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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Paul-Guillaume Gide,앙드레 폴 기욤 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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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나는 알리사의 방문 바로 밖에 서 있었습니다. 잠깐 동안 기다렸습니다. 아래층에서 웃음소리와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마도 이것이 내가 방문을 두드린 소리를 덮어버렸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즉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나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밀었고, 조용히 방문이 열렸습니다. 방은 너무 어두워서 나는 알리사를 즉시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알리사는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뒤에 있는 창문을 통해 날이 저무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들어 왔습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알리사는 일어나지 않고 돌아보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오, 제롬, 왜 다시 돌아왔어?” 나는 알리사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려고 몸을 구부렸습니다. 알리사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 나의 일생은 그 순간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나는 그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고뇌의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p.27 “제롬이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여기서 외삼촌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먼저, 알리사, 나는 네가 ‘훌륭한’이라고 할 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구나. 어떤 사람은 겉모습은 그렇게 보이지도 않고, 적어도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눈으로 보았을 때에는 사실은 아주 훌륭한 사람일 수 있단다.” --- p.38 “나는 오늘 아침 너와 아주 열렬하게 결혼하려고 애쓰는 꿈을 꾸었어. 그래서 나는 죽음 외에는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믿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알리사가 물었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 “나는 오히려 죽음이 세상에서 나뉘었던 것들을 함께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 삶에서는 함께 하지 못한 것들을 죽음이 모을 수 있다고.” 이 대화의 모든 내용은 우리의 가슴 깊게 스며들어, 우리가 사용했던 단어의 억양까지도 여전히 들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의미하는 중대한 뜻을 아주 나중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 p.55 내가 대답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했더니, 줄리엣은 고집을 부리며 재차 되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뭘 기다리고 있는 거야? 왜 당장 약혼하지 않느냐고?” “우리가 왜 꼭 약혼을 해야 해?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이 우리가 서로에게 속해 있고, 앞으로도 서로에게 속해있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알리사에게 내 인생 전체를 바치기로 선택했는데, 내 사랑을 약속이라는 따위의 구속으로 서로를 얽매이는 것이 더 고귀하다고 생각하니 아니! 약속 같은 맹세는 내게 있어서는 사랑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지거든. 내가 알리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약혼하고 싶을 거야.” “내가 못 믿는 건 알리사 언니가 아니야…….” --- p.58 나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하늘은 나의 기쁨과도 같이 따뜻하고, 밝고, 섬세하게 순수했습니다. 알리사는 분명 다른 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알리사에게 가까이 있었고, 그녀 등 뒤쪽까지 갔습니다. 알리사는 내가 다가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나는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자 마치 시간이 나와 함께 멈춘 것 같았습니다. ‘이 순간이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모든 것 중에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 행복 그 자체도 도저히 미칠 수 없는 가장 감미로운 그 순간’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 p.151 9월20일 주여, 그를 저에게 주셔서 제가 당신께 제 마음을 드릴 수 있도록 하소서. 주여, 제가 그를 한 번 만 더 볼 수 있게 해 주소서. 주여, 저는 당신께 제 마음을 드리겠다고 다짐합니다. 제 사랑이 요구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제가 남은 생의 전부를 오직 당신께 드리겠나이다. 주여, 이 비참한 기도를 용서해 주소서. 하지만 저는 그의 이름을 입술에서 지울 수도 없고 제 마음의 고통을 잊을 수도 없습니다. 주여, 제가 당신께 외칩니다. 고통 속에 빠져있는 저를 버리지 마소서. --- p.212 10월16일 제롬, 내가 너에게 완전한 기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나는 심한 구토증의 발작으로 온몸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후 나는 너무 약해져서 잠시 동안 내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먼저 모든 내속에 큰 고요함이 밀려왔다. 그러고는 심한 고통이 나를 휘어잡았고 전율이 내 육체와 영혼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마치 내 인생의 갑작스럽고 명확한 계시와도 같았다. 나는 처음으로 내 방의 벽이 끔찍하게 헐벗은 것같아보였다.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지금도 나는 나 자신을 안심시키고 진정시키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오 주님! 신성 모독 없이 끝까지 이르기를 바랍니다!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무릎을 꿇었다……. 나는 내가 혼자라는 것을 다시 깨닫기 전에 지금 빨리 죽고 싶다. --- p.220 “제롬, 오빠에게 편지를 쓰지는 못했지만, 아기의 대부가 되어줄 수 있어요?” “그럼, 기꺼이, 원한다면.” 내가 약간 놀라며 요람 위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습니다. “내 대녀의 이름이 뭐야?” “알리사……” 줄리엣이 속삭이듯이 말했습니다. “그 애는 알리사 언니를 좀 닮지 않았나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줄리엣의 손을 꼭 쥐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 올린 작은 알리사는 눈을 떴고, 나는 그 애를 내 품에 안았습니다. --- p.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