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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는 말 - 8
등장인물 - 10 1부 - 13 2부 - 67 3부 - 117 작가 연보 - 151 |
Albert Ca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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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 당신들은 질서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열 속에 있소.
태평한 얼굴로 줄을 맞춰 서 있어서 화를 입기에 딱 알맞은 상태가 된 거지. ---p.19 전령: 저녁 9시에 모든 불을 반드시 꺼야 하며, 정식 통행증 없이 공공장소에 체류하거나 도로를 통행할 수 없다. 또한 통행증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의로 발급될 것이다. 이 규정을 위반하는 자는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p.57 페스트: 당신들은 불쾌해져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전부를 다시 배우게 될 테니까. 이제 당신들의 왕은 손톱에 때가 끼어 검고 단정한 제복 차림이다. 그 왕은 옥좌에 앉지 않고 의석에 앉는다. 그의 궁전은 병영이고 사냥 막사가 법정이다.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p.63 페스트: 그자에게 표식을 남겨라! 모조리 표식을 남겨라! 그들이 말하지 않은 것까지도 들릴 수 있다! 그들은 더 이상 항의할 수 없지만 그 침묵은 여전히 이를 갈고 있다! 그들의 입을 짓밟아라! 입에 재갈을 물리고 핵심 구호를 가르쳐라. 그들 또한 똑같은 말을 반복할 때까지, 마침내 말 잘 듣는 착한 시민이 될 때까지. ---pp.87~88 디에고: 웃지 마, 웃지 말라고 이 멍청이야. 너희는 끝났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겉으로 보기에 승리한 것 같아도 너희는 이미 패배한 거야. 왜냐하면, 내 얼굴을 똑바로 봐. 인간 안에는 너희가 결코 꺾지 못하는 어떤 힘이 있기 때문이야. 두려움과 용기가 뒤섞인, 맑은 광기 같은 힘, 무지하지만 영원히 승리하는 힘 말이야. ---p.113 디에고: 아니, 그 방법은 나도 알고 있어. 살인을 없애려면 죽이지 않을 수 없고, 불의를 고치려면 폭력을 써야 하지. 수백 년이나 지속되어 온 짓이야! 너와 같은 부류의 영주들이 세상을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세상의 상처를 썩게 만들면서도 여전히 그 방식을 떠들어 대는 건, 그걸 비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 --- pp. 136~137 페스트: 언젠가 너희들은 모든 희생이 헛되다고 생각할 것이고, 추한 반항을 선동하는 끝없는 외침도 마침내 잠잠해질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면 나는 굴복의 침묵 속에서 진정한 지배자가 될 거야. --- pp. 144~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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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할 것 같은 도시, 그리고 한 남자의 저항!
작품의 배경은 태양이 작열하는 에스파냐의 항구 도시 카디스이다. 평화롭던 이 도시에 어느 날 혜성처럼 ‘페스트’라는 이름의 독재자와 그의 비서가 등장한다. 그들은 기존의 행정 조직을 마비시키고 스스로 권좌에 앉아 도시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한다. 이후 도시는 변하기 시작한다. 이동의 자유는 박탈되고, 모든 대화는 감시받으며, 죽음마저도 행정적인 절차에 따라 순서가 매겨진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서로를 감시하고, 권력이 휘두르는 공포라는 채찍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이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주인공 디에고는 변화의 기점을 만들어 낸다. 사랑하는 연인 빅토리아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던 그는, 독재자가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다름 아닌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라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디에고는 죽음의 위협 앞에서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대신, 가슴을 펴고 독재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저항한다. 그가 공포를 이겨 내고 외치는 단호한 거부의 몸짓은 도미노처럼 다른 시민들에게 번져 나간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전체주의 권력의 벽은, 단 한 사람의 진실한 용기와 그로부터 시작된 연대의 힘 앞에서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며 무너져 간다. 21세기 한국에서 현실로 되살아난 문제작, 〈계엄령〉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우리는 ‘계엄’을 목격했다. 평화롭고 평범하던 화요일 밤이 권력자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한마디에 의해 순식간에 비현실적인 공포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국회의 담장을 뛰어넘는 군인들과 하늘을 가르는 헬기 소리, 그리고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 했던 ‘포고령’은 카뮈가 70여 년 전 무대 위에서 구현하려 했던 ‘페스트의 통치’와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 그러나 그날 밤 우리는 또 목격했다. 공포가 지배하려던 바로 그 자리에서 피어난 시민들의 용기를 말이다. 추운 날씨에도 국회 앞으로 달려가 “계엄 해제”를 외쳤던 시민들의 함성은, 디에고가 독재자 페스트에게 던졌던 저항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한 것이었다. 카뮈는 〈계엄령〉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권력은 권력을 두려워하는 자 위에서만 군림한다.”고 말이다. 2024년 12월 3일 계엄사태는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회복시키는 것은 결국 깨어 있는 개인들의 연대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계엄령〉은 그날 밤 우리가 느꼈던 당혹감과 분노, 그리고 희망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지나간 소동을 복기하는 기록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부조리’에 맞서 싸울 정신적 근육을 키워 주는 가장 친절하고도 강력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