남자 문제를 얘기하다가 그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떠난다.
<매일의 메뉴>
L이 미술 학원을 차렸다. 개원식을 할 때 내가 여기서 일하리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장으로 이곳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실장이 별로 필요한 것 같지도 않은데, 이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나는 아침부터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를 생각한다. 옛날에는 좀 더 거창한 것을 생각한 듯한데 하는 생각을 한다. 학생인 유미가 눈썹을 그린다. 그곳이 학원에서 가장 밝은 곳이라도 하면서 말이다. 밝은 모습이 보기가 좋다. 내가 아는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고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을 알던 때가 있었다. 아마 사람들이 힘들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울증이 함께했기 때문이리라. 온라인에서 의지하던 언니와 동반 자살을 계획하기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늘 붙어살았다. 죽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속에서 죽지 못하는 삶이 되었다. 그러다 언니가 L에게 연락하라고 충고하고, 그렇게 다시 연결이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적을 두게 되었다. 그처럼 내가 친구들에게도 우울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보기가 좋다고 한다. 늘 내가 알던 사람들보다는 내가 먼저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폰에 온 부고를 보면서 어색한 마음 상태가 된다.
나가기
오늘을 사는 여인들의 의식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게 만드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윤리적, 성적 자유를 가진 의식, 가정의 속박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는 의식, 영혼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의식, 자기중심적인 삶이 기본이 되고 있는 삶 등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간다. 전통적 윤리관에 의해 살아온 사람들에겐 그들의 의식이 이해가 안 된다. 너무나 혁신적이고, 과격하다. 페미니즘이 아니라도 인간의 삶에서는 해야 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을 게다. 그런데 이 글들 속에서는 그런 구속에서 벗어나 있다. 더구나 모든 등장인물들이 젊은 여성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많은 놀라움을 가지고 글을 읽었다. 더러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그들의 의식, 그것만은 높이 평가해 줘야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소개를 읽었을 때 호기심이 동했다.
1990년대 노래들 일곱 곡을 모티브로 각기 다른 소설가들이 단편을 썼다.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최근에 미국의 루시아 벌린의 단편집을 읽고 단편 읽는 재미를 깨쳤었다.
그래서 단편 소설집이라는 장벽은 전혀 없이 읽었는데
단지 아는 작가가 한명도 없다는 게 좀 부담이었다.
와 그러나
90년대에 나도 애창했던 노래들을 모티브로 하여서 인지
그런 기우는 금새 사라지고 흥미롭게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었다.
SES의 노래로 조우리는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를
한스밴드의 ‘오락실’로 조시현은 『에코 체임버』를,
이소라 ‘처음 느낌 그대로’는 차현지가 『녹색극장』의 모티브로 삼았다.
BoA는 허희정의 『미래의 미래』에
엄정화는 이승은의 『카페 창가에서』
자우림 노래는 송지현이 쓴 『매일의 메뉴』에 오롯이 담겼다.
박지윤은 이수진의 『셋』으로 형상화된다.
좋아했던 노래들, 익히 알았던 노래들.
혹은 가수의 숨겨져 있던 노래들을 이 책으로 만나는 기분은 참으로 오묘했다.
평론을 쓴 권민경의 말대로 요즘의 레트로 열풍에 이 소설들이 단순히 편승한 작품집이 전혀 아니었다.
노래들을 모티브로 하되 7인이 완전히 색깔이 달라서 특색이 뚜렷했다.
소설 중에는 내게는 어려워서 적응이 쉽지 않은 작품도 한, 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내가 최근 한국 소설을 읽지 않아서 어색한 것일 수 있다.
관념적인 표현들에서 특히 좀 그랬다.
그러나 발견! 이라고 외치게 된 작품과 작가들이 더 많았다.
조우리 작가의 차분하고 편안한 문체가 참 좋았고
조시현 작가의 톡톡 튀는 표현에 웃음 터트리면서 읽었다.
다산책방에서 독특하면서도 실력있는 작가들의 소설집을 많이 내는 것 같다.
테마 소설집인 이 책도 그런 면에서 너무도 읽기 좋고, 문학성이 뛰어난 책이다.
책의 표지는 H2 같은 일본 순정만화 풍이라 정감있다.
흔히 말하는 ‘눈에 별을 박은’ 빼어난 미모는 아니어도
나의 20대 그리고 90년대도 제법 찬란하고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던 게 아닐까.
소설이 그리는 다양한 90년대 풍경,
그 시절 노래들을 들으면서
빗소리 속에 오랜만에 추억 여행한 멋진 소설집이었다~!!
음악은 사람을 사랑하게 하기도 슬퍼하게 하기도 용기를 얻게 하기도 한다.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었지?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어떤 일이 있었지?
그래서 예전 노래를 들으면 노래를 들었을 때의 감정이 상황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갈 때가 있다.
그리고 7인의 작가. 그녀들은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책 속엔 7명의 작가가 7곡의 노래를 만났고 이야기가 되었다.
그 이야길 읽은 나는 추억과 생각에 빠졌다. 노래에 대한 추억... 이야기에 대한 생각...
S.E.S. "I am Your Girl" 그리고 조우리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누구를 사랑하든 사랑은 늘 마음 속에 남는다. 소설 속 소녀들은 연예인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녀들의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 문득 학창시절 좋아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떠오른다. 처음으로 팬클럽란 것에 가입을 했다. 음반을 사고 포스터를 사고 기사들을 모았다. 지금도 여전히 대장님과 관련된 음반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구입을 하고 있다. 아마도 첫정이라 더 끌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도 밀크드림 팬이거든요."p38 란 문장을 봤을 때 나도 "서태지와 아이들 팬이거든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여전히 난 그들의 팬이다.
한스밴드 "오락실" 그리고 조시현 "에코 제임버"
"반짝이는 조명 아래 16분할의 화면은 인간 역사의 축소판처럼 보였다."p46
생각해 보면 오락실이란 노래는 노래방에서 많이 불러보진 못했다. 아주 좋아하는 곡도 아니었고 좋아하는 밴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락실이란 노래는 아주 자주 노래방에서 들었다. 친구들이 부르는건 심심치 않게 들었으니까...
어쨌든 가끔 갔던 노래방에서(지금은 5년이상 안간 듯...) 사장님이 우릴 지켜봤을거란 생각은 정말 못했다. 얼마나 웃겼을까? 순간 무지하게 창피함을 느꼈다. 그런데 그곳에서 지켜본 노래방 화면들은 정말 인간사가 다 보였을 생각을 하니 그것도 참 재미있었겠구나 했다.
이소라 "처음 느낌 그대로" 그리고 차현지 "녹색극장"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될까?
사람은 사람대로 건물은 건물대로 물건은 물건대로 세월의 흔적이 남는다.
특히 세월이 지나 아예 없어지는 것도 생긴다.
그래서 그녀가 이별했다는 것이, 추억의 장소가 없어졌다는 것이 아릿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 변했다고 해도 그자리에 그냥 처음처럼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 있다는 것도 느낀다.
"헤어짐도 부서진 것도 없이 멀쩡하게 그대로, 무언가가 녹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p108
BoA "먼 훗날 우리" 그리고 허희정 "미래의 미래"
"미래는 미래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다. 미래에게는 미래의 모든 일이 당연하니까."P128
조금 아주 조금 글 속에서 길을 잃었다. 방금 뭘 읽은거지? 미래의 미래를 만난건가? 아님 그냥 미래가 느끼는 미래를 만난건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은 누구나 하며 살지 않나? 그래서 미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미래는 지금의 현재가 모여서 되는거니까 현재를 소홀히 하는 것도 또 나쁜게 아닐까? 미래만 생각할게 아니라 현재도 제대로 생각해야 한다. 그게 맞는거 같다. 그걸 말하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미래의 모든 일이 당연하다고 한게 아닐까?
자꾸 질문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박지윤 " Steal Alway(주인공)" 그리고 이수진 "셋"
가끔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혹은 어떤 말을 했을 때...
평소라면 절대 나라고 할 수 없는 새로운 자아가 나온 듯 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멍해 진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다. 내가 지금 맞나? 혹시 여긴 다른 곳인가?
누구나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곤 한다. 하지만 너무 확확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다. 그러면 안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럼 나자신에게도 무서움을 느낄 수 있을테니 너무 다른 나는 튀어 나오지 않길 바란다.
"나 자신을 잃는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했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했어요."p156
나 아닌 것 같은 상황은 되도록이면 경험하고 싶지 않다.
엄정화 "눈동자" 그리고 이승은 "카페 창가에서"
누군가를 지켜보고 그들이 무얼 하는지 상상하는건 퍽 재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가끔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을 보는 것도 그런 눈으로 보게 되는게 아닐까?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행동하는걸까 궁금해 하면서... 그리고 결말이 나지 않고 끝나는 작품이라면 그 뒤의 이야길 내가 작가의 눈으로 혹은 주인공의 눈으로 상상해 본다.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하게 된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p214
자우림 "이틀 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 그리고 송지현 "매일의 메뉴"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거나 끄적끄적 손가락을 열심히 눌러 메세지를 보낸다.
우린 매일 누군가와 말이 아닌 손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혹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와의 손 대화가 가능하다면? 어쩌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대답이 내가 원하는 대답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리 설정을 해둔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무지하게 이상한 상황이겠지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순간 상상했다. 끔찍하긴 하지만...
자우림의 노래 제목을 읽고 순간 헉 했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언제 그런 말이 나오나 조마조마했다.
"L이 복도에 있는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부고 문자를 가만히 바라본다."p247
설마... 상상은 내 자유일까?
작품을 읽고 나서 노래를 다시 들었다. 그저 노래만 들었던 순간들과는 또 다른 생각들이 스쳐간다.
'이런 느낌이었나?' '아 이런 느낌도 들겠구나.' '전혀 다른 느낌이네.' '그래 이런 느낌이지...'
노래들에서 이런 작품들을 꺼낼 수 있는 작가님들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