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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도시 마리엔탈
사라진 일자리와 파괴된 공동체에 관한 사회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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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
트랜잭션 출판사판 서론
미국판 서문. 40년 뒤

1장 서론
2장 공장 도시
3장 생활 수준
4장 식단과 가계비
5장 피곤한 공동체
6장 빈곤에 맞선 대응
7장 시간의 의미
8장 줄어드는 회복력

후기
사회지학의 역사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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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

마리 야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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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Jahoda

마리 야호다(1907~2001)는 오스트리아 출신 사회심리학자로, 불법 정치 활동 혐의로 투옥된 뒤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포기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1937년 영국으로 떠났다. 뉴욕 대학교, 브루넬 대학교, 서식스 대학교를 거치며 행복을 느끼는 데 필수적인 다섯 범주를 체계화한 이상적 정신 건강(Ideal Mental Health) 이론으로 실업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설명해 주목받았다. 『사회관계 연구 방법론(Research Methods in Social Relations)』(1952)과 『일, 일자리, 실업(Work, Employment and Unemployment)』(1
마리 야호다(1907~2001)는 오스트리아 출신 사회심리학자로, 불법 정치 활동 혐의로 투옥된 뒤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포기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1937년 영국으로 떠났다. 뉴욕 대학교, 브루넬 대학교, 서식스 대학교를 거치며 행복을 느끼는 데 필수적인 다섯 범주를 체계화한 이상적 정신 건강(Ideal Mental Health) 이론으로 실업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설명해 주목받았다. 『사회관계 연구 방법론(Research Methods in Social Relations)』(1952)과 『일, 일자리, 실업(Work, Employment and Unemployment)』(1980) 등을 썼다.

파울 라차르스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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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Felix Lazarsfeld

파울 라차르스펠트(1901~1976)는 오스트리아 출신 사회학자로, 20세기 사회학과 언론학의 주요 인물 중 하나다. 빈 대학교에서 응용 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1933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컬럼비아 대학교에 몸담았다. 컬럼비아 대학교 응용사회조사센터를 만들어 심리학, 정치학, 철학을 아우르는 학제 간 연구를 진행했다. 『국민의 선택(The People’s Choice)』(공저, 1944)과 『퍼스널 인플루언스(Personal Influence)』(공저, 1955)가 우리말로 나왔다.

한스 차이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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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Zeisel

한스 차이젤(1905~1992)은 오스트리아 출신 사회학자이자 법학자이다. 나치가 부상하자 1938년에 미국으로 떠났고, 시카고 대학교 법학 전문 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정량적 사회과학 기법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배심제를 다룬 『판결 지연(Delay in the Court)』(1959)과 『미국의 배심제(The American Jury)』(공저, 1966) 등을 썼다.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쏟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The LEFT』, 『노동계급 세계사』,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불안한 승리』, 『21세기를 살아가는 반자본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E. H. 카 러시아 혁명』, 『핀란드 역으로』, 『미국민중사』 등이 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로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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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47쪽 | 284g | 140*210*20mm
ISBN13
9791155311264

책 속으로

마리엔탈 연구의 주요 명제 중 하나는 장기 실업이 무관심 상태로 이어져서 피해자들은 그나마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조차 활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기회 감소와 열망 수준의 저하라는 악순환은 뒤이은 모든 논의에서도 여전히 초점이 되고 있다.
--- p.45

우리는 실업이 미치는 영향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실업 규모와 실업자에게 제공되는 지원금 액수에 관련된 몇 가지 통계를 구할 수 있고, 때로는 연령, 성별, 직업, 지역 상황 등에 따라 자세한 데이터가 나와 있기도 하다. 사회 문제를 다룬 문헌도 있다. 신문 기자를 비롯한 작가들은 실업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아직 실업을 겪지 않은 이들에게 사례와 설명을 통해 실업자의 상태를 절실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렇지만 공식 통계로 나타난 앙상한 숫자와, 갖가지 우발적인 인상에 노출되기 십상인 문학적 설명 사이에는 간극이 드러난다. 우리가 오스트리아에 자리한 소도시 마리엔탈을 연구하는 취지는 이 간극을 메워보려는 데 있다.
--- p.61

마리엔탈에서 진행한 조사는 100가구 정도를 직접 방문하는 일정으로 시작됐다. 우리가 제안한 의류 지원 사업에 관련해서 특별한 요구 사항에 관해 질문하는 자리가 기회가 됐다. 이 방문 중에 기록한 관찰과 면담을 통해 우리는 각 가정의 기본적인 상황을 많이 알 수 있었다.

가구 성원 중에서 누구든 옷가지를 받으러 오면 이제껏 살아온 역사를 들려달라고 했는데, 대개 흔쾌히 자기 생애사를 풀어놓았다. 그다음부터 다양한 상황에서 이 사람들을 관찰했다. 우리가 연 강좌나 정치 회합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화 내용을 빠짐없이 노트에 적었다. 이 노트와 식사 기록, 시간 기록표 등을 통해 얻은 특별한 정보를 토대로 각 가구가 놓인 상황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 p.125

실업자는 하루가 13.5시간인 반면 노동자는 17시간이다. 실업자는 강제로 더 긴 여가 시간을 떠안지만, 노동자가 8시간 근무를 마친 뒤 즐기는 여가 시간은 꼼꼼히 짜여 있으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고 활동적이다. 아이를 깨우는 데 한 시간이 꼬박 걸릴 일은 없다. 트레어네 가게(오후 3~4시를 여기서 보낸다)는 남성이 사는 집에서 고작 3분 거리이며, 오후 5~6시에는 공원에서 집으로 오는데 거리가 270미터 정도다. 그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 p.157

여자들은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일을 한다. 밥과 빨래, 바느질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꼼꼼히 가계부를 쓰고, 집안일을 하느라 여가 시간이 거의 없다. 자원이 부족한 때라 집안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실직한 남성과 그 사람의 부인에게 시간의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은 이따금 벌어지는 사소한 충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 p.166

실업자들은 생활에 관련된 요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여전히 참여하는 행사와 단체도 축소되는 중이다. 그나마 남은 에너지는 이렇게 좁아진 생활 영역을 지키는 데 온통 집중된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간 감각이 무너지며 하루가 지나가는 데 질서를 부여하는 시간의 가치가 사라지는 모습 속에서 이런 축소 과정에 특유한 조짐을 발견했다. 오직 개인적 관계만이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우리는 네 가지 기본적 태도를 구분했다. 가장 우세한 태도는 체념이고, 좀더 활동적인 태도는 온전이라고 지칭했으며, 사람을 무너트리는 형태에는 절망과 냉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이 과정의 마지막에는 파멸과 절망이 자리한다.

--- p.183

출판사 리뷰

사라진 일자리와 파괴된 공동체
― 노동으로 생계를 벌지 못하는 실업자 도시의 사람들


주민의 절대 다수가 공장 노동자와 그 가족인 마리엔탈은 대공황의 파고를 넘을 수 없었다.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 급여가 나왔지만 어떤 경제 활동도 할 수 없었다. 실업은 게으름을 낳고, 충분하지 못한 실업 급여는 가난한 게으름으로 이어졌다. 정해진 출퇴근과 노동 시간이 일상에 부여하던 질서와 의미가 사라진 자리에서 여가와 휴식은 설 자리를 잃었다.

시간이 남아돌지만 의미 있는 활동은 모자랐고, 열띤 정치 토론이 벌어지던 노동자회관은 실없는 농담만 오갔으며, 더는 신문이나 책도 읽지 않았다. 길모퉁이를 서성이거나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세월을 낚았다. 공동체가 파괴됐다. 피곤하지 않은데 낮잠만 잤으며, 하는 일도 없는데 밥때는 들쭉날쭉하고, 가족들은 흩어졌다.

마리엔탈로 간 사회학자들은 전문가 인터뷰, 생애사 녹음, 학교 글쓰기 사업, 심리학적 테스트, 식사 기록표와 시간 기록표 작성, 걷는 속도 측정, 의료 상담, 모임 대화 내용 기록, 크리스마스 선물 비용 등을 활용해 실업자를 둘러싼 상황을 ‘온전-체념-절망-냉담’으로 구분했다.

자기 노동으로 생계를 벌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열망 수준이 낮아지면서 의욕이 떨어진 사람들은 무기력을 넘어 냉담에 접어들었다. 불운한 삶에 대처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드러났는데, ‘과거에 특별히 부유하던’ 이들이 원래 가난한 이들에 견줘 실업에 맞서서 능숙하게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렇지만 여성은 또 다른 희생자였다. 실직한 남성이 냉담으로 나아가는 동안에도 여성은 쉴 새 없이 집 안팎에서 ‘일’을 했다. 결국 실업자 도시에서도 남성과 여성은 시간의 의미가 달랐다. 꼼꼼하게 기록된 실업자와 가족, 실업자 도시의 생생한 모습은 실업이라는 역병이 휩쓴 한 공동체의 전형적인 삶으로 되살아났다.

‘시간의 의미’라는 제목을 단 7장은 특히 흥미롭다. 연구팀의 한 성원이 남성이 여성에 견줘 중심가를 더 천천히 가로지르고 도중에 자주 멈춰 선다는 사실을 알렸다. 연구자들은 스톱워치로 사람들이 멈춰 서는 횟수를 세고 걷는 속도를 쟀다. 비개입적 관찰을 진행한 결과 여성들은 실업 상태가 아니라 그저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을 바쁘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 사용뿐 아니라 실업에 대처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성별 간 차이에 관련해서도 예상하지 못한 사실을 발견한 셈이었다. 모두 꼼꼼하게 관찰한 결과였고, 경험적 데이터를 편견 없이 해석해 거둔 성과였다.

다시 생겨나서는 안 되는 비극
― 일자리 소멸 시대에 돌아보는 오늘 같은 어제


일자리만 있다면 주 120시간이라도 일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되는 21세기 한국에서 『실업자 도시 마리엔탈』을 둘러싼 20세기 역사는 더욱 각별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18년에 하루 8시간 노동제가 확립되고 1920년에 실업 급여 제도가 실시됐다. 또한 마리엔탈 연구를 시작하라고 권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을 이끈 오토 바우어였다. 바우어는 노동자들이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양태를 조사하겠다며 찾아온 연구팀을 질책하면서 오히려 실업자들이 놓인 현실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가르쳤다. 실업은 혁명이 아니라 체념과 무기력을 낳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르크스주의 교의에 충실한 자본주의 붕괴론도 흔들렸다.

1933년에 독일에서 초판이 출간된 『실업자 도시 마리엔탈』은 저자들이 유대인이라 표지에 저자명을 적을 수 없었고, 얼마 안 가 세 사람은 모두 다른 나라로 몸을 피했다. 1960년에 독일어판이 새로 나오고 1971년 영어판이 선보인 뒤 조금씩 읽히다가, 인공 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2017년에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됐다. 한 공동체 전체의 실업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현지 조사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세 저자는 단 하나의 바람만을 품고 실업 도시 마리엔탈을 떠난다. 이런 조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비극적 기회가 우리 시대에 다시 생겨나서는 안 된다는 바람 말이다. 세 저자들이 우리에게 묻듯이 우리들도 물어야 한다. “이런 삶은 얼마나 계속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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