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윤제림
윤준호의 다른 상품
LEE JUNG JIN
이정진의 다른 상품
|
2002년 12월, 『유진 스미스』 『낸 골딘』 『앙드레 케르테스』 등 10명의 외국 사진가들로 새롭게 시작한 《열화당 사진문고》는 2003년 12월에 2차분 5권, 2005년 4월에 3차분 5권을 발간하여 외국작가편의 발행을 20권으로 일단락지었으며, 2003년 12월 『최민식』 『정범태』 두 권으로 시작한 한국작가편이 이후 『강운구』 『구본창』 『황규태』 『민병헌』을, 그리고 이번에 『주명덕』과 『이정진』을 선보임으로써 8권째에 이르고 있다.
사진출판 분야에서는 거의 유일한 시리즈로서 3년 6개월 동안 28권의 목록을 채운 《열화당 사진문고》는, 지금까지 널리 알려져 있었던 사진가들은 물론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아 접하기 힘들었던 고금(古今)의 세계적인 사진가들, 그리고 그 동안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국내 사진가들을, 이미지의 시대에 걸맞은 세련된 편집과 콤팩트한 판형으로 담아 소개함으로써, 사진 혹은 이미지, 나아가서는 시각예술에 관심있는 고급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사진가들의 핵심적인 작품들을 밀도있는 작가론, 간결한 사진설명과 함께 보여주는 이 시리즈는, 국내외 사진가들의 본격적인 소개에 큰 기여를 해 왔으며, 우리 사진계의 담론을 풍성하게 하고 지평을 넓혀 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
|
사물의 추상성과 초현실성에 대한 사유의 사진가, 이정진
이정진은 풍경과 사물에 대한 깊은 작가적 사유를 통해 대상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추상성과 초현실성을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보여주는 사진가이다. 1980년대 한국에서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으로 뉴욕에서 로버트 프랭크의 영향 아래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열어 나간 그는,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 끝에 '한지 인화'라는 새로운 사진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적이 사라진 풍경, 사막, 탑, 바다, 사물 등, 현실의 재현이나 시각적 아름다움의 재구성보다는, 이미지들이 작가 내면의 은유와 결합하면서 시간과 공간이 지워진 채 존재의 내면적 속삭임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1980년대초부터 최근까지, 이정진의 모든 작업들 중에서 핵심 작품 75컷을 엄선하여 그녀의 사진세계와 그 변화양상을 한눈에보여준다. 다큐멘터리 「먼 섬 외딴 집」으로 다져진 작가적 토대 이정진이 사진으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대학 사학년 때 파리 시가 세계의 사진가를 초청하여 펼치는 행사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여 그의 작품이 파리 현대미술관에 전시되면서부터이지만, 그가 사진가로서 본격적인 사진 공부를 하고 작업을 시작한 것은 바로 『뿌리깊은나무』 기자 시절이었다. 사진가 강운구로부터 다큐멘터리 사진을 배우고 인물 촬영과 사진 편집의 안목을 높인 그는, 1986년부터 이듬해까지 울릉도 알봉분지의 채노인 내외의 삶을 기록하여 『먼 섬 외딴 집』이라는 사진집과 더불어 전시회를 가짐으로써 그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형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는 이 작업은, 이후 그의 사진 행보에 직간접적인 밑바탕이 되었다. 거장 로버트 프랭크와의 만남 1988년 여름, 여행차 미국 뉴욕으로 떠난 이정진은 그곳에서 자신의 사진인생을 바꾸어 놓게 된다. 뉴욕대 대학원에서 본격적인 사진공부를 하면서 랠프 깁슨, 조지 로저 등을 만나고, 뉴욕 국제사진센터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소중한 체험을 쌓던 그는, 1990년 가을 거장 로버트 프랭크를 만나 그를 정신적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이정진이 로버트 프랭크에게 배운 것은 '사진에 관해서 누군가에게 배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방이나 추종의 방법이 아니라 태도와 신념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 태도와 신념을 향한 '무한히 자유로운 정신'이었다. 이 시기, 이러한 작가적 사유로 행해진 작업이 「사막」 연작이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메말라 보이는 사막 역시 하늘의 뜻에 합당한 생명의 대지"라는 것을,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그리고 '한지 인화' '트립틱 스타일' 등 그녀만의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 내면의 은유와 결합한 이미지 「사막」 연작으로 이정진은 뉴욕의 삼십대 초반 사진가로는 최고의 영예를 누리게 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작품 소장, 뉴욕 사진전문화랑인 페이스맥길 갤러리의 전속작가가 된 일, 그리고 여러 차례의 개인전 등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것이다. 이후 「바다」 「길 위에서」 「탑」 「사물」 등 여러 연작들을 선보이면서도 그녀는 변함없는 작가적 사유와, 내면의 은유를 작품에 담아 보여주었다. 이정진의 사진들은 로버트 프랭크의 말처럼 '다른 시대, 다른 장소를 향해 창문을 내는 일'에 다름 아니었고, 이제 그녀는 대상을 마주하고 있어도 카메라가 있건 없건 마음의 평정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추상성과 초현실성을 볼 수 있게 되었고, '현실의 재현이나 시각적 아름다움의 재구성'으로서의 사진이 아닌, 작가 내면의 사유, 은유와 결합된, 시공을 초월한 듯한 이미지로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