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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알리사의 일기 작품 해설 앙드레 지드 연보 |
Andr-Paul-Guillaume Gide,앙드레 폴 기욤 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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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라면 이것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 나는 그 이야기를 체험하는데 나의 모든 힘을 기울였고, 그렇게 하는 데 나의 기력을 모두 써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저 꾸밈없이 나의 추억들을 써보려 한다.
--- p.9 목사는 인용구의 첫대목을 되풀이해 말했고, 나는 애써 들어가야 할 그 좁은 문을 보았다. 내가 잠겨 있던 꿈속에서 나는 그 문을 흡사 일종의 금속 압연기(壓延機)처럼 상상하고는 그 속으로 힘써 들어갔다. 유난스러운 고통이긴 하지만 그 고통엔 천국의 지복(至福)의 전조가 섞여 있는 그런 고통을 맛보며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 문은 다시 알리사를 찾아가던 바로 그 방문이 되었다. 그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는 나 자신을 무(無)로 돌리고, 내 안에 남아 있는 모든 이기적인 것을 버리는 것이었다……. --- p.26 그해 여름은 찬란했다. 온갖 것엔 푸른 하늘이 배어든 듯했다. 우리의 열정은 불행도 죽음도 이겨냈다. 우리 앞에선 어두운 그림자도 물러서는 것이었다. 아침이면 나는 기쁨으로 잠에서 깨었다. 동이 틀 무렵부터 일어나 해를 맞이하러 뛰어나가곤 했다…… 지금도 그 시절을 회상할 때면, 이슬에 흠뻑 젖은 그 시간이 눈에 선하다. --- p.44 그녀는 나를 밀어내며 가만히 몸을 뺐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작별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그녀에게 한마디도 더 하지 못했고, 다음날 내가 출발할 때, 그녀는 자기 방 문을 잠근 채 나오지 않았다. 나를 데려가는 마차가 멀어져가는 것을 자기 방 창에서 바라보며 작별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나는 보았다. --- p.55 알리사에 대한 사랑이 아닌 어떤 것에서도 나는 내 삶의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나는 그것에 매달렸고, 내 사랑하는 이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이제는 기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 p.89 잘 있어, 그토록 사랑하는 제롬. 하느님이 너를 지켜주시고 인도해주시기를. 인간은 오직 하느님 곁으로만 마음 놓고 가까이 갈 수 있는 거야. --- p.124 하지만 슬프게도! 너무 늦었어. 나는 언니의 사망 통지서와 함께 언니의 임종조차도 지켜보지 못했다는 에두아르의 전보를 동시에 받았어. 마지막 날, 언니는 우리가 통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주소를 한 장의 봉투에다 적어놓았고, 다른 한 장의 봉투에는 르아브르의 우리 공증인에게 유언을 적어 부쳤던 편지의 사본을 넣어두었던 거야. 그 편지의 한 구절은 오빠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해. 곧 그걸 알려줄게. --- p.164 주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길은, 주여, 좁은 길이옵니다. 좁아서 둘이서 나란히 걸을 수도 없는 길이옵니다. --- p.178 “이젠 잠에서 깨지 않으면 안 돼요…….” 나는 그녀가 일어서서 앞으로 한 걸음 내딛더니 기력이 없는 듯이 옆 의자에 쓰러지는 걸 보았다. 그녀는 자기 얼굴에 손을 가져갔고 울고 있는 듯이 보였다……. 하녀가 등불을 가지고 들어왔다. --- p.198 |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주인공 제롬과 알리사는 사촌지간으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들의 결혼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신교도인 그들의 고상한 금욕주의적 이상과 계율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알리사는 성서의 가르침대로 ‘좁은 문’을 지나가고자 한다. 그래서 제롬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단념하고 그것을 하느님께 희생으로 바치려 한다. 그녀는 오로지 제롬을 통해만 세상 만물을 볼 수 있고 하느님의 사랑도 제롬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알리사는 자기의 정열에서 벗어나 제롬과 만나는 횟수를 차차 줄이고, 자기 주위에서 제롬을 생각나게 하는 모든 물건을 없애버리기까지 하면서 갖은 노력을 다해 그를 잊으려고 한다. 이러한 그녀의 투쟁은 결국 정신적으로 극심한 피로로 이어져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고 만다. 제롬은 알리사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가슴에 간직한 채 독신을 결심한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인간적 행복과 청교도적 이상이 빚어내는 갈등과 고뇌! 종교적 금욕주의의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한 문제작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제롬은 좁은 문이 사촌 알리사의 방문인 것처럼, 그리고 좁은 길은 그들 둘에게는 충분히 넓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리사에게 그 길은 겨우 홀로 갈 수 있을 만큼의 넓이였다. 처음에 알리사는 제롬과 사랑에 빠지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생인 줄리에트 역시 제롬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번민하다가 결국 신에게로 귀의하고자 결심한다. 외삼촌인 뷔콜랭의 시골집이 있는 퐁그즈마르의 정원 울타리에 있는 사립문에서 제롬과 알리사는 마지막으로 만난다. 그곳은 천국으로 나 있는 좁은 문의 세속적인 모습으로 둘이 함께 들어가기에는 비좁은 곳이다. 알리사는 파리의 요양원으로 홀로 떠나고 제롬에게는 자신의 진심을 알려주는 일기장을 남겨준다. 임종 시의 그녀의 마지막 말은 암시적이다. ‘나의 마음이 부인하는 이 덕은 과연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라고. 여기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은 지드의 인간주의적 갈등이다. 지드는 인간적 행복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느님을 섬겨야 하는 이 기독교 사상에 자기 자신이 기독교도인 이상 한층 괴로워했다. 알리사의 환영을 언제까지나 품고서 독신을 지키려는 제롬에게 현실적 행복을 얻은 줄리에트가 던지는 의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현실로 돌아가자고 제롬에게 전한다. 그러나 이것이 이 작품의 결론은 아니다. 지드는 어떠한 해답도 주지 않고서 다만 도덕적 편견이라는 문제만을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20세기 자아의 발견자, 프랑스 문학의 일급 작가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이자 가장 뛰어난 명작 앙드레 지드는 20세기 전반기에서 폴 발레리, 폴 클로델과 더불어 프랑스 문학의 삼고봉(三高峯)을 이루는 일급 작가다. 그는 20세기 자아의 발견자이며 다른 어떠한 작가보다도 성실하고 진격하는 태도로 현대 지식인의 고민을 치밀한 필치로 묘사했다. 그렇게 당대 프랑스 젊은이들은 물론 전 세계 지식인들을 완전히 매혹시켰다. 이런 그의 놀라운 업적으로 급기야 그가 별세하기 4년 전인 1947년에 문학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이며 그의 작품 가운데 뛰어난 명작으로 꼽히는 《좁은 문》은 1909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보다 앞서 1902년에 발표된 《배덕자》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배덕자》의 주인공 미셸은 인습과 도덕의 속박에서 이탈해 구속 없는 생을 희구한 나머지 실패하고 만다. 한편 《좁은 문》의 주인공 알리사는 미덕을 추구하면서 자기 자신을 구속하고, 욕망을 자기희생의 실천으로 극복하려 한 나머지 일체를 상실하고 만다. 이 소설만큼 지드 자신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작품은 없다. 지드는 이 작품을 통해서 진정할 줄 모르는 자아의 내부 투쟁에 메스를 가해본 것이며, 또 이 작품 자체가 지드 자신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