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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5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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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많은 사람이 한 가지 우주관을 공유하면,
그때부터 그런 우주가 실체를 갖추기 시작한다” 존은 늙지 않고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거듭 살인을 저질러 가면서요. 그런데 살인 충동을 느끼는 대상이 묘합니다. 주로 보수적인 인물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고 변화를 거부하는 작자들”이죠. 그렇게 살인을 저지르며 우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넓히려던 존은 결국 제2차 세계대전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200년 후, 무덤을 파고 존을 되살린 자들이 있습니다. 존에게 자신들이 존과 같은 동류라고 하죠. 그마저도 놀랍지만 그러면서 누군가를 죽여달라고 하는데요, 그러지 않으면 이 세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존과 이들의 존재는 무엇이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한낙원과학소설상, SF 어워드 대상 수상을 비롯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받고 있는 고호관 작가의 신작 중편입니다. 짧지만 소소하지 않은 이야기, 정말 말도 안 되는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지극히 과학적인 이야기, 미처 만들어지지 않은 마블 시리즈 한 편을 본 것도 같습니다. 여기가 아닌 지금이 아닌 다른 어느 세계에서라면, 충분히 그랬을지도요. 작가의 말 고도의 가상현실이나 시뮬레이션 우주 같은 소재는 마법과 같은 도구라는 인식이 내게는 있었다. 아주 좋은 의미에서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다. 드래곤과 엘프와 도깨비와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세계를 그려놓고 나중에 가서 시뮬레이션이었다고 해버리는 것처럼 뭐든 다 SF로 만들어버리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세계를 그리고 싶은데 현실 세계의 법칙을 멋대로 깨뜨리고 싶지는 않을 때 쓰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물론 끝은 대체로 허망하겠지만(깨어나보니 꿈이었네, 젠장).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시뮬레이션 우주를 사용한 게 바로 그것 때문이라는 점을 고백해야겠다. 이 이야기의 출발점은 “우주와 인류를 시뮬레이션 하는 존재의 목적은 무엇일까?”가 아니었다. 원래의 발상은 “과학이, 좀 더 정확하게는, 실험이나 방법론이나 제도 같은 게 아닌 자연 법칙 그 자체가 정말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면 어떨까?”였다. 처음에는 생물학, 화학 같은 다른 분야도 다루려고 했지만, 어려워서 포기하고 우주론에 집중했다. 그러고도 우주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물질 세계를 떠올리기가 너무 어려워서 고민하다가 시뮬레이션 우주를 가져오고 말았다(거 봐, 역시 편리하다니까). 그리하여 지금과 같은 이야기가 탄생했다. 나로서는 최선이었으니 부디 허망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고호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