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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겨울
하루카 초봄 에리코 흐린 봄날 청풍 스에나가 마스미 가을 옮긴이의 말 |
Shogo Utano,うたの しょうご ,歌野 晶午,본명:우타노 히로시(歌野博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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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이 피고 우산꽃도 활짝 폈다.
장마가 끝나고 흉악한 태양이 대지를 달구었다. 삼복이 지나고 건조한 바람이 몸의 열을 식혔다. 추분이 지나고 입동이 지나고…… 책장이 넘어가듯 계절이 지나갔다. --- p.57 히라타 마코토의 ‘히라’는 평범을 뜻한다. 그는 자조하듯이 어릴 때부터 기억을 더듬었다. 이 흔해빠진 성은 그가 태어나 자란 지역에 특히 많아서, 초중고를 통틀어 반에 반드시 한 명 이상의 히라타가 있었다. 이름도 그의 세대에는 지극히 흔한 편이어서 '眞' '信' 등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똑같은 이름까지 포함하면 한 반에 몇 명이나 있었고, 어떤 때는 히라타 마코토가 두 명이던 적도 있었다. 이름이 평범하니 체격도 보통, 살집도 보통, 특별히 잘하는 과목도 없고 못하는 과목도 없는, 자기소개하기가 아주 난감한 학생이었다. 자신은 이대로 세상에 묻혀 나이를 먹어가겠구나, 하고 히라타는 평범한 장래를 상상했다. 대학에서 마케팅 동아리에 든 것은 십 년쯤 시대를 앞선 것이었지만, 졸업 후 창업할 만한 재능과 배짱이 없어 대부분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마차를 끄는 말처럼 일하는 것이 당시 일본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모습이었다. 열렬한 연애는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적령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가정보다 일을 우선하는 아버지와 집안일을 야무지게 돌보며 취미생활에 바쁜 엄마, 엄마와는 나이차 있는 자매 같지만 아빠는 다소 무시하는 딸, 홈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가정이었다. 히라타는 평범하게 나이를 먹어갔다. 그런데 딸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아내는 자살했다. 자신은 암 선고를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평범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pp.186-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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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삶이란 결코 불가능한 것일까?
공포와 절망과 후회가 차례대로, 때로는 하나가 되어 덮쳐온다. 지방 소도시의 대형 슈퍼마켓 보안책임자 히라타는 어느 날 물건을 훔치는 이십대 여성을 붙잡는다. 평소라면 이유 불문하고 바로 경찰에 넘기겠지만, 신분증을 확인하고는 웬일인지 마음이 움직여 좀도둑을 눈감아주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나이와 성별을 넘어 친구가 되고, 서로의 마음속 얘기를 털어놓는다. 과거를 사는 남자 ‘히라타 마코토’와 미래가 없는 여자 ‘스에나가 마스미’! 우연인지 하늘의 장난인지, 두 사람을 잇는 운명의 실타래는 잔혹한 결말로 치닫는데……. 세상에서 내쳐진 두 이방인은 생각한다. 현재란 작동하는 동시에 오작동을 유발하는 시스템 같은 것일까? 나에게 평범함은 사치인 것일까? 왜 현실은 나에게만 엄정한 것일까? 그 여자의 차가운 냉소가 뜨거운 헌신이 된 순간, 그 남자의 이글거리는 분노는 서늘한 복수를 낳았다. 새하얀 거짓을 꾸미는 것과 암암한 진실을 밝히는 것, 둘 중 무엇이 해피엔드일까! “기본적으로 해피엔딩을 좋아하지 않아 그런지 저는 ‘언해피엔딩’ 작품이 많습니다만, 해피엔딩 스토리를 기대하는 독자분들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는 각도에 따라 어느 쪽일 수도 있는 결말을 시도해보았습니다.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은 여러 의미에서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들을 고려한 작품입니다. 지금, 독자 여러분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저의 감정 역시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합니다. 저는 즐거운 것일까요, 두려운 것일까요? _작가 인터뷰에서 명탐정, 밀실, 수수께끼 풀이, 살인 등 기존 미스터리의 문법을 초월한 ‘전혀’ 새로운 소설! 현대사회의 그늘진 이면을 향한 작가의 시선은 한결 깊어지고, 그에 대한 사고는 한층 넓어졌다. 상식의 탈을 둘러쓴 선입견의 문제라든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더 쟁점화하는 노인문제 등을 화두로 던진 바 있는 작가는, 뺑소니사고, 공소시효, 자살, 가족해체, 데이트폭력 등 이번에는 일상에 잠재하는 다양한 문제적 사회현상들을 자연스레 수면 위로 끌어올려 사회파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독자들의 갈증까지 해갈시키며, 우타노 쇼고만이 가능한 궁극의 드라마를 완성해낸다. 역시나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두 번 수상한 전무후무한 작가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