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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0년 09월 07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288g | 126*191*15mm |
| ISBN13 | 9788954444781 |
| ISBN10 | 8954444784 |
스모킹 오레오
새소설-07이동
김홍 저
|
자음과모음
|
2020년 09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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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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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 돈으로 완벽한 M4A1을 만들어
쏘세요.
다른 데 써도 된다. 치킨 사 먹어도 된다. 하지만
반드시 만들어져야 합니다. M4A1.
--- p.9
그 순간 기억해냈다.
나는 총을 맞고 입원했다. 병원에 올 때 내 머리엔 총알이 박혀 있었다.
--- pp.22~23
“모르는 돈을 어떻게 맡아.”
“모르기 때문에 맡을 수 있는 거야. 제대로 알아버리면 소음기를 단 권총이 내 머리를 터뜨려버릴 수도 있거든. 나는 어차피 이 돈에 대해 모르고, 그게 서로에게 안심을 주는 거지.”
--- p.36
“쟤가 이긴 거야?”
“진 거지. 앞으로 나간 총알은 몇 발 되지도 않는 것 같던디.”
“그래도 총은 쐈잖아. 여러 발을 쐈으면 난사라고.”
“완전한 총을 만들라는 단서가 붙어 있잖여.”
--- p.50
반드시 훔칠 수 있는 것을 고를 것.
반드시 훔치다가 경찰에 잡혀가지 않을 것.
반드시 현금화 가능한 것을 훔칠 것.
반드시 당한 사람이 신고할 수 없는 것을 훔칠 것.
반드시 훔치기로 한 것은 반드시 훔칠 것.
--- pp.66~67
반드시는 사실 심오한 뜻을 지닌 합성어였다. 反-dessus. dessus는 프랑스어로 표면을 뜻하는 단어다. 박창식은 3분 만에 네이버 검색으로 反-dessus를 만들어냈다. 표면의 반대. 표면적인 것을 반대하는 것. 반대쪽 표면. 뭐라고 해석하든 상관없었다.
--- p.68
earth가 flat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unbiased한 expression이다. 오레오는 flat earther들에게 대단히 설득력 있는 모형이 될 수 있다. 오레오의 양각된 무늬는 지표면의 고저를 나타내고 크림은 유동하는 맨틀을 대신할 수 있다.
--- p.84
이소라라는 가수의 노래였습니다. [Track 9]이라니. 시규어 로스 이후로 이렇게 쿨한 제목을 붙이는 가수는 오랜만이었죠. 제목뿐이겠습니까? 이 가사는…… 총입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 p.123
내가 퇴원하던 날 두 명이 더 죽었다. 모르고 있었는데,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세 명이 죽었다고 들었다. 그들 모두 각기 다른 장소에서 총을 쏘다가 죽었다.
--- p.135
눈을 번쩍 뜨니 침대 위였다. 오레오, 이거 정말 죽 여 주 잖 아.
--- p.137
“지금 멈춘다고 명단이 사라질 것도 아니고, 경찰서 문지방 밟기 전까지는 못 먹어도 고 아니야? 잘만 해서 완성시키면 보너스로 비트코인도 먹는 거고. 나는 그만 못 해. 사장님, 저는 그냥 고예요. 먹어도 고, 못 먹어도 고.”
--- p.173
세상의 총을 다 지우면 너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잠시 동안 세계의 유일한 총이 되는 거지.
쏘지 않는?
쏘는 것을 혐오하는. 이소라를 듣는. NRA의 적. 오래 지속되진 않을 거야. 총의 총화가 새로운 총을 창출해낼 테니까.
쏘세요.
다른 데 써도 된다. 치킨 사 먹어도 된다. 하지만
반드시 만들어져야 합니다. M4A1.
--- p.9
그 순간 기억해냈다.
나는 총을 맞고 입원했다. 병원에 올 때 내 머리엔 총알이 박혀 있었다.
--- pp.22~23
“모르는 돈을 어떻게 맡아.”
“모르기 때문에 맡을 수 있는 거야. 제대로 알아버리면 소음기를 단 권총이 내 머리를 터뜨려버릴 수도 있거든. 나는 어차피 이 돈에 대해 모르고, 그게 서로에게 안심을 주는 거지.”
--- p.36
“쟤가 이긴 거야?”
“진 거지. 앞으로 나간 총알은 몇 발 되지도 않는 것 같던디.”
“그래도 총은 쐈잖아. 여러 발을 쐈으면 난사라고.”
“완전한 총을 만들라는 단서가 붙어 있잖여.”
--- p.50
반드시 훔칠 수 있는 것을 고를 것.
반드시 훔치다가 경찰에 잡혀가지 않을 것.
반드시 현금화 가능한 것을 훔칠 것.
반드시 당한 사람이 신고할 수 없는 것을 훔칠 것.
반드시 훔치기로 한 것은 반드시 훔칠 것.
--- pp.66~67
반드시는 사실 심오한 뜻을 지닌 합성어였다. 反-dessus. dessus는 프랑스어로 표면을 뜻하는 단어다. 박창식은 3분 만에 네이버 검색으로 反-dessus를 만들어냈다. 표면의 반대. 표면적인 것을 반대하는 것. 반대쪽 표면. 뭐라고 해석하든 상관없었다.
--- p.68
earth가 flat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unbiased한 expression이다. 오레오는 flat earther들에게 대단히 설득력 있는 모형이 될 수 있다. 오레오의 양각된 무늬는 지표면의 고저를 나타내고 크림은 유동하는 맨틀을 대신할 수 있다.
--- p.84
이소라라는 가수의 노래였습니다. [Track 9]이라니. 시규어 로스 이후로 이렇게 쿨한 제목을 붙이는 가수는 오랜만이었죠. 제목뿐이겠습니까? 이 가사는…… 총입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 p.123
내가 퇴원하던 날 두 명이 더 죽었다. 모르고 있었는데,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세 명이 죽었다고 들었다. 그들 모두 각기 다른 장소에서 총을 쏘다가 죽었다.
--- p.135
눈을 번쩍 뜨니 침대 위였다. 오레오, 이거 정말 죽 여 주 잖 아.
--- p.137
“지금 멈춘다고 명단이 사라질 것도 아니고, 경찰서 문지방 밟기 전까지는 못 먹어도 고 아니야? 잘만 해서 완성시키면 보너스로 비트코인도 먹는 거고. 나는 그만 못 해. 사장님, 저는 그냥 고예요. 먹어도 고, 못 먹어도 고.”
--- p.173
세상의 총을 다 지우면 너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잠시 동안 세계의 유일한 총이 되는 거지.
쏘지 않는?
쏘는 것을 혐오하는. 이소라를 듣는. NRA의 적. 오래 지속되진 않을 거야. 총의 총화가 새로운 총을 창출해낼 테니까.
--- p.20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냉혹한 ‘구라’의 세계에선 자기가 내뱉은 말은 항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게 이 세계의 윤리이자 법도이고 완성도의 또 다른 말이다. 데뷔작 때부터 ‘우주적 구라’를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이혼과 생강과 버무렸던 작가 김홍은, 주인 잃은 도베르만을 게르마늄 목걸이 하나로 인간으로 변화시킨 뒤 ‘실화’라고 뻔뻔하게 우기는 단계를 지나, 급기야 이번 소설에선 오레오를 담배처럼 말아 피우는 인간이 세상의 총을 잠깐이나마 멈추게 만드는, 전미총기협회가 읽으면 어떻게 굿즈라도 하나 보내 말리고 싶은 이야기를 완성하고 말았다(쓰고 보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그게 바로 김홍의 소설이다). ‘구라’의 방향성이 첫째도 흥미로움이고 둘째도 흥미로움이라고 친다면, 김홍의 이번 소설은 그에 대한 적확한 출사표이다. 김홍은 ‘구라’의 흥미로움을 떠받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아는, 말하자면 을지로와 유타와 로스트 치킨의 세부 묘사로부터 오는 것을 아는, 거기에서부터 페이소스와 유머와 정치성의 혼융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자기가 내뱉은 세계에 단단하게 책임을 지는 작가이다. 오레오처럼 변화무쌍한 한 ‘구라’의 시작이 여기 있다.
- 이기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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