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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동생 이야기의 결정판
형과 동생 문제는 동화의 중요한 소재다. 지금까지 꾸준한 판매를 보이고 있는 책들을 훑어보면 대체로 새로 태어난 동생을 대하는 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형이 독점했던 부모의 사랑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질투심, 퇴행 행동 등을 보이다가 결국엔 동생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내용들이다. [내 동생은 못 말려]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있다. 이미 동생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난 후의 이야기이다. 동생을 질투하고 퇴행 행동을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나, 영철이는 다섯 살 어린 동생 영희가 마냥 귀찮을 따름이다. 영철이에겐 엄마 말도 잘 안 듣고 말썽만 부리는 동생이 아주 철없어 보인다. 이렇듯 영희는 부정할 수 없는 동생이지만 수준 차이가 너무 나는 미욱한 동생일 뿐이다. 하지만 영희가 마냥 약하고 어린 존재는 아니다. 영희는 어리지만 영철이보다 겁이 없다. 영희는 영철이가 무지무지 무서워하는 바퀴벌레를 뒤집개로 때려 잡기도 하고 손으로 만지기도 한다. 무서운 이야기만 나오는 동화를 좋아하고 천둥 번개가 쳐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희는 오빠 영철이에게 은근히 놀라운 존재이기도 하다. 기존 동화에서 동생이 늘 약한 존재이고 형이 돌봐야 하는 존재였다면 [내 동생은 못 말려]에서는 형보다 겁없는 동생을 과감하게 보여 준다. 아무것도 못 할 것처럼 약하다가도 가끔 상상할 수 없는 엉뚱한 행동을 하는 동생들의 일면을 포착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영철이와 영희의 따스한 형제애이다.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영철이가 영희를 무지 귀찮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 읽고 나면 영철이가 영희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다. 영희 역시 사탕으로 약을 만들어 줄 만큼 오빠를 사랑한다. 두 남매의 사랑은 어느 누구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울타리를 가지고 있다. 형제 자매는 세상에 태어나 부모 외에 최초로 관계를 알게 해 주는 존재들이다. 가족 안의 관계를 인식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 사회를 알아 가는 첫걸음이라면 이 작품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굳이 형제 관계를 배우지 않더라도 영철이와 영희의 알콩달콩한 모습들을 그저 즐겨도 좋을 것이다. ◆ 신선한 문체와 살아 있는 표현력 대화체로 이뤄진 문체가 신선하다. 독자들의 구미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면에서 대화체 문체는 쉽게 쓰기 어렵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읽어주는 듯하다. 또한 작가 김종렬은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문장력으로 작품을 이끌어나간다. 스쳐 지나가 놓칠 수 있는 아이들의 심리를 깔끔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억지스럽지 않은 생활 속 언어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영희 영철이 이야기에 방점을 찍어 주듯 선 굵게 풀어낸 화가 이상권의 그림이 텍스트와 잘 어울린다. 영희와 영철이 캐릭터도 깜찍하게 살아 있고, 장면 장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도 깔끔하다. 선명한 색상들은 작품을 아주 경쾌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 줄거리 내 동생 영희는 세상에 둘도 없는 고집쟁이에다 말썽꾸러기야.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바퀴벌레를 뒤집개로 딱딱 때려 잡는 아이도 내 동생 영희고, 엄마 화장품을 왕창 쏟아 놓아 엄마한테 실컷 혼나고도 금세 헤죽헤죽 웃는 아이도 바로 내 동생 영희야. 그런 내 동생이랑 엄마 마중 한번 나가려고 하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낀 어느 날 엄마 마중을 가기로 했어. 영희를 집에 두고 가고 싶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그냥 데리고 가기로 했어. 곧 비가 내릴 것 같아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서는데 영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는지 몰라. 엘리베이터에서 버튼을 다 눌러 버려 층마다 다 문이 열리지 뭐야. 놀이터 앞을 지나면서 꼭 그네를 타고 가야 한다고 떼쓰는 통에 또 늦어버렸지. 영희는 한시라도 방심하면 무슨 말썽을 피울지 몰라. 정말 조심해야 해. 결국 엄마는 비를 맞고 아파트로 들어서고 말았어. 그래도 엄마는 우산을 들고 뛰어간 동생 영희만 예쁘다고 해. 그럴 때면 무지무지 서운하단 말야. 그래도 영희를 늘 미워하진 않아.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 내가 죽을까 봐 사탕으로 약을 만들어 주는 아이도 귀여운 내 동생 영희거든. 처음엔 사탕으로 장난을 친 줄 알았다니까. 엄마 말을 들어보니 나도 영희만 할 때 엄마에게 사탕으로 약을 만들어 줬다고 하잖아. 말썽꾸리기 영희지만 알고 보면 영희도 나를 무척 생각하고 있나 봐. 영희는 어린 동생이고 난 오빠니까 영희를 봐 주기로 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