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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천수암 인생네컷 13 커피아노 14 수상한 푸드 스타일리스트 15 퍼즐 거울 16 호모 라보란스 칸탄스 17 접속 18 인체 쇼핑 19 3D 렌티큘러 20 F-5 진정서 21 공중 정원 22 무릉 화원 23 날아가는 침대처럼 24 침묵의 봄 25 유령 그물 26 제2부 물구나무종 31 행복세탁소 32 Butter Book 34 빗물 상담소 35 하늘섬 요양원 36 25시 편의점 37 정상 해海담 38 면접 복음 40 칸칸이 시샘달 41 주사위 여자 42 스팸 시대 43 물리적 그물코 44 바다 거미 출력소 45 장안長安 경로당 46 제3부 인포데믹 49 눈먼 자들의 도시 50 헬조선 바로 가기 51 바람의 말 52 수원역 물류 센터 53 휴지통 54 행궁동 장미스파 55 해석의 재구성 56 공중 정원 2 57 창룡문에서 58 아기 디자인 공장 60 블랙리스트 61 영화 경로당 62 봄날 63 제4부 평화 인쇄사 67 슬픈 열대 68 DMZ 69 블록 15 70 공유 냉장고 71 결로結露의 시간 72 비, 가문비 미싱 73 평화의 소녀상 74 히말라야 서간체 76 물고기 무덤 77 피싱 주의보 78 과수원 우체국 79 화령전 아멜리에 80 해설 임지연 올록볼록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직조하기 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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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벽에 안과 밖이 부풀어 올랐어요
눈부신 디테일의 볼륨은 투명해져요 세 개의 면이 돌출되는 입체감과 공간 사이 무한의 차원이 되어 새로운 길이 나더군요 보이는 세계와 불투명한 세계를 오가는 사이 루프탑이 솟아나고 시간은 파란색에서 초록색으로 편의점 간판처럼 변해 가도 노랗게 내 마음의 풍경은 은행나무가 되어 기다렸어요 투명 인간이 불투명한 인간들을 말하네요 재배열되는 건물 앞 피켓 들고 울분을 띠로 두른 사람들 농성 사이 의문의 시간 뒤에 미래를 여는 이유를 416 생명안전공원은 노란 리본을 수놓았어요 사라진 그 아이들이 굳어 가는 걸 보았어요 청록색 밤의 감정이 착시를 일으켜요 거대한 벽의 사막처럼 추인되지 않는 일들 바다를 증명하려던 불투명한 그 세계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회멸이 되지 않도록 오늘의 뒷면과 앞면을 이제 당신이 이어 주세요 ---「3D 렌티큘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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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나는 언어를 길들이기 위해 시를 썼는지도 모른다. 말도 되지 않는 말과 함께 언어의 들판을 횡단하면서 시 속에 한참 빠져 말무리 가까이에서 꿈을 꾸었다. 그러나 나의 시는 서툰 말만큼 아직도 미숙한 것임을 깨달았다. 끝없이 펼쳐진 언어의 광야, 그 속에서 말과 시를 구분할 때까지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었다. 언어의 뿌리를 내려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말의 나무. 그렇다. 나무의 무덤이 되길 바랐는지도 어려운 시기에 힘들 때마다 항상 응원을 해 주신 가족과 시집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2024년 12월 서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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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언어에 대한 형식의 관계는 사유에 대한 재현의 관계로 배치되기 마련이다. 시에서 사유가 분해되는 순간 형식은 상실되며 그 의미만 남는다. 이런 점에서 시조의 형식은 사유를 견인하는 선험적 약속에 의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설시조로 전편을 구축하고 있는, 서정화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산문의 형식을 통한 사유의 출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거기에 폐기되어 가는 문명과 유통기한을 초과한 생태를 ‘서정적 디스토피아Dystopia’로 현전하면서 인류의 “QR코드”(「25시 편의점」)를 스캔하고 있다.
여기서 불안한 미래를 향한 비극적인 정서는 사설 언어로밖에 사유할 수 없는 생명성을 파고든다. 그녀의 연속적인 ‘데이터의 배치’로 실재를 ‘편집한 진술’에서 “공통되는 세계와 태어나는 전망들 세상과 동떨어진 시간 활활 타오른 안으로 영원을 꿈꾸며 갈피를 접는”(「물구나무종」) 행간 사이에서. “뭉친 구절 휘저으며 엉킨 음절 뒤집어서/ 젖은 기억의 안팎이 마르고 휘발되는 길”(「행복세탁소」)에서 새로운 가시성의 영역을 통해 사설시조 형식의 밀도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녀의 시편이 종말적 세계관을 넘어 “폐기되지 않으려 냉매가 흐르는”(「공유 냉장고」)에서 보이듯 “비워 내 채워지는 진열대”라는 ‘마음의 공동체’를 구성하며 “거리에 떠도는 양심 부둥켜안고 서 있”는 틈 사이 따뜻한 주체들의 온전한 ‘서정적 결로’를 통과하게 된다. 이 같은 서정적 결로는 그녀의 이번 시집 표제작에서 “오늘의 뒷면과 앞면을 이제 당신이 이어 주세요”(「3D 렌티큘러」)라는 전언을 통해 이로써 회멸되어 가는 “보이는 세계와 불투명한 세계를 오가는 사이” 존재의 구원이 어디에 있는지 공구하게 만든다. - 권성훈 (문학평론가, 경기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