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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봉순이 누나 용성국민학교 용성장날 용강국민학교 구룡분교 자인 자인 사람들 자인 장날 가을 운동회 동곡양조장 오일장에 가보자 오뎅국물 내 고향 사투리 따뜻한 이웃 친구야 아버지 숙제 해장국 우체부 자전거 내 고향 산골마을 2부 운문산반딧불이에게 꽃무릇 네가 무엇이길래 그날이 오면 눈 내리는 날 서울 친구에게 겨울밤 막걸리 경주 산내에 가면 어둠은 어둠대로 공팔맥주를 아시나요 트로소 나무의 말 하나가 된 철새 부활 산방일기 1 산방일기 2 산방일기 3 산방일기 4 산방일기 5 산방일기 6 3부 박기원 교장 시인 버들치 K 팀장 해설사 C 이서국 시인 안기섭 사장 윤달채 사장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장병곤 회장 우공 김대식님 내 친구 배재규 한우왕 김정곤 정채원 어린이 부일 사람들 숲실마을을 다녀와서 매골 아지매 김태발 씨 학일온천 1 학일온천 2 해설 봉순이 누나, 가설극장, 월남방망이 │ 최서림(시인)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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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누나
국민학생인 나는 옆집 봉순이 누나 여물 썰던 손에 이끌려 가설극장으로 갔다 누나는 대한뉘우스가 나오기도 바쁘게 족제비 꼬리처럼 사라졌다 천막 걷을 때 다시 나타난 누나 우리는 이튿날 보리밭이 무슨 짐승이 뒹굴었던 것 같은 현장을 목격하며 학교로 걸어갔지 눈매가 남정임을 닮았다고 우리 앞에서 거울을 자주 보던 누나 505실로 뜨개질하며 ‘가슴 아프게’를 흥얼거리던 그 누나 자르륵 자르륵 편물기계 소리가 나던 골목 모퉁이를 월남치마로 감아 돌던 봉순이 누나 면 소재지 동백다방에서 맞선을 보던 날 누나는 작두에 날아간 집게손가락을 찔레꽃 손수건으로 감싸고 있었다 오늘 밤은 달이 칼빛처럼 빛나는구나 먼 고향 봉순이 누나의 소죽 끓이는 냄새가 난다 작두소리가 들린다 ――――――――――――――――――――――――― 용성장날 우체국 골목 뱅뱅뱅 돌아 지지지 쒜~~에 고무 타는 냄새 귀바우 물거리하다 터진 타이야표 껌둥고무신 금박산 산나물 뜯다 째진 말표 백고무신 모고자리 서리질하다 빵꾸난 물신 때우는 소리 오늘은 2일 7일 열리는 용성장날 윤약방 담 밑에 오골오골 미꾸라지 통발 소리같이 강냄이 갱빈에 도골도골 자갈 구부는 소리같이 중샛태 허서방 네 봉태기 속엔 햇강아지 다섯 마리 오물오물 선바우 이서방 네 논두렁콩 갈개 내고 고방골 강서방 네 정구지단 묶고 웃고란 최서방 네 자청파 깔아놓을 때 망덕이 기호댁이 시나나빠 따듬는다 뚝딱 뚝딱 피~~ 쉬웅 편수깐에는 낫, 호메이, 꽤이, 쏘시레이 작살나는 날 약장사 원숭이 뺑뺑이 돌 때면 마른버짐, 소버짐, 온갖 헌디 난데 원자고약, 조고약, 이약, 쌔가리약, 벼륙, 빈대 죽이는 약 당마 쪼무래기 속에 달수가 깜빡거리고 앉아있다 *1960년대 경산 용성오일장의 풍경. ――――――――――――――――――――――――― 산방일기 4 새벽을 열고 쒸-이-히 호랑지빠귀 소리에 잠이 깬다 아침 햇살이 툇마루 가득 내려앉는다 뜨락엔 살구나무가 붉게 터지고 수수꽃다리 향기가 오두막을 스며든다 별 총총 하늘이 만 평이오 운문호가 나의 정원이다 살얼음 같은 세상을 등지고 바람 따라나선 지 이십 년 고라니 족제비 직박구리 곤줄박이 솔바람 스치는 소리 봄비 내리는 소리가 나의 가족이요 이웃이다 ――――――――――――――――――――――――― 운문산반딧불이* 운문산 높아 길게 흐르는 골짜기 사랑의 군무는 캄캄한 여름밤을 수 놓는다 맑은 이슬 먹고 반작반작 보석 같은 빛을 토해내는 반딧불이 운문산 이름 붙여 세계에 알린 운문산반딧불이는 사리암邪離庵 오르는 길을 따라 세속을 떠나 산다 반딧불이 작은 불빛 모아 세상의 큰 빛 된 아름다운 이야기는 가물가물 오늘도 하늘의 별빛 받아 꿈을 전해주는 반딧불이는 개똥벌레로 꼬물꼬물 마르지 않는 계곡에서 사랑을 뿜는다 *‘운문산반딧불이’는 1931년 청도 운문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채집지명을 종명으로 사용한다.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운문산반딧불이’의 학명은 ‘Luciola unmunsana’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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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산중에서 홀로 연마한
그의 붓글씨는 산짐승 모양이다. 산토끼나 노루 발자국 같기도 하고 운문산 멧돼지 발자국 같기도 하다. 태풍으로 사태가 난 산자락 황톳빛 절개지 같은 그의 시는 함부로 열어볼 수 없는 문을 달고 있다. 칠흑 같은 밤, 산짐승 소리에 움츠러들며 밤을 지새워 쓴, 눈알이 붉은 그의 시는 바닥까지 굴러떨어져 본 자들만이 인생의 바다에서 난파당해 본 자들만이 마음의 귀로 겨우 엿들을 수 있다. 운문산 솔가지 같은 사투리로 군불을 땐 구들목을 닮은 그의 시는 툭수바리로 들이키는 막걸리 맛이 난다. - 최서림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