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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ang-wook,李章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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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취소되었다. 나의 신상은 평안하다.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고. 때로는 무언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엔 LG 25시의 불빛만큼 적요한 것은 없어.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고, 문득 아주 오래된 안개가 아주 자연스러운 자세로 도시를 감싸는 풍경을 생각한다. 다만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고. 여자 아이들의 시간이 건들리면서 LG 25시의 적요를 걸어나온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조용히 지나가는 새벽이란 것은. 여자 아이들의 마르고 흰 다리가 어둠 속의 휘파람과 더불어 사라져가는 것처럼, 알고 있다. 이 시간에 관해서라면 약간만 익숙해지면 된다. 다만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고. 모든 건 취소되었다. 나의 신상은 평안하다. 다만 자세를 좀 바꿀 수 있다면. LG 25시의 불빛은 다시 저렇게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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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파격과 감동, 아름다운 모반
이장욱 시의 특징은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이미지 묘사를 통해 '뜨내기 세상의 아름다움과 참혹함을, 그 덧없음과 살만함을' 드러내는 데 있다. 익숙한 서정, 익숙한 어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시인은 때로 관습 너머의, '산문의 영역이라고 부르는 곳까지 자신의 시를 과감히 밀고 나간다'. 인용과 자기 독백의 혼재, 내적 유기성과 수미일관성의 파기 등은 시집에 실린 대개의 시가 갖춘 파격이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점은 '그의 시가 여전히 시적위의와 감동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관습의 파격을 의도한 시가 자주 시적 공감마저 파괴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시는 읽는 이에게 절실함을 준다'(권혁웅).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와 내 몸의 기억마저 잊은 모두에게, 마음속에 무수히 파고 지는 꽃잎들이 서로 충돌하며 무수히 많은 몸의 가능성을 희구한다는 사실, 그 '아름다운 모반'을 문득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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