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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시선

책소개

목차

제1부
강의 등이 휜 까닭은/ 1초 간/ 민들레꽃 피다, 지다/ 그냥 가자/ 유천동 소묘/ 사라진 약속/ 첫사랑/ 생활/ 한 손으로 소리를 짓는 사람/ 이사/ 푸른 고사리/ 새의 노래/ 가을 봄꽃

제2부
생일/ 초대/ 봄밤, 긴 꿈/ 빗방울 전주곡/ 사랑 1/ 숲으로 말을 돌리다/ 분꽃 피는 저녁/ 어떤 날/ 어름사니, 바우덕이에 관한 추억/ 일구네 세탁소/ 플라스틱/ 외딴집/ 겨울 바다에서/ 풀잎처럼

제3부
변증법에 기대어/ The illusion ― 불/ 아카시아 꽃 먹기/ 가을 어름/ 사랑 2/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본능적으로/ 동백꽃 전단지/ 꽃자리/ 문자 메시지/ 나무는 휘어질 때 제 그늘부터 껴안는다/ 가위눌리다/ 쉐도우 복서shadow boxer

제4부
소나기/ 봄날 아침, 종달새를 걱정함/ 오디션은 없다/ 나비 포옹/ 붓꽃 사이/ 아라비안 댄서/ 금환일식金環日蝕/ 반영/ 여우가 포도를 바라보는 법/ 외도/ 두리번거림/ 상사화/ 어땠을까, 시詩야

저자 소개 1

196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2007년 『문학마당』 신인상을 통해 등단하였고, 시집으로 『피아니스트와 게와 나』 『나비포옹』 『당신의 심장은 너무 멀어 새빨갛다』 가 있다. 충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한국작가회의, 대전지회] 지회장, [충남시인협회] 회원. [젊은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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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38쪽 | 242g | 128*188*13mm
ISBN13
9788992219921

책 속으로

지구별에서는
아기 넷이 다른 지문을 갖고 태어나고
싹을 틔우기 위해
흙 속에 발을 묻는 사람도 있지
핫도그 5백 5십 개를 먹어치우고
백 번도 넘게 번개 다녀가는 동안
어둡고 갑갑해도
그냥 기다리는 거지
꽃을 피우려면
햇살과 바람과
한 모금 눈물이 필요해
서로 주고받는 이메일이 2억 개
꿀 따는 벌들의 날갯짓이 2백 번
벌레 든 꽃잎을 떼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
나의 하루는 8만 6천 4백 초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그 꽃의 한 생을 기록하기 위해
목을 가다듬어 맵시 있게
한 음절 신음 소리를 만들어낼 뿐
끙,
순간
또 다음 순간에도
--- 「1초간」중에서


돌을 던졌지
바람 거세다고
비 내린다고
욕심껏 세상을 넘지 못하여
채송화처럼 엎디어 울다
돌이나 던졌지

다 받아먹고
다 받아먹고

길고 긴
슬픔에 눈 밝은 초록 뱀처럼
오냐, 그래, 괜찮다
온통 몸 기울여
천 개의 젖 물리느라
강의 등이 자꾸만 휘어지는 것이었지
--- 「강의 등이 휜 까닭은」중에서


가르쳐 줄까,
자신을 끌어안고
사뿐 날아오르는 법

잡다한 근심 내려놓고
아홉 겹 구름 위에
누워 있다 상상해 봐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편안하게 내쉬어

첫 눈(植)이 필 자리야
너의 가슴을 두 팔로
꼬옥 감싸 안아 줘

시린 손 얹어 동시에
양 어깨를 토닥토닥

어때, 쉽지
더러 휘청일지라도
달아나지는 마
--- 「나비 포옹」중에서


1.
이 바람의 수를 읽어내야 한다
호시탐탐 내 뒤를 노리는
무릎을 꺾으려는 적의를

피할 수 없다
사방이 거울이고 링이다
언제 어디에서 펀치가 날아올지 모른다
사라졌나 싶으면 다시 나타나
흠칫 놀라 뒤돌아보게 하는
가상의 적들

최선의 방어는
피하지 않고 온몸을 내어주는 것
내 최대의 공격은
입 닥치고 말없이
적의 짐을 들어주는 것이었으나

4.
앨범 어디에도 함께 찍은 사진이 없는
내 아버지 어머니
다만, 감나무 아래에 앉아
흰 수염 쓰다듬으며 콜록거리며
싸리나무 울타리를 헤집고 말질하는
병아리나 세어 보던 아버지
몇 안 되는 기억 속에서
독한 벌 한 마리 입에 문 듯
통증으로 일그러진 어머니
뒤란의 놋대야 속에는
어머니가 쏟아놓은 붉은 작약 같은
병이 흥건했다

거울 속에 갇혀서
유년의 가파른 산 넘듯
나를 넘는다
하루가 끝나는 저녁마다
나를 공격했던 나를 여읜다
--- 「쉐도우 복서(shadow boxer)」중에서


5.
멋지게 살지 말기로
아마도 벌레나 뱀처럼

삶의 맨 꼭대기는 죽음
기를 쓰고 결승전에 오르려 하다니

타인의 입맛에 맞추어
옷을 갈아입고
새 구두를 신고
흔들리는 장대 끝
한쪽 다리로 서서 꿈꾸는 일도
그만두기로

주먹 꽉 쥐고
흰 종이처럼 웃는다
그러니 내버려두라
마음대로 춤추고 노래하게 하라
생의 오디션은 없다, 브라바

--- 「오디션은 없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2007년 계간 『문학마당』으로 등단한 이미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비 포옹’은 인간에 대한 생의 의미를 탐색하고 생의 모서리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 인생의 목록들을 형상화하고 풀어가는 일에 집중한다. 무거운 삶의 순간순간 휘어지는 시간과 내면을 응시하며 자유로움에 이르기 위해 자연의 이법과 그리움과 사랑을 부단히 기다리고 행한다.

삶이 거느리고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 어떤 슬픔과 열기를 통찰하는 시선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의지의 힘이 뚜렷하다. “굵은 한숨처럼 파고드는 빗소리”와 “뒤죽박죽 엉켜버린 시간들이 한 몸으로 흐르는” 것을 바라보며 그 순간을 자유의지로 생성하는 시선이 돋보인다. 생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세상은 온통 놀이터”라고 말하는 시인의 인식과 연결되는 시세계를 보여준다.

표제작 「나비 포옹」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한숨을 달래며 위로하는 시이다. 시인은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어내면서 좀 더 멀리 뛰고 높이 날기 위한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토닥이는 방법인 ‘나비 포옹법’을 제안한다. 재생과 치유의 은유인 나비를 통해 자신을 꼭 안고 사랑하며 토닥이라고 귀엣말을 하듯 전한다. 지금, 여기, 너의 모습이 “첫 눈(植)이 필 자리”라는 직관은 그러니, 잠시 휘청이더라도 달아나지는 말라는 당부의 말이다.

시인은 또한 작고 낮은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에 마음 기울이며 지긋이 응시한다. 「유천동 소묘」는 유년의 기억을 되살려 지금은 사라진 홍등가 여성들에 대한 연민을 그렸고, 「분꽃 피는 저녁」은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는 후배를 위한 시이다. 「쉐도우 복서」는 개인의 역사와 아픔, 현재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 다분히 자전적 의미의 서사시이며, 「오디션은 없다」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주인 되어 살고자하는 시인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이미숙 시인은 채송화처럼 엎디어 울다가도 꽃만 보면 모른 척 지나치지 못하고 마냥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이다. 「그냥 가자」는 매번 화원 앞에서 서성거리는 엄마의 그런 모습에 아들이 한마디 던지는 정경을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이처럼 낙천과 긍정이 천성인 듯한 시인에게 시는 멀리 있지 않다. “등에 꽃 한 짐/우레 한 동이 이고 가는”(시인의 말) 삶의 결을 잘 보듬고 수용하는 것, 나아가 ‘나’를 찾고 ‘타자’와 세계를 이해하고 위무하면서 생을 건너는 삶의 한 방식인 것이다.

김정숙 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시집 ‘나비 포옹’의 미덕은 “꼼짝없이/시간의 거미줄에 걸려든 채/마모되어가는 작은/날것들의 날개를 들여다보는 일”(?붓꽃 사이?)을 잊지 않은 생에 대한 애정과 태도에 있다.”고 말한다.


[시인의 말]

삶이라는 게
등에 꽃 한 짐
우레 한 동이 이고 가는 거라
시원하게 웃지도 못하고
발끝으로 걷다가
풀잎 다녀가시는 바람에
속속들이 앓다가 흔들리다가
막다른 길목에 이르러서는
나를 배웅하기도 하며
새로이 맞이하기도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세상은
온통 놀이터라는 것

2020년 여름, 선유도에서
이미숙

추천평

결핍은 시를 쓰게 하는 힘이며 상처이다. 누구나 살아온 만큼의 상처가 있고 상처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내는 것이다. 이미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비 포옹』은 시인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보듬어 수용하고 긍정하는 도정에 있는 것 같다. “밤은 어디를 짚어도 난간이다.”(『사라진 약속』)와 같은 직관은 도정에 있는 시인의 태도를 함의한다. ‘유년의 기억’과 ‘지금 여기의 연민’이 길항하며 작동하고 있는 이번 시집을 계기로 더 넓고 깊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또한 즐겁게 기대한다. - 차승호 (시인, 동화작가)
시인 이미숙이 세상을 건너는 징검다리는 꽃이다. 채송화처럼 엎디어 울다가도 꽃향기만 있으면 마냥 그 앞에 쪼그라들어 앉아있다. 꽃 한 짐 지고 건너는 생, 연분홍 깨꽃 속에 웅크린 초록 벌레를 물큰 깨무는 상상을 하며 동백꽃 전단지로 날리기도 한다.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다. 사랑하라, 사랑하지 마라. 이렇게 사랑하다 사랑하지 않다 봄을 만나면 비 되어 목련꽃 속살을 만지작거리고 분꽃 피면 눈가를 훔치며 저녁쌀을 씻어야 한다. 돌아온 자리, 시인은 먼저 화분에 물부터 주어야 한다. 꽃은 자신을 알아보는 오직 하나에게만 특별하게 핀다. 산수유 노란 점들처럼 수많은 특별함을 밟고 시인은 세상을 건너고 있다. 온통 놀이터인 세상을 꽃발로 건너고 있다. - 김병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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