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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_ 기다림은 다른 세상을 낚는다 등대 단풍꽃 눈오는 날 나팔꽃 마음으로만 기다리는 밤 하늘을 바라보면 목련 기다림은 다른 세상을 낚는다 한여름의 소리 바람이고 싶다 매화 벚꽃 해바라기 소나무의 외침 2부_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나무 해맞이 카라꽃 천도의 불꽃으로 길은 하나로 밤강 홀로 여행 상상화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나무 초승달의 연민 일몰 노년의 미 개무시 철학 오빠가 가던 날 꽃잎 하나의 우주 메아리 가을비 3부_ 해와 달이 마주 볼 때 난지도 억새 해와 달이 마주 볼 때 소라껍질 겨울 장미 개나리꽃의 환영 파도의 사랑 인생보험 폭염 모두 하나 낙조 별꽃이 빛나는 이유 기쁨과 슬픔은 한 얼굴 벌거벗은 나무 까치둥지 소나무 연가 가면 4부_ 영원의 순간 모두 사랑이네요 영원의 순간 보름달 친구 천국의 다리 청풍공소에서 은행나무 단풍길 지팡이 손 바램으로 눈이 내린다 금 송 성지에서 감나무 참사랑과 믿음 점 하나 인생 해를 삼키다 비밀의 기도 해설·사물에 대한 사유와 삶의 성찰- 박정순의 시·최규창(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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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일까?
완고하게 침묵하고 있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고 있다. 머리에 하얀 미사보 쓰고 여유로운 춤사위 가벼운 발길로 조용히 내려온다. 내려오는 대로 땅 위에 엎디어 긴 침묵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 태고를 연상케 하는 조용한 거리. 장례식장에 간 사람처럼 엄숙한 의식에 빠져든다. 내달리던 욕망. 미련이나 후회 원한까지 모두 지난 세월은 삭제해 버렸다. 하얗게 빈 마음으로 기도를 끝내고 가는 길 바람결에 마냥 하늘로 날아오른다. 영원한 그 곳에서 하늘의 메시지 사랑의 꽃다발을 한 아름 안겨 준다. ---「눈오는 날」중에서 바람이고 싶다 하늘로 치솟아 구름처럼 떠돌다 바다로 내달려 파도를 타고 산 능선으로 날아가 숲속을 헤매는 바람이고 싶다 봄에는 따스한 소식으로 연둣빛 어린 새싹을 키우고 여름에는 흐드러진 나뭇잎 사이로 다투어 피어나는 형형색색 꽃들과 장난치며 연애하는 바람이고 싶다 가을에는 새들과 함께 농익은 열매들 툭툭 터트려가며 따먹고 농부처럼 씨앗들을 흩뿌려 땅속에 갈무리하는 바람이고 싶다 온 산이 울긋불긋 단풍꽃을 피우면 그림같은 세상 나비같이 떠돌며 춤추는 바람이고 싶다 나무들이 색옷을 벗어 양탄자를 깔아준 땅에 새하얀 눈꽃 성전이 세워지면 감사의 찬미 노래 힘차게 부르는 바람이고 싶다 ---「바람이고 싶다」중에서 너처럼 한번 온몸으로 활짝 피어 봤으면 좋겠다 바라보면 절로 탄성이 나오고 마는 황홀한 아름다움 어쩜 저럴 수가 경이롭고 존경스럽다 타고난 요절의 운명 안타깝도록 아쉬운 마지막 길에도 작별의 눈물 대신 한바탕 흰 눈꽃을 쏟아 내리는 화신이 되었구나 무심한 바람처럼 적적 먹먹하게 가슴을 치며 가는 꽃 너처럼 한번 활짝 피었다 가는 날 흰 눈꽃으로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 봤으면 좋겠다 ---「벚꽃」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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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순의 시는 시적 대상인 사물에 대한 고뇌와 사유思惟,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삶과의 성찰로 형상화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만난 시적 대상을 경험적 삶의 이야기로 전환시켜 잠언적箴言的 일깨움을 주고 있다. 특히 삶 속에서의 ‘소망’과 ‘바램’을 모두의 소망과 바램으로 객관화시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한 신앙의 삶으로 육화肉化된 언어와 정서로 시작詩作한 것도 장점이다. (…) 박정순은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신앙적인 삶 속에서 그 사물을 사유思惟해 형상화한다. 그의 시에는 성경의 생경한 언어나 풍습, 인물과 지명, 그리고 정서를 그대로 드러내놓지 않는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신앙의 삶으로 육화肉化된 언어와 정서로 시작詩作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기 때문에 비기독교인 누구나 음미해도 이질감을 주지 않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오늘의 기독교시가 지향해야 할 중심에 서서 시작詩作한 것이다.
- 최규창 시인의 「해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