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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산반딧불이
박이현
현대시학사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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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시인선

책소개

목차

1부

봉순이 누나
용성국민학교
용성장날
용강국민학교
구룡분교
자인
자인 사람들
자인 장날
가을 운동회
동곡양조장
오일장에 가보자
오뎅국물
내 고향 사투리
따뜻한 이웃
친구야
아버지
숙제
해장국
우체부 자전거
내 고향 산골마을

2부

운문산반딧불이에게
꽃무릇
네가 무엇이길래
그날이 오면
눈 내리는 날
서울 친구에게
겨울밤
막걸리
경주 산내에 가면
어둠은 어둠대로
공팔맥주를 아시나요
트로소
나무의 말
하나가 된 철새
부활
산방일기 1
산방일기 2
산방일기 3
산방일기 4
산방일기 5
산방일기 6

3부

박기원 교장
시인 버들치
K 팀장
해설사 C
이서국 시인
안기섭 사장
윤달채 사장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장병곤 회장
우공 김대식님
내 친구 배재규
한우왕 김정곤
정채원 어린이
부일 사람들
숲실마을을 다녀와서
매골 아지매
김태발 씨
학일온천 1
학일온천 2

해설

봉순이 누나, 가설극장, 월남방망이 │ 최서림(시인)

저자 소개 1

박수현

본명은 박수현, 경상북도 경산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영남외국어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하였고, 운문산에서 자연환경해설사로 활동했다. 2021년 [현대시학]에서 시집 『운문산반딧불이』를 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98g | 125*188*10mm
ISBN13
9791186557938

책 속으로

봉순이 누나


국민학생인 나는 옆집 봉순이 누나
여물 썰던 손에 이끌려
가설극장으로 갔다
누나는 대한뉘우스가 나오기도 바쁘게
족제비 꼬리처럼 사라졌다

천막 걷을 때 다시 나타난 누나
우리는 이튿날 보리밭이 무슨 짐승이 뒹굴었던 것 같은
현장을 목격하며 학교로 걸어갔지

눈매가 남정임을 닮았다고 우리 앞에서 거울을 자주 보던 누나
505실로 뜨개질하며 ‘가슴 아프게’를 흥얼거리던 그 누나
자르륵 자르륵 편물기계 소리가 나던 골목 모퉁이를
월남치마로 감아 돌던 봉순이 누나

면 소재지 동백다방에서 맞선을 보던 날
누나는 작두에 날아간 집게손가락을
찔레꽃 손수건으로 감싸고 있었다

오늘 밤은 달이 칼빛처럼 빛나는구나
먼 고향 봉순이 누나의 소죽 끓이는 냄새가 난다
작두소리가 들린다
―――――――――――――――――――――――――

용성장날


우체국 골목 뱅뱅뱅 돌아
지지지 쒜~~에 고무 타는 냄새
귀바우 물거리하다 터진 타이야표 껌둥고무신
금박산 산나물 뜯다 째진 말표 백고무신
모고자리 서리질하다 빵꾸난 물신 때우는 소리

오늘은 2일 7일 열리는 용성장날

윤약방 담 밑에
오골오골 미꾸라지 통발 소리같이
강냄이 갱빈에
도골도골 자갈 구부는 소리같이
중샛태 허서방 네 봉태기 속엔
햇강아지 다섯 마리 오물오물

선바우 이서방 네 논두렁콩 갈개 내고
고방골 강서방 네 정구지단 묶고
웃고란 최서방 네 자청파 깔아놓을 때
망덕이 기호댁이 시나나빠 따듬는다

뚝딱 뚝딱 피~~ 쉬웅 편수깐에는
낫, 호메이, 꽤이, 쏘시레이 작살나는 날

약장사 원숭이 뺑뺑이 돌 때면
마른버짐, 소버짐, 온갖 헌디 난데
원자고약, 조고약, 이약, 쌔가리약, 벼륙, 빈대 죽이는 약
당마 쪼무래기 속에 달수가 깜빡거리고 앉아있다

*1960년대 경산 용성오일장의 풍경.
―――――――――――――――――――――――――

산방일기 4


새벽을 열고 쒸-이-히
호랑지빠귀 소리에 잠이 깬다
아침 햇살이 툇마루 가득 내려앉는다
뜨락엔 살구나무가 붉게 터지고
수수꽃다리 향기가 오두막을 스며든다

별 총총 하늘이 만 평이오
운문호가 나의 정원이다

살얼음 같은 세상을 등지고
바람 따라나선 지 이십 년
고라니 족제비 직박구리 곤줄박이
솔바람 스치는 소리
봄비 내리는 소리가
나의 가족이요 이웃이다
―――――――――――――――――――――――――

운문산반딧불이*

운문산 높아 길게 흐르는 골짜기
사랑의 군무는
캄캄한 여름밤을 수 놓는다

맑은 이슬 먹고 반작반작 보석 같은
빛을 토해내는 반딧불이

운문산 이름 붙여 세계에 알린
운문산반딧불이는
사리암邪離庵 오르는 길을 따라
세속을 떠나 산다

반딧불이 작은 불빛 모아 세상의 큰 빛 된
아름다운 이야기는 가물가물

오늘도 하늘의 별빛 받아
꿈을 전해주는 반딧불이는
개똥벌레로 꼬물꼬물
마르지 않는 계곡에서
사랑을 뿜는다

*‘운문산반딧불이’는 1931년 청도 운문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채집지명을 종명으로 사용한다.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운문산반딧불이’의 학명은 ‘Luciola unmunsana’이다.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오랜 시간 산중에서 홀로 연마한
그의 붓글씨는 산짐승 모양이다.
산토끼나 노루 발자국 같기도 하고
운문산 멧돼지 발자국 같기도 하다.
태풍으로 사태가 난 산자락
황톳빛 절개지 같은 그의 시는
함부로 열어볼 수 없는 문을 달고 있다.
칠흑 같은 밤, 산짐승 소리에 움츠러들며
밤을 지새워 쓴, 눈알이 붉은 그의 시는
바닥까지 굴러떨어져 본 자들만이
인생의 바다에서 난파당해 본 자들만이
마음의 귀로 겨우 엿들을 수 있다.
운문산 솔가지 같은 사투리로 군불을 땐
구들목을 닮은 그의 시는
툭수바리로 들이키는 막걸리 맛이 난다. - 최서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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