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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善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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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이는 반장인 영일이가 교실 수족관에 먹이 주는 당번을 제 맘대로 정하는 것이 고깝다. 우연히 아무도 모르게 먹이통을 손에 넣은 대성이는 영일이를 놀라게 하려고 그것을 감추고, 가루비누와 코코아를 섞으면 물고기 먹이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고는 장난삼아 먹이통의 내용물을 바꾸어 놓는다. 그런데 대성이의 예상과 달리 물고기들은 다 죽고 만다.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먹이를 준 ‘그림자 같은’ 보미를 의심하고, 보미는 병이 나 학교를 쉬기에 이른다. 대성이는 뒤늦게 선생님과 아이들 앞에서 사실을 고백하며 ‘실수’였다고 항변해보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성이는 새 물고기를 사서 채우려고 옆집 고철 아저씨의 도움으로 폐품 줍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어려웠지만 친구들이 차차 관심을 갖고, 특히 영일이의 못된 행동에 반대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수족관 꾸리기’에 힘이 실린다. 신이 난 대성이는 땅에 묻은 물고기를 다시 꺼내 생전 모습을 확인하려 했지만, 처참하게 썩은 모습에 충격을 받고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보미의 병문안을 갔다가 집 안 가득 그려진 그림에 넋을 잃는다. 어렸을 때부터 물고기를 좋아한 보미가 그림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낸 아름다운 물고기 그림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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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아온 이야기꾼 황선미의 신작 동화
황선미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소재로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스타 작가’ ‘우리 시대의 동화작가’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은 작가다. 무조건 어린이를 두둔하지 않으면서도 외로운 아이들의 속내를 알아주고 격려하는 그만의 따뜻한 시선은 『들키고 싶은 비밀』 『나쁜 어린이표』 등 단단한 작품들을 만들어냈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를 통해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 『뻔뻔한 실수』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중한 주제를 담았다. 못되게 구는 친구를 골려줄 마음에 교실 물고기 먹이통에 가루비누를 넣은 대성이가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작가는 대성이의 뿔난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잘못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지도록 엄정함을 잃지 않는다. 대성이는 실수였을 뿐이라고 뻔뻔하게 항변해보지만 결국 수족관을 복구하기 위해 제 힘으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그동안 무시했던 옆집 고물상 아저씨처럼 빈 병과 폐지를 주워야 한다. 주인공에게 문제를 주지만 그 해결의 열쇠 또한 쥐어주는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성장하게 하는 작가의 뚝심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마음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작품 작가는 여기서 더 파고들어 대성이가 단순히 수족관만 복원하고 끝내게 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제 손으로 썩은 물고기를 만짐으로써 자기 잘못의 크기와 무게를 절감하게 한다. 그 충격에 앓고 난 대성이는 비로소 누구보다 물고기를 사랑했던 ‘그림자 같은’ 친구 보미의 비밀도 알게 된다. ‘잘못을 저질렀을 땐 솔직히 고백해야 하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며, 그 책임도 져야 한다’는 자칫 교훈적일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기실 이 주제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누구라도 가슴에 새겨야 할 인생의 중요한 지침이다. 아이들의 마음 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통찰까지 담아낸 작가의 눈이 미덥다. 아이다운 주인공, 막힘없는 전개, 만족스러운 결말 『뻔뻔한 실수』는 무엇보다 ‘재미있는’ 동화다. ‘열살은 참 불쌍한 나이’라며 툭하면 대성이를 놀려먹지만 대성이가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고 따끔하게 야단도 치는 고물상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어른 인물은 거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대신 대성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활달하게 움직인다. ‘큰집 친척’ 검사에게 일러 대성이를 감옥에 넣겠다는 반장 영일이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대성이 편에 서는 상우 등 아이들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모처럼 아이들이 북적대는 동화가 되었다. 이 아이들이 다투고, 화해하고, 골목을 누비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덕에 전개에 막힘이 없다. 시침 떼고 있던 대성이를 미워했다가 또 대성이가 물고기 살 돈을 모은다는 사실을 알고는 금세 거기 동참하는 반 아이들 모습은, 어른들 생각과는 달리 앙금을 툭툭 털어버리기도 하는 아이들의 열린 마음을 보여준다.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상우와의 우정을 다지고, 제 힘으로 돈을 벌며 노동의 가치를 배우고, 생명의 소중함을 절감하면서 대성이가 훌쩍 자라는 것도 독자에게 만족감을 준다. 특히 그동안 ‘그림자 같은 애’였던 보미가 누구보다 물고기를 사랑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은, 집 안 가득 그려놓은 보미의 물고기 그림만큼이나 인상적인 결말을 만들어낸다. 황선미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 『뻔뻔한 실수』도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열 살 때 실수로 어항을 깨뜨리고 다른 사람 핑계를 댄 일을 아직까지 손톱에 가시 박힌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었다는 작가의 고백(작가의 말)은 어쩌면 이 동화만큼이나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심각한 것 같지만 결코 유머를 잃지 않은 화가 김진화의 그림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엄마는 아주 조그맣게, 고물상 아저씨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그려 어른 캐릭터를 최소화하고 아이들이 맘껏 휘젓고 다니게 배려한 연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