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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상자에서 놀기 시작한 지 겨우 몇 분쯤 지났을 때 롤라가 나한테 물었다.
“이거, 뭐야?” 롤라가 가리키는 물체는 모래 속에 반쯤 파묻힌 고양이 똥이었다. 분명히 말하건대: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토록 야단법석을 떨 만한 일도 결코 아니었다. 사건은 이랬다: 로지가 막 대답을 하려는 순간, 나는 로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이렇게 말했다. “그거 초콜릿이야. 산타 할아버지가 두고 갔나 봐. 이거 봐, 롤라랑 루시랑 한 개씩이네.” 쌍둥이들은 모래 속으로 손을 뻗어 고양이 똥을 집더니 입 안에 쏙 밀어 넣었다. 그리고 꼭꼭 씹은 다음 꿀꺽 삼켰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 pp.14~15 피비네 집에서 옆으로 아홉 번째 블록이 우리 집이었다. 간혹 가다 오베르진이라는 고급스러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쉽게 말해서 가지색인 우리 집은 페인트가 죄다 벗겨진 데다가 무릎 높이까지 자란 잡초가 무성했다. 지붕의 홈통 하나는 부서진 채 현관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 정면 입구로 향하는 계단의 난간은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구세군에 가져다주려 했던 2인용 안락의자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관 앞에 방치돼 있었고 이제는 시트가 다 찢어져 생쥐 가족의 보금자리가 된 지 오래였다. --- p.65 “아빠 보고 싶어?” “항상. 넌?” 난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2년 넘게 떨어져 살았는데, 뭐.” “그건 질문의 답이 아닌데.” “난 아빠가 미워.” “그것도 답은 아니야.” 나는 벙어리장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대답했다. “응, 보고 싶어.” --- pp.135~136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로지는 나와 피비한테 사건의 전말을 털어 놓았다. “인형의 집을 갖고 놀았는데 이자벨이 나더러 아빠 인형 가지면 안 된대. 왜냐하면 우리 집엔 아빠가 없으니까. 그래서 나도 아빠가 있지만 우리랑 같이 살지 않는다고 했어. 그랬더니 이자벨이 그게 바로 아빠 없는 애란 뜻이야, 라고 하잖아. 그래서 물었어.” “그거 알아, 로지? 그 상황에선 언니라도 이자벨을 확 물어버렸을 거야.” --- p.149 “아빠가 떠나고 나서부터 엄마는 이상해졌어. 어린애들처럼 유치한 옷을 입질 않나, 역겨운 남자들이랑 데이트를 하질 않나. 그리고 엄마가 하던 일들도 다 나한테 떠넘겼잖아. 저녁이며 빨래며 로지를 재우는 것까지…….” “그래 인정해, 바이올렛. 너한테 심했어. 하지만 이제 다 좋아지고 있잖아. 이제 더들리가…….” “아, 제발! 그 남자는 정말 아니야. 단지 엄마의 인생에 남자가 간절히 필요하니까 그 사람 만나는 거잖아!” 그 순간 엄마의 표정은 꼭 아까 나한테 얻어맞은 애슐리 같았다. --- p.206 “난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야.” 이 말을 하는데 왜 장-폴이 떠올랐을까. “사랑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니깐.” 그러자 엄마가 나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언젠간 네 마음이 바뀌길 바란다, 바이올렛. 어느 정도의 고통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야. 상처받을까 봐 두렵다는 이유로 마음을 닫은 채 살 순 없어.” --- pp.270~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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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야.”
“조지 클루니가 뭐?” “엄마한테 완벽하게 어울리는 남자.” 사기꾼, 바람둥이, 유부남, 알코올 중독자……. 도대체 왜……. 엄마는 이혼하고 나서부터 이런 루저 같은 남자들만 만나고 다니는 걸까? 아빠는 바람난 여자와 재혼해서 잘만 사는데. 얼마 전부터 엄마는 더들리라는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는 유머 감각, 수준 이하의 외모,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패션까지……. 역시 또 루저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심상치 않다. 제법 오래 만난다. 이러다 결혼까지 하는 거 아니야? 그래, 엄마가 남자를 못 만나게 할 수 없다면 내가 엄마에게 걸맞는 완벽한 아빠를 찾아주자. 그런데 내가 아는 싱글남이 누가 있을까? 마마보이 대릴 선생님? 게이 모하메드? 노숙자 프랭크? 맞다, 조지 클루니! 엄마한테 완벽하게 어울리는 최고의 남자! 나는 방금 이 남자를 새아빠로 정했다.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는, 한 소녀의 인생 역전 프로젝트 ‘객관적’으로 바이올렛의 상황은 충분히 불행하다. 더 끔찍한 것은 바이올렛의 인생이 어쩌면 더 암울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바이올렛은 엄마에게도 자신에게도 완벽한 새아빠를 찾는다면 자신의 인생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떠올린 사람이 바로 최고의 남자 조지 클루니다. 이 황당한 미션을 바이올렛은 제법 간절하게 도전한다. 조지 클루니는 바이올렛의 인생을 역전 시켜줄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그리고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우리는 늘 행운을 얻기 위해 네잎 클로버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행복은 세잎 클로버처럼 내 주위에 널려 있다. 바이올렛은 행운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행복의 단서를 찾는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녀의 도전은 충분히 값지다. 그래도 믿고 나아가는 거야. 고통은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니까. 주인공 바이올렛이 처한 현실은 심각하지만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이 책을 빌려 작가는 말한다. 고통은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작가는 강요하지 않는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어조로 고통 너머에 있는 자기의 행복을 찾아 한 발짝 내딛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려움 때문에 행복을 향한 도전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이 열두 살 소녀의 이야기는 큰 용기를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