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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작설차를 마시며/ 소리를 보다/ 버려진 기타/ 하모니카 소리/ 그 여자의 종교/ 눈길/ 어느 숲/ 대문/ 아이가 아빠를 키운다/ 연탄구이 집에서/ 개봉역에서/ 소요 속으로 제2부 손가락 끝에 박힌 눈/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빛의 경전/ 엠보싱 로드(embossing road)/ 외포리에서/ 검은 꽃/ 눈물꽃/ 낙동강 하구에서/ 해돋이/ 먹구름/ 열쇠를 잃다/ 낙하의 힘/ 흰 머리카락/ 죽 제3부 꽃은/ 새터/ 단풍나무/ 생방송/ 긴 침묵/ 놓고아줌마/ 아이의 나눗셈/ 손수레 엄마/ 푸른뼈/ 탕탕이/ 향해/ 거짓말/ 어리연꽃 제4부 산부인과 병동/ 봄비 1/ 봄비 2/ 무화과나무/ 집/ 나무 생각/ 간절곶/ 옹이 자국/ 묘박/ 새벽비는 그치고/ 표본실에서/ 구원救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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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보다
저수지 둑길을 걷는데 사람들이 던지는 돌멩이에 고인 물 일어나는 소리 천 년의 잠을 깨는 것 같아서 화들짝 귀가 열렸다 가던 걸음 멈추고 몸을 낮추니 이름 모를 풀잎들 날갯짓 소리 출근길 와글와글 풀벌레 소리 시퍼렇게 살아 있다 더는 흐를 수 없는 물일지라도 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내리고 끝내는 푸른 몸으로 일어나는 것이어서 제아무리 하찮은 몸숨일지라도 그만큼의 소리를 지니고 있었구나! 내 몸을 관통하는 소리 따라 스르르 일어서는 바람, 캄캄한 길 뒤틀린 관절 유쾌한 소리로 일어설 수 있으려니 어둠 속 풀 한 포기라도 괜찮겠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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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고 살아왔다/ 시력을 잃어버린 순간까지/ 두 눈동자를 굴렸다/ 눈동자는 쪼그라들어 가고/ 부딪히고 넘어질 때마다/ 두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는데/ 짓무른 손가락 끝에서/ 뜬금없이 열리는 눈동자/ 그즈음 나는/ 확인하지 않아도 믿는/ 여유를 배웠다/ 스치기만 하여도 환해지는/ 열 개의 눈동자를 떴다
_「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전문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손병걸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도서출판 애지)를 냈다. 시력을 잃은 후 10여 년의 세월을 어둠 속에서 살아온 그는 詩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그만의 시적 세계를 51편의 시에 담아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어둠 속에서 희망을 쓰는 시인” 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일상적인 면과 재치 있는 단어, 그리고 깨달음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황규관 시인은 그의 손가락이 눈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회심(回心)이 아닌 “죽음이 삶의 사이에 혹은 삶이 죽음의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죽음과 삶의 차이 나는 반복이 바로 우리의 운명임을 가르쳐 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의 시각(視覺) 대신 다른 감각들에 눈떠가는 과정을 “어쩌면 그것은 시인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라며 그가 “소리를 본다.”고 표현한 바 있다. 그 말대로 시인이 촉각으로, 미각으로, 후각으로, 청각으로 ‘보는’ 것들이, 우리는 보지 못하는 것들이 그의 시에 묻어난다. 태양이 검다./ 달빛도 검다./ 어둠 속의 감금이다./ 퇴색된 어깻죽지에는/ 검은 싹이 돋아 검은 그늘을 드리우고/ 이 끝이 어딘지 몰라/ 심열을 앓고 있다./ 표현되지 않는 삶,/ 표현할 수 없는 생을 몰랐다./ 내가 내게 희망을 말하지 못하지만/ 가슴에 품은 꽃 한 송이를 꺾지 말자고 할 뿐이다. _시인의 말 전문 ‘시인의 말’에서처럼 처음에 시력을 잃었을 때 손병걸 시인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자살 시도를 몇 번이나 시도하던 와중에 그는 깨닫고 글을 쓰는 것으로, 시를 쓰는 것으로,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었다. 그만큼 그의 시는 통증이 깊고 동시에 희망적이다. 시집『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를 통해서 우리 자신의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것도 좋겠다. 시인의 내력을 모르는 독자가 이 시집을 읽었을 때 과연 몇 사람이나 이 시인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까? 거칠지만 생동하는 시편들을 통해 “한 개체적 존재가 자신의 몸에서 벌어진 엄청난 사건을 어떻게 내면화하면서 자신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 또한 이 시집의 맛을 깊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