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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깨달음 없는 잠 풍선을 불어 줄까 11 새장의 마음 14 늑골 16 물감 좀 짜 주시겠어요 18 드림캐처 20 목련 물티슈 22 수박사탕 근처 24 실습 26 전염 28 장조일까 단조일까 30 공중의 초대 32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서 34 거울을 보는 고양이 36 선잠 38 숨 40 건포도 호흡법 42 깨달음 없는 잠 44 건포도 46 나쁘게 피는 물방울은 없겠죠 48 제2부 네가 말을 숨길 때마다 별이 빛났다 낯선 봄 53 태엽 감긴 봄 쪽으로 56 디디스커스 58 네가 말을 숨길 때마다 별이 빛났다 60 떨림 62 모래 묻은 새장 64 샛길을 가진 여름 66 비를 세는 사람 68 순무 70 순록 72 촛농 자국 별자리 74 지문 76 눈사람 78 발꿈치 들고 80 이물감 82 곁을 지우면 85 마주르카 집에 불이 켜지네 88 제3부 간결한 슬픔 차콜 93 다육식물 96 식탁의 분위기 99 냄비의 방식 100 한 숟갈의 고백 102 슬픔의 바코드 104 안을 숨길수록 밖은 더 선명하고 107 꽃잎, 꽃잎들 110 고슴도치 가시가 웃고 울고 있다 112 반달 113 다시 비늘을 긁을까요 114 박쥐 116 갇혀 있는 118 30대 120 목숨 122 녹았다 가는 빛 124 묵줏빛 어둠 너머 126 7월 햇살 128 해설 손미 발이 푹, 푹, 빠지는 수박사탕 근처 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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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사탕 담긴 상자를 옮기는 사람의 어깨에서
착실하게 플라스틱 사슬까지 가로지르는 비 비의 소음만이 엉성하게 물풀 넘어진 저녁을 밝히고 포자가 몰고 오는 공기에 섞여서 짙어진 어둠 흔들리게 할 것이고 땀에 절은 골목 비추이는 달빛마저 온데간데없는 진균의 밤에게 안부를 물을 것이다 카페를 나선 코코넛 커피는 환자복에 얼룩을 만들고 종이컵 표면에 희미하게 번지는 기름띠를 가진 채 차갑거나 뜨겁지 않게 가장자리 머물며 착실하게 지켜보는 것이다 비스듬히 꼿꼿한 기린초 화분과 함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밤 구석에 고인 비의 마음을 포자들이 몰고 오는 비의 사슬이 가로지르는 나를 들숨이 없으면 날숨도 없는 날들은 아직 남아서 물살의 걸음으로 물까마귀는 검은빛 옮기고 자다 깨서 켁켁거리는 순간과 그 순간을 가로지르는 비의 소음 털어 내며 가로지르다 멈춰서 점멸하는 빛 부스러기 멍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수박사탕은 껍질째 녹고 있을 어둠 근처 선반을 밝히고 달짝지근한 비의 걸음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밤 ---「수박사탕 근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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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잠에서 깨어 보면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창백한 손을 펼쳐 보면 전보다 저릿하고 분명해진 선이 있다. 시를 살펴보는 마음에 방울을 달아 놓고 자주 발꿈치를 살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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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풍경의 언어 크로키다. 쪼개진 시간 파편들의 재배열 모자이크다. 감정의 분출이 아닌 감정의 삭제 또는 휘발을 통한 통증 전이다. 감각적 이미지들이 물결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시인은 풍경 속에 가라앉은 소리의 어두운 앙금을 보고 도망가는 빛의 보푸라기들을 잡아 내려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집은 빛과 어둠, 시각과 청각, 꿈과 현실, 몸과 영靈이 반반쯤 혼색된 캔버스다. 어제와 내일과 오늘이 하나의 육체로 맞붙은 삼각형 퀼트다. 패색이 짙어진 기억 속의 시간들을 시인은 다시 색색의 물빛으로 채색하고 싶어 한다. 흙탕물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고 다시 길을 나서는 시인의 뒷모습이 쓸쓸하고 아름답다. 포자를 몰아오는 비와 공기, 햇빛을 옮기는 물까마귀 같은 작은 존재들이 함께할 것이다. 그녀는 아직 비의 사슬 속이다. 수박사탕 근처다.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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