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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마르크스의 사과
시장/ 사장님/ 시민초상肖像/ 마르크스의 사과/ 일/ 마술, 비밀은 말하지 않는다 ―잉여 / 이름들/ 이 맛에 한다/ 부가가치/ 노동/ 시간 주인/ 침향 ―노동의 죽음/ 큰 그림/ 월세 /처음의 시작 제2부 노동자 풍죽/ 두 얼굴/ 삶이 있는 저녁/ 보편적 뚜쟁이/ 시간 등급/ 직업/ 산양/ 이중가치/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일기/ 24시 해장국/ 여명/ 노동의 주검/ 다시 취준생 제3부 자본주의 관계자 외에는/ 조카의 살림방/ 등가선/ 오류동/ 우대금리/ 손님, 주문하신 카푸치노 나오셨습니다/ 낮은 가지 열매/ 게으른 상식에 어찔한 대답/ 생존술/ 급여에 대하여/ 분업/ 프로/ 자유로운 사람/ 쉬운 맛/ 꿈 제4부 살아있는 노동 쥐띠/ 양말/ 배추/ 토종 / 미성설비/ 닳아서 닮았다/ 손바닥에 쓴 답/ 알아도, 모르고도 속는/ 섬 집 아이/ 잔치/ 옛날 통닭집/ 역처방/ 견적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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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시작하여 어디에나 있고
현장이 있다 밤낮이 없다 누구나 해야 해서 상식이고 선택이어서 비상식인 계급장이다 땔감이자 반창고다 아주 독한 약을 먹이고 해열 강장의 속풀이 한다 소금물 삼투압으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고 혼자 감당하는 문제이고 여럿이 풀어야 하는 숙제다 아프고 긁히며 쓰러지는 진실이자 거짓말이 하기 싫은 주저를 부르고 욕망을 부르고 나중에는 혼란스러워 모호하다 눈총 맞으며 화장실에 간다 이유 불문으로 한다 --- 「노동」중에서 거친 숨과 땀 흘리는 힘 팔아야 산다 바늘에 찔리고 망치질에 손톱이 빠지지만 자로 재고 저울에 올려지는 값 경기가 좋으면 일시나마 품절 되는 노동이고 불경기는 시름시름 재고로 쌓인다 몸이 무거워지는 만큼 아이들이 자라고 닳은 수도꼭지 그릇이 늘었다 어디에 있을까 빛나는 유리방에 죽은 숨 바닥 타일에 얼룩 밤낮 맞교대가 가라앉는다 한 방향 입구와 출구 안에서 허락된 자유를 누린다 몸 없는 고객 주인으로 사는 문 앞에 놓이는 꾸러미 24시간 생활이 흔들린 탄산처럼 끓어 넘친다 --- 「시민초상肖像」중에서 월급날 방바닥에 달력이 펼쳐지고 그끄제의 일과 내일을 셉니다 아이들이 있고 어질러진 옷과 식탁과 화분이 보이고 말싸움으로 깨진 조각도 있습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허물어질 곳 괴고 체면치레에 갈팡질팡 이번에는 꼭 미루고 미뤘던 이건 도대체 영원히 수지가 맞질 않아 내일 또 일하러 가야겠습니다 아니, 오래된 습관인지 맹목적이기도 합니다 ---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일기」중에서 내가 아는 개밥바라기 샛별은 손님 발꿈치에 따라붙는 강아지같이 온다 윗도리 하나 걸쳐 입고 바라보아도 눈처럼 온다 오는 길이 초행일 텐데 묻지도 않고 헤매지 않고 그는 온다 내 집은 비탈에 있고 고작 배고파 잠든 어린것 안아다 마른자리 찾아 누이는 살림 빈상이나 마찬가지인 대접에도 눈 같고 빛 같은 맛을 본다고 그가 찾아온다 발꿈치 따라온다 --- 「알아도, 모르고도 속는」중에서 과수원에서 마음이 자랐다 봄이 오는 곳 사과꽃 내리고 늘어지고 받혀지는 사과가 파랑에서 빨강으로 익는다 아침 바람이 숨으로 들고 가지 치고 거름 내는 한낮의 사과 달빛에 신발 벗고 옷 털면 옹알이하고 뒤집고 기는 아이였다 사춘기 사과는 가출해서 매달린 채 썩고 성장통 해거리하며 울퉁불퉁 크고 작은 불안이다 떨어진 사과는 담지 않는다 사과는 저울에서 물고기 숨을 쉰다 더하고 빼는 땀과 시간 사과는 오 킬로, 십 킬로그램 아삭한 입맛 모두의 사과다 --- 「마르크스의 사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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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메타포의 종결은 화폐다’ 마르크스 학자가 하는 말에 이끌려 『자본론1』을 보았다. 턱없는 독서력으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으나, 자본은 인간이 힘쓰는 노동력을 상품으로 만들었고 나는 끊임없이 노동을 팔아야 했으니, 마르크스는 인간해방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물을 건너며 발이 젖지 않으려 한다. 돌은 보폭보다 멀리 놓이고 흔들릴지 어떤지 알지 못해 어렵다. 버리지 않는 한, 일로써 즐거워지는 나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본문에서 * 표시는 마르크스의 『자본론1』김수행 번역 (비봉출판사) 내용을 인용, 변용하였음을 밝혀둔다. 2026년 가을 김규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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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사과」에서 김규성은 마르크스가 생각했을 법한 ‘사과’의 시적 맥락을 시화하고 있다. “옹알이하고 뒤집고 기는 아이”, “사춘기 사과 (……) 울퉁불퉁 크고 작은 불안” 등에 나타나듯, 그는 사과가 한 생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시선을 집중한다. 상품이 되기 이전에 사물로서 사과가 있다. 봄이 오면 사과꽃이 피고, 파랑에서 빨강으로 열매가 익는다. 성장통을 거친 사과는 “더하고 빼는 땀과 시간”을 머금고 “아삭한 입맛”이 도는 과일로 거듭난다. 시인은 사과에 서린 시간의 감각을 온전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이념으로는 의미화할 수 없는 감각이 사과에는 스며 있다. 모든 사물을 상품화하는 자본의 논리는 무엇보다 이런 감각의 세계를 모른다. 자본의 논리를 벗어난 자리에서 사물로서 사과의 감각이 피어난다. 김규성의 시가 이 감각으로 자본의 논리와 시적으로 싸우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오홍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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