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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차 꽃잎들
양장
김말화
애지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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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시선

책소개

목차

제1부
등/ 월소月梳/ 스스와타리가 사는 집/ 우포늪/ 우울주의보/ 로즈 앱솔뤼/ 모애暮靄/ 보름달 증후군/ 드라이플라워/ 밤의 카페/ 하늘걷기/ 압화/ 접시를 닦으며/ 매생이/ 립스틱에 대하여

제2부
빈집/ 우리 옆집에 앨리스가 살았어요/ 슬픔이 오는 방식/ 코코샤넬/ 어떤 실루엣/ 꽃배 하나 띄우다/ 귀신시대/ 호더스 증후군/ 포장마차/ 벚나무 집에 갇히다/ 철나무/ 노을/ 양파/ 비 없는 나라/ 쓸쓸/ 아이가 타고 있어요/ 변명

제3부
풍경風磬/ 환절기/ 생활의 지혜/ 수세미 뜨는 시간/ 우로보로스/ 겨울나무/ 입춘/ 분꽃/ 간보기/ 꽃다모아 찻집/ 달맞이꽃/ 하얘지는 비누/ 귀가 아프다/ 폭설버스

제4부
노거수의 노래/ 생활의 발견/ 비의 시간/ 오래된 골목/ 음모론자/ 대한종합식품공장 야시/ 단골/ 사람과 사람 없이/ 숨바꼭질/ 우는 아이 달래는 법/ 쑥부쟁이

저자 소개 1

포항에서 태어났다. 2006년 [포항문학]으로 등단했고 현재 시동인 '푸른시'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24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46g | 128*188*20mm
ISBN13
9788992219808

책 속으로

라, 라, 붉은 루주를 발라요 달콤한 부패를 노래해요 가볍게 어차피 사는 건 장난 아닌가요 오늘도 금기와 금기 사이로 외출을 하죠 금빛

물고기 한 마리 혈관을 타고 헤엄쳐 와요 퍼덕거리는 지느러미 사이로 나는 아득하게 나를 혼절시켜요 반짝이는 반지를

훔쳐요 나비처럼 춤을 춰요 나는 내가 슬퍼서 휘파람을 불어요 미니스커트 아래로 깔깔거리며 바람이 지나가고 너무 기뻐서 울다가 너무 슬퍼서 웃다가

찰랑거리는 귀고리를 훔쳐요 란제리 고르는 여자의 손목을 훔쳐요 샤넬 No5는 어느새 내 손바닥 안에서 향기를 내뿜고 구름을

라, 라, 훔쳐요 별을 훔쳐요 어둠을 훔쳐요 보름달이 뜨면 붉은 몽환을 발라요 달콤한 상실을 노래해요 나는 나의 외출이 황홀해 나를 지워버려요 자꾸 ---「보름달 증후군」중에서

낮보다 밤이 아름다워요 흐느적거리는 불빛 사이로 Calling You 나는 어린 무희가 되어, 끈적거리는 욕망을 안고, 흔들리는 전등, 헝클어진 탁자, 쓸쓸한 그대에겐 압생트를 권할 게요 음악이 멈추고 가벼운 침묵으로 밤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담배연기와 소음과 탁자 위에 엎드린 사내의 눈빛과

온몸이 불타는 춤을 추고 싶어요 붉은 벽, 관능적인 당구대, 나신裸身, 당신의 내일을 유혹하고 싶어요 아니면 죽은 어제를 누구든 빛에 취해 스스로 미쳐가는 밤이 있지요 '카페 아를', 황시증黃視症에 걸린 사내는 또 압생트를 마시네요 상처를 할퀴는 건 이별이 아니라 얼음 같은 그대의 키스예요

날 내버려두지 마세요, 나는 갸르릉갸르릉 낡은 바이올린처럼 울고 낡은 바이올린처럼 웃어요 이 현기증 나는 노랑을 노란 갈증을, 낡은 내 그림자는 당신을 붙잡지 못하겠지만 우린 모두 폐인이 되어서야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안녕, 달콤한 슬픔의 중독이여 *빈센트 반 고흐 1888년, 캔버스 유채 70×89 ---「밤의 카페」중에서

달빛이 얇은 귓불을 간질여요 나방의 날갯짓처럼 파르르 떨리는 밤의 입구 애벌레처럼 구겨져 있던 몸을 조금씩 일으켜 세워요 당신이에요?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며

텃세 심한 토박이들 무리에선 친구하나 만들지 못했죠.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어요 밤마다 등에 별을 박고 짐승처럼 울었어요 들길모퉁이를 배회하다 더 깊은 모퉁이가 되어

내가 나를 우는 동안, 내 안으론 강물이 흘러가고 뻐꾹새가 울음을 탁란해놓고 가기도 했어요 한바탕 비바람이 지나가고 어느 날 문 앞에 서성이던, 이젠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나는 천개의 달을 잉태할 거예요 ---「달맞이꽃」중에서

언니가 떠난 후 집에는 소리가 살지 않았다 아버지가 있었지만 없었고 엄마가 있었지만 없었다 수천의 슬픔을 품은 주머니가 지붕을 덮고 있는 집, 모두 있으면서 텅 빈 집, 고함과 몽둥이가 지나간 다음날은 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슬픈 허리를 쓸어주던 바람 같은 집, 들짐승들이 낙엽처럼 끌어 덮던 집, 네 귀퉁이가 낡은 집, 고생대 화석처럼 시간의 흔적만 남아 삼엽충 같은 집, 개망초 무성한 집, 부평처럼 흘러가는 빗방울의 씁쓸한 어제가 되어버린 집, 추억이 이사 간 집, 그 집에 오래 살았다 ---「빈집」중에서

새벽마다 낡은 꿈을 닦아 창문에 걸었다

시간을 갉아먹는 벌레가 찌찍 소리를 냈다
아침 새와 비 온 뒤의 안개와 작은 연못과
몇 가닥 목소리가 처마 끝에서
깜부기불 심지처럼 피어났다 스러지곤 했다

아카시 꽃잎처럼 흔들리던 일이며
들길 끝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던 일이며
열리지 않던 문 앞에서 주저앉던 일이며

목련도 흩어지고 철쭉도 시들고
시간의 시소는 소멸 쪽으로 자꾸 기우는데
잊히지 않으려고 날마다
녹슨 추억을 닦아 허공에 내걸었다

---「등燈」중에서

출판사 리뷰

안으로 안으로만
눈을 반짝거리는 습관 버리지 못했다

꼬리를 잘라도 징글징글 자라나는 생각들
웃음은 생각을 가볍게 한다는데
자꾸만 무덤덤해졌다

오래 가둔 것들
밖으로 내보내느라 눈을 감았다
많이 웃어서 가벼워지고 싶다

2018년 겨울
김말화

추천평

김말화 시인의 시에는 자막처럼 꿈틀대며 글자가 흐른다. 그것은 무슨 말인고 하니 고유한 시 위에 마치 그녀의 육성이 더빙되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다. 그녀의 시는 그렇게 사람 말의 온기를 섞어 놓았다. 이렇게 살았구나… 이래서 시인이 되었구나… 싶은 아픈 시들이 줄줄이사탕이다. 하지만 다 괜찮다. 김말화 시인만이 아니라 ‘행복에 대해 말하지 않’는 신분이 시인일 터. 때론 막막하기도 했을 그녀의 시 공부 시간은 ‘마른 몸이 마른 몸을 위로하는 시간’이었을 텐데 용케도 첫 시집을 잘 이루어내었다. 생활을 촘촘히 모자이크해 놓은 실력 하며 순한 사유와 착한 도발의 경지도 한몫하고 있다. ‘엄마는 온전히 엄마로 살려고 여자를 버렸지만 온전히 엄마로 살까봐 엄마를 버렸어요 난’이라는 진술에서도 느껴지듯 그녀가 시인의 길에 들어옴과 동시에 ‘크고도 넓고 먼 길’로 들어선 것임을 알겠다. 김말화 시인은 이 첫 시집이 맺은 엄청 큰 열매 하나를 짊어지고 머지않아 다음 시집으로 이사할 것이다. - 이병률 (시인)
김말화 시인에겐 몸속에 가득 채워진 울음들이 시를 쓰게 하는 동인(動因)이 된다. 텅 비고 수분이 빠져 나간 집에 그토록 많은 슬픔을 채웠으니. 상처를 끄집어내고 내걸어 울음을 달래고 여기에 새살을 돋게 했으니. 과거의 녹슨 추억을 현재에 생생히 불러내는 힘은 그녀의 모성적 상상력 덕분이다. 전신으로 달빛을 잉태하고, 슬픔 녹이는 물관을 작동시킴으로써 상처들을 쓸어낸다. 서로 젖어야만 삶의 애증을 소실점 너머로 비울 수 있고, 빈집에 소리를 담아내며 그 소리로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있다. 첫시집을 통해 그녀는 가부장제 권위의 상징인 아버지를 용서하고, 어머니의 지난한 삶을 통해 모성으로 복귀하고 있다. 오랫동안 ‘푸른시’ 동인으로 함께 활동해 왔음에도 그녀가 지닌 울음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는데, 붉은 추억의 외침이 귓바퀴에 젖는다. 시의 광적(光跡)이 이어지고 더욱 발전되기를 빈다. - 손창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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