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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은 이름뿐인 달
말없이 죽다 무정한 세월 거짓말쟁이 나팔 일그러진 거울 쓸쓸한 사냥꾼 옮기고 나서 |
Miyuki Miyabe,みやべ みゆき,宮部 みゆき,矢部 みゆき, 미미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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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언제나 책으로부터 시작한다!
『쓸쓸한 사냥꾼』은 어디에도 있을 법한 보통의 ‘헌책방’을 무대로 어디에도 있을 법한 ‘보통 사람들’과 어디에도 있을 법한 ‘책’과의 관계로부터 사건이 일어나는 미스터리다. 수록 작품 여섯 편은 모두 책을 둘러싼 사건이 일어나고 그 수수께끼를 이와 씨와 미노루가 해결한다는 초보 탐정물적인 취향으로 통일되어 있다. 각 단편에는 가공의 작품을 포함한 책들이 등장해 사건의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단편「유월은 이름뿐인 달」에는 『이와 손톱』이 등장한다. 다나베 서점을 찾은 손님 마리코는 예전에 괴한에게 쫓기다가 이와 씨와 미노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자신을 쫓던 남자의 얼굴을 기억해서 증언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 일은 뜻밖에도 살인사건과 연결되는데, 이 사건과 관련된 책이 바로 『이와 손톱』이다. 『이와 손톱』은 빌 S. 밸린저(1912~1980)의 대표작으로 초판 출간 당시 결말 부분을 봉한 뒤 봉한 부분을 뜯지 않고 가져오면― 즉, 결말을 읽지 않아도 좋다는 독자라면― 책값을 돌려준다는 대담한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책의 봉인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월에 출간된 한국어판『이와 손톱』또한 초판에 한해 결말을 봉인하고 있다. 또 다른 단편「거짓말쟁이 나팔」에서는『거짓말쟁이 나팔』이라는 가공의 동화책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 다나베 서점에서 책을 훔치려다 잡힌 소년. 소년의 손에 들린 책이 바로 『거짓말쟁이 나팔』이다. 거짓말을 일삼는 나팔을 고발하는 작은 목소리를 나팔은 자신의 큰 목소리로 묻어버리면서 마지막까지 승승장구한다는 내용으로, 동화라기엔 너무나 어둡고 음침한 내용의 이 동화책을 통해 소년은 자신을 학대하는 ‘거짓말쟁이 나팔’을 고발하려고 한다. 「일그러진 거울」의 주인공 유키코가 전철 선반에서 우연히 줍게 되는 책은 야마모토 슈고로(1903~1967)의 『붉은 수염 진료담』이다. 『붉은 수염 진료담』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의사를 찾아갈 돈이 없는 가난한 서민을 구제하기 위해 막부가 설치한 공공 의료기관인 고이시카와 양생소를 무대로 한 소설로, 당시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감동적인 작품이다. 책을 통해 큰 감명을 받은 유키코는 이 책을 자신과 만나게 해준 책 주인에 대해 상상을 부풀려 가다 책 안에 꽂혀 있던 명함을 보고 책 주인을 찾아 나선다. 표제작이기도 한「쓸쓸한 사냥꾼」에 등장하는 가공의 추리소설 『쓸쓸한 사냥꾼』의 설정과 소설 속의 설정을 모방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의 캐릭터는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며 한국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모방범』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Happy ending'은 아니지만 ‘Heart warming’한 미야베 월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책장을 덮을 수 있는데, 『쓸쓸한 사냥꾼』도 그러한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일본 독자들의 『쓸쓸한 사냥꾼』에 대한 서평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훈훈한’, ‘재밌는’이라는 형용사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독후감으로는 확실히 맞는 말이지만, 사실 이 연작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은 어느 것도 단순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이야기는 아니다. 「유월은 이름뿐인 달」의 중심이 되는 사건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비열한 책략의 산물이며, 「거짓말쟁이 나팔」의 참담한 아동학대, 이상 심리 서스펜스 풍의 범인이 등장하는「쓸쓸한 사냥꾼」등, 사건 그 자체는 ‘훈훈함’의 정반대에 위치한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비극적인 사건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그 사건을 낳는 인간 드라마, 보통 사람들의 단조로운 일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며, 그 따뜻한 시선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훈훈함’의 비결이다. 최근 『마술은 속삭인다』의 영어판 출간을 기념해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2007년 12월 13일자)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도쿄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얼굴은 모두가 알고 있는 도쿄로, 경제력과 정치력이 결집되어 있는 실제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밝고 빛나고 있는 공간으로서의 도쿄. 그리고 두 번째 얼굴은 보통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쿄로, 그런 보통 사람들은 국제도시 도쿄라는 것에는 연이 없기도 하고, 밝고 빛나는 도쿄를 조금 무서워하고 있다 저는 그런 두 번째 얼굴 쪽의 도쿄를 쓰고 있다.’ 『쓸쓸한 사냥꾼』에서도 미야베 미유키가 쓰는 ‘도쿄의 두 번째 얼굴’을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