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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_ 비워내기 민들레 꽃처럼 강처럼 기꺼이 시소를 타며 비워내기 하늘 창고 연필을 깎으며 송아지 해금 서리태콩을 불리며 헌책방에서 우체통은 아직도 빈 항아리 나의 노래 중력 방어의 눈물 그리운 아픔 하나 녹명 막차 지금 2부_ 세상은 아름다워라 세상은 아름다워라 월출산 석모도의 일몰 무등산 입석대 부석사 안양루 오대산 숲길 태화강 십리대숲 남당리 앞바다 두륜산의 밤 채석강 풍경 강화산성 탑골공원 공룡능선 고향 집에서 삭풍 씨앗 하나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아름답다 3부_ 가슴에 어리는 사랑 징검다리 놓기 나무의 품 뿌리의 닻 시월의 말티재 섬 나무는 서서 죽는다 처음인 듯 담쟁이 사랑 오이꽃 사랑 시집 한 권 우리를 빚으시는 사랑 나무와 나 달빛연가 별 그리움은 가지 끝에 옹이 후리지아꽃 화살나무 솔바람 피리소리 빗방울 과녁 4부_ 생각이 머문 곳에 마음 꽃피고 살구 석류 이름 없는 풀꽃 하나 바람과 비碑 동백꽃 유채밭 소묘 도토리 도라지꽃 망초꽃 사랑 옥수수 눈물 속에 사는 것 꼭두서니 붉은 심장 새 생명 이슬 해오라기 둥지 눈물 젖은 낙타 늦게 피운 들꽃 하나 해설·자연과 신앙의 삶을 추구_ 최규창(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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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깎는다
향이 번진다 살이 저며질 때마다 향도 깊어진다 늦은 오후 각角이 다 뜨여진 제물 앉은뱅이책상 위에 향기로운 번제가 되고 시첩에서 화첩에서 한 줌의 불로 타오른다 매듭진 사연들 인생의 한 획에서 박제로 남아 누군가의 보석이 되고 누군가의 하늘이 된다 누군가의 향으로 남으려면 베이고 깎여지는 고난 하나쯤 품어야 하리 나를 뛰어넘는 쓰임의 시작이라면 ---「연필을 깎으며」중에서 무게를 다 비워낸 울음 다만, 사랑으로 가득한 울음 저 멀리 동무들을 부르는 소리 거룩한 울음 울고 있다 초장 건너, 푸른 숲 건너 하늘로 오르는 맑은 기도 소리 녹관을 타고 오른다 높은 곳을 거닐며 아무도 모르게 일 년에 한 번씩 화관도 내려놓고 무관으로 돌아간다 풀 한 모금 베어 물기 전 하늘 구름도 사슴 등에 하얀 꽃을 피웠다 ---「녹 명」중에서 노란 보자기 한 섬 물감을 풀었다 장다리 끝에 달린 아가들의 미소 햇볕에 볼 부비고 깨어나는 얼굴마다 연노랑 배내옷 두르고 세상과 인사를 한다 새들 아지랑이 부지런히 물어 올리고 해맑은 웃음소리 퍼지도록 나비들 춤을 춘다 마지막 꽃망울 햇살로 열릴 때쯤 지나던 구름 숨죽이고 화폭에 들어와 잠시 걸음을 멈춘다 ---「유채밭 소묘」중에서 나무는 서서 죽는다 할 일이 남았다는 듯 선 채로 생을 마감한다 다함 없이 주던 생애 아직도 줄 것이 남은 듯 죽은 줄도 모르고 서 있다 갈매 푸른 옷 벗었어도 새들 쉬어 가도록 가지 내어주고 펄럭이지 않도록 바람도 비켜주는 하늘 향하여 거두지 않는 팔 더는 잎을 밀어 올리지 못할 뿐 나무는 죽어도 눕지 않는다 켜켜이 간직한 결마다 이슬 젖은 이야기 조금씩 풀어내며 이제 비탈에 서서 해와 달, 별과 바람 함께 사랑 하나 깃발로 펄럭일 것이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나무는 서서 죽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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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규 시인은 2020년 월간 『창조문예』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시작 활동의 결과로 첫 시집인 『솔바람 피리소리』를 펴냈다. 등단 이후 3년 동안 74편의 시를 각 문예지에 발표하고 시집에 수록한 것은, 왕성한 시 창작과 문단 활동의 결과로 평가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등단하기 전에 가꾸어 왔던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그대로 분출되고 있다.
김순규는 자연과 신앙의 삶 속에서 축출한 이미지를 상징과 은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시적 대상인 자연과 신앙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관찰, 그리고 사유思惟와 고뇌苦惱 속에서 풍부한 시적 상상력으로 전개했다. 감각적인 이미지의 구성과 적절한 시어詩語 선택은 성숙한 시작법詩作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잠언箴言적 감동으로 ‘깨달음’과 ‘일깨움’으로 시의 가치성을 획득하고 있다. 특히 그의 기독교시는 신앙의 생활화로 육화肉化된 삶을 추구하고 있으며. 기독교시가 지향해야 할 중심에 서서 시작詩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규창(시인)의 「해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