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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니까 아프다

아재니까 아프다

: A저씨 에세이

A저씨 | 뜻밖 | 2020년 11월 0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1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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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60g | 136*200*16mm
ISBN13 9791190473453
ISBN10 119047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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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에는 몸이 망가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인생의 중반을 넘기고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니, 드디어 문제가 수면 위로 나왔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0년간의 건강에 대한 나의 무관심이 이제 청구서가 되어 날아든 것이다.
--- p.45, 「돌팔이는 겪어봐야 안다」

사내구실하는 데 허리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는가. 아니, 비단 사내구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척추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척추 아니던가. 척추는 그 자체로 척추동물의 아이덴티티라고 봐야 하니까! (그러니 이름도 척추동물인 거겠지.)
--- p.46, 「돌팔이는 겪어봐야 안다」

그랬는데, 그렇게까지 했는데…… 그런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게도 찾아오고야 말았다. 발기부전이.
--- p.83, 「남자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결국 그날의 진료는 계속 진행 중인 나의 노화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자, 내가 청년에서 중년으로 접어드는 시간대를 살고 있음을 인정하는 시간이었다. 몸이 내게 보내고 있는 신호를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몸을 관리하고 돌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닫는, 조금은 비장하기까지 한 시간이었다.
--- p.86, 「남자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나를 위로하던 아내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키득거리며 한마디 덧붙인다.
“근데, 그 D컵 여대생은 하도 들었더니 이제 심지어 친근한 기분마저 들어. 길어서 부르기 힘드니까 우리 이름이나 별명이라도 하나 붙여주자. 음~ ‘민주’ 어때?”
“푸하하. 내가 너무 입에 달고 살았나ㅋㅋ. 하지만 ‘민주’는 안 돼. 그러면 그 이름을 가진 인물로 특정되어버리잖아. 원래 판타지란 언제까지나 불특정 대상으로 남아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길어서 부르기 힘들면, 음~ ‘D대생’은 어때?”
“오~! 그거 입에 착 달라붙는다. ‘D대생’.”
그렇게 아내와 농을 하는 동안 내 지친 마음이 조금은 달래졌다. 어쩌면 그녀는 현명한 아내일지 모른다. ‘D대생’이고 뭐고 알고 보면 어차피 부부 사이에 농담이고 말장난일 뿐, 어쨌든 남편이 건강해지도록 이끌고 있으니 말이다. 부부에게 배우자의 건강은 자신의 건강만큼이나 소중한 법이고, 결국 건강한 남편의 수혜자는 바로 그녀 자신이 될 테니 말이다.
--- p.121~122, 「이공계의 혼을 담은 소변검사」

면도를 받은 그 시간 동안 잠깐 녹아 있었던 것 같다. 이발 직후에 잠깐 면도칼로 잔털을 정리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나른함이었다. 게다가 면도를 마친 다음 얼굴 전체에 스킨 로션을 그야말로 치덕치덕 아낌없이 발라주는데, 그 스킨 로션의 냄새를 맡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인가, 꽤나 정통파 신사 같은 느낌을 주는 헤어스타일에 늘 양복을 단정히 갖추어 입으시던 국어 선생님에게서도 같은 스킨 냄새가 났다는 것을. 이거야말로 바로 그 ‘신사의 향기’였다. 나는 그렇게 면도를 받으면서 40대 초반이 된 지금에야 남자로서의 통과의례를 끝마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 p.221~222, 「여자에게 ‘스파’가 있다면 남자에겐 ‘면도’가 있다」

아재니까 아프다. 나이 들고 여기저기 몸도 아프고, 지나간 젊음의 순간도, 내 잃어버린 청춘도 억울하고 아프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걱정스럽고 아플 것 같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는 다시 오지 않고, 걱정한다고 해서 미래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현재를 충실히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시간은 어쩌면 지나간 것들의 현재, 지금 있는 것들의 현재, 앞으로 올 것들의 현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열심히 아프고 수습하고 웃고 또 아프고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 p.250~251, 「내 친구 정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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