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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 울타리
건널목 키 작은 코스모스 오래된 만남 바람방 기찻길 베개 힘든 씨름 반달역 마음에 그린 그림 할아버지의 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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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역에 가 볼래요?
하루가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지요. 친구들과 편하게 앉아 이야기 할 시간이 없어요. 꽃이 언제 피는지 몰라요. 바람 냄새, 비 냄새, 땅 냄새를 몰라요. 그래서 말이에요. 특별히 우리 친구들을 위해서 기차를 준비했어요. 느리게 천천히 가는 완행열차래요. 그 열차를 타야만 반달역에 내릴 수 있대요. 천천히 지나치는 바깥 풍경도 보고요. 마주 앉은 친구와 이야기도 나눠요. 서운했던 마음도 살금살금 풀어놓고요. 화났던 일들도 조금조금 떼어 창밖에 놓아줘요. 기차가 산모퉁이를 반달처럼 돌아 허리를 쭉 펴면 닿는 곳, 반달역에 가 볼래요? --- 머리말 중에서 열차가 지나갔습니다. 그림이는 살그머니 눈을 떴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그림이를 덮쳤던 억새들이 감쪽같이 일어서서 하얀 꽃을 부풀리고 있었습니다. 억새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람을 따라 일렁거렸습니다. 그림이는 몸을 일으켰습니다. 손에 쥐었던 억새 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빨대처럼 줄기 속이 텅 비어 있습니다. 줄기를 반달처럼 휘어 보았습니다. 부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림이의 눈이 별처럼 반짝거렸습니다. ‘맞아! 바람방이야! 억새 속에는 바람방이 있었어. 그래서 키가 커도 부러지지 않았어. 열차가 지나가도 끄떡없었어.’ 그림이의 가슴으로 바람이 몰려 들어왔습니다.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마음속에 남은 상지의 말이 깨끗이 지워졌습니다. --- p.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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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인 그림이는, 작은 기차역인 ‘반달역’이 있는 시골 마을에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갓난아기로 반달역에 버려진 그림이를, 할아버지는 친손녀 이상으로 사랑하며 길렀다. 할아버지는 암을 앓고 있지만, 그림이와 마을 사람들에게는 아프다는 사실을 숨긴다. 밤이 되면 할아버지는 건널목에 몰래 가서,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열아홉 살에 집을 뛰쳐나간 외아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른다. 그림이는 할아버지의 아픔을 알지 못한 채 명랑하게 지내지만, 다른 아이들과 달리 엄마, 아빠가 없다는 슬픔은 가슴 깊이 새겨져 있다. 한편, 다가온 죽음을 예감한 할아버지는 순명이 아저씨에게 죽기 전에 아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순명이 아저씨는 끝내 할아버지의 아들을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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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역》은 세태에 휘둘리지 않고 문학성 짙은 작품만을 고집해온 홍종의 작가의 새 장편동화이다. 이 작품은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아름답다는 역사인 보령 청소역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되었다. 《반달역》의 등장인물들은, 채워지지 못한 반달처럼 하나같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허전하고 불안정한 서로의 삶과 마음을 따듯하게 보듬고 채워주려 한다. 반달이 시나브로 보름달로 차오르듯이, 《반달역》을 읽는 이들의 마음도 어느 새 따듯한 감동으로 차오를 것이다.
소박하고 느린 삶 :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 홍종의 작가는 《반달역》 집필의 영감을 충청남도 보령시 청소면에 있는 청소역에서 얻었다고 한다. 청소역은 장항선의 철도역으로 간이역은 아니지만, 무궁화호가 하루에 상행 4회, 하행 4회 정차하는 작은 역이다. 청소역은 그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로 인해 등록문화재(305호)로 지정되었으므로, 《반달역》의 ‘반달역’처럼 문을 닫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간이역들이 철도 직선화 사업으로 폐쇄되었거나 폐쇄 예정 상태에 있다. 이용객이 적고 운행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데 편리와 효용, 빠른 속도만을 좇는 삶 속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많은 사람들이 사진기나 스케치북을 들고 작은 기차역, 간이역을 찾는 이유는, 작고 느린 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반달역》을 읽는 동안 우리는 간이역 주변에서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안다. 느리지만 아름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