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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작가 초청 행사를 마치고 우르르 몰려간 남북횟집, 소설 쓰는 리선희 주석이 본국에서 가져온 술을 꺼내 따르더니 답례주라며 한 입에 탁 털어 넣으란다 혀끝에 닿기만 해도 홧홧한 65도의 술을 요령 부리지 않고 받아 마신 우리 측 작가 몇은 이 차도 가기 전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투항했는데 환갑이 낼모레인 이 아무개 시인도 예외는 아니었던지 취기에 휘청이며 딱히 누구에게 랄 것 없이 중얼거린다 “사는 게, 사는 게 말이지요. 참, 좆 같습니다” 고단하다 팍팍하다도 아닌 좆이란다 하고많은 것 중에 하필 좆 같단다 쓸쓸하기 그지없다
이튿날 대관령을 넘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밥 때가 되어 꿩만두 요리로 소문난 문막식당에 가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통유리 너머 마당에서 수놈 시추 한 마리가 발정난 거시기를 덜렁거리며 암놈 시추 꽁무니를 하냥 뒤쫓고 있다 간절하고 숨찬 열정이다 뒤집어 생각하니 좆이란 게 죽었나 싶으면 어느새 무쇠 가래나 성실한 보습으로 불쑥 되살아나 씨감자 파종하기 좋게 텃밭 일궈놓는 짱짱한 연장 아니던가 세상살이가 좆 같기만 하다면야 더 바랄 게 무에 있겠는가 그 존재만으로도 벌써 엄청난 위안이며 희망이지 않은가 연인의 자궁 속을 힘껏 헤엄쳐 다니다 진이 빠져 땅바닥에 퍼져버린 수놈의 축 늘어진 잔등을 암놈이 유순히 핥아주고 있다 하, 엄숙하고도 황홀한 광경이다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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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사람의 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손세실리아는 지금은 호수공원이 있는 일산에 거주하고 있지만 지역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시작활동을 시작한 인연을 소중하게 안는 품성이 남다른 시인이다. 문단의 중앙집권적 권력을 지양하고 지역문학, 지역출판의 힘을 보여주자는 의도로 출발한 애지시선에, 중앙의 시집출간 제의를 감사히 접어두고 손세실리아 시인이 합류한 것은 어쩌면 예정된 행보이겠다.
이처럼 신의와 의로움을 소중히 껴안는 시인의 눈은 이번 시집 전편에 녹아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사람들을 노래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인사동 한 모퉁이에서 메마른 생을 마감해야 하는 밭벼를 노래하고, 멀리 태국에서 변산반도까지 찾아든 ‘드완’이라는 처녀 조련사의 사연을 노래하고 있는「악어새」에 이르기까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손 시인의 관심과 사랑은 공간과 시간의 경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것을 두고 이경림 시인은 “수세기 수탈의 역사를 업고 안고 젖 빨리다 몸피 야위고 뼈에 구멍 숭숭 났으나 누우런 조선호박의 펑퍼짐한 엉덩이같이 놀랍도록 당당한 납작코 조선 어미들의”의 가이없는 품으로, 유용주 시인 역시도 “온 세상 뻘밭에 퍼질러 앉아 젖 물리고 있는 무량대천의 어머니, 큰 어머니.”라고 표4글을 통해 헌사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바깥으로는 ‘대지모신’의 품을 열고 있는 시인의 내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나를/완벽히 봉封해 본 적 있던가”(?얼음 호수?), “문을 연다, 저렇듯 환한/開!/문을 닫는다, 이렇듯 완고한/閉!”(?고장난 문?), “말끔히 자신을 비워내는 일”, “살아온 날의 흔적마저 가셔내는 일”, “그리하여 마침내/완벽한 육탈보시에 이르는 길”(?봉안터널?)의 시편들에서 보여지듯이 자기를 침묵 속에 봉인하려는 의지가 두드러진다. 육탈보시에 이르기까지 깊은 자기 성찰의 과정을 통해서 완전한 자아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이 확연히 나타난다. 이렇듯 가혹한 쓸쓸함 속에서 시인은 비로소 바깥 세계를 향한 완전한 열림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손 시인의 “고통에서 구원으로 가는 순례길”(방민호 문학평론가의 발문)에 한 발 들여놓아 보시라. 언제부턴가 어미도 무당도 사라진 오늘의 시단에서 사랑과 측은지심으로 퉁퉁 불은 젖물을 뽀얗게 분사하고 있는 손세실리아 시인의 넉넉한 오지랖 앞에서는 목이 메이고, 과도한 절망의 사치스러운 수식도 없고 고통에 대한 엄살도 없으나 불 같은 의지로 뚜벅뚜벅 길을 잃지 않는 시인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거기, 포기할 수 없는 구원의 가능성과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